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가 밝았다. 산에 올라 새해 첫 일출을 보려는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벨링햄(Bellingham)에 있는 호텔을 출발해 마운트 베이커로 향했다. 가족 모두가 참여한 산행이라 이른 새벽에 호텔을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 베이커에서의 스노슈잉(Snowshoeing)은 아들이 먼저 아이디어를 냈다. 아들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베이커를 아직 가보지 못했단다. 나는 베이커를 여러 번 다녀왔지만 그건 전부 여름철이었다. 집사람과 딸들이 함께 하는 이번 산행에 난 기대가 무척 컸다. 어느 한 명 빠지지 않고 가족 모두가 스노슈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른 시에 도착했음에도 헤더 메도우즈(Heather Meadows)는 스키 인파로 붐볐다. 예년에 비해 눈이 적은 밴쿠버 스키장은 개점휴업 상태라지만 여기는 제법 눈이 많았다. 이 지역은 겨울이면 엄청난 강설량을 자랑한다. 1998 겨울 시즌엔 무려 29m 눈이 내려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눈이 적게 내렸다는 이번 시즌에도 눈이 얼마나 두껍게 쌓였는지 눈으론 가늠하기 어려웠다. 주차에 차를 세우고 스노슈즈를 꺼내 신었다. 딸들이 신은 스노슈즈 두 짝은 밴쿠버에서 미리 렌트를 했다.

 

우리의 산행 목적지는 아티스트 포인트(Artist Point). 여름엔 차로 오르는 곳이지만 포장도로의 눈을 치우지 않는 겨울엔 산행로로 바뀐다. 스노슈즈를 처음 신어 본 집사람과 두 딸아이는 속도는 좀 느렸지만 꾸준히 잘 따라왔다. 온통 눈으로 덮힌 이런 설원을 언제 가족이 함께 거닐어 보겠는가. 모처럼 설경을 마음껏 즐기며 눈 위를 실컷 걸을 수 있었다. 산행 내내 내 마음 속엔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가득했다. 그리 춥지도 않고 날씨도 맑아 산행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미국 워싱턴 주에서 번째로 높다해발 3,285m 베이커 산도 웅장한 자태를 뽐내우리를 환영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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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 산(Mt. Baker)에서 우리에게 가장 인기있는 코스는 단연 타미간 리지 트레일(Ptarmigan Ridge Trail)이다. 벌써 여러 번 이곳을 다녀갔지만 그래도 매번 다시 찾게 된다. 늘 새로운 감동을 주는 곳이라 여름철이면 최소 한두 번은 꼭 산행 코스에 넣곤 했다. 아티스트 포인트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푸른 하늘을 모두 가리진 못했다. 산행하기엔 너무나 좋은 날씨였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교사의 인솔 하에 산행에 나섰다. 난 이런 교육환경이 왜 그리 부러운지 모르겠다.

 

베이커는 여전히 위풍당당했다. 한 점 흐트러짐이 없는 영산임이 분명하다. 난 솔직히 베이커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에 하얀 빙하 사이로 검은 속살을 드러낸 셕샌의 위용도 한 몫을 한다. 우리가 지나는 산기슭에는 잔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산길에도 눈이 녹지 않아 눈을 밟는 구간도 있었다. 이러다가 여름이 다 지나도록 녹지 않을 것 같았다. 콜맨 피너클을 지나 암릉까지 걸었다. 베이커를 감싸고 있는 빙하를 지천에서 올려다 볼 수 있었다. 하산길에 십여 마리의 산양도 볼 수 있었다. 녀석들은 우리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다른 곳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산양을 여기선 이리 쉽게 볼 수 있다니 이 또한 베이커의 매력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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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 산행은 대개 9월 말이면 마감을 한다. 고산에는 초가을부터 눈이 쌓이기 시작하고, 그러면 차량으로 산행기점까지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산우회에선 9월 들어 그 해 마지막 베이커 산행을 준비하였다. 이번 코스는 지난 번 답사를 다녀온 체인 레이크스(Chain Lakes) 트레일. 베이커 주변에 있는 트레일에는 트레일 번호가 부여되어 있는데, 이 체인 레이크스는 682번 트레일이다.

