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리옹 국립공원을 벗어나 가스페 명물 중 하나인 페르세 락(Perce Rock)을 보기 위해 차를 몰아 페르세로 갔다. 과거엔 작은 어촌이었던 이 마을은 풍화와 침식을 통해 자연이 만든 이 바위 덕분에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요즘은 관광업으로 먹고 사는 도시로 변했다. 온 도시에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았다.

 

페르세 락은 길이가 433m에 높이 88m의 크기를 가졌다. 마치 코끼리 한 마리가 바다로 드는 모습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 눈에는 큰 범선 한 척이 바다로 나가고 있는 듯 했다. 이 바위는 퀘벡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바위에 20m 높이의 아치형 구멍이 나 있어 더 유명해졌다. 1607년 캐나다 초기 탐험가 중 하나인 사무엘 드 샹플랑이 페르세라 이름을 지었다. 원래 페르세란 단어는 구멍이 뚫려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페르세 선착장은 길게 바다로 뻗어 있었다. 페르세 락을 보기에 더없이 좋은 지점이었다. 일몰 직전의 낮게 깔린 햇빛을 받아 붉게 물든 바위가 꽤나 신비롭게 보였다. 빛은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선착장에는 고등어 낚시꾼과 구경꾼들이 섞여 사람들로 무척 붐볐다. 그런데 대부분 전문적인 낚시꾼이라기 보다는 낚시대를 빌려 재미로 하는 수준이었다. 고기를 낚아 올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어쩌다 한 마리 낚아 올리면 주위의 부러운 눈초리를 받는 그런 식이었다.

 

 

 

 

페르세에서 좀 떨어진 바닷가 캠핑장에서 야영을 했다. 페르세 구경을 한다고 저녁이 늦었다. 장작을 태운 잔불에 소고기 스테이크를 구워 와인 한 잔 곁들이는 여유도 부렸다. 하늘엔 별들이 총총하고 바다 건너 가스페 반도에선 등대 불빛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이런 날은 비박을 하는 것이 훨씬 낭만적일 것 같았다. 원두막처럼 지붕이 있는 데크 위에 잠자리를 마련했다. 땅으로 쏟아지는 별들을 가슴에 담으며 잠을 청했다. 한 가지 예상치 못한 문제는 피에 굶주린 모기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었다. 밤새 얼마나 헌혈을 했는지 머리가 울퉁불퉁해졌다.

 

 

 

다음 날 아침, 페르세 락을 바로 곁에서 볼 수 있다는 전망대를 찾았다. 그 입구에 조그만 매표소를 지어놓고 1불씩 입장료를 받는다.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페르세 락을 볼 수가 있었다. 전망대 아래로 내려서면 페르세 락으로 연결되는 바닷길로 다가설 수가 있었다. 썰물에만 수면 위로 길이 나타난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그 길을 볼 수도, 걸어갈 수도 없었다.  

 

페르세 락 건너편에 마치 고래등처럼 생긴 섬 하나가 있었다. 보나벤처(Bonaventure)라 불리는 이 섬은 수십 만 마리의 부비새(가넷)가 서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배를 타고 서식지까지 다가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갈 길이 바빠 그냥 페르세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캡 가스페에서 나오면서 중간에 있는 그랑드 그라브(Grande-Grave)로 방향을 틀었다. 국립공원 내에 있는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블렁쉐트 홈스테드(Blanchette Homestead) 20세기 초의 자영농장으로 집안에는 1920년대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헛간에서는 옛 생활상을 소개하는 비디오를 상영하고 있었다. 농사보다는 대개 바다에서 잡은 대구를 건조하는 시설로 활용되었다.

 

 

 

 

 

하이먼 스토어(Hyman Store)는 살림집의 아래층을 1918년에 가게로 개조했다 한다. 1층 상점에는 아직도 통조림이나 약품, 접시, 낚시바늘 등을 전시해 옛 상점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가게 밖에는 별도로 창고가 있어 여기에 주로 대구를 보관했다. 이 지역에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바다에서 대구를 잡아 그것을 말리고 소금에 절이는 작업을 한 후에 가공한 대구를 이태리나 스페인으로 수출을 해서 부를 축적하기도 했다.

