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9.09 [뉴질랜드]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 ① (7)
  2. 2016.04.08 [뉴질랜드] 밀포드 트랙-2 (2)



며칠 동안의 일기 예보가 심상치 않았다. 밤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아침에도 여전히 비가 내렸다. 젖은 텐트와 매트리스를 대충 거둬서 화카파파 홀리데이 파크 리셉션에 맡겼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Tongariro Northern Circuit)에 들면 텐트 대신 산장에서 머물기 때문이다. 오전 9시가 되어서 비가 그치기에 서둘러 체크아웃을 하고 트레일헤드로 걸어갔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 또한 대부분 구름에 가렸다. 설상가상으로 바람은 왜 그리 강하게 부는지 모르겠다. 비를 맞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어렵게 시간을 내서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비 때문에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 싶다. 뉴질랜드에 사는 후배가 첫 손가락으로 꼽은 트레킹 명소가 이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였는데 말이다.

 

뉴질랜드에는 아홉 개의 그레이트 워크(Great Walk)가 있다. 북섬 중앙에 있는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도 그 가운데 하나다. 43km 길이의 루프 트레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길 찾는 사람들은 대개 2 3일 또는 3 4일에 걷는다. 난 애초부터 2 3일 일정으로 계획을 짜 와이호호누 산장(Waihohonu Hut)과 망가테포포 산장(Mangatepopo Hut)에서 하루씩 묵을 예정이었으나, 망가테포포 산장에 침상을 구하지 못 해 부득이 그 중간에 있는 오투레레 산장(Oturere Hut)에서 하룻밤 묵어야 했다. 그 때문에 둘째 날 구간은 무척 짧았다. 두 시간 걷고는 정오도 되지 않아 하루를 마감해야 했다. 너무나 여유로운 일정이라 오히려 얼떨떨했다. 낮게 깔린 구름과 흩뿌리는 빗방울에 산장 밖으로 나갈 일도 없어 침상에 누워 심심하게 시간을 보내야 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로 첫발을 디뎠다. 누런 터석(Tussock)이 넓게 자라는 평원이 펼쳐졌고 조그만 크기의 숲도 나타나곤 했다. 전반적으로 칙칙하고 황량한 느낌이 강했다. 궂은 날씨 탓일 게다. 정면에 포진한 응가우루호에 산(Mount Ngauruhoe)은 정상만 살짝 보여주더니 이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산길 오른쪽으론 통가리로 최고봉인 루아페후 산(Mount Ruapehu)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 지났던 타라나키 폭포 갈림길을 지났다. 폭포를 보러 아래로 내려가진 않았다. 어퍼, 로워 두 개의 호수로 구성된 타마 호수(Tama Lakes) 갈림길에선 어딜 갈 것인지 잠시 고민을 했다. 20분 걸려 로워 타마 호수를 내려다 보는 전망대까지만 다녀왔다. 바람이 엄청 강하게 불어 제대로 서있기도 힘이 들었다.  

 

터석과 관목이 넓게 자리잡은 평원을 지나 1904년에 지었다는 히스토릭 와이호호누 산장에 잠시 들렀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는 가장 오래된 산장이라 했다. 현재는 사람이 이용하진 않고 전시관으로 쓰는 듯 했다. 4시간 20분 걸려 와이호호누 산장에 도착했다. 오늘 걸은 거리가 14.3km.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지형이라 힘들 것도 없었다. 새로 지은 산장은 깨끗하고 널찍했지만 사람이 많지 않았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오히네판고 스프링스(Ohinepango Springs)에 다녀왔다. 지하에서 엄청난 수량이 솟는 샘으로 바로 강을 이루며 흘러내린다. 강바닥에 녹색의 물이끼가 자라 묘한 색상을 만들었다. 휘오(Whio)라 불리는 블루 덕(Blue Duck)이 먹이 사냥을 하고 있었다. 물이 깨끗하고 유속이 빠른 곳을 좋아하는 녀석이다. 산장으로 돌아와 낮잠을 청했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헛톡(Hut Talk)에 지각을 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로 드는 트레일헤드



터석이 많은 지역이라 산색은 노란색과 녹색이 주를 이뤘다.


누런 초원 뒤로는 통가리로 최고봉인 루아페후 산이 웅자를 뽐내고 있다.



황량한 풍경 속에 묘한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타마 새들(Tama Saddle)


타마 호수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 타마 레이크스 정션(Tama Lakes Junction)


로워 타마 호수 전망대



산길은 와이호호누 개울을 따라 동쪽으로 이어진다.