 

차량이 여러 대일 경우는 아티스트 포인트와 헤더 메도우즈에 나누어 주차하면 산행이 끝난 후 이동에 편하다. 우리도 산행을 배글리 호수에서 끝내기 위해 차를 몇 대 그곳에 갔다 놓았다. 산행에 참가한 인원을 12명씩 쪼개 세 그룹으로 나눴다. 나도 한 그룹을 맡아 리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하늘엔 구름이 많아 시시각각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산행에 적당한 날씨다. 사람들을 이끌고 먼저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 정상에 올랐다. 잔돌이 많아 발걸음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럼에도 위에서 걷던 사람이 떨어트린 돌조각에 맞아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얼굴에 피가 나는 부상을 입었다.  

 

테이블 마운틴을 내려와 다시 트레일로 들어섰다. 마자마 호수를 지나 아이스버그 호수에 닿았다. 기념사진을 찍기에 좋은 곳이라 여기서 점심을 먹고 자유시간을 주었다. 가을로 접어든 티가 확연하다. 파이어위드(Fireweed)가 보라색 꽃을 피워 산색에 변화를 준다. 불과 며칠 사이인데도 산색에 꽤나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제 조만간 나무나 풀은 모두 눈에 뒤덮힐 것이다. 아직 씨를 뿌리지 못한 야생화들은 서둘러야 그나마 종족을 번식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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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 산(Mt. Baker)의 체인 레이크스 트레일(Chain Lakes Trail)을 성선생과 단 둘이서 답사를 가기로 했다. 일기 예보에도 날씨가 맑다고 해서 기왕이면 베이커에서 일출을 맞을 수 있도록 일찍 출발하자고 했다. 성선생도 사진에 조예가 깊은 양반이라 조금 욕심을 부린 것이다. 베이커 산행을 간다면서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새벽에 국경을 통과하는 것이 의심스러웠는지 입국심사관이 꽤나 까다롭게 질문을 던진다. 구름이 좀 끼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아티스트 포인트를 오르다가 픽쳐 호수(Picture Lake)에서 일출을 맞았다. 모처럼 삼각대를 펼쳐놓고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구름에 태양이 가려 일출 분위기는 좀 별로였다.

 

우리의 목적은 어쨌든 체인 레이크스 트레일 답사가 아니던가. 이 트레일은 일주 코스로 전 구간을 돌면 12.8km이고, 찻길이 닿는 배글리 호수(Bagley Lake)에서 끝내면 10km 조금 넘는다. 등반 고도는 520m. 그리 험한 곳도 없고 오르내림도 심하지 않다. 어찌 보면 이 코스는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라 부를 만했다. 산행 시작은 아티스트 포인트(Artist Point)에서 한다.

 

산행 기점에서 2km는 타미간 리지로 가는 트레일과 같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들어가면 오래지 않아 마자마 호수(Mazama Lake)에 닿는다. 여기서 조금 더 가야 제법 규모가 큰 아이스버그 호수(Iceberg Lake)가 나온다. 호수 주변에 캠프 사이트도 있다. 이 아이스버그 호수와 그 주변에 있는 몇 개 호수를 연결한 트레일이라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허먼 새들(Herman Saddle)을 오르는 것이 그나마 가장 경사를 가진 오르막이었다. 고개에 오르면 길은 배글리 호수로 고도를 낮춘다. 여기서 보는 베이커 정상이 아름답다. 구름 한 점이 베이커 정상에 모자를 쓴 듯 걸려 있어 묘한 장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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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차량을 아티스트 포인트에 주차했기 때문에 당연히 아티스트 포인트까지 걸어 올라야 했다. 배글리 호수에서 와일드 구스(Wild Goose) 트레일을 타고 아티스트 포인트로 올라와 일주 코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아티스트 포인트에서 셕샌 산(Mt. Shuksan)의 웅장한 모습을 화폭에 담고 있는 화가 한 분을 만났다. 그림 그리는 모습이 어찌나 평화스럽던지 그 옆에 앉아 한참을 구경하였다. 자연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이 노신사가 내심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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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성호랑이 2013.04.16 07: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아저씨 너무 멋져요!~ 밥로스가 생각나네요; ㅋㅋㅋ

  2. 보리올 2013.04.16 22: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방문해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과분한 칭찬입니다. 자연을 찾아 들어가면 의외로 멋진 장면을 만나기도 한답니다.

