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항편을 이용해 카트만두까지 곧장 7시간을 날아갔다. 직항편이 생기기 전에는 방콕을 경유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방콕에서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맛보고 트레킹으로 지친 육신을 태국 마사지로 풀어줄 기회가 있었는데, 직항 때문에 그런 낭만이 줄어든 것이다. 비행기에는 서양인 탑승객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네팔 들어가는 경유지로 인천공항이 많이 알려졌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카트만두 공항으로 착륙을 시도하는 항공기 창문을 통해 네팔의 산악 지형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산능선이나 강변에 논과 밭이 포진해 있었다. 한 평 땅을 개간하기 위해 땀흘린 농부들의 노고가 보이는 듯 했다. 그 사이를 구불구불 강줄기 하나가 한가롭게 지나고 있었다.

 

 

 

 

카트만두는 한 나라의 수도라고 하기엔 좀 촌스런 구석이 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번듯한 고층 건물 하나 없다. 그래도 난 카트만두처럼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오래된 거리와 건물들을 가지고 있는 도시가 좋다. 어쩌면 도시 그 자체보다도 그 안에서 커다란 욕심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매력적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순박한 사람들만 모여사는 도시 같아 보였다. 이번에는 몇 군데 관광지를 제외하곤 카트만두를 많이 돌아다니진 못했다. 하지만 카트만두 변두리에서 찍은 이 빨래터와 빨래를 널어놓은 광경에 마음이 끌렸다. 우리도 이들처럼 고단한 삶을 운명이라 생각하고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우리 기억에선 모두 잊혀진 것 같다.

 

 

 

현지 여행사 장정모 사장의 초청으로 카트만두 외국인 전용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와 비슷한 보전 그리허는 몇 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이곳은 처음이었다. 보전 그리허와 비슷하면서도 분위기는 좀 달랐다. 규모도 좀 적은 것 같았다. 저녁으로는 달밧이 먼저 나왔고 우리 잔에는 럭시가 가득 채워졌다. 식사가 모두 끝나면 네팔 전통춤 공연이 뒤따랐다. 음악에 맞춰 무희들이 현란한 동작으로 춤을 선보인다. 모두들 흥에 겨워지면 손님들 손을 이끌어 함께 둥실둥실 춤을 춘다. 계속 따라주는 럭시에 흥겨운 음악과 춤을 곁들여 카트만두의 밤은 점점 취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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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PA-해룡이 2014.03.19 10: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멋진 곳이네룡~ 카트만두 말로만 들어봤는데.. 직접보니 장관입니다~ 저도 기회되면 꼭 놀러가보고싶네룡 ;-)

    • 보리올 2014.03.19 1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인천항의 마스코트가 해룡이인 모양이죠? 이름을 아주 잘 지었네요. 카트만두와 히말라야는 살아 생전 꼭 한 번은 다녀오시길 강추합니다.

  2. SUPERCOOL. 2014.03.19 11: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녁 분위기가 참 훈훈하네요!

  3. Justin 2014.03.24 05: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네팔가보고 싶습니다! 그래도 죽기전에 에베르스트 정상 한번 가봐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전에 네팔가기전에 저도 꼭 방콕을 경유해서 가야겠네요 ~ 하하!

    • 보리올 2014.03.24 0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너희들이야 세월이 창창한데 어디를 가고 싶다고 염원하면 언젠가 가지 않겠냐? 올해라도 나랑 시간을 내보는 것은 어떨런지? 에베레스트 정상은 가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네팔에는 다시 가고 싶구나.

