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프를 벗어나 미네완카 호수(Lake Minnewanka)로 가는 길에 엘크 떼를 만났다. 길가에 차들이 몇 대 세워져 있어 금방 뭔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눈이 많이 쌓이는 겨울에는 먹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텐데도 코로 눈 속을 헤치며 먹이를 찾는다. 튼튼한 놈들이야 설사 먹이가 부족해도 그런대로 버티겠지만 병들고 연약한 녀석들은 한겨울을 나는 것도 버겁지 않을까 싶었다. 이 지역에 살던 스토니(Stoney) 원주민 부족의 말로 영혼의 물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미네완카 호수에 닿았다. 인공 댐에 의해 형성된 호수로 그 길이가 자그마치 28km에 이른다. 끝없이 펼쳐진 호수엔 흰 눈만 가득해 허전한 느낌도 들었다. 하얀 눈과 검은 산괴가 섞인 흑백 풍경 속에 고요한 정적만 흘렀다. 여름철이면 사람을 가득 실은 유람선이 들고 났을 선착장도 얼음 위에서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미네완카 호수와 물길로 연결되어 있는 투잭 호수(Two Jack Lake)로 이동했다. 스노슈잉(Snowshoeing)으로 호수 위를 걸으며 밴프의 진산이라 부를만한 런들 산(Mt. Rundle)과 케스케이드 산(Cascade Mountain)의 위용을 가까이에서 즐길 생각이었다. 날씨는 영하 12도로 그리 춥지는 않았다. 하늘이 쾌청해서 우리 마음 또한 가벼웠다. 여름이면 호수에 비친 런들의 반영이 무척 아름다운 곳인데, 겨울엔 그런 반영 대신에 눈을 뒤집어쓴 설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온통 하얀 눈옷을 걸친 호수 뒤로 층층이 검은 바위결을 드러낸 런들과 케스케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진산의 겨울 자태 또한 일품이었다. 미네완카 호수에 비해선 규모가 작다곤 하지만, 스노슈즈를 신고 눈 위를 걷는 우리에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고 넓었다.





미네완카 호수로 가다가 마주친 엘크 무리들. 눈 속에서 먹이를 찾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미네완카 호수를 둘러싼 산자락과 하얀 호수 위로는 태고의 정적만 흘렀다.












투잭 호수 위에 쌓인 눈을 밟으며 호수를 걷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각도의 조망을 선사한다.

어디에서나 런들 산과 케스케이드 산이 모습을 달리한 채 우리를 맞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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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2.02 15: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먼 발치에서 바라봐야만하는 호수 위를 원없이 걸으셨겠어요! 일상 생활에 억눌러져있던 마음이 저 풍경과 함께 탁 트일 것 같습니다! 겨울 록키와 스노우 슈잉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 보리올 2018.02.02 16: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두 발로 걸을 수 없었던 곳을 걷는 즐거움도 좋고 새로운 각도에서 감상하는 산악 풍경도 매력적이지. 난 겨울철 로키의 스노슈잉이 꽤 마음에 들더라.

 

산을 좋아하는 나에게 밴프는 캐나다 로키로 가는 전진기지였다. 물가나 숙박비가 좀 비싸긴 했지만 그 주변에 포진한 산을 찾기엔 밴프만큼 편한 곳이 없었다. 늘 동행들을 이끌고 찾았던 밴프를 이번에는 회사 업무로 3년만에 방문하게 되니 기분이 좀 묘했다. 숙소는 컨퍼런스가 열리는 밴프 센터(Banff Centre)로 잡았다. 호텔 발코니에서 바라다 보이는 캐나다 로키의 연봉들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밴프 시가지 뒤로 자리잡은 케스케이드 산(Cascade Mountain)의 위용에, 그리고 밴프 스프링스 호텔(Banff Springs Hotel)의 고풍스런 모습에 얼마나 가슴이 설렜던가.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 밴프를 벗어나 인근 호수를 찾았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투 잭 호수(Two Jack Lake). 미네완카 호수(Lake Minnewanka)로 가는 도중에 있는 중간 크기의 호수인데, 밴프 남쪽을 지키고 있는 런들 산(Mt. Rundle)의 위용을 지척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여름이면 호수에 비친 런들 산의 반영이 아름답지만 호수에 눈이 쌓이는 겨울철에 그런 반영은 기대할 수가 없다. 대신 하얀 호수를 앞에 두고 곱게 분칠한 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 이런 모습을 그리며 여기를 찾아오지 않았던가.

