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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가스페 반도 ❶ ; 가스페시 공원 & 세인트 로렌스 만

여행을 떠나다 - 캐나다

by 보리올 2013. 2. 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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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3일 연휴를 이용해 2011 7 30일부터 8 1일까지 2 3일 일정으로 가스페 반도(Gaspe Peninsula)를 다녀왔다. 언젠가 갈 기회가 있겠지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했던 곳을 얼떨결에 다녀온 경우다. 이 여행은 사실 내가 계획한 것이 아니다. 고등어 낚시에 관심이 많던 회사 동료가 현장을 보러 가스페를 가겠다 해서 머리나 식힐겸 따라 나선 것이다. 차량이나 운전, 식사 준비 등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무척 편하게 다녀왔다.   

 

새벽 6시에 노바 스코샤(Nova Scotia)를 출발했다. 오늘 하루만 1,000km 가까운 거리를 달린다. 출발 당시엔 부슬부슬 가랑비가 내렸는데 뉴 브런스윅(New Brunswick)을 지날 즈음엔 엄청난 폭우로 변했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진다는 일기예보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 본다. 뉴 브런스윅의 캠벨톤(Campbellton)에서 레스티구시(Restigouche) 강을 건너 퀘벡 땅으로 들어섰다. 도로 표지판이나 간판에서 갑자기 영어가 사라지면서 이국 아닌 이국에 들어온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여기 살았던 원주민 말로 가스페는 땅끝이란 의미가 있다고 한다. 가스페 반도는 동서 길이가 240km, 위아래 폭이 100~150km에 이르는 큰 땅덩이를 가지고 있다. 캐나다에서 이 정도에 크다는 표현을 쓰면 어울리진 않겠지만 내 기준으로는 무척 크고 넓었다. 신기하게도 가스페로 들어서자 주변 산세가 꼭 우리 나라 산하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륙엔 완만한 산들이 이어져 있고 삼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니 이만한 휴양지도 흔치 않을 것 같았다.  

 

뉴 리치먼드(New Richmond)에서 132번 도로를 벗어나 299번 도로로 들어섰다. 세인트 로렌스 만(St. Lawrence Gulf)을 만나는 반도 북쪽까진 140km 거리였지만, 도중에 가스페시(Gaspesie) 공원을 잠시 들를 예정이었다. 이 공원 안에 칙촉 산맥(Chic-Choc Mountains)이라 불리는 커다란 산줄기가 있는데, 그 안에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무려 25개나 된단다. 캐나다 로키처럼 웅장하거나 우람하진 않지만, 그래도 제법 옹골찬 산세를 자랑한다. 숲도 꽤 울창했다. 산이 많지 않은 캐나다 동부 지역에선 이곳이 하이킹 대상지로 각광을 받을만 했다.

 

 

가스페 반도 내륙으로 들어서자 비가 그쳤다. 높지 않은 산자락 중턱에 구름이 걸려 있었고 그 사이를 카스카페디아(Cascapedia) 강이 유유자적 흐르고 있었다.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구간도 있었다. 강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는 도로는 우리 나라 강원도 어디쯤 같았다. 마치 내린천을 따라 달리는 기분이 들어 공연히 마음이 설렜다. 이런 감흥을 무참히 깨트린 것은 바로 퀘벡 사람들의 운전 습관.도로 가운데 노란색 실선이나 속도 제한은 그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었다. 위험 구간에서도 마구 추월에 나선다.

 

 

가스페시 공원은 명칭에 국립공원(Parc National)이란 표현을 썼지만 캐나다 국립공원에 속하지는 않는다. 퀘벡은 주에서 지정한 공원 23개를 퀘벡 국립공원이라 부른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퀘벡은 참으로 별난 구석이 많은 곳이다. 어느 캠핑장에선 퀘벡 주기가 중앙에 가장 높이 걸려있고, 캐나다 국기와 미국 국기가 그 아래 놓이는 희한한 현상도 목격할 수 있었다. 역시 퀘벡답다고나 할까. 캐나다 연방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아닌가 싶었다.  

