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Jasper) 역시 여름이면 자주 들르는 곳이다. 겨울철에도 몇 번인가 다녀간 적도 있어 한겨울의 재스퍼가 낯설지는 않았다. 인구 5,000명에 불과한 소도시지만 밴프와 더불어 캐나다 로키의 관광 중심지다. 화려한 외관보다는 수수하고 정겨운 분위기라 밴프에 비해 훨씬 마음이 편하다. 재스퍼 도심을 차로 한 바퀴 돌아보곤 말린 호수(Maligne Lake)로 향했다. 재스퍼 국립공원에선 가장 유명한 호수가 아닌가 싶다. 여기도 하얀 눈을 뒤집어쓴 산자락을 배경으로 끝없는 설원이 펼쳐져 있었다. 호수 위로 올라서 설원을 걸었다. 하늘엔 구름이 많았지만 그 틈새로 강렬한 아침 햇살이 쏟아져 풍경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미리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걷고 싶은 만큼 걷다가 되돌아서는 방식이라 발걸음에 여유가 있어 좋았다.

 

재스퍼로 돌아오면서 메디신 호수(Medicine Lake)에도 잠시 들렀다. 우리 외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저수량이 충분치 않았는지 수위가 무척 낮았다. 메디신 호수는 물이 빠져나가는 통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지하로 연결된 동굴을 통해 물을 훌려보내기 때문이다. 여기선 호수를 걷지는 않고 호숫가까지만 내려갔다가 바로 돌아섰다. 재스퍼를 지나쳐 피라미드 산(Pyramid Mountain) 아래에 있는 피라미드 호수(Pyramid Lake)를 찾았다. 하얀 분칠을 한 피라미드 산에 한 줌의 석양이 스며들어 붉은 색조를 드러낸다. 피라미드 호수 또한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스케이트를 타거나 아이스하키 스틱을 들고 연습하는 사람이 몇 명 눈에 띄었다. 추운 겨울이라 한산한 모습이었다.











길이가 22km에 이르는 말린 호수는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호수로 통한다.




메디신 호수는 호수라기보다는 말린 호수에서 흘러내리는 말린 강의 일부로 볼 수 있다.

특이하게도 호수 끝단에서 물줄기가 땅으로 스며들며 사라져 버린다.


20157월에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입은 나무들이 흰눈과 어우러져 묘한 흑백의 대조를 이룬다.


재스퍼 북서쪽에 자리잡은 피라미드 산(해발 2,766m)은 그 모양새가 피라미드를 닮았다 하여 그런 이름을 얻었다.





피라미드 호수는 재스퍼에서 가깝고 접근이 편해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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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2.21 14: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겨울에 날씨가 저러하니까 북유럽 국가들과 북미가 동계 스포츠 강자가 아닌 듯 싶습니다~ 이미 자연을 즐기는 자세도 그렇지만 저렇게 겨울 날씨 또한 한 몫하니까 사람들이 기본기가 탄탄한 거 같습니다!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 워싱턴 주로 들어섰다. 첫 산행지로 찾아간 곳은 마운트 아담스(Mt. Adams). 이 산은 마운트 레이니어(Mt. Rainier)에 이어 워싱턴 주에선 두 번째로 높은 해발 3,743m 높이를 가졌다. 우리는 마운트 아담스 정상을 오를 계획은 물론 아니었다. 일행 중에 연로한 분이 있어 그 분 컨디션에 맞춰 쉬운 트레일이라고 고른 것이 버드 크릭 메도우즈 루프 트레일(Bird Creek Meadows Loop Trail)이었다. 하지만 트라우트 레이크(Trout Lake)란 조그만 마을에서 커피 한 잔 마시기 위해 찾아간 카페에서 지금은 시즌이 일러 진입로가 차단되었을 것이란 말을 들었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82번 임도를 따라 올랐다. 역시 카페 주인의 말이 맞았다. 아무도 없는 도로에 차단기만 덜렁 내려져 있었다.

 

원래 이 지역은 야카마(Yakama) 인디언 보호구에 속해 있기 때문에 야카마 부족이 관리를 한다. 보호구 안에 있는 캠핑장도 그들의 수익사업인 것이다. 애초 계획은 버드 호수(Bird Lake)에 차를 세우고 버드 크릭 메도우즈 루프 트레일을 한 바퀴 돌곤 헬로어링 전망대(Hellroaring Viewpoint)까지 다녀오려 했는데, 차를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었었다. 잠시 고민하다 공터에 차를 세우고 차단기를 넘어 비포장도로를 따라 걸었다. 우리 목적지가 버드 호수로 바뀐 것이다. 차단기를 기점으로 치면 왕복 10km의 여정이었다. 가벼운 산행으론 그런대로 괜찮았다.

 

우리가 지나는 도로 양쪽으론 온통 죽은 나무들뿐이었다. 언제 산불이 났기에 이 많은 나무들을 모두 불태웠단 말인가. 하지만 땅바닥에선 푸릇푸릇 새 생명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특히 밴쿠버 지역에선 보기가 힘든 베어 그라스(Bear Grass)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이 지역에 베어 그라스가 있으리라곤 미처 생각도 못했다. 그 꽃을 보고 처음엔 어린 소나무가 자라는 것으로 알았다. 베어 그라스를 보니 공연히 마음이 들떴다. 다시 길을 나서 어렵지 않게 미러 호수(Mirror Lake)를 경유해 버드 호수에 닿았다. 호수에 비친 마운트 아담스의 모습은 버드 호수보단 미러 호수가 훨씬 뛰어났다. 차로 돌아오면서 잠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피로를 푸는 시간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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