 

 

 

 

 

다시 차를 몰아 버밀리언 호수(Vermilion Lakes)로 향했다. 저녁 노을이 지는 시각에 한 줌 빛이 런들 산 꼭대기에 내려앉으면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곳이 따로 없을 정도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풍경화가들을 매료시킨 곳이 바로 여기다. 많은 화가들이 붉게 물든 산자락과 버밀리언 호수에 비치는 런들 산의 반영을 화폭에 담았고,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여기를 찾는 사진작가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따라 노을이 그리 거창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그 앞에 서서 숨을 쉬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난 충분히 감격적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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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프 국립공원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호수라 하면 단연 루이스 호수(Lake Louise)나 모레인 호수(Moraine Lake)를 첫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언론 매체에 의해서 또는 사람들 입소문에 의해 널리 알려져 그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호수의 아름다움만을 기준으로 잡는다면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다. 인공댐에 의해 만들어진 미네완카 호수도 아름답기로 치면 어디에 빠지지 않는다. 미네완카 호수는 밴프 다운타운에서 북동쪽으로 5km 떨어져 있는데, 호수의 길이가 28km로 캐나다 로키에서 가장 길다. 미네완카란 원래 스토니(Stoney) 원주민 부족의 말로 영혼의 호수란 의미가 있다고 한다.

 

미네완카를 가고 오는 길에 어김없이 들르는 곳이 바로 투잭 호수(Two Jack Lake). 미네완카 호수와 물길로 연결되어 있어 이웃사촌이라 해도 좋다. 그리 크지도 않고 유명세에서도 한참 밀리지만 난 개인적으로 투잭 호수에 더 많은 점수를 준다. 호숫가에 설치된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여유를 부리며 호수에 비친 런들 산(Mt. Rundle)의 반영을 바라보는 것이 나에겐 하나의 낙이다. 청순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비취색 물빛은 또 어떤가. 거기에 호수 위를 한가롭게 미끄러지며 물고기를 낚는 사람들도 멋진 풍경에 일조를 한다.

 

 

 

 

 

 

 

 

[사진 설명] 여름 시즌이면 미네완카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호수 반대편에 있는 악마의 갭(Devil’s Gap)까지 다녀올 수 있다. 이 유람선은 여름 시즌에만 운행을 한다.

 

 

 

 

[사진 설명] 미네완카 호수에 갈 때마다 이 주변에 서식하는 빅혼(Bighorn) 떼를 자주 만난다. 무리를 지어 먹이를 찾아 나선 이 녀석들은 사람을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진 설명] 미네완카 호수와 비교하면 아주 작은 규모지만 우리 눈에는 상당히 크게 보인다. 호수 뒤로 런들 산이 보여 수려한 경관을 제공한다.

 

 

[사진 설명] 투잭 호수에서도 야생동물을 만났다. 호숫가에 땅을 파고 살아가는 컬럼비아 땅다람쥐(Columbian Ground Squirrel)가 낯선 방문객을 지켜보고 있고, 사슴은 풀을 찾아 숲에서 나왔다.

 

 

 

[사진 설명] 투잭 메인 캠핑장. 380개의 캠프 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숲속에 위치해 있어 한적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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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k Man 2014.06.25 09: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자연경관이 너무 아름답네요.. 그리고 동물들도 너무 귀여워요..

    • 보리올 2014.06.25 1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여기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캐나다 로키 정말 아름답습니다. 야생동물도 많이 볼 수 있구요. 언제 한번 꼭 다녀가시길 강추합니다.

  2. 토종감자 2014.06.25 10: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멋지네요. 미네카완은 못가봤는데, 수려한 경관에 미니 힐링 하고 가네요 ^^

    • 보리올 2014.06.25 11: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착장에서 미네완카 호수를 보면 많은 부분이 가려서 전체 풍경을 보지 못합니다. 산길 걷는 것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으시면 에일머 전망대(Aylmer Lookout)까지 가셔서 호수를 내려다 보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Ü 투잭 호수(Two Jack Lake) : 캔모어 야영장에서 하루를 묵고 다시 국립공원 경내로 들어가 호수부터 구경을 시작했다. 런들 (Mt. Rundle) 배경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한가롭게 배를 타고 낚시하는 사람들도 더러 만났다.

 

  

Ü 미네완카 호수(Minnewanka Lake) : 인공의 댐에 의해 만들어진 호수로 유람선을 타고 악마의 계곡(Devil’s Gap)까지 다녀올 있다. 아직 시즌이 일러 유람선은 오픈하지 않았다.

 

 

 

 

Ü 설퍼 마운틴(Sulphur Mountain) : 겨울 산과는 다른 풍경을 기대하며 다시 곤돌라를 타고 올랐으나 풍경에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겨울 산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었다. 조우 때보다는 감동이 떨어진 느낌이다.

 

 

 

 

 

 

 

Ü 밸리 파크웨이(Bow Valley Parkway) : 건너편으로 1 하이웨이가 새로 나면서 지금은 우회도로나 관광도로로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는 60km 속도 제한이 있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 가히 자전거 천국이라 할만 하다. 엘크나 사슴이 자주 나타나는 야생 동물의 천국이기도 하다. 산란기에는 차량 출입을 통제하기도 한다. 파크웨이의 중간쯤에 있는 캐슬 (Castle Mountain) 웅자가 단연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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