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이가 무려 73km에 이른다는 제네바 호수(Lake Geneva)를 보트를 타고 둘러볼 생각이다. 이 호수엔 더 유명한 이름이 있다. 레만 호(Lac Leman). 이 호수를 경계로 스위스와 국경을 나누고 있는 프랑스에선 여전히 레만 호수라 부른다. 멀리 나간 것은 아니고 대중교통에 속하는 페리를 타고 제네바 도심 인근을 여기저기 쏘다녔다. 그래도 그 영역이 꽤나 넓어 제법 품이 들었다. 호숫가를 따라 도열한 건물들이 뿜어내는 고풍스러움에 마음이 절로 즐거워지는 기분이었다. 호수 가운데에서 높게 물줄기를 쏘아올리는 제또 분수(Jet e’Eau)도 가까이 다가가 올려다보면 그 위용이 만만치 않았다. 1886년에 이런 분수를 만들었다는 것이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제네바 호수 양안을 연결하는 페리 셔틀은 제네바에선 대중교통으로 분류된다. 그 이야긴 호텔에서 발급한 승차권으로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제네바 도심의 페리 노선은 M1에서 M4까지 네 개가 있다. 보태닉 가든에서 나와 샤토브리앙(Chateaubriand)에서 M4를 타고 호수를 건넜다. 그 자리에서 좀 기다렸다가 M3를 타고 샤토브리앙 아래에 있는 파키(Paquis)로 돌아왔다. 거기서 다시 M2로 바꿔 타곤 반대편에 있는 케 구스타브-아도르(Quai Gustav-Ador)에서 내려 호수를 따라 조금 걸어 내려가 말라(Malard)에서 M1을 이용해 파키로 돌아왔다. 페리를 기다리고 걷는 시간을 포함해 두세 시간 걸렸지 않나 싶다. 보트에 올라 호숫가에 늘어선 유럽풍의 건축물을 눈에 담고, 제네바 올드타운 뒤로 보이는 알프스 연봉을 감상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무료 승차권 제도가 있어 돈이 들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샤토브리앙에서 M4 페리 셔틀에 올랐다.

 

M4를 타고 호수 건너편에 있는 제네브-플라지(Geneve-Plage)로 가고 있다.

 

제네브-플라지에서 M3 페리 셔틀로 갈아탔다.

 

 

 

보트에서 바라본 호수 풍경. 제또 분수의 물줄기가 힘차게 하늘로 날아오른다.

 

 

호수 안으로 이어진 방파제 끝에는 하얀 등대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파키에서 M2를 타고 건너편에 있는 케 구스타브-아도르로 가고 있다.

 

 

M2에서 바라본 제또 분수의 장관

 

호숫가에 늘어선 고풍스런 건물을 보트에서 구경할 수 있다.

 

 

 

 

케 구스타브-아도르에서 M1을 타기 위해 말라로 걸어가면서 눈에 담은 호수 풍경

 

 

마지막으로 M1을 타고 말라에서 파키로 향하면서 몽블랑 다리 아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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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투스카이 하이웨이(Sea to Sky Highway)를 타고 밴쿠버(Vancouver)로 가는 마지막 여정이 남았다. 이제 BC주 관광청의 하이킹 팸투어도 곧 끝이 난다. 휘슬러에서 밴쿠버에 이르는 길이야 너무 많이 다닌 탓에 눈을 감고도 운전할 정도였다. 스쿼미시(Squamish)에 닿기 전에 탄타루스 전망대(Tantalus Lookout)에서 잠시 쉬었다. 계곡 건너편에 길게 자리잡은 탄타루스 연봉을 감상하기 아주 좋은 곳이다. 탄타루스 연봉은 알래스카에서 밴쿠버로 뻗은 해안산맥의 한 지류에 속한다. 하이웨이 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이렇게 가까이 설산을 바라볼 수 있다니 일행들이 꽤 놀라는 눈치였다. 스쿼미시를 통과해 스타와무스 칩(Stawamus Chief) 아래에 섰다. 수직으로 450m에 이르는 거벽을 올려다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이 전체가 하나의 화강암 덩어리라니 놀랍기만 하다. 우리 나라에서도 가끔 원정대가 오는 곳이다. 거벽 아래로 다가가 현지 젊은이들이 볼더링하는 모습도 잠시 지켜보았다.

