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 비치로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호놀룰루(Honolulu)에 닿았다. 현지에 사는 교민 한 분이 미리 연락이 되어 차를 가지고 픽업을 나왔다. 이 양반이 하루 가이드를 자청해 찾아간 곳이 바로 마키키 밸리(Makiki Valley)였다. 원래는 다른 트레일을 가자고 했는데 전날 마우나 로아를 다녀온 피로감에 좀 더 쉽고 안전한 트레일로 가자고 해서 마키키 밸리를 택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난 이 마키키 밸리 산행이 무척 좋았다. 나무가 우거진 숲속 트레일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했고, 숲으로 구름이 낮게 내려 앉으면서 꽤 운치있는 풍경도 보여줬다. 이런 풍경과 분위기가 하와이에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은 마키키 밸리에 있는 세 개 트레일에 추가로 다른 몇 개를 연결해 진행하였다. 산행에 모두 여섯 시간이 소요되어 거리도 딱 맞았다. 원래 마키키 밸리 루프 트레일은 하와이 네이처 센터(Hawaii Nature Center)를 출발해 마우나라하(Maunalaha) 트레일과 마키키 밸리 트레일 그리고 카네알로레(Kanealole) 트레일을 묶어 한 바퀴를 도는데 그 길이가 2.5마일, 4.2km에 불과하다. 그래서 거기에 몰레카(Moleka) 트레일과 마노아 클리프(Manoa Cliff) 트레일을 지나 파우오아 프래츠(Pauoa Flats) 트레일 끝지점까지 간 다음에 되돌아서 칼라와히네(kalawahine) 트레일과 나후이나(Nahuina) 트레일로 돌아 원점으로 복귀한 것이다. 솔직히 어떤 트레일을 얼마나 걸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고 트레일 이름도 나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하와이 트레일은 우리 나라나 캐나다 트레일과는 사뭇 달랐다. 우선 열대 우림이 우거진 숲이 너무 좋았다. 숲에서 풍겨나오는 열대림 특유의 향기도 싫지 않았다.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 촘촘한 숲 속은 촉촉히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 속엔 빨간색을 자랑하는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있었고, 나무 뿌리가 이리저리 엉켜 산길을 덮고 있었다. 줄기가 내려와 땅에 닿으면 뿌리로 변한다는 신기한 나무, 반얀 트리(Banyan Tree)는 덩치가 너무 커서 그 가운데를 뚫어 산길을 내었다. 그래도 내 눈에 가장 신기했던 것은 나무 뿌리가 땅 위에서 담장을 치고 그 안에 물을 가두는 카폭 나무(Kapok Tree)라 할 수 있다. 하와이는 열대 지방이라 우리와는 식생이 너무도 달랐다. 마키키 밸리 트레일에서 모처럼 식견을 넓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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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라다이스블로그 2015.07.10 10: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변으로 유명한 하와이에 이런 멋진 산행코스가 있다니 놀랍네요^^
    최근 상영중인 영화 쥬라기 파크를 방불케 하네요.
    비교적 가까운 하와이에서 먼 아마존 밀림을 탐험하는 느낌도 낼 수 있겠습니다.
    사진 잘 감상하고 갑니다. 저희 블로그에도 여행과 문화 관련한 포스팅들이 많이 있으니
    시간 나시면 한 번 들러주세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보리올 2015.07.10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하와이의 새로운 면모를 본듯 했습니다. 하와이에 4,200m가 넘는 고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귀 블로그에 잠시 들렀더니 다양한 테마로 좋은 글들이 많더군요. 시간되면 종종 들르지요.

 

마우나 로아로 오르는 길은 참으로 지루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황무지를 걷는 느낌이었다. 급하게 치고 오르는 구간은 없어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고산에 왔다는 징후는 간간히 전해졌다. 사진 한 장 찍는다고 숨을 참으면 머리가 띵해 오는 것부터 시작해 잠이 올 시간도 아닌데 연신 하품이 났다. 역시 고소는 속일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저 앞에 정상이 보이는 듯 했지만 그렇게 쉽게 닿을 것 같지는 않았다. 고도를 높일수록 발걸음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검은 화산암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살갗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피가 흘렀다. 그렇게 쉬엄쉬엄 걸어 마우나 로아 정상에 있는 모쿠아웨오웨오 칼델라(Mokuaweoweo Caldera) 위에 섰다.

