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07.21 용문산 (4)
  2. 2014.11.21 남덕유산
  3. 2014.01.29 시모어 산(Mt. Seymour) (6)

용문산

산에 들다 - 한국 2015. 7. 21. 08:50

 

아무런 약속도 없는 연휴를 맞았다. 방에서 뒹굴기도 그래서 혼자 어디를 갈까 고민하고있는데 문득 용문산이 떠올랐다. 오래 전에 아들과 둘이서 산행했던 기억도 있었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점도 좋았다. 용문사 앞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여전히 잘 있는지도 궁금했다. 전철을 타고 용문역에 내렸다. 마침 길거리에 장터가 열렸지만 산에 다녀와서 보자고 그냥 지나쳤다. 버스터미널에서 용문사 가는 버스에 올랐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용문사를 찾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이제 용문사는 고적함과는 거리가 먼 유명 관광지가 되었고, 사찰 경내에는 무슨 불사를 한다고 시주 타령하는 듯 해서 오래 머무르질 않았다.

 

산길로 들어오니 한적해서 좋았다. 용문사는 사람들로 붐비는데 산길엔 등산객 몇 명이 전부였다. 등산로 옆으로 흐르는 계류가 얼음을 깨고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고드름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아선 산 속은 아직 겨울을 나고 있는 듯 했다.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엔 눈이 꽤 쌓여 있었다. 정상 가는 길을 알리는 팻말도 눈에 파묻혀 윗부분만 겨우 보였다. 혹시나 해서 아이젠을 꺼내 신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용문산 주변에 펼쳐진 설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설산을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한국에서 이런 설경을 바라볼 수 있다니 이 무슨 행운이란 말인가. 눈을 밟으며 미끄러운 길을 오르고 있지만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정상 아래서 정상으로 연결된 계단에 닿았다.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기다리고 있었다. 손바닥에 땅콩을 올려놓고 산새를 기다리는 한 할머니도 있었다. 경계심이 유독 많은 우리 나라 산새들이 과연 날아올까 했는데 겁 없는 녀석들이 손에 올라 냉큼 땅콩을 집어 먹는다. 눈 덮힌 겨울산에서 먹이를 구하기가 쉽진 않겠지.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용문산 정상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어 한 귀퉁이에 정상석을 설치해 놓고 나머지 공간은 철망을 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철망 한쪽엔 무슨 리본을 그리 잔뜩 달아 놓았는지 내 눈엔 모두 쓰레기로 보였다.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리본을 달아 놓았을까 궁금했다. 혹시 이게 무슨 기념장식이나 광고로 보여지길 바랬던 것일까? 씁쓸한 마음으로 해발 1,157m라 적혀 있는 정상석을 뒤로 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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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21 1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리올 2015.07.22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얼마 전에도 동일한 제안이 있어 답글을 올렸는데 못 보신 모양이군요. 좀더 고민해보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2. 스페니 2015.11.29 0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용문산에 다녀오셨군요! 저도 얼마전 아이들의 수능이 있었던 날 도시락전해주고 기다리는 사이에 시간이 충분하여 용문사에 다녀왔어요 은행잎은 거의 떨어지고 쪼글한 은행들만 줄줄이 달려있더군요 그래도 오랫만에 오솔길걸으니 좋았어요~~^^

    • 보리올 2015.11.29 08: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수능이라면 최근에 용문사를 다녀오셨군요. 용문사까지 오르는 오솔길도 가을 정취가 넘치는 곳이죠. 은행나무는 잘 있죠?

남덕유산

산에 들다 - 한국 2014. 11. 21. 09:00

 

대전에 있는 친구로부터 덕유산 가자는 전화를 받았다. 산에 가자고 불러주는 친구가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그러자 했다. 금요일 저녁 KTX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갔다. 그 친구 집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남덕유산 아래에 있는 상남리로 향했다. 두 친구가 추가로 합류해 일행은 모두 네 명. 규모가 단출해서 좋았다.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새벽 5. 하늘엔 별이 총총했고 달도 밝았다. 랜턴도 필요가 없었다. 경남 교육원을 지나 산길로 접어 들면서 랜턴을 꺼냈다. 날씨도 그리 춥지 않았고 바람도 거의 없었다. 육십령에서 올라오는 백두대간 능선으로 올랐다. 옛 친구를 만난 듯 몹시 반가웠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이 길을 몇 번인가 지나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배낭을 내리고 선 채로 간식을 먹었다.

