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 가스페에서 나오면서 중간에 있는 그랑드 그라브(Grande-Grave)로 방향을 틀었다. 국립공원 내에 있는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블렁쉐트 홈스테드(Blanchette Homestead)는 20세기 초의 자영농장으로 집안에는 1920년대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헛간에서는 옛 생활상을 소개하는 비디오를 상영하고 있었다. 농사보다는 대개 바다에서 잡은 대구를 건조하는 시설로 활용되었다.
하이먼 스토어(Hyman Store)는 살림집의 아래층을 1918년에 가게로 개조했다 한다. 1층 상점에는 아직도 통조림이나 약품, 접시, 낚시바늘 등을 전시해 옛 상점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가게 밖에는 별도로 창고가 있어 여기에 주로 대구를 보관했다. 이 지역에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바다에서 대구를 잡아 그것을 말리고 소금에 절이는 작업을 한 후에 가공한 대구를 이태리나 스페인으로 수출을 해서 부를 축적하기도 했다.
그랑드 그라브에는 하얀 모래를 가진 해변이 있고 그 옆 선착장에선 고등어 낚시를 하기도 한다. 이곳 또한 꽤나 유명한 고등어 낚시터라 한다. 고등어를 수선하는 장소도 따로 만들어 놓았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이곳이 고래 구경을 나가는 전진기지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국립공원 내 다른 지역에 비해 사람들로 넘쳐났다.
선착장에는 십여명이 낚시줄을 드리우고 있었지만 고기를 낚아 올리는 것은 볼 수가 없었다. 어제 여기서 고등어 낚시를 했다는 오타와 교민 세 분을 만났다. 전날은 낚시를 집어 넣기 바쁘게 고기를 잡아 올렸다 한다. 어제 잡은 고등어로 매운탕을 끓이고 있던 참이었는데 우리를 보더니 반갑게 부른다. 서로 수인사를 건네고 바로 소주잔이 돌았다. 소주에 매운탕이라니 초면에 예기치 못한 대접이었다.
산악 지형이 거의 없는 캐나다 동부 지역이라 포리옹 국립공원에서 가능하면 짧은 트레일이라도 산길을 걷고 싶었다. 점심 식사 후에 몽생탈방(Mont Saint-Alban)에 있는 전망 타워까지 오르기로 했다. 해발 고도는 283m에 불과하지만 바닷가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만큼 조금도 에누리가 없다. 프티 가스페(Petit-Gaspe) 해변에서 산행을 시작해 한 바퀴 돌아오는 일주 코스가 7.2km로 두세 시간 걸린다.
하늘에서 내려쬐는 강렬한 햇볕이 장난이 아니었다. 햇볕에 노출된 살갗이 익는 기분이었다. 전망탑까진 그래도 숲으로 이어져 그늘 속에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야생화, 야생초를 만나며 천천히 걸어 올랐다. 이렇게 오른 전망탑은 탁 트인 조망으로 우리 노고를 달래준다. 아침에 다녀온 로지에 등대, 본아미 해변, 그리고 캡 가스페까지 한 눈에 볼 수가 있었다. 시원한 바람에 땀도 금방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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