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계곡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메디신(Medicine) 호수에서의 스노슈잉이 우리가 두 번째로 선택한 아웃도어 체험. 눈이 많은 지형에서 맨 몸으로 눈 위를 걷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예전부터 산악 지역이나 눈이 많은 지역에서는 스노슈즈가 보편화되어 있었다. 우리 말로는 설피(雪皮)라 부른다. 연간 강설량이 10m에 이르면 적어도 4~5m의 적설량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 환경에서 눈 위를 걷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요즘에는 그 스노슈잉이 겨울철 아웃도어를 대표하는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날도 하늘이 흐리고 눈이 내리기도 했지만 이렇게 춥지는 않았다. 이날은 수온주가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졌다. 재스퍼 어드벤처의 가이드가 우리를 메디신 호수로 안내했다. 미니밴 안에서 면책각서에 서명을 받는다. 사고가 나도 자기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어떤 커플이 합류해 모두 여섯 명이 가이드가 제공한 스노슈즈를 신고 호수로 들어섰다. 메디신 호수는 신설로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이런 것을 일컬어 설국(雪國)이라 하겠지. 순백의 눈은 너무나 깨끗해서 그냥 먹어도 좋을 것 같았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호수 뒤편에 버티고선 봉우리들이 모두 구름 속에 숨어 버려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스노슈즈를 신었음에도 20~30cm씩 푹푹 빠지는 것은 예사다. 꽤 힘들긴 했지만 그에 반해 재미도 있었다. 이렇게 호수를 걸어서 건널 수 있다는 것도 겨울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호수 가운데 집채만한 바위 하나가 있었다. 가이드가 우리를 그 바위로 이끈다. 바위에는 고대 해양 동물의 화석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예전에 바닷속에 묻혔던 바위가 지각의 융기에 의해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의미 아닌가. 어제 말린 캐니언에서 보았던 조개 화석과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었다. 다시 드넓은 설원으로 뛰어 들었다.     

 

스노슈잉 목적지가 딱히 어디라고 정해진 곳은 없었다. 그저 시간되는대로 한참을 걷다가 심심하면 지그재그로 변화를 주고 코스가 너무 평탄하다 싶으면 호수 가장자리로 올라서곤 했다. 눈 위를 걷는 것이 보기보다 쉽지는 않았다. 숨이 턱턱 막히고 얼굴에선 김이 모락모락 났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너무 덥다고 눈 위에 누워 땀을 식히는 청춘도 있었다. 두세 시간 눈 위를 열심히 걸은 후에야 차량으로 되돌아 왔다. 모두들 기진맥진한 표정이었다. 스노슈잉은 나에게 그다지 낯설진 않지만 고국에서 온 친구들에겐 무척 신기한 체험이었을 것이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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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 날씨부터 확인을 한다. 온세상이 눈천지다. 하얀 설국 풍경에 눈이 부셨다. 눈의 깊이가 발목까지 빠지니 최소 10cm는 쌓인 셈이다. 베이스 캠프쪽은 당연히 더 할 것이고. 이렇게 눈이 쌓인 상태에서 베이스 캠프 오르긴 무리란 판단 하에 사마 가운에서 하루 휴식을 하기로 했다. 한 대장의 결정에 다들 환호하는 분위기다. 고소 적응을 위해서도 적절한 선택으로 보였다.

 

아침을 마치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보았다. 네덜란드 트레킹 팀 야영장에도 들러 수다를 떨었다. 의자를 들고 나와 로지 뒤뜰에서 해바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한 피디는 온몸을 벌레에 물려 두드러기처럼 울긋불긋 돋아난 상처에 약을 바른다. 등산화, 양말, 침낭을 말리려고 밖으로 들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날씨가 좋아져 햇빛이 쨍쨍 내려쬐는 눈부신 세상을 만끽했다. 오전엔 구름 속에 숨었던 마나슬루 정상이 오후 들어 우리 머리 위로 모습을 나타냈다. 정상엔 바람이 엄청 세찬 모양이었다. 긴 꼬리를 그리며 눈 날리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 감동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마나슬루 정상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음에 내심 감사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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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니카 2012.11.27 0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이 서려 있는 마나슬루 정상,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서늘합니다.

  2. 보리올 2012.11.27 08: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곳을 오르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지요. 우리 나라 산악계에서 1970년대 초 마나슬루 원정에 나섰다가 큰 사고가 나서 많은 사람들이 운명을 달리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봉우리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