 

호수처럼 잔잔한 하우 사운드를 오른쪽에 두고 밴쿠버로 들어섰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밴쿠버에서 어느 곳을 보여줄까 하다가 내 임의로 서너 곳을 정했다. 홀슈 베이로 빠져 나가 화이트클리프(Whytecliff) 공원으로 향했다. 바다 풍경을 눈에 담기 좋아 자주 오는 곳이다. 자갈밭을 따라 조그만 바위섬을 올랐다. 해변에서 스킨 스쿠버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웨스트 밴쿠버에 있는 라이트하우스 공원(Lighthouse Park)과 노스 밴쿠버의 린 캐니언(Lynn Canyon)도 들렀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빼곡한 곳으로 산책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을 것이다. 바위에 세워진 등대도, 린 캐니언에 놓인 출렁다리도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다. 마지막 방점은 밴쿠버 도심에 있는 스탠리 공원(Stanley Park)에서 찍었다. 시민들 사랑을 듬뿍 받는 곳으로 나무도 빼곡하지만 바다에 면해 있어 주변 풍경이 아름답기 짝이 없다. 어둠이 내려앉는 시각이라 씨월을 걷지는 못 하고 차로 한 바퀴 돌았다.

 

 

탄타루스 연봉에 속한 봉우리들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탄타루스 전망대

 

 

 

스타와무스 칩 아래에 있는 볼더링 현장을 잠시 들렀다.

 

 

 

화이트클리프 공원은 밴쿠버 스킨 스쿠버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화이트클리프 공원에는 하얀 바위로 이루어진 조그만 섬이 있어 걸어 오를 수 있다.

 

 

웨스트 밴쿠버의 라이트하우스 공원은 나무숲뿐만 아니라 바닷가를 거닐기에도 좋다.

 

 

노스 밴쿠버의 린 캐니언 공원엔 맑은 물이 흐르는 협곡이 있고, 협곡 50m 위엔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뉴욕에 센트럴 공원이 있다면 밴쿠버엔 스탠리 공원이 있다고 할 정도로 스탠리 공원은 밴쿠버의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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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는 호주의 남동부 빅토리아 주에 있는 해안도로를 말한다. 공식적으론 토키(Torquay)와 알랜스포드(Allensford) 사이의 243km길이의 도로다. 좀 더 큰 도시로 표기하면 지롱(Geelong)에서 워남불(Warnambool)까지라 보면 된다. 해안선을 따라 다양한 지형을 지나고 12사도 바위 등 자연의 랜드마크를 품고 있기 때문에 빅토리아, 아니 호주에서도 유명 관광지로 통한다. 멜버른에서 이 도로를 따라 12사도 바위와 그 주변의 특이한 지형을 구경하기 위해 당일 여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B100번 도로로도 불리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살아서 귀환한 병사들의 피와 땀으로 건설되었고, 1차 대전에서 산화한 호국영령들에게 헌정되었다.

 

멜버른을 출발해 지롱까지는 브이 라인(V/Line)이란 기차를 이용하고, 워남블까지 이어지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 구간은 브이 라인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탔다. 열차와 버스를 연계해 하나의 티켓으로 두 가지를 모두 탈 수 있었다. 호주 국립 서핑 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서핑이 유명한 토키는 그냥 버스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아폴로 베이(Apollo Bay)에서 내렸다. 인구 1,600명의 소읍이었지만 넓은 비치가 펼쳐졌고 바다 내음을 풍기는 선착장도 있었다.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Great Otway National Park) 안에 있는 케이프 오트웨이(Cape Otway)를 찾았다. 1848년에 세워진 하얀 등대가 있는데 입장료가 비싸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버스는 프린스타운(Princetown)을 거쳐 포트 캠벨 국립공원(Port Campbell National Park)으로 들어섰다.

