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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3>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3. 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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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개가 짖는 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예정보다 일찍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왔다. 비는 그쳤지만 구름이 가득한 우중충한 날씨를 보인다. 덕분에 날씨가 선선해졌다. 아룬(Arun) 강을 건너기 위해 줄곧 내리막 길을 걸어 850m 고도를 낮추었다. 힘들게 올라온 높이를 이렇게 허무하게 반납하는 일처럼 아쉬운 것이 없다. 눔에서 계곡 건너 빤히 보이던 세두아(Sedua)까진 강을 건넌 후, 800m 고도를 올려야 하고 오늘의 목적지, 타시가온(Tashigaon)까진 거기서 다시 고도 610m를 올려야 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지옥 코스가 계속되었다.

 

세두아에서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고 입산 신고를 했다. 여기서 마칼루-바룬 국립공원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과거엔 반군 세력권 안이라 관리 사무실을 열 수가 없었다. 반군이 제도권으로 들어가면서 사무실을 다시 열게 된 것이다. 그래도 어느 건물엔 낫 모양이 그려진 빨간 깃발이 나부끼고 있어 섬찟한 마음이 들었다. 마오이스트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고 오지 지역은 아직도 마오이스트의 영향력이 강하단 의미 아니겠는가.

  

오후 2시가 넘어 섹시난다에서 늦은 점심을 들었다. 너무 지치고 허기진 일행들에게 비빔냉면이 건네졌다. 눈이 동그레진 대원들, 허겁지겁 그릇에 얼굴을 파묻었다. 동네 꼬마들이 모두 몰려와 우리 식사 장면을 보면서 저희들끼리 재잘대며 웃는다. 우리가 졸지에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이다. 식사가 끝나자 절묘하게 시간을 맞춰 빗방울이 떨어진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후엔 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린다. 다시 빗길 산행 채비를 갖췄다.

  

또 긴 오르막을 걸어야 했다. 길 옆으로 논과 밭이 펼쳐진다. 보리밭이 아름답게 펼쳐진 타시가온에 도착했다. 해발 2,110m. 이 마을 이후로는 사람사는 동네가 없단다. 양이나 염소를 치는 목동들이나 가끔 만날 있을 것이다. 한 대장이 쿡 템바에게 염소를 한 마리 잡으라 지시한다. '먹은 만큼 간다' 한 대장의 평소 지론 외에도 이 마을을 떠나면 양이나 염소 사기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긴 닭이 의외로 비쌌다. 염소 한 마리와 닭 다섯 마리 가격이 엇비슷하다. 닭 다섯 마리는 우리 대원들만 먹을 양이지만 염소 한 마리를 잡으면 포터들까지 모두가 포식할 수가 있다.

 

고기 냄새를 좇아 마오이스트를 자칭하는 앳된 아가씨 두 명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사다인 옹추를 통해 마을 발전 기금을 기부해 달라 한다. 요청인지, 협박인지가 좀 헛갈렸다. 마오이스트가 제도권으로 들어온 이 마당에 무슨 돈 요구냐며 한 대장이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한밤중에 총을 가지고 나타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우린 옆에서 마음을 졸일 수밖에. 하지만 밤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가 텐트를 친 곳 바로 옆에 있던 가게가 졸지에 주막으로 변해 버렸다. 굳게 문이 닫혔던 가게가 우리 출현에 급작스레 문이 열리더니 이제는 주모가 호객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주모는 이 마을에 사는 도마 자매. 언니인 도마는 30살이고 동생은 23살이란다. 베이스 캠프 가는 구간에 매점을 더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위에 있는 매점으로 올라갈 작정인 모양이다. 우리를 봉으로 본 것 같은데, 점점 비싸지는 맥주를 누가 그리 많이 팔아줄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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