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여행이라 하면 실소를 머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넓은 의미로 본다면 집을 떠나는 것이 모두 여행이 아닐까 싶다. 평소에 집사람과 여행을 함께 하는 경우가 드문 편이다. 밖으로 나도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집사람 성격에다 둘의 여행 스타일이 너무나 달라 보통은 나 혼자서 산에 오르거나 오지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노바 스코샤에 살면서 해가 바뀌기 전에 아이들이나 보겠다고 밴쿠버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우리 둘만의 이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집사람을 동행하기는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밴쿠버에서 며칠을 보내고 노바 스코샤로 돌아가는 길에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토론토에서 발목이 잡히게 되었다.
토론토 공항에서 비행기를 내려 핼리팩스행 게이트를 찾아갔더니 핼리팩스 지역에 엄청난 눈폭풍(스노스톰)이 불어 모든 항공편이 취소된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에어 캐나다에서 제공한 호텔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토론토 날씨도 장난이 아니었다. 영하 13도라는 기온은 그렇다 치더라도 바람이 쌩쌩 불고 눈발이 세차게 날려 밖으로 나가기가 어려웠다. 토론토 공항 근처에 있는 크라운 플라자(Crowne Plaza) 호텔에 진을 치고 식사를 하거나 맥주를 축내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집사람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일정 차질로 빚어진 짜증과 걱정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었다. “우리 신혼여행 온 것 같지 않아요?”하는 소리에 말이다.
핼리팩스로 가는 비행기는 다음 날 오후 늦은 시각에 출발하는 것으로 잡혔다. 아침 일찍 공항으로 나가 짐을 부치고 남은 시간을 어찌 보낼까 고민하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토론토 시내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돌아오자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일부러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보기로 한 것이다. 지도에서 대충 눈대중으로 찍은 우리의 목적지,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까지는 무사히 갔다. 마침 특별전으로 중국 진나라 병마용 전시가 있었지만 거기선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구경을 할 수는 없었다. 그저 길 건너편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곤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방문한 토론토 여행이 너무 싱겁게 끝나긴 했지만 이번에는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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