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 가운'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2.11.23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12>
  2. 2012.11.20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9> (2)
  3. 2012.11.19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8> (2)
  4. 2012.11.18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7>

 

갑자기 토할 것 같다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 급체 증상을 보였다. 이것도 고소 증세인가? 텐트 밖으로 나와 토하고 말았다. 한 대장이 뜨거운 물을 구해와 약과 같이 건넨다. 다시 잠에서 깼을 땐 온몸이 솜뭉치처럼 힘이 하나도 없었다. 졸지에 병자가 된 것이다. 아침도 거르고 뒤늦게 몸을 일으켰다. 어려운 코스 다 지나와서 이 무슨 꼴인가 싶었다. 좀더 쉬고 포터 한 명과 뒤따라 오라는 것을 억지로 일어나 일행을 따라 나섰다.

 

발걸음이 참으로 무거웠다. 하행 구간에 이러길 얼마나 다행인가 스스로를 위로하며 발을 뗀다. 가끔씩 나오는 오르막 구간은 베이스 캠프 오르는 것보다 더 힘이 들었다. 해가 마나슬루 봉 위로 떠오른다. 사마 가운에서 보았던 마나슬루의 반대편 모습이다. 우리를 보내주기 싫은 듯 며칠을 따라온다. 그런데 어쩌냐. 우리는 여기서 작별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수르키(Surki)에서 점심으로 수제비를 권하기에 몇 숟가락 떴다. 먹을만 했다. 나무들로 우거진 숲길이 나왔다. 해발 고도를 낮추는 것에 비례해 날씨도 점점 더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 3틸체(Tilche)도착. 사과 재배로 유명하고 사과주 양조장도 있는 곳이다. 다들 사과주 한 잔씩 한다고 밖으로 나가고 나만 홀로 텐트를 지켰다. 속은 어느 정도 진정돼 살만 했지만 오늘은 술을 사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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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산행 준비에 부산하다. 당일로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해발 4,800m)에 올라 청소를 마친 다음, 사마 가운으로 하산하기로 한 것이다. 원래 계획은 베이스 캠프에서 1박을 할 생각이었지만, 어제 하루 공친 때문에 일정이 변경된 것이다. 날씨는 맑았고 마나슬루 정상은 온모습을 드러낸채 우리를 굽어 보고 있었다.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붉게 물든 마나슬루 정상이 마치 산신령 같았다. 

 

정상에서 흘러내린 빙하의 갈라진 틈새가 우리 눈 앞으로 다가오고 가끔 굉음을 내며 눈사태가 발생해 몇 분간이나 눈을 쓸어 내린다. 도중에 가이드가 길을 잘못 들어 한 시간 이상을 헤매다가 트레일을 제대로 찾는 해프닝도 있었다. 4,000m 이상으로 고도를 높일수록 호흡은 가빠지고 눈은 무릎까지 차오른다. 앞사람이 러셀해 놓은 길을 한발 한발 힘겹게 올라서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먼저 출발했던 덴지가 중간에 식당 텐트를 치고 칼국수를 준비해 놓았다.

 

이태리 팀이 진을 친 4,600m 베이스캠프에서 4,800m 베이스캠프까지 200m 고도를 오르는 일이 요원해 보였다. 정상 공격에 나선 등반가들이 왜 2~300m를 남겨 놓고 뒤돌아서는지를 알만 했다. 칼날 능선은 또 왜 그리 위협적으로 다가오는지……. 발을 헛디디면 수백 미터 아래로 미끄러질 판이다. 몇 걸음 걷고 쉬기를 몇 차례. 드디어 4,800m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에 닿았다. 

 

예상했던대로 베이스에는 눈이 더 깊었다. 한 대장의 기억과 오스트리아 원정팀의 세르파 도움으로 눈 속에서 보물을 캐내듯 쓰레기를 찾았다. 예상보다 많은 양을 가지고 내려오진 못했다. 하지만 우리 손으로 쓰레기를 수거해 직접 짊어지고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해졌다.

