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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호수를 고사인쿤드라 부르지만, 현지에선 고사이쿤다(Gosaikunda)라 부르기도 한다. 아침에 맞는 호수는 좀 색달랐다. 고요하고 신비롭다고나 할까. 해가 높이 떠오르면 그런 느낌이 많이 사라질 것이다. 왜 시바 신은 삼지창으로 한 번만 찍었을까 상상해보았다. 심심풀이로 몇 번 더 찍었다면 호수가 그만큼 늘어나 이 지역은 더 큰 성지가 되었을 것이고, 호수가 많지 않은 히말라야에 뛰어난 풍광을 선사했을 터인데 말이다.

 

이번 트레킹 구간 중에 가장 높은 지점인 라우레비나 패스로 오른다. 해발 고도 4,400m인 고사인쿤드 로지에서 잠을 자고 4,610m까지 오르는 발길이 좀 무거워 보인다. 패스에 오르니 어제 보았던 마나슬루와 히말출리 연봉이 다시 보인다. 아쉽지만 여기서 작별을 고해야 했다. 우리는 반대편으로 내려서기 때문에 다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페디(Phedi)에서 점심을 먹었다. 산 아래로는 여전히 구름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었다. 지루한 내리막이 계속 된다. 고도를 낮추면서 구름 속을 들락거리기도 한다. 산길에 야생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선 고도를 많이 낮춘 모양이다. 야생화가 나타날 때마다 꽃박사인 안영숙 회장의 교성이 이어진다. 곱테(Gopte)에 내려서니 다시 구름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우리는 지난 이틀을 구름 위에서 신선놀음을 하고는 구름 속으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곱테 로지는 지금까지 묵은 로지 중에서 시설이 가장 열악했다. 송판으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방은 바람도 솔솔 들어오고 옆방에서 뒤척이는 소리, 코고는 소리, 심지어 방귀 소리까지 모두 들려온다. 옆방에서 누가 밖으로 나갈 때면 찌그덕거리는 소음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다. 그래도 11~12시간씩 누워 있기 때문에 수면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긴 할 수가 없다.

 

새벽 2시경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밤새 하늘을 가렸던 구름이 모두 걷힌 것이다.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이 우수수 쏟아질 듯 했다. 밤공기가 춥지만 않았다면 여기서 비박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낭만인지 청승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멀리서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방으로 돌아갈 생각도 잊고 잠시 멍하게 물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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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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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영숙 2013.10.11 1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Cosaikunda lake은 이름도 신비로워 마음의 한자리에 매김한듯 이름도 생생하게 잊혀지지 않고있어요.
    그날 아침은 기온도 급강한듯 down jacket을 입고 출발했고,호수가에 얼음도 얼은듯 싶네요.

  2. 보리올 2013.10.11 1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말라야엔 호수가 많지 않아 고사인쿤드와 같이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으셨는지도 모르지요.

 

잠에서 깨어나 창문 커튼을 젖히고 날씨부터 확인을 한다. 세상은 여전히 구름 속에 갇혀 있었다. 혹시 몰라 카고백에서 아이젠과 우산을 꺼내 배낭에 넣었다. 다행히 비가 내리진 않았다. 밤새 비를 뿌린 흔적도 없었다. 시야도 어느 정도는 트여 50m 이내는 식별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구름 속을 걷는 재미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개축 중에 있는 사찰에 들러 100루피 시주도 했다.

 

사랑파티까지는 줄곧 오르막. 가끔 시골 오솔길같은 정겨운 구간도 나타났다. 사랑파티에 이르자, 어느 덧 구름 위로 불쑥 올라선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발 아래 구름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었다. 높이 솟은 산자락만 구름 위로 치솟아 그 높이를 뽐낸다. 가이드 지반이 손끝으로 가네쉬 히말과 랑탕 리룽, 그리고 멀리 마나슬루(Manaslu)를 가르킨다. , 몇 년만에 다시 보는 마나슬루인가.

 

고사인쿤드에 이르는 길은 의외로 멀었다. 꾸준히 오르막이 이어지기 때문에 더 멀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산 아래로 융단처럼 펼쳐진 구름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굽이를 몇 번인가 이리저리 돌아서야 호수 세 개를 볼 수가 있었다. 힌두교에서 성지로 모시는 곳이 바로 여기다. 시바 신이 삼지창을 꽂았단 전설이 서린 곳이기 때문이다. 