 

서봉으로 오르던 능선 위에서 일출을 맞았다. 산에서 맞는 해돋이는 늘 가슴을 뛰게 한다. 서서히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어오더니 건너편 능선 위로 태양이 치솟는 것이 아닌가. 시야가 탁 트인 바위 위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태양을 맞았다. 산자락에서 새로운 하루를 맞는 행복을 누가 알런가 모르겠다. 이런 맛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산행을 서두르는 것 아니겠는가. 하늘은 대체로 청명한데도 서봉과 남덕유산 주변에는 구름이 몰려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서봉으로 고도를 높일수록 산은 점점 겨울산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무엔 설화나 상고대가 피었고 산길에선 눈이 밟히기 시작했다. 이제 겨울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서봉은 해발 1,492m의 높이를 가지고 있는 봉우리로 일명 장수덕유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산은 남덕유산과는 달리 백두대간 주능선에 속해 있다. 서봉에 올라 바라보는 덕유능선의 장쾌함이 단연 압권이다.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이 능선길을 난 좋아한다. 언젠가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맞춰 달빛을 벗삼아 이 능선길을 홀로 걷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곤 있지만 아직 그 꿈을 이루진 못했다. 우리의 목적지인 남덕유산은 바로 서봉 옆에 위치해 있는데, 서로 마주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래로 내려섰다가 남덕유산으로 올랐다. 해발 1,507m의 남덕유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지금까지 눈에 담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영각지킴터로 하산을 서둘렀다. 경사가 꽤 급하긴 했지만 곳곳에 계단이 설치되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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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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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서 혼자 산을 찾는 경우가 흔하진 않지만 오랜만에 홀로 한겨울 시모어 산을 찾았다. 여름에는 곰과 조우하는 경우가 있어 최소한 네 명이 함께 움직이라 하지만 겨울에는 곰이 동면을 한다. 그래도 겨울산은 눈사태의 위험성이 있어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이라면 동료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좋다. 그룹으로 산행하는 경우완 달리 혼자하는 산행은 호젓해서 좋았다. 난 사실 현지인들이 어떻게 시모어를 즐기는 지를 보고 싶었고,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어느 피트니스 센터에서 왔다는 여성 그룹이 스노슈잉을 하면서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일주일에 한 번 스노슈잉이 프로그램에 들어있다고 했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들고 산에 오르는 사람도 많았다. 난 이들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 부르며 내심 부러워한다. 이들은 스키장 슬로프보다는 대자연에서 눈과 놀기를 좋아한다. 버진 파우더에 흔적을 남기며 아래로 내리꽂는 기분은 과연 어떨까. 스노슈즈를 신고 강아지와 눈 위를 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눈산을 즐기는 방법이 참으로 다양했다.

  

시모어 정상인 제3(Third Pump Peak)까진 가지 않았다. 시모어의 뛰어난 경치는 제1(First Pump Peak)에 올라 보는 것이 더 멋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해발 1,407m의 제1봉까진 마운트 시모어 트레일을 타고 두 시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산행 출발점이 해발 1,000m 지점이니 그리 어렵지 않은 산행이었다. 산행을 하면서 오른쪽으로 거대한 산괴를 자랑하는 베이커 산(Mt. Baker)이 나타났다. 골든 이어스(Golden Ears) 산도 그 독특한 모양새를 드러낸다. 고도를 높여 제1봉에 오르면 북으로 스쿼미시와 휘슬러에 있는 산군들이 도열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밴쿠버 도심과 밴쿠버 아일랜드, 태평양, 국경 너머 미국의 산하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이 경치는 정말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제1봉만 올라도 너무나 뛰어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시모어 산이 가까이 있어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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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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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2.04 1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들어하지 않고 즐거운 표정이라 보기도 좋습니다...제겐 그림의 떡 아니 눈밭이지만~ ㅠㅠ

  2. 보리올 2014.02.04 1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지인들이 자연을 즐기는 방법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보다 무척 다양하게 자연에서 즐거움을 찾지요. 한 번씩은 따라해 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여건이 허락하질 않네요.

  3. 권선호 2014.02.13 17: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virgin powder라.. 원래 그렇게들 쓰고 있는가??

    저렇게 아름다운 설경을 두고 즐기지 않는 바보들도 있는가??
    너무 아까워서 그러네..
    대자연의 위대함은 끝이 없구먼..
    부러운 사람들...

    • 보리올 2014.02.13 18: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기 설경 참으로 좋지. 캐나다 로키완 또 다른 맛일세. 겨울에 식구 데리고 한번 오게나. 평생 구경할 눈을 한번에 다 보여주지. 올해는 눈이 적어 좀 어렵지만 내년에 좋아지겠지. 버진 파우더, 즉 처녀 가루는 바로 신설을 의미하지. 영어 사전에도 나올 걸, 아마.

  4. Justin 2014.03.10 06: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름에는 그라우스산을 가장 많이 가봤다면 겨울에는 시모어산을 가장 많이 가봤습니다. 마치 한국에서는 북한산을 가장 많이 가봤듯이 매우 친숙하고 정감있는 산입니다.

    • 보리올 2014.03.10 0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모어 산은 겨울에 맞는 산이란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단다. 여름에 산자락이 다 드러나 휑한 모습보다는 눈에 덮여 있는 모습이 훨씬 아름다운 산이지. 봉우리에 올라 바라보는 조망도 뛰어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