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마우스에서 남하를 시작해 프란츠 조셉 빙하와 폭스 빙하를 지났다. 뉴질랜드 남섬의 웨스트 코스트(West Coast)를 달려 퀸스타운(Queenstown)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웨스트 코스트는 남북으로 600km에 이르는데, 서쪽엔 타스만 해(Tasman Sea), 동쪽엔 남알프스의 산악 지형이 버티고 있다. 하스트(Haast)에 도착하기 직전에 타우파리카카 해양 보전지구(Tauparikaka Marine Reserve)에 들렀다. 하스트에서 해안을 벗어나 내륙으로 들어서기 때문에 잠시라도 해변을 거닐며 바닷내음을 맡으려 했다. 하지만 멋모르고 해변으로 들어갔다가 샌드플라이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순식간에 손등과 목에 십여 방을 물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스트의 허름한 식당에서 피시 앤 칩스로 점심 식사를 했다.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식당에 음식도 성의가 없었지만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몰려와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스트 강을 따라 동진하다가 마운트 어스파이어링(Mount Aspiring) 국립공원을 관통했다. 국립공원을 벗어나면서 웨스트 코스트를 떠나 오타고(Otago) 지방으로 들어섰다. 규모가 큰 와나카 호수(Lake Wanaka)와 하웨아 호수(Lake Hawea)를 지났다. 산자락과 호수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 제법 아름다웠다. 차를 몰아 카드로나 밸리(Cardrona Valley)를 지나는데,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이는 장면을 발견했다. 길고 긴 울타리에 블래지어가 끝없이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급히 차를 세웠다. 사람들이 1998년 크리스마스와 1999년 새해 첫날 사이에 재미로 시작한 것이 소문이 퍼지면서 나날이 그 숫자가 늘어났다고 한다. 이 블래지어 울타리(Bra Fence)를 누가, 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유쾌한 착상에 내심 즐겁긴 했다.

 

 

 

하스트를 향해 6번 하이웨이를 따라 웨스트 코스트 지역을 달렸다.

 

 

 

 

타우파리카카 해양 보전지구의 해변을 거닐다가 샌드플라이의 공격을 받곤 바로 차로 철수했다.

 

 

맛도, 성의도 없었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들렀던 하스트의 식당

 

 

뉴질랜드에서 네 번째로 큰 와나카 호수라 그런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와나카 호수보단 좀 작았지만 하웨아 호수도 그 길이가 35km에 이르렀다.

 

 

누군가의 유쾌한 착상으로 졸지에 카드로나 밸리의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블래지어 울타리

 

 

 

 

퀸스타운으로 이르는 길에 다시 산악 지형이 나타나 눈을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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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rana. 2016.03.23 1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스트 쪽이 생각지 못했던 멋진 풍경이 많았어서 기억에 많이 남네요^^ 저도 샌드플라이 땜에 고생 많이 했었는데ㅋㅋ 그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는ㅠㅠ

    • 보리올 2016.03.23 13: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엘다님은 뉴질랜드를 잘 아시는군요. 밀포드 트랙에서도 샌드플라이에 물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 해변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물린 곳을 긁으면 그 흔적이 꽤 오래 가더군요.

  2. Justin 2016.05.17 1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은 고추가 맵다고 샌드플라이의 무시무시함이 생각납니다. 그나저나 브라 펜스는 참 엉뚱하지만 재밌네요 ~ 누가 시작했을지 궁금합니다.

    • 보리올 2016.05.18 0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브라 펜스는 아주 독특한 아이디어 같더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고 사림들이 즐겁게 따르는 것이 재미있더구나.

  3. 김치앤치즈 2016.05.29 2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뉴질랜드 북섬은 둘러보았는데 아쉽게도 남섬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사진보니 더 가보고 싶네요. 그나저나 브래지어 울타리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담에 뉴질랜드 남섬에 가면, 저도 하나 기증해야겠군요.ㅎㅎ

    • 보리올 2016.05.30 12: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북섬에 비해선 남섬의 경치가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자연이 살아있는 세계에서 몇 군데 안 되는 곳이라 더욱 그리 보였나 봅니다. 그래도 전 캐나다가 훨씬 좋던데요.