 

매년 한 차례씩 히말라야를 찾고 싶다는 꿈이 몇 년 간은 그런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안나푸르나(Annapurna) 라운드 트레킹에 도전한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와 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에 이어 안나푸르나 라운드 코스까지 트레킹하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트레킹을 함께 할 일행은 나를 포함해 모두 6. 아주 단출한 구성이었다. 밴쿠버 산에서 인연을 맺은 세 분에 추가하여 논산에 계시는 비구니 스님 두 분이 참여를 하였다. 여섯 명 중에 두 명은 히말라야가 초행길이라 고산 지역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했다.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 예정대로 아침 7시에 카트만두를 출발할 수 있었다. 동절기로 들어서는 11월임에도 햇볕이 따가웠다. 도심을 빠져나가며 마주치는 거리 풍경은 여전했다. 코를 찌르는 매연도, 시끄러운 경음기 소리도 예전 그대로였다. 그런데도 여기 사람들은 짜증을 부리는 법이 없고 바삐 서두르지도 않는다. 역시 네팔답다고나 할까. 베시사하르(Besisahar)까지는 전세버스로 6~7시간을 예상한다. 실제 거리야 그리 멀진 않지만 도로 사정이 엉망이라 버스는 세월아 네월아 노래를 부르며 달린다. 그곳은 마나슬루(Manaslu) 라운드 트레킹을 마치고 버스에 올랐던 곳이라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아침 구보에 나선 군인들이 버스 옆을 질러 간다. 하얀 교복을 차려입은 여학생들은 발걸음 가볍게 학교로 가고 있다. 정겨운 네팔 풍경이 차창을 스쳐 지난다. 갑자기 검정색 도요타 SUV 차량 한 대가 경광등을 돌리며 우리를 추월해간다. 그 꽁무니에는 3성 장군 표식이 매달려 있었다. 딱딱한 표정의 호위병들이 탄 트럭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그들이 들고 있는 총구가 섬뜩했다. 네팔에서 3성 장군이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가 아닌가. 카트만두 분지를 벗어나자, 공기도 깨끗해지고 소음도 적어져 마음이 편안해졌다.  

 

정오가 가까워오자 기사가 허름한 현지식당 앞에 버스를 세웠다. 메뉴라곤 오로지 달밧만 있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네팔에 처음 온 사람들에겐 이들의 주식인 달밧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네팔 식당은 대부분 외국인과 현지인을 구분해 서로 다른 가격을 받는다. 물론 테이블이나 식기도 약간은 차이를 둔다. 모두들 달밧을 별 부담없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이번 여행이 수월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달밧만 먹을 수 있다면 네팔 여행은 무척 쉬워진다.  

 

베시사하르에 도착할 즈음, 왼쪽으로 안나푸르나 연봉이, 오른쪽으론 마나슬루 연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나푸르나 정상은 구름에 가려 식별이 어려웠다. 흰눈을 이고 있는 마나슬루의 장엄한 모습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마나슬루야, 오랜만이다!’ 속으로 마나슬루에게 재회의 인사를 건넸다. 베시사하르는 개발 붐에 몸살을 앓는 듯이 보였다. 여기저기 골재 채취장이 흉물스럽게 자리잡고 있었고 사람들이 쭈그리고 앉아 돌을 깨고 있었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라 좀 당황스러웠다. 히말라야 깊은 산속까지 개발붐이라니이런 산골 모습을 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시사하르에서 샹게(Syange)까지는 짚으로 이동이 가능해졌다. 몇 년 전까진 두 발로 걸었던 구간인데 그 새 차가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안나푸르나 라운드 구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이야긴 바로 이 때문이다. 전에는 3주 잡았던 것을 요즘엔 2주면 충분하고, 어쩌면 멀지 않아 1주 코스도 생겨날 판이다. 신작로가 탐탁치 않아도 차로 갈 수 있는 구간을 걸어가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가격부터 협상을 벌였다. 1인당 300루피면 충분하다 들었는데 처음 만난 기사는 7,000루피를 달라고 하고, 두 번째 기사는 5,000루피를 요구한다. 너무 시간을 끌 수가 없어 그 금액에 가기로 했다.  

