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쉬크로프트를 빠져나와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를 타고 남하를 시작했다. 프레이저 강과 톰슨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리튼(Lytton)이 위치하고 있었다. 리튼 또한 카리부 골드러시의 중요한 거점 도시였고, 카리부 왜곤 로드와 캐나다 횡단 열차,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가 지나는 교통요충지였다. 하지만 1987년 코퀴할라 하이웨이(Coquihalla Highway)가 생겨나면서 이곳을 지나는 차량이 현저히 줄었다. 결국 그 중요성이 점점 떨어지며 퇴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하겠다. 이제 프레이저 강을 따라 남으로 달린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선 가장 긴 프레이저 강은 캐나다 로키산맥에서 발원해 1,375km를 달린 후 밴쿠버에서 태평양으로 흘러든다. 캐나다에선 대륙분수령 서쪽으로 흐르는 중요한 수계 가운데 하나다. 1808년 최초로 이 강을 탐사한 사이먼 프레이저(Simon Fraser)로부터 이름을 땄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운전하는데 오른쪽으로 프레이저 캐니언(Fraser Canyon)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 지역에선 꽤나 유명한 헬스 게이트(Hell’s Gate)에 차를 세웠다. 에어트램이 운행하지 않아 강까지 걸어 내려갔다. 여긴 강폭이 좁아지면서 바위 사이로 급류가 흐르는 곳인데, 이 강을 탐사한 보고서에 묘사된 표현을 그대로 지명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예일(Yale) 또한 골드러시에 융성했던 마을이다. 헬스 게이트란 존재 때문에 예일 위로는 배가 올라갈 수가 없어 밴쿠버에서 싣고 온 인력과 물자를 예일에 부려야 했다. 그 때문에 바커빌(Barkerville)로 가는 카리부 왜곤 로드는 예일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한때 15,000명이 북적거리던 마을이 이젠 200명도 안 되는 시골마을로 변했다. 박물관과 교회가 있는 히스토릭 사이트를 들렀건만 시즌이 끝나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예일에서 밴쿠버로 돌아오는 길에 호프(Hope)와 해리슨 호수(Harrison Lake)에도 잠시 들렀다.






프레이저 강과 톰슨 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리튼은 아주 작은 마을에 불과했다.



 헬스 게이트에 도착하기 직전, 도롯가 공터에 차를 세우고 프레이저 캐니언을 내려다보았다.




헬스 게이트는 바위 사이로 격류가 흐르는 지역이라 지옥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골드러시 당시의 영화는 히스토릭 사이트 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예일



프레이저 캐니언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호프에선 로터리 센테니얼 공원(Rotary Centennial Park)을 돌아보았다.




해리슨 핫 스프링스(Harrison Hot Springs)에 들러 해리슨 호숫가를 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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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1.15 1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헬스게이트는 이름만 들어도 뭔가 겁이 나는 곳이면서 어떤 곳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곳이기도 한거같아요~ 작명을 잘 했습니다!

    • 보리올 2018.01.15 15: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에는 이곳을 통과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만 직접 보니 그리 위험해 보이진 않더라. 지명에 좀 과장이 섞이지 않았나 싶다.

 

