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베이'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8.05.28 [호주] 그레이트 오션 로드 ① (2)
  2. 2017.07.05 [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 ④ (2)
  3. 2017.06.28 [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 ② (2)
  4. 2017.06.26 [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 ① (2)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는 호주의 남동부 빅토리아 주에 있는 해안도로를 말한다. 공식적으론 토키(Torquay)와 알랜스포드(Allensford) 사이의 243km길이의 도로다. 좀 더 큰 도시로 표기하면 지롱(Geelong)에서 워남불(Warnambool)까지라 보면 된다. 해안선을 따라 다양한 지형을 지나고 12사도 바위 등 자연의 랜드마크를 품고 있기 때문에 빅토리아, 아니 호주에서도 유명 관광지로 통한다. 멜버른에서 이 도로를 따라 12사도 바위와 그 주변의 특이한 지형을 구경하기 위해 당일 여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B100번 도로로도 불리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살아서 귀환한 병사들의 피와 땀으로 건설되었고, 1차 대전에서 산화한 호국영령들에게 헌정되었다.

 

멜버른을 출발해 지롱까지는 브이 라인(V/Line)이란 기차를 이용하고, 워남블까지 이어지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 구간은 브이 라인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탔다. 열차와 버스를 연계해 하나의 티켓으로 두 가지를 모두 탈 수 있었다. 호주 국립 서핑 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서핑이 유명한 토키는 그냥 버스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아폴로 베이(Apollo Bay)에서 내렸다. 인구 1,600명의 소읍이었지만 넓은 비치가 펼쳐졌고 바다 내음을 풍기는 선착장도 있었다.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Great Otway National Park) 안에 있는 케이프 오트웨이(Cape Otway)를 찾았다. 1848년에 세워진 하얀 등대가 있는데 입장료가 비싸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버스는 프린스타운(Princetown)을 거쳐 포트 캠벨 국립공원(Port Campbell National Park)으로 들어섰다.

 

12사도 바위 직전에 있는 깁슨 스텝스(Gibson Steps)부터 들렀다. 절벽에 계단을 놓아 비치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 (Gog)과 마곡(Magog)이라는 두 개의 바위가 서있지만 이건 12사도에 들어가지 않았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12사도 바위(The Twelve Apostles)가 있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특히 단체로 몰려온 중국인들 때문에 호주를 대표하는 관광지임에도 감흥이 많이 떨어졌다. 전망대에 올라 12사도 바위를 한 눈에 담아보았다. 바닷물에 의해 침식된 12개의 돌기둥을 예수의 12제자로 칭했지만 그 중에 네 개는 무너지고 현재는 8개만 남아 있었다. 절벽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다에 서있는 바위의 위용이 대단했지만 이 정도로 어찌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을까 속으로 궁금증이 일었다. 여기보다 한 수 위라고 여겨지는 곳을 이미 몇 군데 다녀온 터라 좀 시시하게 느껴졌다.




멜버른에서 브이 라인을 타고 지롱에서 내린 다음 브이 라인 버스를 타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다가섰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기점인 아폴로 베이에선 넓은 해변을 거닐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케이프 오트웨이 등대는 호주 본토에서 가장 오랜 기간 등불을 비춘 등대였다지만 1994년 다른 방식으로 대체되었다.




깁슨 스텝스에선 계단을 타고 비치로 내려서 바다에 서있는 두 개의 바위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호주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12사도 바위를 만났다.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몹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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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6.13 11: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의미를 부여해서 사람들이 몰리게끔 하는 것이 서양 사람들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3대 부자가 12사도 바위를 보러갈 기회가 있을때 8개라도 전부 멀쩡했으면 좋겠습니다!

    • 보리올 2018.06.14 0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바닷가에 남아 있는 돌기둥에 예수의 12제자 명칭을 붙인 것은 좀 너무한 것 같더라. 그리 볼품도 없던데... 아들이 보내주는 호주 여행 기대하마.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다 보면 조수에 대해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트레일 상에서 해안으로 내려설지, 아니면 내륙으로 들어설지를 결정하라는 표지판(Decision Point)을 자주 만난다. 해안이나 내륙으로 가는 것이 모두 가능하지만 해안으로 내려설 때는 조수나 파도를 살펴보고 결정하라는 의미도 있고, 해안을 걷는 것이 너무 위험하니 내륙으로 돌아가라는 경고도 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 상에 있는 몇 군데는 바닷물이 들어오면 건널 수가 없기 때문에 조수표 지참은 필수다. 행여 그런 상황을 맞으면 물이 빠지기를 마냥 기다려야 한다. 문라이트 헤드(Moonlight Head)를 기점으로 조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아폴로 베이와 포트 캠벨 지역을 구분해 조수표를 따로 챙기는 것이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해가 떠올랐다. 애초 계획은 라이언스 덴까지 가서 하루를 끊을 생각이었으나 캠핑장을 구하지 못 한 관계로 부득이 그 다음에 있는 데블스 키친(Devil’s Kitchen)까지 가야만 했다. 목장 지역으로 들어서 꾸준히 오르막을 걷는다. 오르내림도 꽤 심했다. 목장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도로를 걸어야 했다. 하이더스 액세스(Hiders Access)와 밀라네시아 트랙(Milanesia Track)이란 비포장도로가 나타난 것이다. 듬성듬성 민가가 보이고 가끔은 자동차가 불쑥 나타나기도 했다. 이 지역이 그레이트 오션 워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해발 300m를 기록했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트레일 엔젤(Trail Angel)을 만났다. 목마른 하이커를 위해 커다란 물통에 식수를 담아 길가에 내놓은 것이다.

