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열기를 피해 캠핑장에서 빈둥대며 오후 시간을 보내야했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어디를 구경하기도, 텐트나 차에서 낮잠을 청하기도 힘들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 어느 정도 열기가 누그러지자, 차를 몰아 다시 소수스블레이(Sossusvlei)로 향했다. 어떤 특정 사구를 보겠단 생각보다는 그냥 드라이브나 하면서 낮게 깔린 햇살에 붉게 빛나는 사구를 눈에 담기 위함이었다. 60km에 이르는 포장도로를 달리는 동안 도로 양쪽으로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사구들이 휙휙 스쳐 지나갔다. 끝없이 도열한 사구를 우리가 마치 사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풍광이 멋진 곳에선 차를 세우고 그 주변을 서성이며 시간을 보냈다. 붉은 모래언덕과 푸른 하늘의 강렬한 대비도 이 세상 어디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나미브 사막의 속살을 마음껏 볼 수 있었던 행운에 감사하기로 했다. 어둠이 깔린 도로를 달려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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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돌 바키 2021.04.19 2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득 난 사막에 가볼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여....

    코로나 세상엔 이제 알수 없네여.

  2. 자유달성 2021.04.22 02: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멋지네요.ㅎ
    나중에 꼭 저 도로를 달려보고 싶네요
    여행 좋아하는데 멋진 사진 많은 것 같네요. 종종 놀러올께요

    저도 4살, 2살 아이들과 함께 83일 미국여행 다녀온 것 정리하고 있어요.
    시간 되실 때 놀러오세요~

    • 보리올 2021.04.22 1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83일간 미국 전역을 여행했다는 스토리에 놀라고 많이 부러웠습니다. 정말 좋은 추억을 쌓으셨네요. 댓글 고맙습니다.

 

 

아직 깜깜한 새벽임에도 캠핑장 여기저기서 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도 서둘러 준비를 마치곤 차를 몰아 두 번째 게이트로 갔다. 차단기가 내려진 게이트 앞에는 우리보다 동작이 빨랐던 차들이 일렬로 정차해 있었다. 이 게이트는 일출 한 시간 전에야 문을 연다. 시간이 되어 경비원이 차단기를 올리자, 마치 자동차 경주를 하듯 차들이 어둠 속으로 달려나갔다. 서서히 하늘이 밝아왔다. 사구들이 기지개를 켜며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모습도 우리에겐 꽤 큰 감동이었다. 45에 닿았다. 우리 앞에서 걷는 사람들 꽁무니를 따라 사구를 오르기 시작했다. 표고 170m의 듄45를 오르는 데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행여 꼭대기에 닿기도 전에 해가 뜨면 어쩌나 싶어 마음이 조급했다. 정상엔 십여 명이 모래톱에 앉아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산등성이 너머로 서서히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일출이 소문처럼 그리 대단하지도 않았고, 모래사막에 펼쳐지는 빛의 향연도 밋밋하기 짝이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 경우인 듯했다. 30여 분 정상에 머문 후에 하산했다. 국립공원 밖에서 묵은 사람들이 그제서야 주차장에 도착해 듄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국립공원으로 드는 첫 번째 게이트가 이런 시간차를 만든 것이다. 이들이 보지 못 한 일출을 우리는 보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듄45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선 게이트가 열릴 때까지 그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주차장에서 듄45 아래로 걸어가는 사람이 여명을 배경으로 카메라에 잡혔다.

 

어둠을 가로질러 듄45로 달려온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열을 지어 정상으로 오르고 있다.

 

듄45 정상에 올라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틱한 일출을 기대했건만 듄45에서의 일출은 좀 밋밋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한 쪽 사면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사구가 빛의 향연을 펼치기 시작했다. 

 

국립공원 밖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우리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도착해 듄45를 오르고 있다.

 

듄45를 빠져나오며 멀리서 그 모습을 담아 보았다. 

 

듄45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웃 사구들

 