 

 

 

 

 

그랑드 그라브에는 하얀 모래를 가진 해변이 있고 그 옆 선착장에선 고등어 낚시를 하기도 한다. 이곳 또한 꽤나 유명한 고등어 낚시터라 한다. 고등어를 수선하는 장소도 따로 만들어 놓았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이곳이 고래 구경을 나가는 전진기지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국립공원 내 다른 지역에 비해 사람들로 넘쳐났다.

 

 

 

선착장에는 십여명이 낚시줄을 드리우고 있었지만 고기를 낚아 올리는 것은 볼 수가 없었다. 어제 여기서 고등어 낚시를 했다는 오타와 교민 세 분을 만났다. 전날은 낚시를 집어 넣기 바쁘게 고기를 잡아 올렸다 한다. 어제 잡은 고등어로 매운탕을 끓이고 있던 참이었는데 우리를 보더니 반갑게 부른다. 서로 수인사를 건네고 바로 소주잔이 돌았다. 소주에 매운탕이라니 초면에 예기치 못한 대접이었다.

 

 

산악 지형이 거의 없는 캐나다 동부 지역이라 포리옹 국립공원에서 가능하면 짧은 트레일이라도 산길을 걷고 싶었다. 점심 식사 후에 몽생탈방(Mont Saint-Alban)에 있는 전망 타워까지 오르기로 했다. 해발 고도는 283m에 불과하지만 바닷가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만큼 조금도 에누리가 없다. 프티 가스페(Petit-Gaspe) 해변에서 산행을 시작해 한 바퀴 돌아오는 일주 코스가 7.2km로 두세 시간 걸린다.

 

 

하늘에서 내려쬐는 강렬한 햇볕이 장난이 아니었다. 햇볕에 노출된 살갗이 익는 기분이었다. 전망탑까진 그래도 숲으로 이어져 그늘 속에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야생화, 야생초를 만나며 천천히 걸어 올랐다. 이렇게 오른 전망탑은 탁 트인 조망으로 우리 노고를 달래준다. 아침에 다녀온 로지에 등대, 본아미 해변, 그리고 캡 가스페까지 한 눈에 볼 수가 있었다. 시원한 바람에 땀도 금방 사라져 버렸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지인 2013.02.04 1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 해변가앞에서 저렇게 앉아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지금 페이퍼 써야되는 입장에선 마냥 부럽네요.. ㅎㅎㅎㅎ 캐나다는 보면 볼수록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저도 여유로워지는거 같아요 ㅎㅎ

  2. 보리올 2013.02.04 2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공부하고 있는데 저런 사진보니까 부럽다? 학생이 열공하는 이유는 나중에 남보다 더 많은 여유를 갖기 위함이라면 틀린 말이 아닐껄...

 

밤새 비가 내렸는데도 여전히 비가 그치질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슬비라 맞을만 하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를 포리옹(Forillon) 국립공원에서 보내기로 했다. 이 공원은 퀘벡 국립공원이 아니라 캐나다 국립공원에 속한다. 한 마디로 공원의 품격이 다르단 이야기다. 이 국립공원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50중 하나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자랑거리는 또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트래블러 매거진(Traveller Magazine)에서는 포리옹 국립공원을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2011년 최고의 여행 대상지로 꼽았다. 이는 내게 그리 중요하진 않지만 그래도 가이드라인 역할은 톡톡히 한다. 부드럽고 유연한 산악 지형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지만, 오랜 기간 조류와 파도에 의해 침식된 해안선도 빼어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연이 산과 바다에 두루 손을 대 이곳에다 걸작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로지에(Cap-des-Rosiers) 등대였다. 매표원이 막 출근하는 시각에 우리가 도착을 했다. 이 등대는 국립공원 경계를 조금 벗어나 바닷가에 홀로 솟아 있었다. 다른 등대에 비해 높이가 꽤나 높았다. 입장료가 2불이라 적혀 있었다. 입장료보다는 문을 열려면 기다려야 할 것 같아 펜스 밖에서 사진 한 장 찍곤 바로 돌아나왔다. 좀 떨어진 해변가에서 바라본 등대가 더 운치가 있었다. 바닷가에서 다시마를 건져 올려 점심에 먹기로 했다. 싱싱한 다시마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생각에 지레 침이 고인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고 경내로 들어섰다. 캡보나미(Cap-bon-Ami)를 찾아가는 길이다. 까까머리 학창 시절 잠시 배웠던 불어 실력을 총동원해 해석을 해보았다. (Cap)은 영어 케이프(Cape)니 곶이란 뜻이고, (bon)은 좋은(good), 아미(Ami)는 친구란 뜻이니 좋은 친구 곶이란 답이 나왔다. 겨우 한두 단어 아는 것인데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그런데 이 해석이 정말 맞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곳은 파도에 침식된 벼랑이 일품이었다. 전망대에서 보는 것으로 부족해 해변까지 걸어 내려갔다. 비가 멎으며 구름 사이로 가끔씩 햇살이 들곤 했다. 그 덕에 바닷가 풍경도 살아나고 덩달아 우리 기분도 좋아졌다.

