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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에 들다 - 한국 2016. 4. 30. 08:06

 

아들과 지리산을 다시 찾았다. 부자가 단 둘이서 백두대간을 종주하겠다고 지리산을 오른 것이 1997년이었으니 20년 만에 다시 둘이서 지리산을 찾은 것이다. 이번에는 둘이 아니라 셋이었다. 녀석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으니 말이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이 청춘 남녀가 이번 산행의 주인공이었고 나는 이들이 앞으로 펼칠 백두대간 종주 출정식에 초대받아 온 손님에 지나지 않았다. 참으로 기분 좋은 초대 아닌가. 산행은 중산리에서 시작했다. 칼바위와 망바위를 지날 때까진 그리 힘들지 않았다. 내가 앞으로 나서 산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웠다. 앞으로 이 커플이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열심히 줍자고 서로 합의를 했다는 소리에 나름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취지가 고마워 나도 열심히 쓰레기를 주워 아들이 멘 봉투에 집어 넣었다. 산에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 내심 흐뭇하기도 했다. 이 둘이 무사히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도록 지리산 산신령께 기도를 드리면서 기쁜 마음으로 지리산을 올랐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간식을 하고 법계사를 잠시 둘러 보았다. 법계사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2km 구간은 경사가 꽤나 가팔라 늘 힘이 들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늘이 그리 맑진 않았지만 간간이 뒤돌아볼 수 있는 경치가 있어 그래도 위안이 되었다. 천왕샘에서 목을 축였다. 천왕봉까지 가파른 구간은 계단으로 이어졌다.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걸어 천왕봉에 올랐다. ‘지리산 천왕봉 1915M’라 적힌 표지석은 의연하게 세월을 이겨내고 있었다. 반야봉을 거쳐 노고단, 만복대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릉이 한 눈에 들어왔다. 김밥과 사발면으로 점심을 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장터목 대피소는 하루 묵을 손님들로 붐볐고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산불 방지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내려왔다. 계곡에 물이 많아 소리가 우렁찼고 크지 않은 폭포도 많이 만났다. 무려 10시간 가까이 걸어 중산리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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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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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5.05 1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격스럽습니다. 어렸을때 뿌린 씨앗이 이렇게 자라나네요 ~ 고맙습니다 아버지.

    • 보리올 2016.05.05 17: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기로 치면야 오히려 내가 고맙단 인사를 해야겠지. 참으로 감격적인 순간이었는데 그런 표현을 제대로 하지를 못 했구나.

 

2009 12 20. 이 무슨 산복(山福)이란 말인가. 지리산을 다녀온지 1주일 만에 다시 지리산을 찾게 되었다. 이번에는 청주에서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중학교 친구와 말이다. 이 친구는 청주 산꾼들과 어울려 한 달에 한두 번씩 산을 찾는다고 했다. 이 바쁜 친구가 산을 좋아한다는 소리에 깜짝 놀랬다. 나이가 들면서 산을 찾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 사실인 모양이다. 꼭두새벽에 청주를 출발한 관광버스는 중산리까지 내리 달린다.

 

 

 

이번에는 중산리에서 바로 천왕봉을 오른다. 천왕봉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다. 나도 이 코스를 이용해 천왕봉을 오른 적이 많아 코스가 눈에 선하다. 법계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떠나는데 눈이 오기 시작한다. 그것도 눈송이가 큰 함박눈이다. 눈도 눈이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어 체감온도가 무척 낮았다. 본격적인 겨울 산행에 나섰다고나 할까. 눈이 온 덕분에 나무에 설화가 활짝 핀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지리산을 다시 찾은 것이 불과 1주일 차이인데도 산의 모습은 완연히 달랐다. 그 사이 눈이 많이 온 탓이다. 주변 산자락 풍경은 모두 구름에 가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치가 있었다. 지리산은 날이 맑으면 맑은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제 몫을 한다. 지난 주에는 맑은 지리산을 만끽했다면 오늘은 눈 내리는 지리산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천왕봉 정상은 바람이 세차 더 추웠다.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빨리 장터목으로 내려가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을 녹여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하산은 장터목을 경유해 다시 중산리로 내려서는 코스를 택했다. 눈 쌓인 내리막 길을 아이젠없이 내려오다가 몇 번 미끄럼을 탔다. 중산리에 도착해 다른 산꾼들처럼 파전에 막걸리 한 잔씩 걸치며 뒤풀이를 치렀다. 추위에 떨다가 막걸리 한 잔 뱃속에 들어가니 금방 얼떨떨 취기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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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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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인이 2012.10.14 18: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눈보라 속에서도 정상을 정복하시는 멋있는 우리 아빠 ♥

    • 보리올 2012.10.15 06: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산 다니는 사람에게 눈보라가 대수겠냐. 산사람은 정상 정복이란 말을 잘 안 쓴단다. 미약한 인간이 어찌 자연을 정복하겠니. 그나저나 너도 바쁠텐데 아빠 블로그에도 와야 되니 안 됐다.

  2. 이종인 2012.10.24 16: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인이가 저 말을 하니 갑자기 해인이와 눈보라 치던 관악산을 올라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어린 나이에 주위 어른들이 용하다고 했는데 해인이가 기억할까요?
    그때 사진도 아버지께서 간직하고 있으시겠죠?

    • 보리올 2012.10.25 1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 해인이도 기억하겠지. 춥기도 했고 눈이 내려 미끄럽기도 했고, 그래도 해인이가 그 땐 잘 걸었지. 칭찬도 많이 받고. 필름으로 찍었기 때문에 집 어디엔가 사진이 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