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선언되기 직전에 한국에 사는 고등학교 친구를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에서 만났다. 둘이서 남아프리카 로드트립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먼저 크루거 국립공원(Kruger National Park)으로 올라갔다가 거기서 케이프타운(Cape Town)까지 내려간 다음, 가든 루트(Garden Route)를 타고 포트 엘리자베스(Port Elizabeth)을 경유해 요하네스버그로 돌아오는 장거리 여행으로, 차량 운행 거리는 5, 000km를 훌쩍 넘었다. 차는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에서 렌트를 했다. 이 여행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남아공 치안이 좋지 않아 조심한다고 하면서도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도둑을 만나 주차해 놓은 자동차 문이 깨지고 친구 배낭 하나를 잃어버린 일이 있었고, 요하네스버그로 올라오면서 하룻밤 묵은 크래독(Cradock)에서 카메라 대용으로 쓰던 아이폰을 깜쪽같이 분실하여 여행 중에 찍은 사진 대부분을 날린 것이었다. 수 천 장의 사진이 사라진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에서 크루거 국립공원의 푼다 마리아(Punda Maria) 게이트까지는 7시간이 넘게 걸렸다. 야생동물 사파리로 유명한 이 공원은 남아공 북동쪽 끝단에 위치하고 있다. 공원 북쪽엔 짐바브웨(Zimbabwe), 동쪽엔 모잠비크(Mozambique)가 있어 두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남아공에선 가장 큰 국립공원으로 그 면적이 2만 ㎢에 이른다.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야생동물의 숫자나 종류도 다른 공원에 비해 훨씬 많다고 한다.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형상인데 그 길이가 무려 350km나 된다. 공원 내 명소를 빠지지 않고 돌아보려면 최소 3일은 필요하다는데, 우리는 하루 일정이라 무척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공원에는 모두 8개의 게이트가 있다. 입장은 북쪽에 있는 푼다 마리아 게이트로 했고, 공원을 빠져나올 때는 남쪽에 있는 폴 크루거(Paul Kruger) 게이트를 이용했다. 푼다 마리아는 림포포(Limpopo) 주에, 폴 크루거는 음푸말랑가(Mpumalanga) 주에 속했다. 크루거 국립공원을 다녀오면서 남아공이 엄청 큰 나라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입장료를 내고 공원으로 들어서 셀프 게임 드라이브(Self Game Drive)에 나섰다. 가장 먼저 얼룩말이 우릴 반겼다. 가능하면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천천히 차를 몰았다. 멀리서 풀을 뜯는 동물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거리가 있어 식별이 어려운 동물도 많았다. 그래도 규정상 차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다. 우리 관심은 아무래도 빅5에 있었는데 실제로 빅5를 모두 보려면 엄청난 행운이 따라야 한다. 우린 빅5 가운데 코끼리와 버팔로만 겨우 볼 수 있었다. 숙소와 휴게소로 쓰이는 레스트캠프(Restcamp)에 들르면 어느 곳에, 어떤 동물이 출몰했는지 적어 놓은 현황판이 있다. 하지만 그 정보를 믿고 달려가도 시간차가 있어 그 동물을 본다는 보장은 없다. 그저 우리가 평소 쌓은 복만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욕심은 내려놓았다. 행여 더 많은 동물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공원 레인저가 안내하는 게임 드라이브나 초원을 걷는 부시 드라이브(Bush Drive), 야간에 보호구역을 도는 나이트 드라이브(Night Drive), 동물의 흔적을 추적하는 윌더니스 트레일(Wilderness Trails) 등을 신청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푼다 마리아 게이트에서 입장료를 내고 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공원 안에는 아스팔트로 된 2차선 도로가 남북으로 이어져 있지만 비포장 탐방로도 제법 많았다.

 

 

 

다른 종에 비해 띠는 넓지만 그 숫자가 적은 것이 특징인 얼룩말(Burchell’s Zebra)이 우릴 맞았다.

 

거북이 한 마리가 겁도 없이 느릿느릿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고 있다.

 

아프리카 평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혹멧돼지(Warthog)

 

영양 가운데 덩치가 큰 쿠두(Kudu)는 인상적인 뿔과 옆구리에 하얀 띠를 가지고 있다.

 

멀리서 풀을 뜯고 있어 식별이 어려웠지만 내 눈엔 누(Gnu)라고 불리는 윌더비스트(Wildebeest)로 보였다.

 

 

5에 속하는 버팔로가 풀을 뜯고 있었다. 성체는 키 1.5m, 몸무게 750kg까지 나간다.

얼핏 보면 온순해 보이지만 실제는 상당히 위험한 동물이다.