지표에서 자라는 이름 모를 식생들


와이호호누 산장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줄곧 이어진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히스토릭 와이호호누 산장



새로 지어진 와이호호누 산장은 시설이 훌륭했다.



엄청난 샘물이 솟는 오히네판고 스프링스(Ohinepango Springs)


아니카(Arnica)로 보이는 야생화가 씨앗을 뿌릴 준비를 마쳤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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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쮜미니~♡ 2017.09.09 1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싸1빠

  2. 쮜미니~♡ 2017.09.09 1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저기가고시푸다=~=

    • 보리올 2017.09.09 15: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빠로 답글을 다네요. 댓글이 간단명료하면서도 가고싶은 심정이 잘 담겼습니다. 꿈을 꾸면 언젠가 이루어질테니 걱정마십시요.

  3. 농돌이 2017.09.09 1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여행하셨습니다 부럽!

    • 보리올 2017.09.10 0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보내셨는지요? 산에도 열심히 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뉴질랜드 트레킹은 올 3월에 다녀온 기록을 이제사 정리하고 있습니다.

  4. justin 2017.09.28 16: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뉴질랜드 후배라는 분이 저도 만나뵜던 삼촌인가요? 저번에 영상앨범 산 보니까 밀포드 트랙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찍으셨더라구요! 그나저나 화산 근처라서 그런지 주위가 황량한 감이 크네요~! 오히려 Historic 와이호호누 산장 색깔이 더 돋보입니다!

    • 보리올 2017.10.05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클랜드에서 너도 그 친구를 만났나? 그 친구는 <영상앨범 산>에 여러 차례 출연을 했고 허화백님과 집단가출도 몇 차례 했지. 최근엔 호주 40일 여행을 함께 했다고 하더라.

 

밀포드 트랙은 원래 원주민들이 청옥을 줍기 위해 다니던 길이었다. 뉴질랜드 초기에 활동했던 탐험가 퀸틴 맥키논(Quintin McKinnon) 1888년에 답사를 마치고 일반에게 알려 오늘날의 밀포드 트랙이 되었다. 둘째 날은 클린턴 강의 발원지인 민타로 호수를 향해 꾸준히 클린턴 밸리를 걸어야 했다. 대체적으로 평탄한 길에 오르내림도 거의 없어 걷기에 무척 편했다. 비가 내리면 실폭포들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라는데 그렇게 많이 눈에 띄진 않았다. 대신 하늘을 가리는 나무 터널을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맘껏 들이키고 몇 종의 야생 조류를 만날 수 있었다. 참으로 평화로운 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히든 호수(Hidden Lake)에서 점심을 먹고 어느 계류에서는 잠시 손과 발을 씻기도 했다. 바쁠 것 없는 여정이라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16.5km를 걸어 두 번째 숙소인 민타로 산장(Mintaro Hut)에 닿았다.

 

 

 

 

 

밀포드 트랙은 울창한 숲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청정한 지역이었다.

나무 터널이 땡볕을 가려줘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트랙에서 조금 옆으로 벗어난 곳에 위치한 히든 호수. 가느다란 실폭포 하나가 수면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로빈(Robin)과 웨카(Weka)란 새가 사람을 무서워 않고 우리 주변을 맴돌았다.

 

뉴질랜드 국조인 키위(Kiwi)와 원주민 말로 휘오(Whio)라 불리는 블루 덕(Blue Duck)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담비(Stoat)를 잡기 위해 덫을 놓았다. 밀포드 트랙에서 이런 덫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초지에서 토끼를 퇴치할 목적으로 담비를 외부에서 도입했다고 한다.

 

 

 

 

실폭포들이 가끔 눈에 띄었다. 흐르는 계류에 잠시 머리도 담갔다.

 

 

 

다시 길 위에 섰다. 한 레인저가 훈련된 강아지를 길가에 앉게 하곤 우리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숲길에서 벗어나자 시야가 좀 트였다. 조금씩 산악 풍경이 나타나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민타로 산장에 도착했다. 의자에 앉아 햇볕을 등으로 받으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커플이 부럽단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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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4.27 21: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떻게보면 정말 평화롭기 그지없는 산길입니다~ 특히나 새들이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음색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귀가 즐거운 산길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 보리올 2016.04.28 05: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뉴질랜드 트랙의 가장 큰 장점이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과 평화롭다는 점, 조류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