 

12사도 바위 직전에 있는 깁슨 스텝스(Gibson Steps)부터 들렀다. 절벽에 계단을 놓아 비치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 (Gog)과 마곡(Magog)이라는 두 개의 바위가 서있지만 이건 12사도에 들어가지 않았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12사도 바위(The Twelve Apostles)가 있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특히 단체로 몰려온 중국인들 때문에 호주를 대표하는 관광지임에도 감흥이 많이 떨어졌다. 전망대에 올라 12사도 바위를 한 눈에 담아보았다. 바닷물에 의해 침식된 12개의 돌기둥을 예수의 12제자로 칭했지만 그 중에 네 개는 무너지고 현재는 8개만 남아 있었다. 절벽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다에 서있는 바위의 위용이 대단했지만 이 정도로 어찌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을까 속으로 궁금증이 일었다. 여기보다 한 수 위라고 여겨지는 곳을 이미 몇 군데 다녀온 터라 좀 시시하게 느껴졌다.




멜버른에서 브이 라인을 타고 지롱에서 내린 다음 브이 라인 버스를 타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다가섰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기점인 아폴로 베이에선 넓은 해변을 거닐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케이프 오트웨이 등대는 호주 본토에서 가장 오랜 기간 등불을 비춘 등대였다지만 1994년 다른 방식으로 대체되었다.




깁슨 스텝스에선 계단을 타고 비치로 내려서 바다에 서있는 두 개의 바위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호주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12사도 바위를 만났다.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몹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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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6.13 11: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의미를 부여해서 사람들이 몰리게끔 하는 것이 서양 사람들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3대 부자가 12사도 바위를 보러갈 기회가 있을때 8개라도 전부 멀쩡했으면 좋겠습니다!

    • 보리올 2018.06.14 0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바닷가에 남아 있는 돌기둥에 예수의 12제자 명칭을 붙인 것은 좀 너무한 것 같더라. 그리 볼품도 없던데... 아들이 보내주는 호주 여행 기대하마.




딱히 할 일이 없어 숙소에서 빈둥거리다가 기차를 타고 시드니 교외를 다녀오기로 했다. 시드니 외곽 지도를 살펴보다가 바닷가에 있는 한 도시가 눈에 들어왔고, 도대체 이 도시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 건지 도통 판단이 서지 않았다. 희한한 이름을 가진 도시가 울런공(Wollongong)이었다. 이 도시에 바다와 해변, 그리고 등대가 있다고 해서 키아마(Kiama) 행 기차에 올랐다. 편도에 10불을 받았다. 열차에서 나오는 안내를 들으니 울런공보다는 울릉공에 가까워 보였다. 울런공은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데 인구는 40만 명으로 NSW 주에선 세 번째, 호주에선 열 번째로 큰 도시였다. 이름이 어렵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원주민 말이었고 남쪽 바다란 의미라고 한다. 창 밖으로 몰에 있는 나타나는 바다 때문인지 은근히 기대가 높아졌다.

 

울런공 기차역을 빠져 나와 시내를 걸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건물은 없었다. 무슨 쇼핑몰이 있는 곳에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몰에 있는 웨슬리 교회라 적혀 있었다. 외관은 꽤 고풍스러워 보였지만 실내는 수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교회에서 나와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바다가 있을 것 같은 방향으로 무작정 걸었는데 운이 좋게도 브라이튼 비치(Brighton Beach)에 도착했다. 바다 건너편에 크지 않은 등대가 하나 있었다. 방파제 끝에 세웠다고 브레이크워터 등대(Breakwater Lighthouse)라 부르고 있었다. 참으로 이름을 쉽게 짓는다. 바다를 따라 언덕을 오르니 대포가 몇 문 있는 플래그스태프 힐 공원(Flagstaff Hill Park)이 나왔다. 중국인 관광객이 여기까지 진출해 기념 촬영한다 바빴다. 바로 그 뒤에 울런공의 랜드마크 격인 울런공 헤드 등대(Wollongong Head Lighthouse)가 솟아 있었다. 드넓은 남대양이 눈 앞에 펼쳐졌다.