개과에 속하는 검은등 자칼(Black-backed Jackal) 한 마리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사구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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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거주하는 가옥은 눈에 띄지 않고 관광객을 위한 호텔, 리조트만 볼 수 있었던 세스리엠(Sesriem)에 닿았다. 나미브-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으로 드는 게이트가 여기 있기 때문에 나미브 사막의 사구를 보러 가는 관문 도시 역할을 한다. 미리 예약한 캠핑장은 국립공원 담장 안에 위치해 있어 게이트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섰다. 이 게이트는 일출 이후에나 문을 열기 때문에 듄45에서 일출을 보려면 게이트 안에 머무는 것이 필요하다. 캠핑장에 체크인을 하고 사이트를 배정받았다. 커다란 고목 아래 돌로 담을 둘러 사이트를 만들었다. 땅은 온통 모래밭이었지만 그 크기가 꽤 넓었다. 서둘러 텐트를 치곤 차를 몰아 듄45(Dune 45)로 향했다. 해가 지기 전에 듄45와 인사라도 나누기 위해서다. 또 하나의 게이트를 지났다. 이 게이트도 일출 한 시간 전에야 문을 열기 때문에 국립공원 안에 묵는 사람조차도 더 일찍 들어갈 수는 없다. 두 번째 게이트에서 소수스블레이(Sossusvlei)에 이르는 60km 구간은 포장도로로 되어 있었다. 막대한 관광수입을 벌어들이는 곳이라 이렇게 포장을 해서 특별대우를 하는 모양이었다.

 

첫날이라 소수스블레이까지 가진 않고, 그 전에 있는 듄45만 보기로 했다. 얼마를 달리자, 사구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뒤론 생긴 모습이 제각각인 사구들이 연달아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마치 우리가 양쪽으로 늘어선 사구를 사열하는 느낌이 들었다. 차장을 스치는 풍경에 홀려 수차례 차를 세우다 보니 한 시간을 훌쩍 넘겨 목적지에 도착했다. 45는 나미브 사막을 대표하는 사구로 나미비아 그림엽서에 종종 등장한다. 일출을 맞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등반고도는 170m로 그리 높아 보이진 않지만 30~40분이나 소요되며 모래에 발이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아 땀깨나 흘려야 한다. 친구만 사구에 오르라 하고 난 아래서 사구를 감상하며 산책을 즐겼다. 주변에 포진한 모래언덕이 점점 빨갛게 물드는 모습에 가슴이 뛰었고 눈은 점점 커졌다. 벅찬 가슴을 진정시키며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는 캠핑장 식당에서 스테이크와 맥주로 해결했다. 이것도 스테이크라 부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비주얼도, 맛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스리엠에 있는 나미브-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 게이트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섰다.

 

국립공원 게이트 안에 묵어야 듄45에서 일출을 볼 수 있어 그 안에 있는 캠핑장에 텐트를 쳤다.

 

소수스블레이로 가는 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런 사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릭스(Oryx) 한 마리가 사막을 홀로 헤매고 있었다. 영양의 일종으로 겜스복(Gemsbok)이라고도 한다.

 

햇살을 언제, 어느 방향으로 받느냐에 따라 모래 색깔을 바꾸며 그 아름다움을 뽐내는 듄45

 

해질녘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오후 늦게 듄45로 오르고 있는 사람들

 

듄45 주위엔 죽은 나무 하나가 마치 팔다리를 흔들며 춤을 추는 포즈로 서있었다.

 

듄45 주변에는 또 다른 사구들이 색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뽐냈다.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 앞에 펼쳐진 하늘엔 핑크빛 노을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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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장언니 2021.03.23 12: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사진들이 다 환상적이네요 모래언덕을 오르는 느낌은 어떨까 상상해봅니다^^

  2. 이씨 2021.05.12 17: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색감이 정말 예쁘네요... 실제로도 마주했을 때 그 느낌이 어떨지 궁금해요!!

 

솔트 크릭(Salt Creek)은 지난 번에는 보지 못 하고 그냥 지나친 곳이다. 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황량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개울 주변의 땅바닥에는 하얀 소금이 결정을 이룬 채 쌓여 있었다. 배드워터에 형성된 소금과 그 원인은 비슷하리라. 그런데도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녀석이 있었다. 바로 데스밸리 송사리(pupfish)인데, 평균적으로 길이가 3.7cm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물고기가 바닷물보다도 네 배나 더 짜고 한여름엔 섭씨 47도까지 올라가는 날씨에도 살아남았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가게와 숙소 몇 채만 있는 황량한 마을 스토브파이프 웰스(Stovepipe Wells)를 지나 모자이크 캐니언(Mosaic Canyon)에 잠시 들렀다. 협곡으로 들어가는 입구 주변의 바위에 작은 돌들이 촘촘히 박혀 있어 그런 이름을 얻은 것 같았다. 오랜 기간 동안 돌발 홍수(Flash Flood)에 의해 깊게 패인 협곡을 걸어 보았다.

 

데스밸리에 다시 오면 석양 무렵에 사구, 즉 모래 언덕(Sand Dunes)을 찍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간을 맞추기 못 하고 너무 늦게 도착을 했다. 사진보다는 여행이 목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기는 하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에 메스키트 프랫 샌드 듄스(Mesquite Flat Sand Dunes)라 불리는 사구 앞에 섰다. 이 또한 자연이 빚어놓은 하나의 걸작품이었다. 높이가 30m 가량 되는 모래 언덕은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의 촉감을 느끼며 모래 언덕을 걸었다. 두세 커플을 제외하곤 사람이 없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맘껏 즐길 수 있었다. 근데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이렇게 많은 모래가 실려온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 내심 궁금증이 일었다.

