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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 10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7. 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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텡보체 호텔을 떠나기 전, 로지 여주인인 밍마 양지(Mingma Yangi)를 불러내 기념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네팔에서는 흔치 않은 여성 산악인에다 로지를 운영하면서 사업 수완도 만만치 않은 여장부다. 남체로 향하는 내리막 길은 고산병 걱정이 없어 좋았다.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여길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일었다. 일행들은 무슨 이야기거리가 그리 많은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다를 떨며 박장대소를 터뜨린다.

 

오늘이 지나면 에베레스트도, 로체도, 그리고 아마다블람도 보기가 쉽지 않을 터. 전망이 좋은 곳이 나타나면 이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그래도 가장 압권은 야크 똥을 말리는 현장. 담벼락 돌에다 척척 붙여서 1차 건조를 한 다음에 땅 바닥에 넓게 펴서 말리고 있었다. 혹시 이 천연 연료도 화석 연료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겠지? 옛날엔 우리 시골에서도 소똥을 말려 불소시개로 썼던 일이 생각났다.

 

늦어도 정오까지는 남체 바자르에 도착할 것으로 보았는데 의외로 길이 멀었다. 거의 쉬지도 않고 걸었음에도 12시에서 30분이 지나서야 남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유만만한 후미는 당연히 거기서 1시간이 더 걸려서 도착을 했다. 점심은 남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쿰부 로지에서 정 상무가 한 턱 쏘았다. 야크 시즐러와 모모라 불리는 만두가 나왔는데 제법 맛이 좋았다.

 

가게에 나와 있던 로지 주인 할머니가 정모에게 특별 대접을 한다. 우리가 시키지도 않은 음식을 정모에게만 따로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오랜 인연이 있는 듯 했다. 물론 그 음식은 우리가 대부분 먹어치워 정모는 거의 한 점도 먹질 못했다. 영국에서 공부한 큰딸이 학사모를 쓰고 찍은 사진을 벽에 걸어 놓았다. 이 산골에서 아이를 영국 유학까지 시키다니 놀랍기만 했다. 그 동생쯤으로 보이는 다른 딸이 계산대를 지키고 있었는데, 너무 돈을 밝히는 듯 해서 인상은 좀 별로였다.  

 

아직까지 아마다블람의 위용은 크게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남체를 싸고 있는 산 봉우리들은 구름에 가려 기품을 많이 잃었다. 원래는 남체에서 하룻밤을 묵을 예정이었으나, 시간적 여유가 생겨 기왕이면 몬조까지 내려가기로 했다. 조르살레에서 국립공원 경내를 벗어났다. 우리 트레킹의 종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지루한 내리막을 걸어 몬조에 도착했다.    

 

저녁상에는 남체에서 사온 수육이 올라왔다. 남체에 맡겨 놓았던 팩소주도 돌고 돈다. 모처럼 거나한 술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모두가 고산병이란 걱정거리가 사라진 덕택이다. 소주가 부족했는지 거기에 럭시, 양주까지 등장을 했다. 모두들 기분좋게 취했다. 젊은 피들은 저녁 늦게까지 노래를 부르고 난리다. 이 늦은 시각까지 현지인들은 길가 마루에서, 담벼락에서 목을 빼고 우리를 구경한다. 참으로 할 일없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그나저나 마당에 텐트를 친 다른 나라 트레커들이 죽을 맛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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