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룬 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3.26 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16>
  2. 2013.03.04 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3>

 

세두아에서 상큼한 아침 시간을 맞았다.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서늘하면서도 맑았다. 오전 6 40, 이른 시각임에도 아이들 네 명이 마당에 펼친 멍석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공책에 열심히 영어 단어를 적고 있는 아이들이 기특했다. 학교도 아니고 가르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멍석에 앉아 스스로 영어 공부를 하다니 이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이 아이들이 나중에 네팔의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여기서 가슴이 먹먹했던 순간도 있었다. 열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돌박이 아이를 등에 업고 있어서 처음엔 동생을 들처업고 나온 누나로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 아기는 여자 아이의 아들이란다. 조혼 풍속이 있는 히말라야 일부 지역에서는 열 두셋이면 여자 아이들은 시집갈 준비를 한단다. 일찍 늙고 일찍 죽는 이유가 이 조혼 풍속에 있는 것 같았다. 남녀 모두 50, 60세를 넘기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내가 감 내놔라 팥 내놔라할 문제는 아니었지만 입안이 좀 씁쓸했다.

 

오늘은 다시 아룬 강을 건넌다. 이번 트레킹에서 마지막 고생길이라 할까. 해발 1,510m에 있는 세두아에서 고도 700m의 아룬 강으로 내려섰다가 강을 건넌 후 다시 1,500m 고도에 있는 눔으로 오른다. 등반고도 800m짜리 산을 하나 오르내리는 것과 같았다. 내리막으로 시작하는 것이 다르긴 했지만. 무더위 속에서 두 시간을 걸어 내려가 아룬 강에 도착했다. 내리막 구간이야 쉬웠지만 눔까지 세 시간 이상을 줄창 오르는 경사길은 꽤나 힘이 들었다. 세두아에서 눔까지 짚라인(Zipline)을 연결하면 단숨에 건너갈텐데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봤다.

 

눔에 도착해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여기서 묵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다. 맥주 가격이 많이 싸진 탓에 맥주를 축내며 시간을 보내다가 카메라를 들고 학교를 방문했다. 꼬마들이 수업을 받다 내 출현에 모두들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수업을 계속하라 제스처를 쓰고는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히말라야에 사는 아이들이라고 순진무구하지는 않겠지만 여기 아이들 정말 천사같다. 보고 듣는 것이 제한되어 있어 그리 약지도 못하다. 그저 지나가는 외국인 트레커들을 좇아다니며 사탕이나 볼펜달라는 것이 전부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다지 거부반응이 없어 솔직히 난 너무 좋았다.

 

오늘 저녁에도 염소 고기가 나왔다. 최고령 참가자인 정한영 교수께서 염소를 한 마리 사신 것이다. 매일 저녁 부식 기부가 줄을 잇는다. 한 대장 부탁을 받은 요리사 템바가 염소의 몇 가지 부위를 순서대로 요리해서 가지고 나왔다. 골부터 시작해 혀, 염통, 내장, 고기 순으로 나오다가 마지막은 국으로 장식을 했다. 한 대장 덕분에 별것 다 먹어 본다. 럭시가 돌면서 취기가 꽤나 올랐다. 텐트로 잠시 도망쳤다가 바로 잠에 떨어지고 말았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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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개가 짖는 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예정보다 일찍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왔다. 비는 그쳤지만 구름이 가득한 우중충한 날씨를 보인다. 덕분에 날씨가 선선해졌다. 아룬(Arun) 강을 건너기 위해 줄곧 내리막 길을 걸어 850m 고도를 낮추었다. 힘들게 올라온 높이를 이렇게 허무하게 반납하는 일처럼 아쉬운 것이 없다. 눔에서 계곡 건너 빤히 보이던 세두아(Sedua)까진 강을 건넌 후, 800m 고도를 올려야 하고 오늘의 목적지, 타시가온(Tashigaon)까진 거기서 다시 고도 610m를 올려야 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지옥 코스가 계속되었다.

 

세두아에서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고 입산 신고를 했다. 여기서 마칼루-바룬 국립공원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과거엔 반군 세력권 안이라 관리 사무실을 열 수가 없었다. 반군이 제도권으로 들어가면서 사무실을 다시 열게 된 것이다. 그래도 어느 건물엔 낫 모양이 그려진 빨간 깃발이 나부끼고 있어 섬찟한 마음이 들었다. 마오이스트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고 오지 지역은 아직도 마오이스트의 영향력이 강하단 의미 아니겠는가.

  

오후 2시가 넘어 섹시난다에서 늦은 점심을 들었다. 너무 지치고 허기진 일행들에게 비빔냉면이 건네졌다. 눈이 동그레진 대원들, 허겁지겁 그릇에 얼굴을 파묻었다. 동네 꼬마들이 모두 몰려와 우리 식사 장면을 보면서 저희들끼리 재잘대며 웃는다. 우리가 졸지에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이다. 식사가 끝나자 절묘하게 시간을 맞춰 빗방울이 떨어진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후엔 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린다. 다시 빗길 산행 채비를 갖췄다.

  

또 긴 오르막을 걸어야 했다. 길 옆으로 논과 밭이 펼쳐진다. 보리밭이 아름답게 펼쳐진 타시가온에 도착했다. 해발 2,110m. 이 마을 이후로는 사람사는 동네가 없단다. 양이나 염소를 치는 목동들이나 가끔 만날 있을 것이다. 한 대장이 쿡 템바에게 염소를 한 마리 잡으라 지시한다. '먹은 만큼 간다' 한 대장의 평소 지론 외에도 이 마을을 떠나면 양이나 염소 사기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긴 닭이 의외로 비쌌다. 염소 한 마리와 닭 다섯 마리 가격이 엇비슷하다. 닭 다섯 마리는 우리 대원들만 먹을 양이지만 염소 한 마리를 잡으면 포터들까지 모두가 포식할 수가 있다.

 

고기 냄새를 좇아 마오이스트를 자칭하는 앳된 아가씨 두 명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사다인 옹추를 통해 마을 발전 기금을 기부해 달라 한다. 요청인지, 협박인지가 좀 헛갈렸다. 마오이스트가 제도권으로 들어온 이 마당에 무슨 돈 요구냐며 한 대장이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한밤중에 총을 가지고 나타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우린 옆에서 마음을 졸일 수밖에. 하지만 밤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가 텐트를 친 곳 바로 옆에 있던 가게가 졸지에 주막으로 변해 버렸다. 굳게 문이 닫혔던 가게가 우리 출현에 급작스레 문이 열리더니 이제는 주모가 호객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주모는 이 마을에 사는 도마 자매. 언니인 도마는 30살이고 동생은 23살이란다. 베이스 캠프 가는 구간에 매점을 더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위에 있는 매점으로 올라갈 작정인 모양이다. 우리를 봉으로 본 것 같은데, 점점 비싸지는 맥주를 누가 그리 많이 팔아줄런지 모르겠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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