시드니 센트럴 역에서 키아마 행 기차에 올랐다.


시드니 남쪽으로 달리는 열차 밖으로 가끔씩 시원한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기차는 한 시간 반 걸려 울런공 역에 도착했다.




울런공 도심은 너무 평범해 보여 큰 도시라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호주 유나이팅 교단에 속하는 웨슬리 교회를 둘러 보았다.





건물 외벽을 장식한 디자인이 눈에 띄었던 브라이튼 비치와 울런공 브레이크워터 등대



브레이크워터 등대로 가면서 마주친 낚시배와 낚시꾼들


프래그스태프 포인트에 있는 25m 높이의 울런공 헤드 등대가 태즈먼 해(Tasman Sea)를 내려다 보고 있다.




플래그스태프 힐 공원은 과거 요새였던 곳이라고 대포가 몇 문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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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nnie.yun 2018.04.09 04: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주는 아직 여행지로 생각해본적 없는 곳인데.. 이렇게 보면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 보리올 2018.04.10 04: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호주는 워낙 다양한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 한 번은 꼭 다녀오시길 추천합니다. 물가가 비싼 것이 흠이긴 합니다.

  2. justin 2018.04.30 17: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저 발길 닿는대로 둘러보고 오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하루하루 일정과 목적지가 없는 자유로운 여행을 시도해봐야겠습니다!

 

케이블 카로 월브랜 크릭을 건넜더니 거기서부턴 길이 많이 순해졌다. 남쪽 끝단에 있는 어려운 구간은 이제 끝이 난 모양이다. 숲보다는 해안을 따라 걷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눈으로 들어오는 풍경 또한 훨씬 많아졌다. 월브랜 크릭을 지나 해변으로 내려섰더니 그리 깊지 않은 해식 동굴이 하나 나왔다. 한 시간 정도 쭉 해안을 걸었을까. 갑자기 하늘에서 빗방울이 돋기 시작한다.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배낭이나 텐트가 젖을까 싶어 우비를 꺼내 입었다. 밴쿠버 포인트(Vancouver Point)를 지났다.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지나쳤다. 보니야 크릭(Bonilla Creek)엔 조그만 폭포가 있었다. 여기서 캠핑을 하면 오랜 만에 샤워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다. 배낭을 내리고 이른 점심을 먹었다. 점심이라고 해야 피넛 버터를 잔뜩 바른 토르티야 두 개가 전부인데, 이걸 먹고 한두 시간 지나면 금방 허기를 느낀다.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먹을 것도 덩달아 줄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거센 조류와 해풍을 맞으며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몇 그루가 눈에 띄었다. 하필이면 이런 곳에 뿌리를 내리는 선택을 했을까 싶었지만, 이 나무도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따라 여기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반대편에서 큰 규모의 그룹이 내려왔다. 일행 중에 꽤 많은 청소년들이 섞여 있는 것을 봐선 어느 단체에서 극기 훈련을 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등대가 있는 카마나 포인트(Carmanah Point)가 눈에 들어왔다. 카마나 크릭(Carmanah Creek)은 케이블 카로 건넜다. 곧 이어 인디언 보호구 안에 있다는 쉐이 모니크(Chez Monique) 레스토랑이 나타났다. 이 트레일을 걸은 사람에게서 귀에 따갑게 들었던 이 레스토랑은 천막과 비닐로 지은 가건물이었다. 허접한 외관을 지녔지만 이 식당에선 원주민 노부부가 햄버거와 맥주를 판다. 며칠간 문명 세계의 음식과 단절되었던 하이커들에겐 얼마나 반가운 곳인지 모른다. 어떤 사람은 이곳을 버거 천국이라 부르기도 했다. 헌데 지난 며칠간 폭풍이 몰아쳐 식재료를 구하러 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 이야긴 햄버거도 없고 맥주도 떨어졌다는 의미였다. 콜라로 대신 목을 축여야 했다.