 

 

 

 

 

 

 

솔트 크릭에는 소금 성분을 머금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고, 그 안에서 물고기가 살 정도로 특이한 환경을 보여줬다.

 

 

 

강수량이 현저히 적은 사막 지형에도 갑자기 내린 비로 돌발 홍수를 겪는다.

그 돌발 홍수가 만든 걸작이 모자이크 캐니언이다.

 

 

 

 

 

 

 

 

 

LA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스타워즈 같은 헐리우드 영화의 로케이션이 되었던 모래 언덕에

하루를 마감하는 부드러운 햇빛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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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8.31 1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황량한 모래 언덕이 햇빛의 손을 거쳐서 마치 감성을 머금은 작품으로 태어난 것 같아요 ~

  2. 한미리 2016.10.19 0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라스베가스 들렷다가 그랜드캐년 하루 보고 데스밸리랑 요세미티까지 보고싶어서요 라스베가스 6박 생각하고 그랜드캐년 1 박생각햇는데 다 보려면 어케일정을 잡아야할지 한번 물어봐요,, 데스밸리도 1박으로 잡으면 일정이 가능할까요 ?

    • 보리올 2016.10.19 1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라스 베이거스에 베이스를 치고 그랜드 캐니언과 데스밸리는 당일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그랜드 캐니언은 차로 편도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라 1박을 하면 좋지만 그것이 힘들면 새벽에 출발해 밤 늦게 도착하면 그랜드 캐니언에서 6시간은 구경할 수 있지요. 라스 베이거스에서 요세미티는 당일에 오고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닙니다. 편도에 7시간 더 걸립니다., 그냥 요세미티로 이동하셔서 거기서 숙소를 잡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오레곤 코스트(Oregon Coast) 하면 태평양 연안을 따라 나 있는 해안도로를 말한다. 흔히 101번 도로라 불리는데, 이 도로는 워싱턴 주에서부터 오레곤 주를 거쳐 캘리포니아 주까지 연결된다. 그 중에서 오레곤 주에 있는 이 오레곤 코스트가 가장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컬럼비아 강 하구에서 시작해 남으로 오레곤 주와 캘리포니아 주 경계선까지 뻗쳐 있는 이 오레곤 코스트는 장장 584km에 이른다. 해안선을 따라 80여 개의 주립공원과 유원지가 있어 볼거리도 무척 많다.

 

오레곤 코스트를 따라 이 마을 저 마을 들르면서 볼거리를 찾아 나서면 사흘 일정도 모자란다고 한다. 일정이 바쁘면 대부분 마을은 그냥 지나치고 만다. 그래서 나름대로 절충이 필요했다. 우리가 꼭 보고 싶었던 세 가지, 즉 사구라 불리는 모래 언덕(Sand Dunes)과 헤세타 헤드 등대(Heceta Head Lighthouse), 캐넌 비치(Cannon Beach)의 헤이스택 락(Haystack Rock)을 위주로 하되, 나머지 볼거리는 시간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들르기로 했다.

 

38번 도로를 타고 서진한 끝에 리드스포츠(Reedsport)에 도착해 처음으로 오레곤 코스트와 조우했다. 이 지역은 오레곤 듄(Oregon Dunes) 유원지에 속한다. 바닷가라 쓰나미 대피 요령이 적힌 표지판이 가끔 눈에 띈다. 해질 무렵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모래밭과 무성한 숲을 지나서야 해변에 닿았다. 이 모래 언덕은 수백만년 동안 바람과 태양, 비에 침식된 고운 모래가 바닷가에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높은 곳은 150m에 이른다고 한다.

 

카터(Carter) 호수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도 사람이 없어 조용했다. 이제 휴가철도 비시즌으로 들어선 것 같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일찍 잠을 청했지만 만월에 가까운 달빛이 잠을 방해한다. 결국 매트리스와 침낭만 들고 나와 호숫가 모래밭에서 홀로 비박을 했다. 밝은 달과 잔잔한 호수, 서걱거리는 나무들이 어울려 황홀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나 혼자 보기 아까운 경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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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3.05.16 03: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사진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각이 변한것 같아요.

  2. 보리올 2013.05.19 03: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변화로구나. 나도 그런 변화를 조금은 감지하고 있었지. 앞으로 좀 더 공부하면 네 영역을 구축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열심히 해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