 

 가장 큰 조류에 속하지만 날지는 못 하는 타조(Ostrich). 키가 2.6m까지 자란다.

 

어느 레스트캠프의 휴게소에서 얼룩말 가죽을 팔고 있었다.

 

공원 중간쯤에 차로 오를 수 있는 고지대가 있어 그곳에서 공원을 둘러보았다.

 

다시 남으로 차를 몰았다. 오후엔 구름이 잔뜩 몰려와 하늘이 어두워졌다.

 

 

수령이 오래된 바오밥 나무(Baobob Tree) 한 그루가 사바나 초원에 우뚝 서있다.

 

 

육상 포유동물로는 가장 크다는 아프리카 코끼리 떼가 도로를 건너고 있다.

5 가운데 하나로 성체는 키가 3.3m까지 자란다.

 

강아지 얼굴을 하고 있는 원숭이, 바분(Baboon)은 수컷의 경우 키가 1.5m까지 자란다고 한다.

 

 

폴 크루거 게이트를 빠져나오며 크루거 국립공원과 작별을 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테니 자연보전지구(Lotheni Nature Reserve)에 있는 이글 트레일(Eagle Trail)을 두 번째 산행 코스로 택했다. 전날 걸었던 에마둔드위니 트레일(Emadundwini Trail)과는 로테니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곳에 있다. 숙소로 쓰는 로테니 리조트 샬레에서 바로 트레일이 연결되었다. 길가에 있던 조그만 표지석에는 트레일 길이가 12.8km라 적혀 있었다. 처음엔 계곡 아래를 걷다가 산중턱으로 올라서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루프 트레일이었다. 차가 다니는 흙길을 따라 캠핑장으로 올랐다. 사임스 커티지(Simes Cottage)와 조그만 인공 호수가 나왔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드라켄스버그 산맥의 주능선 쪽으로 다가갔다. 텐트(Tent), 호크(Hawk), 레디(Redi) 등의 이름을 가진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산중턱에 있는 분기점에서 폭포와 동굴로 가는 트레일이 갈라졌지만 우린 거기서 되돌아섰다. 산중턱을 에두르며 이어지는 트레일을 따라 숙소로 돌아왔다. 전체적으로 경사가 심하거나 어려운 구간은 없었다. 눈 앞에 펼쳐진 지형이나 풍경은 에마둔드위니 트레일과 별 차이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는 좀 떨어지지 않나 싶다. 그늘이 없는 지역이라 뜨거운 햇볕에 갈증이 심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표지석을 지나 캠핑장으로 이어지는 흙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랐다.

 

캠핑장에서 멀지 않은 지점에 로테니 리조트의 또 다른 숙소인 사임스 커티지와 인공 호수가 있었다.

 

 

 

 

 

드라켄스버그 산맥의 주능선을 바라보며 서서히 고도를 올렸다. 경사가 그리 심하진 않았다.

 

폭포와 동굴로 갈라지는 분기점에서 되돌아서 산중턱을 가로지르는 코스를 걸었다.

 

 

몇 군데 포인트에서 탁 트인 조망이 펼쳐졌으나 풍경이 그리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푸른 초원을 가로질러 하산에 나섰다. 바분(Baboon) 몇 마리가 우리 출현에 놀라 도망쳤다.

 

 

등산객이라곤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는 산길을 걸어 숙소로 내려섰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angin 2020.10.26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잘 보고가요~
    정말 사진이 멋있네요!
    시간 되시면 제 블로그도 놀러오세요~

    • 보리올 2020.10.26 14: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세가 우리 산하와는 달라 이국적인 면은 좀 있지요. 목공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즐거운 작품 활동을 기대합니다.

  2. 봉이아빠요리 2020.10.26 12: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는 참 산의 모습도 우리랑은 많이 틀리네요 잘 보고 갑니다.

    • 보리올 2020.10.26 14: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드라켄스버그 산맥엔 해발 3,000m가 넘는 봉우리가 많습니다. 우람한 산세를 가지고 있지요. 계곡엔 푸른 초지가 펼쳐져 산악 풍경이 좀 특이합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캐시드럴 피크(Cathedral Peak, 3005m)를 오르는 날이다. 지난 1년 가까이 무릎에 통증이 있어 과연 오를 수 있을까 솔직히 의구심부터 들었다. 갈 수 있는 만큼만 가기로 했다. 오전 830분에 숙소를 나서 캐시드럴 피크 호텔의 하이커스 파킹에 차를 주차했다. 호텔로 걸어가다가 급커브에서 트레일 표식을 발견하곤 산길로 들어섰다. 댐으로 막힌 조그만 호수를 하나 지났다. 호수에서 캐시드럴 피크까지 20.5km란 이정표가 보였다. 편도인지, 왕복인지는 표시가 없었지만 왕복이 분명했다.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되더니 나무 한 그루 없는 능선으로 올라섰다. 하늘엔 구름이 제법 많았지만 햇볕이 나면 그 뜨거움이 장난이 아니었다. 계속 오르막이 나타나 은근히 무릎에 신경이 쓰였다. 앞에서 걷던 친구도 자꾸 멈춰서는 뒤처진 나를 기다리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두 시간 가량 꾸준히 걸어 올랐을까. 왼쪽 무릎 통증은 그렇다 쳐도 돌계단이나 바위를 오를 때 줄곧 오른쪽 다리만 쓰게 되니 오른쪽 허벅지에서 쥐가 자꾸 났다. 앞서 가는 친구를 불러 세워 어디서 점심이나 먹자고 했다.

