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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17>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3. 2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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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더위를 피하자는 의견에 출발 시각을 아침 6시로 조정했다. 다행히 구름이 잔뜩 끼어 날씨가 그리 덥지는 않았다.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며 몇 개 마을을 지났다. 절구통에 곡식을 빻는 아가씨들, 밥 짓는 여인, 커다란 등짐을 나르는 처녀들, 손님용 달밧을 준비하는 길거리 식당 아줌마 등 자연에 순응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접할 수 있었다. 카메라를 피하지 않는 그들이 고마웠다. 치치라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마칼루를 다녀온 지난 2주 사이에 도로 공사 진척이 꽤 많이 되었다. 이런 속도라면 마네반장까지 금방 완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구간에는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졌다. 한 번 지났던 길이기에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전에 못보고 지나친 풍물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나름 재미있었다. 네팔, 중에서도 히말라야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뭐라 할까, 세월의 흐름이 멈춰진 그런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네처럼 하루하루가 변화무쌍하고 뭔가에기는 듯한 세상에 사는 사람들 시각에서 본다면 천년을 아무런 변화없이 무미건조하게 사는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자연에 기대어 사는 파란만장한 삶이 있으리라.

 

눈을 시원하게 하는 풍경이 이어져 마음은 행복했지만 마네반장까지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다리품에 꽤 힘이 들었다. 경치가 좋은 곳에선 사진을 찍는다 시간을 끌긴 했지만 그래도 무척 먼 길이다. 마네반장에서 우리를 환호하게 만든 것은 시원한 맥주. 가게에 냉장고가 있었던 것이다. 그 시원함, 그 고마움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마네반장에서 무슨 축제가 있다고 지난 번 텐트를 쳤던 운동장을 쓸 수가 없었다. 마을 입구 공터에 텐트를 쳤다. 문명으로 귀환한 듯 여유롭게 시내를 구경했다. 200m 되는 도로 양쪽에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지난 번에 들렀던 도너츠 집에서 럭시를 몇 병 사서 옹추에게 주었다.

 

한데 들려오는 소식은 그리 반갑지가 않다. 얼마 전에 마오이스트 한 명이 살해되어 파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란다. 버스나 짚 모두 발이 묶여 버렸다. 다행인 것은 오늘 저녁에 파업이 끝이 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 공항까지 몇 시간을 또 걸어야 한다. 한 대장과 선배님 몇 분 모시고 도너츠 집으로 가서 럭시를 샀다. 술 김에 비박을 하겠다고 학교 처마 밑에서 잠을 자다가 모기에 쫓겨 결국은 텐트로 들어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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