 

짚으로 2시간을 달렸다. 그 울퉁불퉁한 길을 쉬지 않고 운전을 해야 했다. 중간에 펑크난 타이어를 갈아 끼웠다. 구불구불한 벼랑 위를 달릴 때는 아찔한 곡예 운전에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새로 다리를 놓고 있는 현장에서 차가 멈췄다. 여기서부터 샹게까지는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내일부터 걸을테니 컨디션 조절한다 생각하고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 것이다. 1시간 30분을 걸었나. 샹게 로지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저지대일 때 가능하면 샤워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번 트레킹은 잠과 식사를 모두 로지에서 하기로 했다. 로지에서 제공하는 볶음밥이나 계란 프라이, 모모(Momo)라 불리는 만두로 때워야 한다. 첫날 저녁인지라 별 어려움 없이 식사를 마쳤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이 실감이 났다. 비행기에서 면세품으로 산 위스키 한 잔씩에 마음이 들뜬 모양이다. 보름달이 보여 로지 밖으로 나왔다가 계곡에 놓인 출렁다리에 올랐다. 보름에서 하루나 이틀은 지난 듯이 보였지만, 달빛이 너무 밝아 별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히말라야의 밤하늘을 다시 볼 수 있어 가슴이 훈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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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누리 2014.01.04 15: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보리올 2014.01.04 16: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따끈한 커피 향이 여기까지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근데 하누리님도 산과 사진, 여행 모두를 좋아하시네요. 좋은 글과 사진으로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시니 큰 덕을 쌓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십시요.

  2. Justin 2014.01.19 0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드디어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래킹 시리즈의 첫 편을 읽어보았네요. 앞으로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 보리올 2014.01.20 12: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블로그 글도 차례를 정해 놓고 순서대로 보냐?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은 워낙 유명하다만 실제 가본 소감은 좀 별로였다. 사람도 많고 바가지도 심하고 너무 개발이 많이 되었고. 아직 개발이 덜된 다른 코스를 추천한다.

  3. 설록차 2014.01.20 06: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가셨던 코스와는 길이 다른것인지~높이가 달라지는지~ 다른 점이 뭐에요?
    그동안 모니터의 작은 글자를 보면 초점이 안맞고 눈물이 나서 읽기가 힘들었는데 다행히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 보리올 2014.01.20 1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모니터의 문제였군요. 고치셨다니 다행입니다. 안나푸르나에는 세 개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해발 4,130m의 남면 베이스 캠프까지 오르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코스가 가장 쉬운 편이죠. 로지, 음식 등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보통 5~6일 정도 걸으면 됩니다.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은 보통 10~12일 정도 걷는데 안나푸르나 주봉 아래를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라 보면 됩니다. 이 코스에서 가장 높은 곳이 토롱 라로 해발 5,416m입니다. 고산병 때문에 여길 오르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는 안나푸르나 정상을 오르려는 원정대 아니면 잘 안갑니다. 베이스 캠프의 높이는 4,200m라지만 가는 길이 좀 험합니다. 로지같은 시설이 없어 텐트를 쳐야 하는 일도 좀 성가시구요. 나중에 안나푸르나를 가시려면 ABC 코스부터 가시는 것이 수순입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신지요?

 

히말라야 트레킹 때문에 제법 자주 찾게 되는 카트만두. 사람 정신을 쏙 빼놓는 그 특유의 소란스러움에도 질리지 않는 것을 보면 나도 카트만두에 상당한 내성이 생긴 모양이다. 이런 여행지에 어느 정도 관록이 붙었다는 반증이리라. 하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호기심이 많이 줄은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카트만두 거리를 거닐며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경우나 카메라를 들이대는 횟수가 줄었다는 사실로도 금방 알 수 있다. 이러다가 네팔에서 아주 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했다.

 

카트만두 전역을 뒤덮은 시끄러운 경음기 소리는 여전했다. 카트만두에 다시 온 것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의미로 듣기로 했다. 길거리에 꾸그리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하루를 소일하는 베짱이들도 변함이 없었다. 길가에 세워진 빨간 우체통, 아이를 씻기는 엄마의 손길, 어느 뒷골목에 자리잡은 만두집, 벌거숭이 속살을 드러낸 돼지 한 마리와 정육점까지도 정겨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 이런 것들이 다 모여서 카트만두를 만들겠지! 이 모두가 정겹다 느껴지면 난 이제 영락없이 네팔병에 걸린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저녁을 먹기 위해 보전 그리허(Bhojan Griha)로 갔다. 처음 카트만두를 찾은 사람들에게 네팔의 전통 음식 달밧과 네팔 전통춤을 소개하기 좋은 곳이다. 이 식당은 외국인들을 위한 네팔 고급 식당에 속한다. 식사가 끝날 즈음에 남녀 무용수들이 들어와 네팔 여러 부족의 전통춤을 춘다. 공연 후반부에는 손님들을 불러내 함께 춤추는 시간도 갖는다. 이 식당의 자랑거리인 사람 키 높이에서 따라주는 럭시 한 잔이 난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팁을 좀 얹어주면 거의 무한정 럭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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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_Rin 2013.10.16 0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보고싶은 나라중에 하나예요~~

