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와이 화산 국립공원에서 가볍게 산행할 수 있는 트레일을 찾다가 이 킬라우에아 이키 트레일(Klauea Iki Trail)을 발견했다. 한 바퀴 돌 수 있는 루프(Loop) 트레일로 그 거리가 4마일, 즉 6.4km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은 두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우리는 촬영팀과 보조를 맞추느라 세 시간 이상 걸었던 것 같다. 킬라우에아 이키는 킬라우에아 화산의 주분화구인 할레마우마우(Halemaumau) 바로 옆에 있는 새끼 화산을 일컫는다. 그 크기가 할레마우마우에 비해선 아주 작은 편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지금은 사화산이라 해도 한때 뜨거운 용암을 분출했던 분화구 위를 걷는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인가 말이다.
산행 기점을 출발해 바로 숲속으로 들어섰다. 제법 나무가 울창해 정글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얼마를 걸었더니 122m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1959년에 용암을 내뿜었던 분화구 바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눈 앞에 검은색 일색인 화산암이 넓게 펼쳐졌다. 아스팔트 포장길이 지진으로 너덜너덜해진 모양과 유사했다. 여기저기 쩍쩍 갈라진 바위들이 마치 거북의 등짝을 보는 듯 했다. 사람들이 지나다닌 자국만 그 위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아무 것도 자랄 수 없을 것 같은 황량함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헬로 베리(Ohelo Berry)와 오히아 레후아(Ohia Lehua)라는 식물이 화산암 위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장면이었다.
용암이 흘러나오진 않았지만 바위 틈새에선 끊임없이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얼굴에 닿는 순간 그 열기에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세 안경이 뿌옇게 되어 시야를 가린다. 수증기 안에는 유황 냄새가 배어 있었다. 분화구에서 올라오면서 이상하게 생긴 고사리도 보았다. 땅에서 얕게 자라는 우리네 고사리와는 달랐다. 하푸우 풀루(Hapuu Pulu)라는 고사리과 식물이라는데, 이것은 사람보다 훨씬 큰 고사리 나무였다. 이것도 설마 먹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 주차장으로 가기 전에 써스톤 라바 튜브(Thurston Lava Tube)에도 들렀다. 시뻘건 용암이 흘러갔던 곳이 이제는 동굴로 남은 것이다. 화산 지대에 이렇게 다양한 지형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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