 

우리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분화구를 보고 무척 놀랬다. 세상에 이렇게 커다란 분화구가 있을까 싶었다. 분화구 길이가 4.8km나 되고 그 폭은 2.4km에 이른다고 한다. 축구장 수 십 개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에 하얀 눈까지 쌓여 있어 묘한 풍경을 연출했다. 흑백의 강렬한 대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 분화구 이름이 무슨 의미인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아보았더니 하와이 말로 붉게 불타는 지역이라고 한다. 용암이 분출할 때 온천지가 붉게 물든 상황을 묘사한 것이리라. 1935년 분화 당시는 용암이 사람 사는 마을을 위협해 미육군이 폭탄을 투하해 진로를 바꾸기도 했다고 한다. 이 화산은 1984년 분출 이후론 잠잠하다고 하지만 지표 아래선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산을 오르며 소비한 시간도 많았고 촬영까지 겹쳐 예상보다 많이 늦어졌다. 기념사진을 몇 장 찍곤 하산을 서둘렀다. 정상에 오래 있을수록 고산병 증세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다. 행여 넘어지기라도 하면 많이 다칠 수도 있어 발걸음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산을 내려섰다. 일행들 하산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해가 완전히 지고 깜깜해져서야 주차장에 내려섰다. 헤드램프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이파이브로 무사히 내려선 것을 자축했다. 마우나 로아 산행은 참으로 묘한 경험이었다. 해발 4,000m가 넘는 산을 당일에 다녀온다는 것도 그렇고, 마치 혹성 탈출에나 나올 법한 지역을 내내 걸었다는 것도 특이한 체험이었다. 산행 자체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잘 마쳐 다행이었다.

 

 

 

 

 

 

 

 

 

 

 

 

 

 

 

 

 

 

 

 

[이 산행을 촬영해 2015517KBS2 <영상앨범 산>에서 방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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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와이를 방문한 가장 큰 목적은 해발 4,169m의 마우나 로아(Mauna Loa)를 오르기 위함이었다. 킬라우에아 방문자 센터 부근에서 시작하는 마우나 로아 트레일을 타면 대개 23일 또는 34일의 일정으로 천천히 고소 적응을 하면서 오르지만 우리는 정상을 당일에 오르기로 했다. 마우나 로아 북동쪽 사면에 기상관측소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이 해발 3,399m에 위치하니 고도 800m만 올리면 된다. 산행 거리는 정상까지 편도 6.2마일. 고산병 증세를 느낄 수 있는 고도에서 왕복 20km를 걸어야 하니 적어도 8시간에서 10시간은 잡아야 했다. 더구나 우리에겐 촬영팀이 함께 있으니 시간은 더 걸릴 지도 몰랐다.

 

마우나 로아 바로 이웃에 마우나 케아(Mauna Kea)가 버티고 있다. 하와이 말로 마우나 로아는 긴 산이란 의미고, 마우나 케아는 흰 산이라 한다. 해발 고도는 엇비슷해 보이지만 마우나 케아가 36m인가 더 높아 하와이 제 1봉의 위치를 차지했다. 멀리서 보면 두 봉우리 모두 완만한 둔덕으로 보여 고산다운 면모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자랑거리는 많았다. 마우나 로아는 산 자체의 면적과 부피를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큰 산괴를 자랑한다 하고, 마우나 케아 역시 해저에서부터 높이를 재면 에베레스트보다도 훨씬 높은 10,203m라고 한다.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두 산을 소개하는 모든 자료에 그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놓아 자연스레 머릿속에 각인이 되었다.

 