 

그레이마우스(Greymouth)를 출발해 뉴질랜드 남섬 서해안을 따라 남하하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다 풍경이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프란츠 조셉 빙하(Franz Josef Glacier)까지는 2시간 반이 걸렸다. 웨스트랜드(Westland)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 있는 빙하를 들어가는데도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계곡 곳곳에 폭포가 많았다. 우리 나라에 있었다면 예외 없이 이름을 얻었을텐데 여기선 이름도 없는 무명폭포에 불과했다. 빙퇴석이 널려있는 모레인 지역을 지나 빙하로 접근했다. 빙하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빙하 끝단에서 750m 떨어져 있었다. 이 빙하 끝단은 해안선에 가까이 위치해 있어 해발 고도가 300m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빙하 위로는 올라가지 못 했다. 빙하엔 가이드 투어나 헬기를 타고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이가 12km라 했지만 아래서 보는 빙하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해발 3,755m의 뉴질랜드 최고봉 마운트 쿡(Mt. Cook), 즉 아오라키(Aoraki)도 구름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데는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6번 하이웨이를 타고 줄기차게 달렸다. 산과 계곡, 호수, 도로, 1차선 다리와 어우러진 풍경이 한가로워 마음이 편해졌다.

 

프란츠 조셉 빙하로 들어가기 위해선 동명의 마을을 통과해야 했다.

 

 

프란츠 조셉 빙하로 들어가는 트레일헤드에 섰다.

 

 

빙하로 접근하는 도중에 계곡으로 흘러 드는 많은 폭포와 마주쳤다.

 

 

 

멀리서 빙하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전거 여행객 한 명은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빙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황량한 모레인 지역을 통과해 빙하로 접근하고 있다.

 

 

프란츠 조셉 빙하를 올려다 보는 전망대에 닿았다. 인형으로 만든 레인저가 우릴 반겼다.

 

우리가 올라온 길을 되밟아 하산을 시작했다.

 

 

 

빌리지에 있는 카페에서 현지식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손님이 무척 많았다. 돼지 갈비를 시켰는데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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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5.20 15: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빙하가 해발 300미터 정도에 있다고하니 신기합니다. 왠지 빙하는 높은 고산에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 보리올 2016.05.21 0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깊은 산속이 아니라 바닷가에 있는 산이라 그렇지. 알래스카에선 빙하 끝단이 바다와 닿아 있으니 해발 고도가 제로이기도 하단다.

 

뉴질랜드 남섬 동해안에 면해있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서해안의 그레이마우스(Greymouth)까지 매일 한 차례씩 왕복 운행하는 트란츠알파인(TranzAlpine) 열차에 올랐다. 크라이스트처치를 아침 8 15분에 출발한 열차는 12 45분에 그레이마우스에 도착했다. 223km의 거리를 4시간 반에 도착한 것이다. 열차 여행으로는 세계에서 꽤나 유명하다고 해서 가슴이 설렌 것은 사실이었다. 차량 중간에 오픈 에어 캐리지라 하여 유리창 없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사진 찍기에 좋았다. 열차는 캔터베리 평원과 와이마카리리(Waimakariri) 강을 따라 형성된 계곡을 달린 후에 남알프스 산악 지형을 통과했다. 해발 900m 높이의 아서스 패스(Arthurs Pass)에서 많은 승객들이 내렸다. 줄곧 밖을 내다보며 어떤 풍경이 나타날까 기다렸지만 눈 앞을 지나치는 경치는 그저 그랬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열차 여행에서 안타깝게도 난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트란츠알파인 열차를 타기 위해 크라이스트처치 역에 도착했다.

 

 

열차가 역으로 들어와 승객들이 짐칸에 수화물을 싣고 있다.

 

승객칸 풍경

 

간단한 음식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열차 앞뒤에 마련되어 있었다.

 

열차 중간에 마련된 오픈 에어 캐리지에는 창문이 없어 사진 찍기에 좋았다.

 

 

 

 

 

 

 

 

 

오픈 에어 캐리지에서 밖을 내다 보며 지나치는 풍경을 지켜 보았다.

 

동명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아서스 패스는 각종 아웃도어를 즐기기에 좋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트란츠알파인 열차의 종착점인 그레이마우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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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돌이 2016.03.19 20: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곳 여행중이시네요
    즐감하고 갑니다

    • 보리올 2016.03.20 0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전 뉴질랜드 여행을 마치고 며칠 전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오래 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고 있지요.