  2. 보리올 2013.10.16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 시간이 되면 네팔, 카트만두 꼭 다녀오십시요. 시끌법적 살아가는 모습이 무척 정겹습니다. 님의 블로그에 있는 '서촌산책'을 읽었는데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정겨움이 느껴지더군요. 네팔에서도 그런 소재를 많이 발견하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3. 우리마을한의사 2013.10.16 1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카트만두 한번다녀봤는데 아직 내성이 안생겼더라구요.... 그래도 참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포카라 카투만두 다시가고싶네요!

  4. 보리올 2013.10.16 11: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차례 네팔을 다녀오셨으면 아직 내성이 생기긴 좀 이르다 봅니다. 그래도 네팔이 매력적이라 하시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드라마 속의 한의학 상식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다녀온 뒤, 카트만두보다는 한적한 전원 숙소를 찾아 하티반(Haatiban) 리조트로 이동했다. 카트만두 외곽으로 한 시간 가량 빠져 나간 후, 어느 시골 마을에서 버스가 멈췄다. 여기서부턴 길이 좁아 리조트 차량으로 갈아타야 한단다. 짚 몇 대에 분승해 구불구불 소나무가 많은 언덕길을 올랐다. 벌써 어둠이 내려앉아 리조트 전체를 둘러볼 수는 없었다. 이렇게 하티반 리조트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하티반 리조트는 방갈로 형태로 숙소를 만들어 놓아 방이 떨어져 있었다. 허영만 화백의 일본인 친구인 사카이 다니씨와 한 방을 쓰게 되었다. 내가 일본어를 조금 하는 것을 어찌 알았을까? 짐을 풀고 식당에 모였더니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지 전등 대신 촛불을 켜놓았다. 우와,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가 오히려 운치가 있어 좋았다. 그래도 일부 지역은 자가 발전으로 불을 밝혀 놓아 큰 불편은 없었다.

 

카트만두의 야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맥주 한 잔씩 마셨다. 정확히 오후 7 30분이 되니까 전기가 들어온다. 일단 헤드램프를 켜고 샤워하는 것은 면했다. 실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부페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원래는 통돼지 바베큐를 하기로 했으나 하티반 측에서 반대가 심했단다. 그 대신 박영석 대장이 카트만두에서 돼지고기 수육을 잔뜩 사들고 왔다. 좋은 안주가 도착한 핑계로 럼주를 몇 잔 받아 마셨더니 금방 취기가 오른다.

 

여기서 에베레스트가 보인다고 해서 일출 시각에 맞춰 테라스로 나갔다. 안개가 너무 자욱해 일출은 보지를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하더니 멀리 카트만두 시내와 그 뒤로 설산이 자태를 드러낸다. 에베레스트는 어느 봉우리인지 식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야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까지 다가가 설산을 보고 왔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발 준비를 했다. 짚을 타고 다시 큰길까지 나와 버스로 갈아 달탔다.

 

 

 

 

 

 

낮에는 카트만두에서 각자 자유 시간을 갖은 후 저녁은 고급 달밧에 네팔 전통춤을 감상할 수 있는 보전 그리허(Bhojan Griha) 식당으로 이동했다. 이 식당은 150년 전에 세워진 궁전을 개조해 만든 고급 레스토랑으로, 네팔에서는 전통 무용과 전통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유명한 곳이다. 솔직히 난 벌써 몇 번을 다녀간 곳이라 그리 호기심이 많진 않았다.