 

가끔 뱀을 조심하라는 경고판도 볼 수가 있었다. 머릿속에 이미 위험한 존재라 각인이 되어 발걸음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걸었다. 햇볕이 따뜻한 날이면 몸을 말리기 위해 산길로 나오는 녀석들이 많다. 사람이 나타나면 뱀이 먼저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고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에 들어선지 처음 3일 동안은 전혀 뱀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라이언스 덴으로 가던 4일차엔 뱀을 세 마리나 보았다. 죽은 사체까지 치면 네 마리였다. 이 지역이 뱀이 많은 곳임이 분명했다. 햇볕을 쬐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던 녀석을 내가 먼저 발견해 위험을 피할 수 있었고, 내 앞을 지나치던 두 마리는 내 존재를 눈치채곤 재빨리 숲으로 도망을 쳤다.

 

밀라네시아 비치를 지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내림에 좀 지친 상태로 라이언스 덴 캠핑장에 도착했다. 오전에만 14km를 걸은 것이다. 캠핑장 쉘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 데블스 키친까지는 아직 13km가 남았다. 따가운 햇살에 지치기도 했지만 지형도 꽤나 험난한 편이었다. 게이블스 전망대(Gables Lookout)를 잠시 들렀다가 게이블스 주차장으로 나왔다. 규모가 큰 목장이 하나 나타났고, 목장을 둘러싼 철조망을 따라 다시 숲 속으로 들어섰다. 난파선 두 척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렉 비치(Wreck Beach)로 내려설까 했지만 조수가 높아 그냥 숲길을 택했다. 해가 질 무렵에 데블스 키친 캠핑장에 도착했다. 텐트 두 동이 설치되어 있었다. 바로 텐트를 치고 식사 준비를 했다. 27km 거리를 9시간에 걸었던 고단한 하루가 이렇게 저물었다.



해 뜨기 전의 조한나 비치 바다 풍경


조한나 전망대에 올라 엷은 안개가 끼어 희미하게 보이는 남대양을 내려다 보았다.



울타리를 넘어 목장으로 들어섰다. 구릉에 조성된 초지가 아름다웠다.


비포장도로인 밀라네시아 트랙을 걸었다.


밀라네시아 트랙 끝나는 지점에서 트레일 엔젤이 놓아둔 식수통을 발견했다.


밀라네시아 비치를 잠시 걷곤 다시 육지로 올라섰다.



가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벼랑을 따라 걸었다.



라이언스 덴에 이르기 직전에 뱀 세 마리를 연달아 만날 수 있었다.


라이언스 덴에서 지나온 해안을 둘러 보았다.


문라이트 헤드를 기점으로 조수가 달라 별도의 조수표가 필요하다고 한다.


게이블스 주차장과 목장을 지나 숲길로 들어섰다.


흙으로 돌아가는 그라스 트리의 밑동에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데블스 키친이 그리 멀지 않은 지점에서 또 부트 하이진 클리닝 스테이션을 지났다.


데블스 키친 캠핑장


캠핑장 뒤쪽에 있는 날망에서 석양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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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21 1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제가 상상했던 그런 조그만 뱀이 아니라 꽤나 길고 굵은 뱀이네요! 곰과는 또 다른 위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동에서 서로 한 방향으로만 걸어야 한다. , 아폴로 베이에서 12사도 바위를 향해 걷는다. 대부분이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에 속하지만, 마지막 구간은 포트 캠벨 국립공원(Port Campbell National Park) 경내를 지난다. 캠핑장 이용은 빅토리아 공원 당국(Parks Victoria)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 상에 모두 일곱 개의 GOW 캠핑장이 마련되어 있다. 공원 당국에선 은근히 7 8일에 걷도록 권장을 하지만 캠핑장 사이의 간격이 3~4시간이면 닿는지라 두 구간을 하나도 묶어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했다. 또 어떤 곳은 GOW 캠핑장이 차를 몰고 오는 드라이브인 캠핑장과 나란히 붙어 있어 이를 이용해도 괜찮다. 차량이 닿는 곳이라면 교통편을 지원받아 밖에서 자고 들어와도 좋을 것 같았다.

