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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콘 여행] 클루어니 국립공원 ②

여행을 떠나다 - 캐나다

by 보리올 2014. 2. 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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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밤은 캐슬린 호수 쉘터에서 아주 따뜻하게 보냈다. 장작을 때는 난로가 있어 실내가 훈훈했다. 침낭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정도였다. 호숫가 모래사장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현지 젊은이들이 자정쯤 잠을 자러 쉘터로 들어왔다. 둘째날 저녁에는 어느 신혼부부가 결혼 파티를 연다고 쉘터를 점거해 버렸다. 졸지에 숙소를 뺏겨 버린 것이다. 부득이 호숫가 모래사장에 텐트를 쳤다. 밤새 빗방울이 돋고 바람이 세게 분다 싶었는데 새벽에는 엄청난 돌풍이 불어왔다. 네 명이 누워있는 텐트가 바람에 날라갈 판이었다. 덩치 큰 내가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등을 대고 팔다리를 벌려 버티길 40여 분. 강력한 펀치를 날리듯 쾅쾅 등을 때리던 바람이 순간적으로 잦아 들었다. 급히 텐트를 걷고는 침낭을 들고 쉘터로 피신을 했다. 쉘터는 비어 있었다. 잠은 모두 달아나 버렸다. 깜깜한 밤에 냄비만 칙칙 소리를 내며 수증기를 내뿜는다. 이른 새벽부터 커피를 마셨다.     

 

이번에는 헤인즈 정션을 지나 클루어니 국립공원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다시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탄 것이다. 유콘에서 가장 큰 호수라는 클루어니 호수(Kluane Lake)와 솔저스 서미트(Soldier’s Summit)가 우리가 가는 목적지다. 거기엔 타찰 달(Tachal Dahl)이란 이름의 방문자 센터가 있지만 이 역시 시즌이 지나 문을 닫았다. 그 앞으로 펼쳐진 초원이 무척 아름다웠다. 솔저스 서미트로 올랐다. 이 솔저스 서미트는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모두 연결한 후, 1942 11 20일 준공식을 가진 곳이다. 주차장에서 1 km 걸어가면 되는데 솔저스 서미트에는 캐나다와 미국의 국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었다. 이곳에 서면 아름다운 클루어니 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클루어니 국립공원에서는 의외로 야생동물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분명 덤불 속 어딘가에는 그리즐리나 흑곰, 무스, 달 양, 늑대 등이 서식하고 있을 것이지만 겨울을 보낼 준비로 바쁜지 우리 앞에는 통 나타나지를 않았다. 길가에 침엽수가 보이긴 했지만 BC 주처럼 크고 울창한 침엽수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도 역시 추운 날씨 탓이리라 여겨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람 키 정도 되는 작은 관목들이었다. 주로 버드나무(Willow)나 난쟁이 자작나무(Dwarf Birch), 오리나무(Alder)가 많은데 이 나뭇잎들은 가을이 되면 노랗게 변색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말은 유콘의 산이나 들판은 다른 곳에 비해 가을 색채가 풍부하다는 의미 아닌가. 우리가 여기에 온 것도 유콘의 가을을 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붉게 타오르는 유콘의 가을은 아직 우리 눈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붉은 가을을 찾아 북으로 더 올라가야겠다.

 

 

 

 

<사진 설명> 이틀밤을 묵은 캐슬린 호수 쉘터. 우리에겐 너무나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다. 특히 텐트를 날릴듯 불어대던 돌풍에서 벗어나 쉘터에 자리를 폈을 때 이 쉘터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 설명> 캐슬린 호수 주변만 거닐어도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것이 번치베리와 파이어위드였다. 번치베리의 빨간 열매와 빨갛게 변한 파이어위드의 이파리는 유콘의 가을색을 풍요롭게 만드는 존재였다.

 

 

<사진 설명> 아침, 저녁으로 그 모습을 달리하는 캐슬린 호수의 아름다움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것 같았다.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에 스트레스가 몽땅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진 설명> 동녁을 붉게 물들인 태양이 구름 사이로 떠오르더니 뜬금없이 반대편에서 무지개가 뜨기도 했다. 이곳의 다양한 날씨를 보여주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사진 설명> 헤인즈 정션에서 다시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해 클루어니 호수를 만났다. 그 길이가 무려 70km에 이른다는 호수를 우리는 극히 일부분만 보아야 했다.

 

 

 

 

<사진 설명> 솔저스 서미트에 오르면 그 아래로 클루어니 호수와 알래스카 하이웨이가 보인다. 1942 11월 알래스카 하이웨이 준공식을 거행했던 곳이다. 공사에 투입되었던 병사들의 우렁찬 함성이 들리는 듯 했다.

 

<사진 설명> 헤인즈 정션으로 되돌아 오면서 클루어니 국립공원과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다음엔 백패킹을 하면서 클루어니 국립공원의 속살로 들어가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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