 

종업원이 곡예를 부리듯 럭시를 따라준다. 팁을 적당히 쥐어주면 럭시는 거의 무한 리필이다. 치킨 커리가 들어간 고급 달밧이 기본으로 나오는데, 네팔 사람들처럼 손으로 주물러 먹어도 되고 숟가락을 달래서 먹어도 된다. 우리 입맛에도 맞아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 오후 7시가 되면 넓은 방으로 악대와 무용수가 들어와 공연을 시작한다. 저녁 식사는 가능하면 그 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 남여 무용수들이 짝을 이뤄 네팔에 있는 일곱 개 부족의 전통춤을 보여준다. 음율도 흥겹고 춤사위로 꽤나 현란하다. 어느 정도 흥이 돋우면 손님들을 나오라 해서 함께 춤을 춘다. 네팔 전통춤과 우리의 막춤이 마구 섞여 무척 흥겨운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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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artyLUV 2013.07.16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즐거워 보이네요~^^
    저도 함 꼭 가보고 싶네요~
    좋은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2. 올뺌씨 2013.07.16 12: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커리 손으로 먹는거 꼭 한번 해보고 싶네요~
    저게 인도와 네팔 여행의 로망이었는데.

    화장실 문화 빼구요;;

    • 보리올 2013.07.16 14: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커리를 손으로 드시는 게 로망이셨다구요? 저는 잘 안되던데요. 아직도 숟가락을 쓰고 있답니다. 화장실은 그런대로 버틸만 하던데요.

 

한낮의 더위를 피하자는 의견에 출발 시각을 아침 6시로 조정했다. 다행히 구름이 잔뜩 끼어 날씨가 그리 덥지는 않았다.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며 몇 개 마을을 지났다. 절구통에 곡식을 빻는 아가씨들, 밥 짓는 여인, 커다란 등짐을 나르는 처녀들, 손님용 달밧을 준비하는 길거리 식당 아줌마 등 자연에 순응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접할 수 있었다. 카메라를 피하지 않는 그들이 고마웠다. 치치라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마칼루를 다녀온 지난 2주 사이에 도로 공사 진척이 꽤 많이 되었다. 이런 속도라면 마네반장까지 금방 완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구간에는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졌다. 한 번 지났던 길이기에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전에 못보고 지나친 풍물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나름 재미있었다. 네팔, 중에서도 히말라야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뭐라 할까, 세월의 흐름이 멈춰진 그런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네처럼 하루하루가 변화무쌍하고 뭔가에기는 듯한 세상에 사는 사람들 시각에서 본다면 천년을 아무런 변화없이 무미건조하게 사는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자연에 기대어 사는 파란만장한 삶이 있으리라.

 

눈을 시원하게 하는 풍경이 이어져 마음은 행복했지만 마네반장까지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다리품에 꽤 힘이 들었다. 경치가 좋은 곳에선 사진을 찍는다 시간을 끌긴 했지만 그래도 무척 먼 길이다. 마네반장에서 우리를 환호하게 만든 것은 시원한 맥주. 가게에 냉장고가 있었던 것이다. 그 시원함, 그 고마움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마네반장에서 무슨 축제가 있다고 지난 번 텐트를 쳤던 운동장을 쓸 수가 없었다. 마을 입구 공터에 텐트를 쳤다. 문명으로 귀환한 듯 여유롭게 시내를 구경했다. 200m 되는 도로 양쪽에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지난 번에 들렀던 도너츠 집에서 럭시를 몇 병 사서 옹추에게 주었다.

 

한데 들려오는 소식은 그리 반갑지가 않다. 얼마 전에 마오이스트 한 명이 살해되어 파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란다. 버스나 짚 모두 발이 묶여 버렸다. 다행인 것은 오늘 저녁에 파업이 끝이 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 공항까지 몇 시간을 또 걸어야 한다. 한 대장과 선배님 몇 분 모시고 도너츠 집으로 가서 럭시를 샀다. 술 김에 비박을 하겠다고 학교 처마 밑에서 잠을 자다가 모기에 쫓겨 결국은 텐트로 들어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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