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10.16 [네팔] 카트만두 (4)
  2. 2012.12.29 충북 청원군 (2) (2)
  3. 2012.10.11 지리산 (6)

 

히말라야 트레킹 때문에 제법 자주 찾게 되는 카트만두. 사람 정신을 쏙 빼놓는 그 특유의 소란스러움에도 질리지 않는 것을 보면 나도 카트만두에 상당한 내성이 생긴 모양이다. 이런 여행지에 어느 정도 관록이 붙었다는 반증이리라. 하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호기심이 많이 줄은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카트만두 거리를 거닐며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경우나 카메라를 들이대는 횟수가 줄었다는 사실로도 금방 알 수 있다. 이러다가 네팔에서 아주 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했다.

 

카트만두 전역을 뒤덮은 시끄러운 경음기 소리는 여전했다. 카트만두에 다시 온 것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의미로 듣기로 했다. 길거리에 꾸그리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하루를 소일하는 베짱이들도 변함이 없었다. 길가에 세워진 빨간 우체통, 아이를 씻기는 엄마의 손길, 어느 뒷골목에 자리잡은 만두집, 벌거숭이 속살을 드러낸 돼지 한 마리와 정육점까지도 정겨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 이런 것들이 다 모여서 카트만두를 만들겠지! 이 모두가 정겹다 느껴지면 난 이제 영락없이 네팔병에 걸린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저녁을 먹기 위해 보전 그리허(Bhojan Griha)로 갔다. 처음 카트만두를 찾은 사람들에게 네팔의 전통 음식 달밧과 네팔 전통춤을 소개하기 좋은 곳이다. 이 식당은 외국인들을 위한 네팔 고급 식당에 속한다. 식사가 끝날 즈음에 남녀 무용수들이 들어와 네팔 여러 부족의 전통춤을 춘다. 공연 후반부에는 손님들을 불러내 함께 춤추는 시간도 갖는다. 이 식당의 자랑거리인 사람 키 높이에서 따라주는 럭시 한 잔이 난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팁을 좀 얹어주면 거의 무한정 럭시를 제공한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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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_Rin 2013.10.16 0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보고싶은 나라중에 하나예요~~

  2. 보리올 2013.10.16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 시간이 되면 네팔, 카트만두 꼭 다녀오십시요. 시끌법적 살아가는 모습이 무척 정겹습니다. 님의 블로그에 있는 '서촌산책'을 읽었는데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정겨움이 느껴지더군요. 네팔에서도 그런 소재를 많이 발견하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3. 우리마을한의사 2013.10.16 1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카트만두 한번다녀봤는데 아직 내성이 안생겼더라구요.... 그래도 참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포카라 카투만두 다시가고싶네요!

  4. 보리올 2013.10.16 11: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차례 네팔을 다녀오셨으면 아직 내성이 생기긴 좀 이르다 봅니다. 그래도 네팔이 매력적이라 하시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드라마 속의 한의학 상식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인터넷을 뒤져 청원군의 행정구역을 다시 찾아 보았다. 내 기억과는 달리 모두 12개의 읍면이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기억해내지 못한 2개 읍면은 가덕면과 현도면이었다. 이 두 곳을 빼놓고 청원군을 두루 살펴보았다 이야기하긴 양심이 허락치 않았다. 기왕 청원군의 모든 읍면을 가보기로 했으면 여기도 빼놓을 수는 없는 일. 그 다음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서 이 두 개 읍면도 찾아가 보았다.

 

현도면 하석리와 가덕면 행정리를 찾았건만 마을에 젊은이들은 없고 아이들 울음소리도 모두 끊겼다. 마을에 낯선이가 들었음에도 나와 보는 사람 한 명 없다. 조용하고 고즈넉하다는 표현보다는 쓸쓸한 분위기에 점점 퇴락해 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청주시가 바로 옆이고 모든 마을이 차로 접근이 가능하지만 시골 마을의 퇴락을 막을 수 있는 묘안이 없어 보였다.

 

밭에는 수확을 포기한 배추들이 눈을 맞은 채 썩어가고 있었다. 수확을 해봐야 오히려 손해라는 농부들의 한숨 소리가 들려 온다. 시골 농부들의 속앓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 또한 시골 마을의 퇴락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 고향 마을을 둘러보고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졌다.

 

건물 벽에 붙어있는 빨간 우체통,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 있는 정미소, 붉은 흙벽돌로 지은 담배 건조장, 초라한 가게 간판이 그나마 예전 모습을 가지고 있어 이번 여행에서 정겨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느 농협 창고에는 아직도 멸공이란 옛 표어가 남아 있었다. 세상이 바뀌면서 우리 곁에서 사라진 단어다. 그 동안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세상이 무척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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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7.12 07: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리올님 충청도 양반이시네요...제가 청주 시립유치원 출신입니다...ㅎㅎ 학예회에서 '토끼와 거북이' 할 때 제가 토끼였구요... 2년정도 살았는데 청원군 일대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이 많아요... 아버지가 사진을 취미로 하셔서 라이카가 여러 대 있었거든요... 도청 해태상에 앉아서 찍은 사진도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2. 보리올 2013.07.12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주에서 2년을 사셨다니 반갑습니다. 태어난 고향은 아니신 모양이지요? 지금은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어릴 적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지요. 어머니가 청주에 계실 때만 해도 자주 갔었는데 이제는 너무 연로하셔서 서울로 올라오셨거든요. 하여간 반갑습니다.