 

이제 베이스 캠프를 내려가야할 시각이 되었다. 여건만 된다면 베이스 캠프에서 며칠 머물러도 좋을 것 같았다. 떠나기 싫은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주변 설산들이 더욱 자태를 뽐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산을 내려오지 않을 수 없는 일. 우리에겐 하행 트레킹이 남아 있다. 하행이라고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조만간 베이스 캠프보다 더 높은 해발 5,200m의 라르케 패스(Larke Pass)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눈길에 미끄러지길 몇 차례 거듭하며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다음에야 마을로 귀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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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지인 2012.11.20 2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아... 아빠가 저 무시무시한 곳에 가계셨다니.. 저때 저는 강철인과도 같은 아빠 걱정도 안하고 띠까띠까 놀고 있었는데..... 이젠 아빠 저렇게 아름답지만... 무서운 자연속으로 못 보내겠어요..ㅠㅠ

  2. 보리올 2012.11.20 2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게 위험하면 아빠같은 겁쟁이가 어찌 저런 곳을 가겠냐?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시고 너도 열심히 체력이나 단련해 두거라. 혹시 아냐? 아빠가 우리 딸 데리고 마나슬루 한 번 더 가고 싶을지...

 

새벽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 날씨부터 확인을 한다. 온세상이 눈천지다. 하얀 설국 풍경에 눈이 부셨다. 눈의 깊이가 발목까지 빠지니 최소 10cm는 쌓인 셈이다. 베이스 캠프쪽은 당연히 더 할 것이고. 이렇게 눈이 쌓인 상태에서 베이스 캠프 오르긴 무리란 판단 하에 사마 가운에서 하루 휴식을 하기로 했다. 한 대장의 결정에 다들 환호하는 분위기다. 고소 적응을 위해서도 적절한 선택으로 보였다.

 

아침을 마치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보았다. 네덜란드 트레킹 팀 야영장에도 들러 수다를 떨었다. 의자를 들고 나와 로지 뒤뜰에서 해바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한 피디는 온몸을 벌레에 물려 두드러기처럼 울긋불긋 돋아난 상처에 약을 바른다. 등산화, 양말, 침낭을 말리려고 밖으로 들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날씨가 좋아져 햇빛이 쨍쨍 내려쬐는 눈부신 세상을 만끽했다. 오전엔 구름 속에 숨었던 마나슬루 정상이 오후 들어 우리 머리 위로 모습을 나타냈다. 정상엔 바람이 엄청 세찬 모양이었다. 긴 꼬리를 그리며 눈 날리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 감동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마나슬루 정상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음에 내심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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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니카 2012.11.27 0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이 서려 있는 마나슬루 정상,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서늘합니다.

  2. 보리올 2012.11.27 08: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곳을 오르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지요. 우리 나라 산악계에서 1970년대 초 마나슬루 원정에 나섰다가 큰 사고가 나서 많은 사람들이 운명을 달리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봉우리라오.

 

 

남룽부터 티벳 냄새가 물씬 풍겼다. 티벳 절인 곰파와 스투파, 마니석들이 심심찮게 나타난다. 지금까지 지나온 마을과는 얼굴 생김이나 의상, 주거 형태도 사뭇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북부 산악지대에는 티벳에서 망명한 사람들이 많이 살기에 티벳 불교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날씨도 많이 쌀쌀해졌다. 이제 슬슬 고산병을 걱정해야 할 높이가 된 것이다. 물을 많이 마셔라, 술을 삼가라, 잠잘 때도 모자를 써라 등등 주문이 점점 많아졌다.

 

(Lho)를 지나면서 해발 3,000m를 올라섰다. 부디 간다키 강도 폭이 좁아져 계류 정도로 격이 낮아졌지만 격류가 만드는 굉음은 여전했다. 쉬얄라(Shyala)에서 오늘의 목적지, 사마 가운(Sama Gaun)까진 한 시간 거리라 적혀 있었다. 우리 출현에 동네 꼬마들이 우루루 몰려 나왔다. 그들에겐 좋은 구경감이 생긴 것이다. 아이들을 불러모아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바로 볼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마냥 신기한 모양이었다.

 

오후 3시가 넘어 해발 3,390m에 위치한 사마 가운에 도착했을 때에는 비가 함박눈으로 변해 온세상을 눈천지로 만들었다. 사마 가운은 인구 1,000명이 모여사는 꽤 큰 마을이었다. 이 산중에 드넓은 초원이 나타나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이 높이에서 야크와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전원 풍경을 만날 줄이야. 내일이면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에 올라야 하는데 계속 퍼붓는 눈 때문에 어떨지 모르겠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온 트레킹 팀이 이미 마을을 점령하고 있었다. 텐트치기 좋은 장소는 그들이 이미 차지한 터라 우리는 로지안 대청마루같은 곳에 텐트를 쳤다. 눈을 직접 맞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부엌에 모여 화롯불을 둘러싸고 이야기를 나눈다. 일본 원정대와도 인사를 나눴다. 이렇게 계속 눈이 내리면 내일 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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