미국 로키산맥에 속하는 그랜드 티톤(Grand Teton)은 수려한 산세로 유명한 곳이다. 굽이쳐 흐르는 스네이크 강(Snake River)과 엄청나게 큰 잭슨 호수(Jackson Lake) 뒤로 톱날 같은 봉우리들이 솟아 티톤 레인지(Teton Range)를 이루고 있다. 뛰어난 자연 경관을 가지고 있어 일찌감치 국립공원으로 지정을 받았다. 우리 시선을 확 끄는 봉우리는 해발 4,199m의 그랜드 티톤이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운트 모런(Mt. Moran, 3,842m)도 단연 눈에 띄었다. 티톤 레인지가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것은 분명하지만 캐나다 로키와 비교하면 그 작은 규모에 약간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랜드 티톤에서 쉬운 하이킹 코스로 하나 고른 것이 바로 제니 호수 트레일(Jenny Lake Trail)이었다. 난 제니 호수를 한 바퀴 도는 7.1마일의 트레일을 모두 걷고 싶었으나 호수를 가로지르는 보트가 있다는 것을 안 일행들은 그 반만 걷고 싶어했다. 시간도 충분치 않았지만 일행들 의사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 히든 폭포(Hidden Falls)까지 갔다가 호숫가를 따라 남쪽으로 돌아 나왔다. 우리가 걸은 거리가 3.4마일(5.5km)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산길이 그리 험하지 않았고 호수 풍경도 그만그만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은 많지 않았다. 히든 폭포는 수량은 풍부했지만 낙차가 그리 크지 않았고 폭포를 바라보는 위치도 제법 멀었다. 호수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조망이 트이는 바위 위에 서자 제니 호수가 한 눈에 보였고 그 위로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이런 뭉게구름은 동심을 자극하는 것 같아 공연히 기분이 좋아졌다. 하산길엔 흑곰 한 마리와 마주쳤다. 어린 딸을 데리고 온 젊은 아빠가 가장 먼저 곰을 발견하곤 트레일을 걷는 사람들을 모두 세웠다. 곰이 숲으로 들어가길 기다렸지만 오히려 길을 따라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내가 나서 일행들을 한 자리에 뭉치게 하고 전원 숲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5분 정도 있다가 나오니 곰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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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5.10.04 1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 트레일을 걷다가 무스 한 마리가 길을 막고 있어서 모든 관광객들이 멀리 돌아서 갔던 것이 기억납니다. 제가 먼저 과감하게 돌아갔는데 가다보니까 무스 한마리와 새끼가 길을 따라 저에게 다가오길래 돌아서서 가니까 아까 길을 막았던 무스가 저에게 나타났습니다. 순간 주춤했다가 천천히 산경사를 타고 무작정 올라가서 기달리니까 다행히 안 따라왔습니다. 저에겐 아찔했던 추억입니다.

    • 보리올 2015.10.05 00: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곰도 아니고 무스에게 양쪽에서 협공을 받았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구나. 무스는 의외로 보기 힘드는데 넌 무슨 복이냐. 그리 공격적이진 않지만 엄청난 덩치라 가까이 가면 위험할 수 있지. 특히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 무스는 말이야.

 

밴쿠버를 출발해 유콘(Yukon)으로 가는 길이다. 북극권에 기대어 살아가는 동토의 땅, 유콘! 오래 전부터 마음으로 염원했던 곳을 이제야 가게 되었다. 사람의 발길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대자연이 살아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우리같은 보통 사람은 한여름에만 유콘을 찾을 수 있다. 눈이 녹고 추위가 가시는 6월부터 9월까지가 유콘 방문의 적기라 희소가치가 있는 여행인 셈이다. 밴쿠버 지인들로 구성된 일행은 나를 포함해 모두 네 명. 차 한 대로 움직이기 딱 좋았다. 이틀에 화이트호스(Whitehorse)까지 바로 빼려고 했으나 쉬엄쉬엄 가자는 일행이 있어 하루를 더 늘였다. 하루에 1,000km씩 운전을 해도 이틀엔 갈 수 없는 장거리를 줄기차게 운전을 해야 했다.   

 

1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하다가 캐시 크릭(Cache Creek)에서 97번 하이웨이로 바꿔 탔다. 97번 하이웨이는 캐나다와 미국 국경선에 근접한 오소유스(Osoyoos)에서 왓슨 레이크(Watson Lake) 인근의 브리티시 컬럼비아(BC)와 유콘의 주 경계선까지 장장 2,081km를 달린다. BC 주에 있는 알래스카 하이웨이에도 97번 하이웨이 표지판이 붙어 있다. 오늘 동선에서 가장 큰 도시인 프린스 조지(Prince George)를 지났다. 도시 규모가 한 눈에 보기에도 꽤 컸다. 인구 75,000명을 가지고 있다니 이런 곳에선 엄청 큰 도시에 속한다 하겠다. 미리 장을 본 과일을 가져 오지 못해 여기서 차를 세우고 다시 장을 보아야 했다.  

