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키노 남쪽에 위치한 나카지마(中島) 공원에서 산책을 즐겼다. 언제 내린 눈인지 잔디를 덮고 있었다. 여긴 겨울 날씨를 보이고 있지만 버드나무가 호수에 비친 모습은 마치 봄이 오는 듯 푸르렀다. 호수를 따라 천천히 한 바퀴 돌며 여행객답지 않은 여유를 부렸다. 세 자매는 무슨 이야기거리가 그리 많은지 웃고 떠들며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스스키노로 돌아와 된장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시가전차에 올랐다. 스스키노에서 멀지 않은 니시4초메(西4丁目)까지 22개 정류장을 돌아 오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전차의 낭만적인 분위기에 들뜬 나는 연신 차창밖을 둘러보느라 바쁜데 세 자매는 식곤증이 드는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삿포로 맥주박물관으로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박물관은 문을 닫았다. 월요일에 쉰다는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는데 말이다. 일본에서 유일한 맥주 박물관이라 했는데 아쉽게 되었다. 그 옆에 있는 삿포로 맥주원으로 들어갔다. 비어 가든에서 맥주 한 잔을 시켜 나누어 마셨다. 일행 중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없는데다 나도 맥주는 자제하는 처지라 큰 잔 하나로 충분했다.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맥주 맛이 살아있다는 느낌이었다. 그 다음 목적지는 히쓰지카오카(羊ケ丘) 전망대였다. 버스에 지하철,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힘들게 찾아갔지만 목적지에 내리니 어둠이 내려앉았다. 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도심으로 돌아와야 했다.
다시 스스키노를 찾았다. 스스키노의 화려한 불빛이 사람을 불러 모으는 듯 했다. 낮에 본 스스키노보다 조명이 들어온 저녁이 더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라멘요코초도 다시 둘러보고 저녁을 먹을 식당을 고르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곤 지친 몸을 이끌고 호텔로 돌아왔다. 삿포로를 떠나는 날이 밝았다. 2박 3일의 일정은 정말 빨리 흘러갔다. 어차피 이번 여행은 홋카이도 맛보기로 생각했으니 전초전으론 괜찮았다. 아침에 호텔 유리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눈이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멀지 않은 이국땅에서 올겨울 처음으로 눈 내리는 것을 보았다. 홋카이도가 눈으로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한다고 여겼다. 아피아 식당가에서 아침을 먹곤 신치토세 공항으로 이동했다.
겨울로 드는 길목에서 나카지마 공원을 찾았다. 사람도 거의 없어 우리가 전세를 낸 것 같았다. 바쁜 여행 일정을 잊고 잠시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삿포로에는 노면 위를 달리는 시가전차가 있어 무척 낭만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효율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삿포로시의 아날로그적 정책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휴관이라 외관만 찍을 수 있었다. 그 옆에 있는 삿포로 맥주원에서 맥주 시음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스스키노의 야경은 화려했다. 현지인들과 여행객이 섞여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라멘요코초를 다시 둘러보고 여기에서 저녁을 먹었다.
우리에게 작별의 의미로 하늘에서 내려준 서설이 고마웠다. 눈 내리는 삿포로를 보고 가라는 배려같이 여겨졌다.
중국 허난성 유저우 (0) | 2015.0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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