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 이주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 고국에서 다녔던 회사로부터 다시 부름을 받았다. 고마운 마음을 안고 바로 고국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업무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 와중에 회사 산악회에서 준비한 태백산 시산제에 초청을 받았다. 예전에 산악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이 많아 낯을 가릴 일도 없었다. 혼자 차를 몰아 집결지인 태백 화방재로 향했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이미 몇 차례나 지나쳤던 곳이라 눈에 익은 곳이다. 시산제에 참석할 직원들을 싣고 서울에서, 거제도에서 버스 3대가 도착을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2월의 태백산은 아직 겨울이었다. 날씨는 좀 풀렸다 하지만 화방재엔 운무가 자욱했다. 산행을 시작할 무렵엔 운무가 더 짙어진다. 산길로 접어 들자, 밤새 나무에 맺힌 눈꽃이 우리 산행을 축복하는 듯 활짝 피었다. 눈도 거의 녹아 산행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가끔 얼음으로 덮힌 구간이 나타나 좀 미끄럽긴 했다.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수밖에 별 수가 없었다. 얼마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산행을 하는지 모르겠다. 캐나다에선 이런 단체 산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데 말이다. 옛 동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유일사를 지나 능선 위로 올라서니 운무가 우리 발 아래를 덮고 있었다. 산자락은 운무에 가렸지만 그 봉우리는 구름 위로 삐쭉 솟아 있었다. 거기에 설화와 상고대까지 피어 우리 눈을 즐겁게 하지 않은가. 주목나무와 어우러진 자연 경관에 그저 고맙고 행복할 뿐이었다. 능선길은 사람들로 꽤나 붐볐다. 우리처럼 시산제를 지내러 산행에 나선 사람들도 있었다. 태백산 정상에 있는 천제단 앞에서 시산제를 올렸다. 참가 인원이 많아 부서별로 절을 올리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나도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 절을 올리고 돼지 주둥이에 봉투를 하나 꽂았다. 하산은 망경사를 지나 당골매표소로 내려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