 

정상에 오르는 것이 내겐 점점 무리란 생각이 들었다. 9~10시간 산행에 두 발로 걸어 올라야 하는 등반고도가 1,600m라니 내 무릎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속이 쓰리지만 친구만 다녀오라고 했다. 정상을 앞에 두고 중도에 산행을 포기한 경우는 내 생애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혼자 쉬고 있으려니 한 젊은이가 엄청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었다. 영국에서 왔다는 조(Joe)에게 먼저 오른 내 친구가 있으니 필요하면 도와주라고 부탁했다. 정상 부위에 기어올라야 할 벼랑이 몇 군데 있어 추락하면 위험하단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땡볕에서 무작정 몇 시간을 기다리기가 그래서 아픈 무릎과 허벅지를 달래며 천천히 해발 2,420m의 오렌지 필 갭(Orange Peel Gap)까지 오르기로 했다. 경사가 급했고 바위도 많았지만 느릿느릿 오렌지 필 갭에 올랐다. 능선 너머의 산악 풍경은 지금까지 보았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늘이 없는 곳이라 쉴 곳이 마땅치 않았다.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봉우리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았다. 해발 2,500m는 되어 보였다. 밑에선 뾰족해 보이던 봉우리는 의외로 정상이 평평했다. 맘껏 쉬고는 내 속도를 고려해 먼저 하산하기로 했다.

 

무척 지루한 하산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걸 어찌 올라왔나 싶었다. 수시로 멈춰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았다. 드라켄스버그 산맥에 속한 높다란 봉우리들이 커다란 장벽을 만들고, 그 안에는 푸른 잔디로 이뤄진 구릉과 계곡이 넘실대는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아프리카에도 이런 산악 지형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만 바라보아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정상에 가지 못 한 섭섭함도 좀 가셨다. 조그만 물줄기가 지나는 벼랑 아래서 그늘을 발견했다. 성질이 고약하다는 원숭이 바분(Baboon)이 떼를 지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여기서 3시간을 기다렸다. 가이드를 동반한 백인 남녀 5명이 내려오면서 네 친구 10분 뒤에 내려올 거다며 지나친다. 오후 5시가 훨씬 넘어 영국 젊은이 조와 친구가 함께 내려왔다. 친구도 길을 잘 못 들어 정상에 오르지는 못 했다고 한다. 두 번째 도전이었던 그 친구에겐 무척 아쉬운 일이었다. 조와 함께 디디마 리조트로 돌아와 시원한 맥주로 갈증부터 달랬다.

 

 캐시드럴 피크 호텔로 오르는 길목에서 만난 트레일 헤드

 

 

나무가 드문드문 자라는 계곡, 그 주변을 푸르게 꾸민 초지가 나타나 오르막 길의 고단함을 달래줬다.

 

 

 

 

바위로 이루어진 경사면을 지나 능선 위로 올라서면 웅장한 산악 지형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오른쪽에 캐시드럴 피크, 왼쪽엔 아우터 혼과 이너 혼이 구름에서 벗어나 모습을 드러냈다.

 

 

고도를 높일수록 캐시드럴 피크 밸리의 아름다운 풍경이 더 넓게 눈에 들어왔다.

 

 

트레일은 능선을 따라 계속 오르막으로 이어졌고, 해발 2,000m를 넘기자 더위도 좀 가셨다.

 

 

 

오렌지 필 갭을 오르기 전에 이른 점심을 먹으며 멋진 산사면과 봉우리를 눈에 담았다.

 

오렌지 필 갭에 올라 현지 가이드를 동반한 두 명의 하이커를 만났다. 정상을 밟고 기분 좋게 산을 내려가는 길이었다.

 

 

해발 2,500m 정도로 추정되는 이름 모를 봉우리에 올라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맘껏 쉬었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 보니 산봉우리에 올라 여간해선 찍지 않던 셀피에 도전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