  2. Justin 2016.05.23 1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뉴질랜드가 홍보를 잘한건지 너무 과대평가된 곳이 많은게 아닐까요? 그러고보니 만약에 제가 어렸을때 알프스 기차를 타보았다면 그 이후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해본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보리올 2016.05.23 16: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쎄다. 자연이 청정하고 아름답다는 뉴질랜드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는 것 같았다. 이 세상엔 이보다 좋은 곳도 많은데 말야. 기차 여행은 그 특유의 운치가 있어 해볼만 하더라.

 

오클랜드로 입국해 크라이스트처치에 닿았다. 입국 절차도 까다로웠고 수화물을 찾아 세관을 통과 후에 다시 국내선 청사로 이동해 짐을 부치는 것도 번거로웠다. 음식이나 과일 반입에 유별나게 신경 쓰는 것이야 뭐라 하긴 어렵지만 등산화 반입까지 조사를 하니 좀 의아하긴 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캔터베리 주의 주도로 뉴질랜드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라 한다. 2010년에 이어 2011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도시가 심하게 피해를 입어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내진 설계를 반영해 새로운 건물을 짓느라 그리 늦은 것인지, 아니면 도시 재건에 소요되는 자원이 한정되어 그런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19세기 영국 사회를 모델로 건설해 영국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는 아름다운 도시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방치된 반파 건물이나 비계로 둘러싸여 복구 중인 건물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호텔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섰다. 바로 커시드럴 스퀘어(Cathedral Square)가 나왔다. 63m의 첨탑은 무너지고 대성당도 반쯤 허물어져 철조망으로 격리되어 있었다. 1901년에 완공되었다는 신의 공간도 자연 재해는 이겨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커시드럴 스퀘어에서 트램에 올랐다. 크라이스트처치의 명물로 통하는 트램을 타고 도심을 먼저 일견한 것이다. 카드보드 대성당(Cardboard Cathedral)은 일본 건축가의 설계로 2013년에 지어졌다. 98개의 카드보드 튜브를 사용해 임시로 지은 대성당은 뾰족한 삼각형 형상에 창문 또한 삼각형으로 낸 것이 꽤 인상적이었다. 트램에서 내려 발길 닿는 대로 도심을 걸었다. 리스타트 몰(Re:Start Mall)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옆에 컨테이너를 사용해 쇼핑몰을 만든 발상 자체가 신기했다. 가게뿐만 아니라 카페나 푸드 트럭도 들어와 있었다. 식물원(Botanic Gardens)도 한 바퀴 돌았다. 한가롭게 걸을 수 있는 이런 공간이 도심에 있다는 것이 좋았다.

 

오클랜드에서 국내선으로 이동해 크라이스트처치 행 항공편으로 갈아탔다. 에어 뉴질랜드 항공기만 눈에 들어왔다.

 

 

커시드럴 스퀘어는 반쯤 무너진 대성당 옆에 자리잡고 있다.

 

 

 

커시드럴 스퀘어에서 크라이스트처치의 명물로 통하는 트램에 올랐다. 중간에 내렸다가 다시 탈 수 있었다.

시내를 한 바퀴 돌고는 제 자리로 돌아왔다.

 

 

지진으로 무너진 대성당을 대신해 임시로 지은 카드보드 대성당은 700명을 수용할 수 있단다.

 

 

도심 전체가 지진으로 입은 피해를 보여주고 있었다. 도처에 콘테이너를 가건물로 사용하고 있는 듯 했다.

 

 

리스타트 몰도 콘테이너를 사용한 상가였는데 밝은 색상으로 외관을 칠해 분위기가 좋았다.

 

 

 

에이번 강(Avon River)으로 둘러싸인 크라이스트처치 식물원을 한가롭게 걸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는데 하늘엔 석양이 내려앉고 있었다.

 

 

현지인이 주저 없이 최고로 꼽은 스트로베리 페어(Strawberry Fare) 레스토랑. 무심코 양고기를 시켰는데 푹 삶아 잘게 찢어 나온 양고기가 파파르델레라 부르는 넓고 납작한 파스타 면 위에 얹어 나왔다. 새로운 시도였지만 그리 입에 맞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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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5.25 2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뉴질랜드에 저리 심한 지진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상황에 맞게 적응해가는 모습이 좋습니다.

    • 보리올 2016.05.27 1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커다란 지진이 일어나 도시 전체가 쑥대밭이 되어도 뉴질랜드란 나라에 인프라가 없으니 대책이 없는 듯 했다. 건설 장비나 인력도 부족하고 사람들 성격도 느긋한 편이니 그저 시간이 해결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