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주 해안선을 따라 걷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Great Ocean Walk ; GOW)는 2006년에 오픈했다. 멜버른 남서쪽에 자리잡은 아폴로 베이(Apollo Bay)를 출발해 12사도 바위까지 100km에 이르는 장거리 백패킹 트레일을 지칭한다. 각자의 능력이나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6일에서 8일이 소요된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그레이트 오션 워크보다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다. 멜버른 남서부를 가로지르는 B100번 도로를 일컫는데, 토키(Torquay)에서 워남불(Warrnambool)까지 240km에 이르는 해안도로가 이에 해당한다. 12사도 바위를 비롯한 명승지가 많아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호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손꼽히게 되었고, 그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 해안선을 따라 나란히 지나는 두 길의 차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관광객의 길인 반면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트레커, 아니 백패커의 길이라 보면 된다.
멜버른에서 오전 9시 10분에 출발하는 기차에 올랐다. 한 시간을 달려 지롱(Geelong)에 도착했다. 역 앞에 기다리고 있던 버스로 갈아타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달려 아폴로 베이에 닿았다. 방문자 센터에 들러 직원에게 캠핑장 예약을 도와달라고 청했다. 솔직히 캠핑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사전에 온라인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여직원의 친절한 도움을 받아 예약을 마칠 수 있었다. 애초에 계획한 5박 6일의 여정 가운데 두 군데 캠핑장은 만원이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조한나 비치(Johanna Beach)는 인근에 있는 드라이브인 캠핑장으로 대체하고, 다른 한 곳인 라이언스 덴(Ryan’s Den)은 건너 뛰어 이틀 구간을 하루에 가기로 했다. 이틀 구간을 하루로 묶은 곳이 세 군데나 되면서 공원 당국에서 권장한 7박 8일 일정이 4박 5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방문자 센터에서 지도와 조수표를 구하고, 수퍼마켓에 들러 부식과 취사용 가스, 정수용 알약을 샀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는 날이 밝았다. 밤새 비가 내렸는지 땅이 젖어 있었지만 첫 발을 내디딜 당시엔 구름만 가득할 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기온도 섭씨 15도로 아주 쾌적했다. 아폴로 베이 방문자 센터에 세워진 거대한 표지석 앞에 섰다. ‘빅토리아(Victoria)의 아이콘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자’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폴로 베이 해변에 잠시 들렀다가 그레이트 오션 로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마렝고 홀리데이 파크 인근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 직진 표식을 보고 앞으로 걸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 그 자리에 멈춰 지도를 보고 있자니 한 아주머니가 테라스로 나와 길을 알려준다. 홀리데이 파크로 돌아와 바닷가를 걸었다. 사람 사는 마을은 눈에서 사라지고 대신 농장지대의 푸른 초원과 엄청난 파도가 눈에 들어왔다.
해변을 떠나 내륙으로 들어서 고도를 올린다. 산 속으로 드는 느낌이 들었다. 내 앞에서 걷던 두 그룹을 만났다. 모녀로 보이는 그룹과 멜버른에서 왔다는 14명 그룹이었다. 모두들 등에 작은 배낭을 메고 있어 처음엔 당일 하이커로 알았는데, 이들도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고 있다고 한다.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캠핑장에 미리 텐트를 설치해 놓고 저녁 식사도 준비한다고 했다.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Great Otway National Park)으로 들어섰다. 아폴로 베이를 출발한지 3시간 만에 엘리어트 리지(Elliot Ridge) 캠핑장에 도착해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호주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더니 나무 위에 있는 코알라를 보았냐고 묻는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보니 20m 높이의 나뭇가지에 코알라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엉덩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코알라와의 첫 조우치곤 너무 어설펐다.
바다 쪽으로 벼랑이 많은 곳엔 내륙으로 길을 내놨다. 텐트와 식량을 담은 배낭 무게는 계속해 어깨를 짓눌렀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빼곡한 숲을 지나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에 경고판이 하나 붙어 있었다. 만조에는 해변으로 내려서지 말고 우회로로 돌아가라는 안내문이었다. 우회로를 걸어 조그만 계류 하나를 건넜더니 바로 브랭키 베이(Blankey Bay) 캠핑장이 나왔다. 오후 3시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6시간 반 걸려 22km를 걸은 것이다. 공원 당국에서 이틀에 걸으라는 것을 하루에 걸었는데도 여유가 많았다. 텐트를 치고 해변으로 나갔다. 만조 시각이라 바닷물이 해변 끝까지 덮고 있었다. 드라이브인 캠핑장이 바로 옆에 있어 가족 단위로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란스런 분위기에서도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이파리를 뜯는 코알라 한 마리를 발견했다.
아폴로 베이 방문자 센터에 세워진 표지석
아폴로 베이 비치
이런 표지판이 갈림길마다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가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따라 마렝고를 지나고 있다.
마렝고 홀리데이 파크
이런 이정표도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마렝고 홀리데이 파크를 벗어나면 바닷가 초원을 걷는다.
볼드 힐(Bald Hill)에 있는 경고판에는 해안길은 위험하니 내륙으로 우회하라고 적혀 있었다.
바닷가 초원을 가로질러 내륙으로 들어섰다.
바다를 벗어나 내륙을 걷는 길엔 제법 숲이 우거졌다.
유칼립투스 나무의 줄기 표피
길가에 코알라 사체가 버려져 있었다.
브랭키 베이 캠핑장
브랭키 베이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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