비가 내리는 힐로(Hilo)를 출발할 때는 솔직히 우중산행이 걱정스러웠다. 200번 도로를 벗어나 마우나 로아 접근로로 꺾어지는 지점에서 다행스럽게도 구름 위로 올라서며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 아래 구름이 깔렸으니 꽤 높이 올라온 모양이었다. 기상관측소까지는 아스팔트를 깔아 놓았지만 차 한 대 겨우 다닐 수 있는 외길이었다. 길 양쪽으로 검은 화산석만 깔려 있어 혹성 탈출에나 나오는 외계로 들어서는 느낌이었다. 커브를 돌 때마다 차창을 통해 마우나 케아가 그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마우나 케아 정상엔 천문관측소가 몇 개 있었다. 해발 고도도 높고 태평양 한가운데 홀로 떨어져 있어 천체 관측에 아주 좋은 조건을 지녔다고 한다.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벌써부터 머리가 띵하다는 사람도 나왔다. 바닷가에서 단번에 해발 3,399m까지 차로 올랐으니 산소 부족을 느끼는 건 당연한 현상이리라. 우리가 오르는 업저버토리 트레일(Observatory Trail)에는 표지판이 그리 많지 않았다. 정상까지 두세 개 표지판을 보았을 뿐이었다. 수십 미터 간격으로 놓여있는 돌무더기, 즉 케언(Cairn)을 주의깊게 찾아 그것을 따라야 했다. 사방이 온통 거무스름한 화산석만 깔려있는 특이한 풍경이 산행 내내 계속되었다. 가끔 누렇고 붉으스름한 색조도 나타나긴 했지만 검은색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별난 세상을 걷는 낯설음이 느껴졌고, 거기에 활화산을 오른다는 일말의 두려움, 고산병에 대한 걱정까지 더해져 마음이 묘하게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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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아이에서 아침 일찍 호놀룰루로 건너가 빅 아일랜드행 비행기로 갈아탔다. 두 노선 모두 거리는 짧았지만 비행기를 갈아탄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호놀룰루 공항에서 KBS <영상앨범 산> 제작진을 만났다. 우리가 찾아갈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 뿐만 아니라 그 다음날 산행할 해발 4,169m의 마우나 로아(Mauna Loa)도 우리와 함께 할 예정이었다. 제작진은 하와이 현지 산악인들과 이미 한 편을 찍은 상태고, 우리 일행과 합류해 마우나 로아에서 또 한 편을 찍을 계획이라 했다.

 

햄버거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차량을 두 대 렌트해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1,300 평방 킬로미터의 면적을 지닌 이 화산 국립공원은 화산 지형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현재도 용암을 분출하고 있어 화산을 연구하는 학자에게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공원 안에는 두 개의 산이 있는데, 킬라우에아(Kilauea)는 이 세상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에 속하고, 마우나 로아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지표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까닭으로 198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이 되었다.


우선 킬라우에아 방문자 센터에 들러 볼거리와 도로 폐쇄상태를 확인했다. 11마일 거리를 한 바퀴 도는 크레이터 림 드라이브(Crater Rim Drive)도 화산 활동 때문에 반이 폐쇄된 상태였다. 토마스 재거 박물관(Thomas Jaggar Museum)으로 이동했다. 우리 눈 앞에 거대한 킬라우에아 칼델라가 나타났고 그 안에선 연신 흰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밤이면 지표면에 있는 용암에 의해 칼델라 부근이 붉게 변한다 하는데 낮이라 그런 기색은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 길가에서 하얀 수증기를 뿜고있는 스팀 벤트(Steam Vents)도 잠시 둘러 보았다.

 

아쉽게도 용암이 바다로 흘러드는 장면은 볼 수가 없었다. 헬기 투어를 신청하면 그 장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행이 있어 그러진 못했다. 빅 아일랜드 자료를 찾다가 알게된 것은 북미 지역에서 많이 발견되는 수종인 더글러스 퍼(Douglas Fir)에 이름을 준 데이비드 더글러스(David Douglas)1834년 여기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35살의 젊은 나이에 마우나 케아(Mauna Kea)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북미 지역에 자생하는 수많은 식물의 씨앗을 수집해 런던으로 보낸 업적을 높이 평가받던 사람이었는데 여기서 허망하게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 느낌이 묘했다.

 

(사진) 빅 아일랜드의 힐로(Hilo) 공항에 내려 일정을 시작했다.

 

 

 

 

(사진) 킬라우에아 방문자 센터에 들러 화산 활동에 대한 최신 정보도 듣고 공원 내 도로 폐쇄 상황도 파악할 수 있었다.

 

 

 

 

 

 

 

 

 

 

(사진) 토마스 재거 박물관 앞에서 킬라우에아 칼델라를 둘러보곤 실내에 마련된 각종 화산 자료도 읽을 수 있었다.

 

(사진) 길가에 있는 스팀 벤트는 규모가 작아 우리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사진) 힐로 시내에서 찾은 간이 음식점에서 중국 요리로 저녁을 해결했다.

 

(사진) 힐로 공항에 있는 하와이안 항공 카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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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6.30 1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읽는 저도 못내 아쉽습니다. 간접적으로나마 용암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네요!

    • 보리올 2016.06.30 16: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접근이 어려우니 용암은 헬기 투어를 하지 않는 이상 보기는 어려울 것 같더구나. 밤에 봐야 더 멋있다 하던데 밤에는 헬기가 운행을 안 할테고. 이래저래 보기가 힘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