 

알베르 산(Mont Albert) 아래 작은 폭포가 있어 차를 세웠다. 해발 1,154m의 알베르 산은 고산(?)답게 구름에 가려 모습을 감췄다. 생트 안느(Sainte Anne) 폭포는 낙차가 10m에 불과했지만 수량은 대단했다. 폭포가 만들어내는 포효 소리도 우렁찼다. 무심코 폭포로 들어섰는데, 공원 안내 표지판에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친절하게 영어로 적어 놓았다. 영어로 쓸만큼 입장료 받는 일은 중요했나 보다. 그런데 돈 받는 곳이 보이질 않으니 어디다 돈을 내라는 것이지?

 

 

 

난 오래 전부터 캐나다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세인트 로렌스 강을 보고 싶었다. 나는 이 강이 가스페 위를 지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가스페 북단에서 만난 것은 강이 아니라 끝이 없는 망망대해였다. 퀘벡 시티를 지나 바다와 만나면서 강이 걸프(Gulf)로 바뀐 것이다. 걸프라면 우리 말로 바다를 표시하는 만()을 일컫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틀간 132번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이 세인트 로렌스 걸프를 지겹도록 볼 수가 있었다. 이 도로는 경치가 아름다운 도로로 알려져 있지만 내 눈에 보이는 경치는 거기가 거기 같았다.

 

 

 

라 마르트르(La Martre)의 빨간 등대를 지나 그랑드 발레(Grande Vallee)에 닿았다. 고등어 낚시로 유명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기에 방파제를 찾아 나섰다. 7~8월 고등어 낚시철이면 토론토 한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곳이다. 아예 여름 휴가를 몽땅 고등어 낚시에 투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수백 마리나 되는 고등어를 잡아 현지에서 직접 손질을 한다.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내장을 빼낸 후 아이스 박스에 담아 집으로 가져가 냉동을 한다. 며칠 고생해서 1년 먹을 고등어를 장만하는 것이다.

 

 

이런 열정적인 고등어 낚시꾼들을 어떤 호텔이나 모텔에선 투숙을 거절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수백 마리 고등어를 손질하면서 욕조를 피투성이로 만들어 놓고는 그냥 가버리는 사람도 있었고, 객실에서 매운탕을 끓여 먹거나 숙박 인원을 속이는 사람들도 있어 주인들이 한국인이라 하면 싫어한다는 것이다. 의지의 한국인이라 해야 하나, 어글리 코리언이라 불러야 하나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가 그랑드 발레 방파제에 도착했을 때에도 한인 낚시꾼 대여섯 명이 고등어 잡이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이건 낚시가 아니었다. 낚시대로 잡는다 뿐이지, 물고기와 시루는 과정이 없었다. 루어를 단 낚시를 바닷물에 집어 넣으면 고등어가 기다렸다는 듯이 물어주는 식이었다. 현지인들도 꽤 보였다. 먹기 위해 고등어를 잡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재미 삼아 낚아선 우리같은 사람에게 그냥 주기도 한다. 10살쯤 된 꼬마가 마침 고등어를 낚아 올려선 나에게 불어로 뭐라 이야길 한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눈치로 내게 주겠단 의미라는 것을 알아챘다. 웬 횡잰가 싶었다. 토론토에서 왔다는 한 교민에게서 네 마리를 더 얻었다. 오늘 저녁에 구워 먹을 만큼의 고등어를 구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행글라이딩 축제가 한창인 어느 마을을 지나 포리옹 국립공원에 인접한 캠핑장에 도착했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속에 텐트를 치고는 고등어를 손질하러 바닷가로 내려갔다. 여기는 비가 내리는데 서쪽 하늘은 석양빛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저녁 준비는 쉘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난로에 장작을 때서 숯불을 만든 뒤에나 고등어를 구워야 했기에 저녁 10시가 넘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텐트보다는 난로가 있는 쉘터에서 홀로 비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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