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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 12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7. 1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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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3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5시에 일어났다. 예약은 되어 있었지만 아차 하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단다. 다와같은 친구가 급히 자리를 내놓으라 하면 항공사에선 절대 거절을 하지 못한단다. 일찍 공항에 나가 눈도장을 찍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러자 했다. 다행히 비행기 네 대가 비슷한 시각대에 들어와 우리 일행 모두는 인원을 나눠 타고 루크라를 떠날 수 있었다.

 

카트만두에 도착해 야크 앤 예티 호텔에 잠시 짐을 맡겼다. 오후 늦게 카트만두 외곽에 있는 리조트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다들 사우나를 간다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사진 분류 작업을 하기 위해 정모네 집으로 갔다. 점심은 정원이란 한식당에 집결해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곁들였다. 전에도 자주 왔던 곳이라 눈에 익었다. 트레킹을 무사히 마친 것을 자축하는 건배도 했다. 오후 시간은 자유 시간을 갖기로 했다.

 

카트만두로 다시 돌아옴으로써 우리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트레킹은 끝이 났다. 이번 트레킹에는 묘하게도 히말라야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 절반을 차지했고 나머지 절반은 초행자였다. 솔직히 초행자 중에 몇 명은 중도에 탈락할 것이라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명도 낙오없이 모두가 해발 5,140m의 고락셉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난 이 기록도 무척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모임에 탄탄한 팀워크와 훌륭한 팀닥터가 있었기 때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2002년 백두대간 종주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멤버들 간에 불협화음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큰 소리 한 번 난 적이 없는, 정말 믿기지 않는 팀워크다. 허 대장의 은근한 카리스마, 기탁 형님과 인당 형님의 헌신적인 후배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우리 모임엔 기탁 형님과 같은 훌륭한 팀닥터가 계시고, 이번에는 부인까지도 함께 활약을 해주셨다. 이들 부부 약사의 손길에 고산병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우리가 이 지구상에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 에베레스트를 오른 것은 물론 아니다. 기껏 고락셉까지 오르고 이런 자랑을 한다는 것이 살짝 창피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환상적인 멤버들과 함께 한 시간은 정상에 오른 것보다도 더 소중하고 행복한 것이었다.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와 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언제쯤 다시 이런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트레킹 개요>

 

2007 11 23일부터 12 4일까지 <침낭과 막걸리>란 산꾼들의 모임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찾았던 12일간의 트레킹 기록이다. 만화가 허영만 화백을 중심으로 산행과 막영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원래는 2002년에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 산행이 모태가 되었다. 이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트레킹 기록은 월간마운틴 2008 2월호에 소개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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