 

 

 

 

 

 

캡 가스페(Cap-Gaspe)는 가스페 반도에서도 진짜 땅끝에 속하는 지점을 말한다. 주차장에서 4km를 걸어야만 등대가 있는 가스페 곶에 닿는다. 갈 때는 길이 넓은 비포장길을 걷고 돌아올 때는 숲과 바다를 연결한 트레일을 걸었다. 어느 길을 걸어도 바다는 보인다 하지만 파도 소리를 들으며 야생화 사이를 걷는 바닷길이 훨씬 운치가 있었다. 반도 끝에서 만난 등대는 잠겨 있었고, 운무가 가득해 먼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바닷가 전망대에서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벼랑과 바다뿐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포리옹 국립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흑곰이나 무스의 출현을 바랬지만, 그들은 끝내 우리의 희망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우리 눈에 띈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한 무더기 곰똥이 전부였다. , 포큐파인(Porcupine)이라 불리는 고슴도치도 봤지. 이 녀석은 산길을 건너기 위해 숲에서 나왔다가 우리를 만나 카메라 세례를 받곤 다시 느릿느릿 숲으로 들어가 버렸다. 바다에선 고래와 물개도 볼 수 있었는데 너무 멀었다. 산길에 핀 각종 야생화도 만날 수 있었다.

 

 

 

 

캡 가스페는 IAT라 불리는 인터내셔널 애팔래치아 트레일이 끝나는 곳이다. 몇 년 전, 미국 뉴 햄프셔 주의 애팔래치아 트레일(Appalachian Mountains)을 며칠 걸은 적이 있기에 그 끝지점에 섰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 미국 조지아 주 스프링거 산에서부터 메인 주 카타딘 산까지 애팔래치아 산맥을 따라 3,510km를 이은 트레일이 바로 애팔래치아 트레일(AT)이다. 퍼시픽 크레스트(Pacific Crest) 트레일, 컨티넨탈 디바이드(Continental Divide) 트레일과 더불어 북미 지역 3대 장거리 트레일 중 하나이다.

 

 

하지만 가스페를 지나는 인터내셔널 애팔래치아 트레일(IAT)은 좀 다른 개념이다. 미국 메인 주의 카타딘 산에서 국경을 넘어 캐나다 뉴 브런스윅과 퀘벡을 연결해 트레일을 연장했기 때문에 앞에 인터내셔널이 들어간 것이다. 퀘벡 구간만 650km가 넘는다. 물론 이 IAT는 비공식적인 트레일이지만 최근에는 뉴펀들랜드까지 연장하는 개념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선 IAT의 북동쪽 끝단을 가스페 반도의 캡 가스페(Cap-Gaspe)로 보고 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모니카 2013.02.04 1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위를 깎아놓은 듯한 절벽이 푸른 바다와 아찔함을 주네요. 독특하고 아름다운 해안선입니다.

