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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다코타 ① ; 래피드 시티

여행을 떠나다 - 미국

by 보리올 2013. 5. 3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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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 집을 나설 때부터 안개가 자욱하더니 공항에 도착해서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과연 비행기가 뜰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어딜 가는 항공편은 취소됐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가 탈 비행기는 탑승을 준비한다. 어쨌든 우리는 예정대로 가는 모양이다. 이번 여행은 정말 어렵게 떠난다. 원래는 6월에 여행을 가려고 항공편, 호텔, 렌트카 모두를 예약해 놓았는데 결국은 회사 일로 취소하고 말았다. 항공편은 추가 비용을 내고 예약을 9월로 옮겨 놓았더니 이번에도 여러가지 일이 겹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무조건 떠나자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 2011 9 3일부터 1주일간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와 와이오밍(Wyoming)을 향해 길을 나선 것이다.     

 

실로 십수 년 만에 집사람과 단둘이 떠나는 여행이었다. 집사람은 소풍가는 아이처럼 들떠 보였다. 아이들 키우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아이들을 떼놓고 갈 수가 없어 둘이 여행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지금은 여행 스타일이 문제였다. 난 자연이 살아있는 오지나 험지를 좋아하고 집사람은 대도시를 선호했다. 텐트보단 호텔을, 하이킹보단 쇼핑을 좋아했다. 큰 마음 먹고 자연을 찾아 나선 이번 여행도 집사람의 체력이나 컨디션에 맞춰 효도관광 스타일로 쉬엄쉬엄할 수 밖에 없었다.

 

 

  

 

시카고에서 갈아탄 유나이티드 항공기는 사우스 다코타의 래피드 시티(Rapid City)로 날았다. 착륙을 준비하는 비행기 안에서 본 것은 얕은 구릉과 황무지 뿐이었다. 프레리(Prairie)라 불리는 대평원이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비행기는 래피드 시티의 시골 역사같은 작은 공항에 내렸다. 개보수 공사를 한다고 실내가 엉망이었다. 공항을 벗어나자, 사우스 다코타 특유의 따가운 햇볕과 서늘한 공기가 가장 먼저 우릴 반긴다.

 

 

 

래피드 시티는 인구 7만 명을 가진 제법 큰 도시였다. 우린 여기서 이틀을 묵을 예정이었다. 그리곤 멀리 와이오밍 주에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까지 다녀올 계획이라서 차량을 렌트했다. 뜨거운 한낮의 열기를 피해 오후 4시경 시내로 나갔다. 멋진 외관을 지닌 저니(Journey) 박물관이 우리의 첫 목적지. 하지만 곧 문을 닫을 시각이라 박물관 구경 대신 트롤리(Trolley) 버스를 타고 래피드 시티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나무로 버스를 재미있게 꾸며 놓았다. 시내를 한 바퀴 돌고 공룡 공원에서 내려 래피드 시티를 조망하고는 마지막 트롤리 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돌아왔다.

 

 

 

 

 

 

 

 

삭막한 황무지 가운데 있는 도시치고는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묵는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파이어하우스(Firehouse)부터 들렀다. 서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식당을 찾아 저녁을 먹기 위함이었다. 옛날 소방서 건물을 사용하는 것인지 소방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맥주 공장이자 펍이었다. 현지인들 사랑을 듬뿍 받을 것이 분명한 이 선술집 분위기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이른 저녁 시각임에도 건물 안팎에는 맥주 한 잔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 집에서 만든 맥주 한 잔을 곁들여 이른 저녁을 마쳤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래피드 시티 도심을 걸었다. 특이하게도 도로 모퉁이마다 실제 사람 크기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얼굴이 익어 누군가 이름표를 보았더니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아닌가. 레이건 대통령도, 클린턴 대통령도 있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동상을 길 모퉁이마다 설치해 놓은 것이다. 동상이 나타날 때마다 집사람과 멀리서 얼굴만 보고 누군지 알아 맞추는 게임을 했다. 제대로 맞춘 것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미국 대통령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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