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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09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 6 (2)
  2. 2013.05.04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 1

 

아침에 로지를 나서며 계산을 하는데 분명 맥주 두 캔을 마셨건만 계산서에는 네 캔이 청구되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동생이 밤늦게 다시 나와 포터와 두 캔을 더 마셨단다. 동생은 기억을 못하겠다 하고. 어제 시누와에서 사온 양주 한 병을 둘이 나눠 마셨더니 둘다 술에 취했던 모양이다.

 

타그룽(Taglung)에서 길을 잃어 잠시 헤맸다. 중간에 왼쪽으로 빠졌어야 했는데 무심코 직진을 한 것이다. 간드룩이나 고레파니로 가는 길이 워낙 넓다 보니 지누단다로 가는 샛길을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이었다. 길을 물어 다시 되돌아 온다고 30분을 허비했다. 지누단다 로지 주인이 우릴 반갑게 맞는다. 동생에게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막내라 부른다. 내가 동생을 부르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점심을 먹기로 했던 샤우리 바자르까지는 꽤 거리가 멀었다. 뜨거운 햇빛에 점점 발걸음이 느려진다. 날씨는 왜 이리 더워지는지 모르겠다. 뉴 브리지와 큐미를 지났다. 마을이 나타날 때마다 엉덩이를 붙이고 맥주나 콜라를 시켰다. 더위에 대항할 다른 방도가 없었다. 학교 운동장과 논에서 무리를 지어 놀이를 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어딜 가나 학생들은 천진난만하고 놀기를 좋아한다. 탁아소와 학교 앞에는 모금함을 놓고 트레커들에게 기부를 하라 유혹한다.

 

샤우리 바자르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였다. 우리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와 우리 일거수일투족을 구경한다. 배낭에서 꺼낸 조그만 버너와 한국 라면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졸지에 우리가 동물원 원숭이가 되었다. 나야풀에 이르러 트레킹을 종료했다. 이제 더 이상 산길을 걷지는 않는다.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누리가 친구 한 명을 데려와 포카라까지 태워줬으면 좋겠다 한다. 비좁은 불편만 참으면 추가 비용은 발생하지 않으니 그러자 했다.

 

시골길을 달리는 택시의 속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들 운전 솜씨는 환상적이라 할만하다. 빵빵거리는 경음기 소리를 적당히 섞어가면서 말이다. 포카라에서 누리와 헤어졌다. 어디로 가서 숙소를 찾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택시 기사가 아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다고 우리를 그곳에 데려다 주었다. 게스트하우스 매니저는 의외로 호주인 여성 주디(Judy). 하룻밤에 400루피를 달라고 한다. 그리 비싸지 않아 좋았다. 시설은 산속 로지보다 훨씬 좋았다. 적당히 피곤한 육신을 쉬기엔 딱이었다.

 

 

 

 

 

 

 

 

 

 

 

 

 

 

 

 

 

 

 

<트레킹 요약>

개인 사업을 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동생과 단 둘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에 나섰다. 워낙 바쁜 친구와 함께 한 시간이라 1주 이상의 일정을 짤 수가 없었다. 2007 11 15일에 트레킹을 시작해 11 21일 트레킹을 마쳤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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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7.16 1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만 보아도 힘들어 보이는 자갈돌길을 배낭과 카메라까지 메고 걸어가셨네요.. 풍경이 대단하다..일련의 과정이 신기하다..얕은 표현력으로는 이렇게밖에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사진에 구멍이 생겼나 잘 살펴보세요..ㅎㅎ 제가 뚫어지게 보았거든요..^^

  2. 보리올 2013.07.16 14: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올린 글과 사진을 다시 보는 기회를 주시는군요. 여기 올린 사진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진 마세요. 사진에 구멍 뚫리면 나중에 책임지셔야 합니다. ㅎㅎㅎ

 

히말라야 트레킹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그리고 랑탕 트레킹을 꼽는다. 그만큼 인지도나 유명세에서 앞서는 곳이다. 처음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서는 동생을 데리고 어디를 갈까 고민했지만 결론은 금방 났다. 바쁜 회사 생활로 오래 사무실을 비울 수 없는 동생의 입장을 고려해 가장 짧은 코스인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를 택한 것이다. 해발 고도도 다른 곳에 비해 부담이 적은 4,130m에 불과하다.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면 일반인도 고산병에 대한 걱정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시도하는 코스가 대개 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다. 이를 줄여서 보통 ABC라 부르기도 한다. 안나푸르나에는 남면과 북면에 각각 베이스 캠프가 있는데 정상에 도전하는 원정대는 주로 북면으로 간다. 물론 안나푸르나 남벽을 타려면 당연히 남면 베이스를 이용하지만 워낙 난코스라 원정대가 그리 많지 않다. 트레킹은 모두 남면 베이스로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코스엔 지나치는 마을마다 로지가 많아 어디에서나 숙박과 식사가 가능하다. 야영이나 취사 부담이 없어 너무 편하게 다녀오는 것 아닌가 싶어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카트만두에 도착해 비자 수속을 밟았다. 과거엔 길게 줄을 서서 두 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었는데 이번에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더구나 난 지난 봄에 받은 비자가 아직도 유효하다고 수수료 30불을 되돌려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다. 네팔도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주 산꾼 박정헌 대장을 공항에서 만났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이다. 공항에 마중나온 장정모에게서 포카라로 가는 국내선 티켓을 받았다. 고맙게도 집에서 김밥을 준비해 왔다. 포카라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국내선 청사에서 박대장과 같이 나눠 먹었다.

 

포카라행 20인승 경비행기가 하늘로 날아 오른다. 날씨가 맑아 설산이 우리 시야에 들어왔다. 포카라로 갈 때 비행기 오른쪽 좌석에 앉으면 이렇게 안나푸르나 연봉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포카라 공항에서 미리 도착해 있던 포터를 만났다. 이름이 누리라 했던 것 같다. 공항에서 택시를 잡고 나야풀(Nayapul)까지 가자고 흥정을 벌였다. 택시 표식과 미터기가 없는 것을 보아선 무면허 택시임이 분명하다. 1,000루피에 합의를 보았다. 달리는 택시 차창을 통해 붉게 물든 마차푸차레를 볼 수가 있었다.

 

날이 금방 어두워지면서 마차푸차레도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어둠을 달려 나야풀에 도착했다. 허름한 매점에서 식빵과 콜라로 일단 허기는 면했다. 나야풀에 있는 로지는 시설이 별로라 비레탄티(Birethanti, 1,025m)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로지를 잡고 허기진 배를 채웠다. 트레킹 첫날이라 누리를 불러 우리 식탁에서 밥을 먹였더니 이것도 외국인 가격을 받는다. 혹시가 역시가 되었다. 모디(Modi) 강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방에 들어 책을 읽다가 저녁 9시가 넘어 조금 일찍 잠을 청했다. 꽤나 피곤했던 모양이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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