 

베이커 산(Mt. Baker)을 찾을 수 있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눈이 녹고 길이 뚫리는 여름 한철에만 가능하다. 대개 7월부터 9월까지로 보면 되지만 적설량 상황에 따라 6월이나 10월도 가능할 수 있다. 겨울철이면 베이커 지역에 엄청 눈이 오기 때문에 아티스트 포인트로 오르는 접근로가 폐쇄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연평균 강설량이 16m나 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1998년에서 1999년에 이르는 동계 시즌에 자그마치 29m의 눈이 내렸다 한다. 단일 시즌으로는 세계 신기록이란다.  

 

운좋게 8월 들어 베이커를 다시 찾게 되었다. 밴쿠버에서 활동하는 두 개의 산악회, 즉 밴쿠버 한인 산우회와 수요 산우회가 합동으로 산행을 갖게 된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이름의 산우회가 합동으로 산행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싶었다. 산행 목적지는 베이커 산의 타미간 리지(Ptarmigan Ridge) 트레일. 타미간이란 우리 말로는 뇌조, 들꿩이라 부르는 산새를 말한다. 쌀쌀한 날씨의 고산 지대에 주로 서식을 하는데 크기는 비둘기만 하다.

 

지난 번에 이 코스를 다녀온 밴쿠버 한인 산우회 소속의 네 명이 전체 인원을 네 개 그룹으로 나눠 산행을 리드하기로 했다. 나도 한 그룹을 맡았다. 베이커와 그 인근 지역은 노스 케스케이드(North Cascade) 국립공원에 포함되진 않지만, 대신 생태 보전 지구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겐 몇 가지 제약이 따르는데, 그 중의 하나가 산행 그룹의 규모가 그룹당 12명을 초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인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인원을 나누어 따로 운행을 해야 한다. 우리도 그에 따라 네 개 그룹으로 나눈 것이다.  

 

해발 1,445m의 아티스트 포인트에서 간단하게 산행에 대한 안내를 마치고 산행에 나섰다. 내가 맡은 그룹엔 나이 드신 분들, 산행 초보인 여성들도 있어 속도를 늦춰 천천히 진행을 하였다. 우리 앞에는 만년설을 이고 만산을 호령하듯 베이커가 버티고 있었고, 우리 뒤로는 흰 눈과 시커먼 바위가 절묘하게 대비되는 셕샌이 손에 잡힐 듯 서있다. 이 두 봉우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고 가슴이 뛴다.

 

산허리를 휘감고 이리저리 돌아가는 산길이 아름다웠고 그 부드러운 곡선미에 정감이 갔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초원을 가로질러 오르락내리락거리는 산길도 제법 운치가 있었다. 베이커에는 산길 자체도 여유로움이 묻어 난다. 발걸음도 가볍게 산길을 터벅터벅 걷다가 야생화 군락이라도 만난다면 이보다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여유있는 소걸음으로 쉬엄쉬엄 걸어 산행 목적지인 콜맨 피너클 아래에 닿았다. 앞서 간 그룹은 저 아래에 있는 암릉까지 간다고 하지만 우리 그룹은 여기서 마음껏 풍경을 즐기다가 돌아서기로 했다. 산자락에 구름이 많이 걸려 있어 멀리까지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선경같았는 지도 모른다. 산자락을 둘러싸고 낮게 깔린 구름 위로 보라색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었다. 여기가 진짜 신선 사는 곳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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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찬미맘 2013.02.20 0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멀리서 보기만 해도 신비한 산인데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니 더 놀랍기만 합니다...
    사진이 잘 나오기도 했구요....
    정말 궁금한 산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2. 보리올 2013.02.20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멀리서 이 마운트 베이커를 보신다고 하니 밴쿠버 인근에 사시는 모양입니다. 정말 멀리서 보면 산신령같은 인자한 면모를 지녔지요. 제가 흠모하는 산 중에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