  2. 보리올 2013.02.04 22: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스페는 오랜 시간 조류와 파도에 침식된 해안선이 발달했지요. 시간나면 한번쯤 가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3. 우와 2014.01.08 18: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질이 너무 좋네요
    사진들이 하나같이 이쁨!
    저도 캐나다 살지만 저런 곳은 못가보았는데...
    이번에 학교 숙제하면서 자료 참고할만한게 있나 해서 와봤는데
    기분좋아지는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 보리올 2014.01.11 16: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숙제에 도움이 되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이런 댓글은 늘 저를 기분 좋게 합니다. 포리옹 국립공원은 한번 다녀오셔도 후회 없으실 겁니다.

 

모처럼 3일 연휴를 이용해 2011 7 30일부터 8 1일까지 2 3일 일정으로 가스페 반도(Gaspe Peninsula)를 다녀왔다. 언젠가 갈 기회가 있겠지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했던 곳을 얼떨결에 다녀온 경우다. 이 여행은 사실 내가 계획한 것이 아니다. 고등어 낚시에 관심이 많던 회사 동료가 현장을 보러 가스페를 가겠다 해서 머리나 식힐겸 따라 나선 것이다. 차량이나 운전, 식사 준비 등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무척 편하게 다녀왔다.   

 

새벽 6시에 노바 스코샤(Nova Scotia)를 출발했다. 오늘 하루만 1,000km 가까운 거리를 달린다. 출발 당시엔 부슬부슬 가랑비가 내렸는데 뉴 브런스윅(New Brunswick)을 지날 즈음엔 엄청난 폭우로 변했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진다는 일기예보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 본다. 뉴 브런스윅의 캠벨톤(Campbellton)에서 레스티구시(Restigouche) 강을 건너 퀘벡 땅으로 들어섰다. 도로 표지판이나 간판에서 갑자기 영어가 사라지면서 이국 아닌 이국에 들어온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여기 살았던 원주민 말로 가스페는 땅끝이란 의미가 있다고 한다. 가스페 반도는 동서 길이가 240km, 위아래 폭이 100~150km에 이르는 큰 땅덩이를 가지고 있다. 캐나다에서 이 정도에 크다는 표현을 쓰면 어울리진 않겠지만 내 기준으로는 무척 크고 넓었다. 신기하게도 가스페로 들어서자 주변 산세가 꼭 우리 나라 산하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륙엔 완만한 산들이 이어져 있고 삼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니 이만한 휴양지도 흔치 않을 것 같았다.  

 

뉴 리치먼드(New Richmond)에서 132번 도로를 벗어나 299번 도로로 들어섰다. 세인트 로렌스 만(St. Lawrence Gulf)을 만나는 반도 북쪽까진 140km 거리였지만, 도중에 가스페시(Gaspesie) 공원을 잠시 들를 예정이었다. 이 공원 안에 칙촉 산맥(Chic-Choc Mountains)이라 불리는 커다란 산줄기가 있는데, 그 안에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무려 25개나 된단다. 캐나다 로키처럼 웅장하거나 우람하진 않지만, 그래도 제법 옹골찬 산세를 자랑한다. 숲도 꽤 울창했다. 산이 많지 않은 캐나다 동부 지역에선 이곳이 하이킹 대상지로 각광을 받을만 했다.

 

 

가스페 반도 내륙으로 들어서자 비가 그쳤다. 높지 않은 산자락 중턱에 구름이 걸려 있었고 그 사이를 카스카페디아(Cascapedia) 강이 유유자적 흐르고 있었다.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구간도 있었다. 강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는 도로는 우리 나라 강원도 어디쯤 같았다. 마치 내린천을 따라 달리는 기분이 들어 공연히 마음이 설렜다. 이런 감흥을 무참히 깨트린 것은 바로 퀘벡 사람들의 운전 습관.도로 가운데 노란색 실선이나 속도 제한은 그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었다. 위험 구간에서도 마구 추월에 나선다.

 

 

가스페시 공원은 명칭에 국립공원(Parc National)이란 표현을 썼지만 캐나다 국립공원에 속하지는 않는다. 퀘벡은 주에서 지정한 공원 23개를 퀘벡 국립공원이라 부른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퀘벡은 참으로 별난 구석이 많은 곳이다. 어느 캠핑장에선 퀘벡 주기가 중앙에 가장 높이 걸려있고, 캐나다 국기와 미국 국기가 그 아래 놓이는 희한한 현상도 목격할 수 있었다. 역시 퀘벡답다고나 할까. 캐나다 연방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아닌가 싶었다.  

