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낭과 막걸리>란 모임의 2010년 1월 정기모임에 참가해 군산을 다녀왔다. 이 모임은 2002년 11월 시작한 ‘허영만과 함께 떠나는 백두대간 종주’에 참여했던 대원들이 종주를 마치고 매월 한 차례씩 비박에 나서면서 결성된 모임이다. 30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시끌법적했던 모임이 1월 모임에는 좀 한산했다. 열 댓명이 전부. 산행은 김성선의 추천으로 전북 군산 구불길로 정했다. 군산에 사는 마이클이 강력 추천한 모양이었다. 구불길 홍보 차원에서 군산시청 직원들이 캠핑장을 찾아와 서로 인사를 나눴고 구불길 트레킹에도 직원 한 명이 직접 안내를 맡았다.
2010년 1월 22일, 대전에서 송정모를 만나 그의 차로 군산으로 향했다. 사람들 들이닥치기 전에 미리 준비할 일이 있다고 몇 시간 일찍 군산에 도착한 것이다. 가창오리의 군무를 볼 수 있다는 김성선의 이야기에 나도 한껏 기대감에 고조되어 있었는데, 여유시간에 사진을 찍으러 나갔더니 가창오리는 무슨 가창오리? 10만 마리가 떼지어 다닌다는 이야긴 말짱 거짓이었다. 금강 하구둑에 나가 눈을 부릅뜨고 찾아낸 가창오리의 수가 50여 마리나 될까? 그것도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물에 퍼져 놀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우리가 하룻밤 묵을 곳은 군산 나포면 서포리의 옹고집쌈밥집. 넓은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거나 야영 준비가 부족한 사람은 폐교를 개조한 식당을 쓰기로 했다. 속속 일행들이 도착한다. 호준이가 허영만 화백을 모시고 왔고, 치상이는 대전에서 기탁 형님을 만나 모시고 왔다. 서산 친구들도 도착을 했다. 서로 껴안기도 하면서 시끌법적한 재회 장면을 연출했다. 각자 준비한 음식도 옮겨졌다. 나도 동생이 보내준 막걸리와 귤을 전달했다.
야외 대형 텐트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옹고집쌈밥집 주인장께서 자꾸 뭔가를 가지고 나오신다. 군산시청에서 나온 직원 3명과 인사도 나눴다. 불판에는 삼겹살에 이어 석화와 조개가 구워졌다. 마이클이 마술가 한 명을 초청해 잔디밭에서 마술쇼를 벌였다. 추운 날씨에 손이 얼어 쇼가 쉽지 않았을텐데 그래도 실수없이 잘 마쳤다. 바깥 날씨가 너무 차가워 실내로 술자리를 옮겼다. 치상이가 데려온 익산 아가씨가 솜씨좋게 팥죽을 끓여낸다. 자정이 지나자 술자리를 일찍 파했다. 허 화백이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 8시에 일어나 9시 구불길로 들어섰다. 구불길은 모두 네 개 코스로 이루어졌는데 하루 한 구간씩 걸으면 모두 4일이 필요하단다. 우리는 1구간 중간에서 시작해 2구간 중간에서 끝내기로 했다. 군산시 관광진흥과 임현씨가 앞장을 서 안내를 자청했다. 비단강 길이라 불리는 구불1길은 군산역에서 시작해 자연학교까지 18.7km에 이른다. 우리는 중간 지점인 금강 하구둑에서 출발해 금강 철새 조망대, 원나포 마을을 지나 2구간으로 들어선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철새의 숫자가 너무 적어 실망을 금치 못했다. 올겨울이 너무 추워 철새들이 남쪽으로 더 내려갔단다. 겹겹이 얼어붙은 금강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힘이 거의 들지 않아 너무 밋밋한 감도 들었다. 바람은 차지만 햇살은 따사로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다를 떨며 걷는 재미도 대단했다. 구불2길, 일명 햇빛길로 들어섰다. 잠시 백인농장에 들렀더니 사장님이 나오셔서 시원한 요구르트 한 병씩을 준다. 직접 우유를 짜서 요구르트를 만든다 했다. 평소에 먹던 요구르트보다 훨씬 걸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불주사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의사소통이 잘못 되었던지 취소한단다. 모처럼 절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라 기대감에 들떴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불주사는 전북 사적지로 백제 의자왕 때 창건된 절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오래된 절인지 순간 머리 속이 분주해졌다. 산불로 사적지가 붙타는 것을 막아보갰다고 주변에 있던 나무들을 모두 베어 버렸단다. 그렇게 해서 과연 산불을 제대로 막을 수 있을까 싶었다.
망해산과 축성산 능선에 올라서니 제대로 된 트레킹을 즐기는 듯 했다. 이 정도는 백두대간 능선길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능선에서 바라다 보이는 나포십자들, 금강, 그리고 둑방이 어우러진 경치에 저절로 발걸음이 늦어진다. 벤치가 준비된 곳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엉덩이를 붙이고 수다떨기에 다들 바빠 보였다.
축성산에서 축산리 저수지로 내려서는 길이 의외로 아름다웠다. 멀리서 보니 구불구불 산허리를 에둘러 가는 임도가 종국엔 마을로 내려서고 있었다. 여기서 구불길이란 이름이 나왔을까? 이름 하나는 정말 잘 지었단 생각이 들었다. 저수지에 도착해 쏘가리 매운탕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옹고집쌈밥집 주인장의 도움으로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다. 서둘러 우리가 묵었던 흔적을 지우고 주인장에게 작별 인사를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