 

다시 97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을 했다. 두 시간을 더 달렸나. 오른쪽으로 산자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캐나다 로키산맥에 속하는 봉우리들이다. 캐나다 로키는 남북으로 1,500km에 걸쳐 길게 자리잡고 있는데, 우리는 벌써 그 북쪽에 있는 산맥에 도달한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아니 캐나다 로키를 마음에 담은 나에겐 꽤나 의미있는 만남이었다. 파인 르 모레이(Pine Le Moray) 주립공원의 하트 호수(Heart Lake)에 차를 세웠다. 이미 1,000km를 넘게 혼자 운전하고 왔기에 더 어둡기 전에 여기서 캠핑을 하기 위해서다. 캠핑장은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시즌이 지나 물펌프 등 시설을 모두 잠가놓았다. 그 덕분에 돈을 내지는 않았다. 호수에서 물을 떠다가 음식을 준비하고 불을 지폈다. 9월의 날씨가 선선했지만 그렇다고 추운 편은 아니었다.

 

 

 

<사진 설명> 97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하던 중 도로표지판을 통해 우리가 카리부 골드러시 당시 마차들이 달렸던 카리부 왜곤 로드(Cariboo Wagon Road)를 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일(Yale)에서 바커빌(Barkerville)을 연결하는 400 마일의 마차길은 철도의 출현으로 쇠퇴하고 말았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끈 것은 황토색 맨살을 드러낸 침식 지형이었다.

 

 

<사진 설명> 100 마일 하우스에서 잠시 쉬면서 팀 홀튼스(Tim Hortons)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켰다. 팀 홀튼스는 여행 내내 도시의 규모를 재는 척도로 사용이 되었다. 왜냐 하면 하이웨이 상에서 만난 수많은 커뮤니티에 팀 홀튼스가 없는 곳이 의외로 많았다.

 

 

 

<사진 설명> 퀘널(Quesnel)이란 도시 이름이 퀘스널이냐, 퀘널이냐 그 발음이 궁금해 관광안내소에 들러 직접 물어 보았다. S가 묵음이라 퀘널이 맞다고 한다. 피너클스 주립공원(Pinnacles Provincial Park)을 찾아갔다. 후두스(Hoodoos) 하나 달랑 있는 곳이었다. 오랜 침식작용에 의해 묘하게 흙이 깍여 있었다. 게이트에서 1km를 걸어 들어가야 한다.

 

 

 

 

 

 

 

 

 

<사진 설명> 프린스 조지를 지나 두 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하트 호수에 도착했다.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했다. 육개장으로 저녁 식사를 하곤 캠프파이어를 피워 낭만을 보탰다. 여기서 아주 평화로운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서녘으로 지는 해가 호수를 비추더니 아침에 뜨는 햇살도 호수에 내려 앉았다. 아직 갈길이 멀어 출발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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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2.05 1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곳은 사진으로 본 적이 없는 곳이라 언제 쓰시려나~기다렸습니다...
    온통 얼음에 덮힌 곳이라고 상상했는데 푸르름이 가득하네요...'스노우 워커'에 나오는 그런 곳인줄 알았거든요...ㅎㅎ
    산 속에 여러 개의 호수가 있는데 왜 이름을 따로 부르지 않을까..호수가 연결되어 있다면 한 개이니 복수형을 쓸 필요가 없을텐데~하는 엉뚱한 생각에 물어보았습니다...

    • 보리올 2014.02.06 0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유콘은 아주 특이한 곳입니다. 늘 흰 눈으로 덮여있지만 우리는 그 때를 피해 초가을에 다녀왔습니다. 흰색이 아니라 붉은색을 많이 보시게 될 겁니다. 유콘으로 많은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