 

알베르 산(Mont Albert) 아래 작은 폭포가 있어 차를 세웠다. 해발 1,154m의 알베르 산은 고산(?)답게 구름에 가려 모습을 감췄다. 생트 안느(Sainte Anne) 폭포는 낙차가 10m에 불과했지만 수량은 대단했다. 폭포가 만들어내는 포효 소리도 우렁찼다. 무심코 폭포로 들어섰는데, 공원 안내 표지판에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친절하게 영어로 적어 놓았다. 영어로 쓸만큼 입장료 받는 일은 중요했나 보다. 그런데 돈 받는 곳이 보이질 않으니 어디다 돈을 내라는 것이지?

 

 

 

난 오래 전부터 캐나다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세인트 로렌스 강을 보고 싶었다. 나는 이 강이 가스페 위를 지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가스페 북단에서 만난 것은 강이 아니라 끝이 없는 망망대해였다. 퀘벡 시티를 지나 바다와 만나면서 강이 걸프(Gulf)로 바뀐 것이다. 걸프라면 우리 말로 바다를 표시하는 만()을 일컫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틀간 132번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이 세인트 로렌스 걸프를 지겹도록 볼 수가 있었다. 이 도로는 경치가 아름다운 도로로 알려져 있지만 내 눈에 보이는 경치는 거기가 거기 같았다.

 

 

 

라 마르트르(La Martre)의 빨간 등대를 지나 그랑드 발레(Grande Vallee)에 닿았다. 고등어 낚시로 유명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기에 방파제를 찾아 나섰다. 7~8월 고등어 낚시철이면 토론토 한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곳이다. 아예 여름 휴가를 몽땅 고등어 낚시에 투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수백 마리나 되는 고등어를 잡아 현지에서 직접 손질을 한다.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내장을 빼낸 후 아이스 박스에 담아 집으로 가져가 냉동을 한다. 며칠 고생해서 1년 먹을 고등어를 장만하는 것이다.

 

 

이런 열정적인 고등어 낚시꾼들을 어떤 호텔이나 모텔에선 투숙을 거절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수백 마리 고등어를 손질하면서 욕조를 피투성이로 만들어 놓고는 그냥 가버리는 사람도 있었고, 객실에서 매운탕을 끓여 먹거나 숙박 인원을 속이는 사람들도 있어 주인들이 한국인이라 하면 싫어한다는 것이다. 의지의 한국인이라 해야 하나, 어글리 코리언이라 불러야 하나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가 그랑드 발레 방파제에 도착했을 때에도 한인 낚시꾼 대여섯 명이 고등어 잡이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이건 낚시가 아니었다. 낚시대로 잡는다 뿐이지, 물고기와 시루는 과정이 없었다. 루어를 단 낚시를 바닷물에 집어 넣으면 고등어가 기다렸다는 듯이 물어주는 식이었다. 현지인들도 꽤 보였다. 먹기 위해 고등어를 잡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재미 삼아 낚아선 우리같은 사람에게 그냥 주기도 한다. 10살쯤 된 꼬마가 마침 고등어를 낚아 올려선 나에게 불어로 뭐라 이야길 한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눈치로 내게 주겠단 의미라는 것을 알아챘다. 웬 횡잰가 싶었다. 토론토에서 왔다는 한 교민에게서 네 마리를 더 얻었다. 오늘 저녁에 구워 먹을 만큼의 고등어를 구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행글라이딩 축제가 한창인 어느 마을을 지나 포리옹 국립공원에 인접한 캠핑장에 도착했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속에 텐트를 치고는 고등어를 손질하러 바닷가로 내려갔다. 여기는 비가 내리는데 서쪽 하늘은 석양빛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저녁 준비는 쉘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난로에 장작을 때서 숯불을 만든 뒤에나 고등어를 구워야 했기에 저녁 10시가 넘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텐트보다는 난로가 있는 쉘터에서 홀로 비박을 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