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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라이언(West Lion)

산에 들다 - 밴쿠버

by 보리올 2014. 8. 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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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봉우리 두 개로 이루어진 라이언스 봉(The Lions)은 밴쿠버에선 랜드마크로 여겨질 정도로 유명세를 가지고 있다. 처음 라이언스 봉을 대면했을 때는 우리 나라 진안에 있는 마이산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우리가 오르려고 하는 웨스트 라이언은 그 두 개 봉우리 가운데 서쪽에 위치해 있는 바위산을 말한다. 두 봉우리 사이에 있는 안부에서 웨스트 라이언을 기어오르는 것은 그리 쉽진 않다. 어느 정도 담력도 필요하고 바위를 타고 오르는 최소한의 기술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며 흠모하던 봉우리를 지근에서 볼 수 있고 그 사면을 타고 오르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어찌 놓칠 수가 있으랴. 이 봉우리를 처음 오를 때는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오를 웨스트 라이언(West Lion), 즉 서봉은 해발 1,646m이고, 그 옆에 있는 동봉은 해발 1,606m의 높이를 가지고 있다. 서봉이 조금 더 높다. 서봉은 스크램블링 하면서 바위를 타고 오를 수 있는 반면 동봉은 클라이밍을 하지 않으면 오르기가 어렵다. 여기를 찾는 많은 하이커들도 굳이 정상까지 욕심을 내지 않고 동봉과 서봉 사이의 안부까지만 올라 눈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을 즐기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눈이나 비가 오거나 안개가 짙으면 정상에 오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가끔 사망사고가 발생해 구조대를 긴장시키는 곳이기 때문이다. 산행 기점에서 서봉까지는 왕복 16km 거리에 등반고도는 1,282m에 이른다. 걸어 오르는 데만  4시간 이상이 걸린다.

 

아름다운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바닷가 마을, 라이언스 베이(Lions Bay)에 산행 기점이 있다. 하비 산(Mt. Harvey)이나 브룬스윅 산(Brunswick Mountain)을 오르는 산행 기점과 같은 곳이다. 게이트 인근에 차를 세우고 산행 채비를 갖춘다. 빈커트(Binkert) 트레일을 따라 산행을 시작해 처음에는 벌목도로를 따라 50여분 완만하게 오른다. 나무에 매달린 앙증맞은 이정표 하나가 우리 눈길을 끌었다. 라이언스 봉 가는 길이라고 조그만 나무 판자에 사자를 색칠해 그려 넣은 것이다. 이곳 산길에서 마주치는 이정표는 이처럼 요란하지 않아서 좋다.  하비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계속 직진해 계곡을 건너곤 가파른 경사를 지그재그로 한참을 올라 리지에 닿았다. 입에서 단내가 나는 구간이었다.

 

능선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이며 멋진 풍경이 우릴 반긴다. 이 맛에 산에 오르는 것 아니겠는가. 스쿼미시(Squamish) 원주민 부족들에게 쌍둥이 자매봉(Twin Sisters)으로 불리는 라이언스 봉이 우리 눈앞으로 다가왔다. 안부에서 웨스트 라이언 정상까지는 온통 바위길이다. 밧줄도 타고 벼랑길을 조심스레 건너야 했다.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손 잡을 위치, 발 놓을 지점을 알려주며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정상에 도착했다. 태평양의 일부인 하우 사운드(Howe Sound)의 고요한 수면 위로 많은 섬들이 수를 놓고 있었다. 라이언스 봉을 감싸고 있는 험봉들의 울퉁불퉁한 산세는 또 뭐라 표현할 것인가. 땀 흘린 사람에게만 주는 자연의 선물에 시종 말을 잃었다. 빨리 내려가자는 일행들의 재촉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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