 

로지에 짐을 부리고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호수에 석양의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 앉는다. 힌두교 성지라서 그런지 엄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힌두신상을 중심으로 왜 티벳 불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룽다가 펄럭이는지 궁금했지만 지반에게 묻지는 못했다. 어느 바위에 올라 구름 위로 내려앉는 석양을 바라보며 언젠가 이곳을 다시 올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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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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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10.09 1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 허리에 걸쳐있는 하얀 것이 구름이라면 구름보다 더 높은 곳에 서 계시는거네요...옥황상제와 선녀가 구름타고 다닌다던데 그럼 사진속의 분들이 바로 등산꾼과 선녀???

  2. 보리올 2013.10.09 1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가 하루 종일 구름 위에서 걷고 유유자적한 것은 사실입니다. 선녀와 나뭇꾼은 어릴 때 들어보았습니다만 '선녀와 등산꾼'이란 말은 처음입니다. 참으로 멋진 표현입니다.

  3. 안영숙 2013.10.11 1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일 정도는 계속 하이얀 솜털같은 구름위에서 두둥실 떠다닌듯 기억이 납니다.

    긴딩,아주 귀엽게 생긴 청소년이, 바로 김치를 먼길에서 가져온아이,, 이젠 삶은 감자를 미소지으며
    가져옵니다, 자잘하게 생긴 감자는 한입 두입이면 끝납니다..

  4. 보리올 2013.10.11 1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름 위를 노닐던 신선놀음이 생각나시죠? 랑탕이 우리에게 선사했던 멋진 추억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씨알은 작지만 맛은 결코 어느 감자에 떨어지지 않던 히말라야 감자도 생각이 납니다. 언제 또 가죠?

  5. 안영숙 2013.10.11 1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 또 간다면 히말라야의 국화, 랄리구라스?의 향연을 즐길수 있는 3월이면 어떨까요...

    내려오면서 키가 꾸부정한 Chritmas poinsettia의 빨간 모습은 나 혼자 훔쳐 본듯 하네요.

  6. 보리올 2013.10.11 1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에 히말라야를 가면 랄리구라스를 볼 수가 있습니다. 저는 마칼루 하이 베이스캠프를 오를 때 몇 종류의 랄리구라스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꽃 색깔이 몇 가지나 있더구만요.

 

해발 3,800m의 걍진곰파에서 보낸 하룻밤이 녹녹치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면 어제 마신 맥주 때문일까? 다들 약한 고소증세를 보이고 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안영숙 회장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코피도 터지고 아침 먹은 것을 토한다. 바로 약을 복용시키고 출발을 서둘렀다. 고소증세엔 하산이 최고라 하지 않던가. 마침 우리는 라마호텔로 하산해 다른 목적지인 고사인쿤드로 향할 예정이었다.

 

고산병을 걱정하며 천천히 올라온 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내려갔다. 길 가운데 돌무더기로 쌓아올린 마니석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물줄기를 호스로 연결해 마니차를 돌리는 장면도 가끔 눈에 띈다. 마니차가 한 바퀴 돌 때마다 청명한 종소리가 나게끔 설계가 되어 있었다.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르막 길에 비해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이리라.

 

한 대장이 포터 한 명과 먼저 내려간 탓에 일행이 단출해졌다. 우리 일행 넷에 가이드, 요리사 그리고 포터 5명으로 줄었다. 운이 좋게도 트레킹 첫날부터 날이 좋았다. 눈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밴쿠버 지인에게 아이젠 사진을 찍어주겠다 약속한 것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았다. 고사인쿤드를 지나 4,600m 지점에 있는 라우레비나(Laurebina) 패스가 남았으니 그때를 기약하는 수밖에.   

 

해발 고도 3,000m 아래로 내려오니 숲도 나오고 그늘이 생겨 햇빛을 피할 수 있었다. 라마호텔에 여장을 풀고 오랜만에 온수로 샤워도 했다. 고사인쿤드로 올라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지만 오늘같은 날 맥주 한 잔이 빠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저녁 식사 때는 반주 삼아 소주에 맥주를 섞은 폭탄주가 한 잔씩 돌았다. 그래야 10~11시간씩 자야하는 현실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히말라야에선 시간이 참 늦게 흐른다. 히말라야의 하루는 먹고 걷고 잠자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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