 

등대가 있는 카마나 포인트엔 해안으로 길이 없어 해변 끝에서 사다리를 찾아 숲으로 올라왔다. 44km 지점 표식이 있는 곳에서 잠시 등대로 들어섰다. 빨간 지붕을 한 하얀 등대는 1891년에 세워진 것이라니 그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 계단을 타고 다시 해변으로 내려섰다. 몽돌이 많던 바닷가는 금세 커다란 암반으로 변했다. 오랜 세월 조수에 파여 바위가 다양한 형태로 침식되어 있었다. 울퉁불퉁 조각된 바위를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조수가 높지 않은 시각이라 크립스 크릭(Cribs Creek)까지 계속 해안을 걸었다. 거기 있는 캠프 사이트에서 배낭을 내렸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라 먼저 온 사람들의 텐트는 대부분 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다. 우린 모래 위에 텐트를 치고 비를 피해 텐트 안에서 취사를 해야 했다. 먼저 온 젊은이들이 땔감을 구해와 해변에 불을 피웠다. 날씨만 좋았다면 낭만이 넘치는 밤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칙칙한 하늘 때문에 감흥이 반으로 줄었을 것이다.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어슴푸레 날이 밝아왔다.

 

월브랜 크릭엔 트레일 정비요원들이 임시 숙소를 마련해 놓았다.

 

 

숲 속을 걷는 대신 해안을 따라 걸었다. 바닷길이라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숲에 비해 훨씬 편했다.

 

 

 

 

보니야 크릭엔 크지 않은 폭포가 하나 있었다. 푸른 초목과 하얀 포말이 묘한 대조를 이뤘다.

 

 

 

 

바닷가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와 해변으로 밀려온 다시마 줄기, 물고기를 기다리는 그레이트 블루

헤론(Great Blue Heron), 바위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는 바다사자 등이 차례로 눈에 띄었다.

 

 

줄곧 해변을 따라 걸었다. 멀리 카마나 포인트와 등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케이블 카를 타고 카마나 크릭을 건넜다. 케이블 카 타는 횟수도 많이 줄었다.

 

버거도, 맥주도 다 떨어졌다는 쉐이 모니크 레스토랑은 우리 기대를 무참히 무너뜨렸다.

대신 초코렛 바와 콜라를 사서 먹었다. 주인 할아버지와 수다를 떨며 젖은 옷도 말렸다.

 

카마나 포인트에 세워진 등대는 누구나 둘러볼 수 있었지만 등대 안으론 들어갈 수 없었다.

 

카마나 포인트와 크립스 크릭 사이는 주로 돌과 바위로 이루어졌다. 조수에 침식된 다양한 모습의 암석을 볼 수 있었다.

 

 

크립스 캠프 사이트에 도착해 하루 일정을 마감했다. 비를 뿌리는 날씨라 캠프 파이어도 별 흥취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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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돌이 2017.01.27 05: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부 전합니다
    즐감하고 공감 꾸욱 누르고 갑니다

  2. justin 2017.02.15 1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때 마셨던 콜라는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저도 산길의 진흙탕보다는 해안가의 모래길이 더 편하고 파도 소리와 확 트인 시야를 즐기면서 갈 수 있었습니다~ 햄버거를 못 먹은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3. 나무와숲 2017.06.09 11: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려놓으신 글과 사진을 열심히 읽고 또 읽고 있습니다.
    유용한 정보가 많아 메모도 하면서요ㅎ
    다시한번 머리숙여 감사 드립니다^^ 꾸벅~^^

    • 보리올 2017.06.09 12: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블로그가 어느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니 솔직히 기쁩니다. 제가 7, 8월은 유럽에 갈 예정이라 님이 WCT를 걸을 때는 여기에 없습니다. 나중에 후일담을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