 

 

고국에 들어가 있던 어느 날, 고등학교 동기인 한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학 산악부 출신인 이 친구는 대전에서 자기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요일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산에 가겠다고 작심하곤 열심히 산을 찾고 있었다. 몇몇 가까운 친구들과 지리산을 가려고 하는데 나도 참여하란다. 전에 어느 선배가 이야기하길, 함께 가자고 불러주는 친구가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란다. 두 말 않고 따라가겠다 했다. 등산용품을 대충 챙겨 배낭을 꾸렸다.

 

 

 

 

20091213. 친구 3명과 지인 1명이 끼어 모두 다섯이 지리산을 다녀왔다. 백무동에서 산행을 시작해 다시 백무동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12월이라 하지만 날씨도 온화하고 하늘도 맑아 산행에는 더 없이 좋았다. 낙엽이 떨어져 푹신한 산길도 걷기 좋았고 오랜만에 산죽길을 지나는 것도 운치가 있었다. 하동바위를 경유해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해 지리산 주능선에 닿았다.

 

 

 

겹겹이 펼쳐진 산자락들이 우리 눈 아래 펼쳐진다. 이렇게 부드럽게 겹쳐 흐르는 산자락은 우리 나라에서나 접할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 아닐까 싶다. 험봉이 많은 캐나다에서는 보기 힘들다. 대피소 마당에 있는 빨간 우체통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편지를 넣으면 우체부가 수거해가는지, 편지는 정말 전달이 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산 아래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대피소 벤치에서 김밥과 사발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만한 경치를 가진 식당이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누군가 배낭에 숨겨온 막걸리를 꺼내 들어 더더욱 흥을 돋군다.

 

 

장터목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리산을 찾은 것이 수십 번은 되지만 이렇게 맑은 날 멋진 풍경을 보여준 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고산 특유의 날씨답게 늘 비나 눈에 젖어 추웠던 기억이 많은 곳이다. 행복한 마음은 발걸음도 가볍게 한다. 그리 힘든지도 모른 채 드디어 천왕봉 정상에 올랐다. 여기에 서면 늘 가슴이 설렌다. 천군만마를 거느리고 서있는 대장군의 기분이 과연 이런 것일까.

 

 

 

 

 

 

 

이 천왕봉 정상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이 춥고 외진 곳에서 홀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안스러운 마음이 드는 반면, 이곳까지도 시위 현장으로 쓰는 것에 대해 묘한 거부감이 들었다. 가슴에 붙인 대자보에는 지리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한다고 적혀 있었다. 나도 지리산에 케이블카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여기보다는 지리산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기관의 정문에서 시위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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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종인 2012.10.16 15: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오래간만에 지리산을 아버지 사진을 통해 보니 감회가 너무 새로워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말인가? 6학년 초인가? 그때 백두대간 종주의
    첫 출발 구간을 위해 찾아왔던 것이 벌써 가물가물해졌어요. 그때도 첫날에 날씨가 안 좋았었던걸로 기억이 나요. 그래서 그때 당시에는 멋도 모르고 그냥 월드컵 경기보고 산을 오르지 않고 다시 집에 갔었으면 하는 바램도 조금(?)있었던 것 같아요. 백두대간 종주 했었을때 제 구간 일지와 사진을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 보리올 2012.10.16 2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자가 단둘이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한 때는 네가 초등학교 6학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네 친구 생일파티 등 가기 싫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우린 결국 해내지 않았냐. 네가 나에겐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추억을 선물한 셈이지. 나도 그 시절이 무척이나 그립구나.

  2. 설록차 2013.09.06 17: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즐겨찾기에서 처음 뜨는 화면이 이 지리산편입니다...거의 매일 보는 셈인데요~ 겹쳐져 있는 모습은 묵화를 보는듯하구요...우리 산이 아늑하고 포근하게 보입니다...^^

  3. 보리올 2013.09.10 1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리산은 정말 명산 중 명산입니다. 한국인에겐 늘 그리움을 안겨주는 산이라 할까요. 멀리 있어도 지리산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4. 설록차 2014.01.18 05: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리산에 가보지 않았으니 뭐 애절한 사연이 있겠어요...ㅎㅎ
    5번 9번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요...산세가 압도적이고 웅장해서 짓누르는 느낌도 없고 (윗 댓글에 쓴것처럼)아늑하고 포근하잖아요... 보면 볼수록 더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5. 보리올 2014.01.18 05: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접 산에 올라 산자락을 지켜보는 것이나 그 장면을 사진으로 감상하는 것 둘 다 같은 풍경을 보긴 하겠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감동의 크기는 다르다 봅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연습하셔서 다음 고국에 들어갈 때는 지리산 천왕봉 한번 도전해 보시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