 

둘째 날이 밝았다. 밖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어제 본 코알라를 찾았더니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지만 해가 떠오를 즈음엔 구름이 걷히며 햇살이 비치는 것이 아닌가.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캠핑장을 출발해 바로 숲으로 들어섰다. 어제완 다르게 너도밤나무라 불리는 비치(Beech)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포인트 루이스로 올라섰지만 볼 것이 없었다. 처음으로 등산화를 소독하는 곳이 나왔다. 여기선 부트 하이진 클리닝 스테이션(Boot Hygiene Cleaning Station)이라 불렀다. 이 지역에 서식하는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뿌리썩음병을 유발하는 병원체를 없애는 설비인데, 이후에도 여러 번 지나쳤고 그 때마다 등산화를 소독해야만 했다.

 

내륙으로 우회하는 길이 없어 만조에는 마냥 물이 빠지길 기다려야 한다는 파커 인레트(Parker Inlet)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 간조라 모래사장이 모두 드러나 있었다. 여기서 커다란 배낭을 지고 가는 8명의 백패커를 만났다. 그들 뒤를 따라 돌계단과 모랫길을 걸어 올랐다. 크레이피시 베이(Clayfish Bay)로 내려가는 바닷길과 벼랑 위를 걷는 내륙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선 내륙길을 택했다. 여기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유독 많았다. 3시간 만에 케이프 오트웨이 등대(Cape Otway Lighthouse)에 닿았다. 1848년에 설치한 이 등대는 빅토리아 주에선 가장 먼저 세워진 등대였다. 현재는 가동을 하지 않는다. 18m 높이의 등대 위로 오를 수 있다고 하지만 입장료가 20불이라 해서 그냥 지나쳤다. 케이프 오트웨이 캠핑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트레일 상에 조그만 공동묘지가 있었다. 등대지기나 그 가족, 난파선 선원이 묻힌 곳이었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길을 꾸준히 걸었다. 레인보우 폭포(Rainbow Falls)가 있는 바닷가로 내려서는 길이 있었지만 만조 시간이라 내려가진 않았다. 벼랑 위에서 멀리 강이 하나 보였다. 그 위에 다리가 놓인 곳이 오늘의 목적지인 에어 리버(Aire River)였다. 캠핑장까지 21km 거리를 6시간에 걸었다. 마을 구경한다고 강으로 내려왔건만 마을은 없고 드라이브인 캠핑장과 목장만 있었다. 여기서도 나무 위에서 미동도 않고 잠을 자는 코알라 세 마리를 만났다. 이만하면 코알라는 풍년이다. 저녁을 먹고 양치를 하러 가다가 14명 그룹에게 붙잡혀 와인 한 잔을 얻어 마셨다. 어디서 왔느냐, 왜 혼자 왔느냐는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해가 떠오르며 부드러운 햇살이 브랭키 베이 해변을 비췄다.


등산화를 소독하는 부트 하이진 클리닝 스테이션



만조에는 건널 수 없다는 파커 인레트


나무들이 터널을 만든 숲길도 걸었다.



입장료가 비싸 들어가지 않은 케이프 오트웨이 등대


등대지기나 난파선 선원들이 묻힌 공동 묘지


관목 사이를 뚫고 난 트레일이 정겹다.




트레일 주변에서 서식하는 식생들이 눈에 띄었다.


바위 표면에 꽃처럼 핀 라이킨(Lichen)은 지의류에 속한다.



제법 파도가 거센 스테이션 비치(Station Beach) 위 벼랑을 걸었다.


전망대에 오르자, 에어 리버 위에 놓인 다리가 보였다.


에어 리버 GOW 캠핑장


캠핑장 주변의 나무에서 발견한 코알라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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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17 16: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무로 이루어진 터널이 인상적입니다~! 영화 속 마법의 신비한 길을 걷는 것 같아요! 파커 인레트는 그럼 만조때 못 가게 되면 얼마나 기다려야하는거죠? 무작정 쉬면서 기다려야하겠네요~

    • 보리올 2017.10.22 17: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만조엔 건너기가 어렵지만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모래사장 가장자리를 통해 건널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미리 조수표를 확인해 만조시각을 피하는게 아무래도 상책이지.



빅토리아 주 해안선을 따라 걷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Great Ocean Walk ; GOW) 2006년에 오픈했다. 멜버른 남서쪽에 자리잡은 아폴로 베이(Apollo Bay)를 출발해 12사도 바위까지 100km에 이르는 장거리 백패킹 트레일을 지칭한다. 각자의 능력이나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6일에서 8일이 소요된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그레이트 오션 워크보다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다. 멜버른 남서부를 가로지르는 B100번 도로를 일컫는데, 토키(Torquay)에서 워남불(Warrnambool)까지 240km에 이르는 해안도로가 이에 해당한다. 12사도 바위를 비롯한 명승지가 많아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호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손꼽히게 되었고, 그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 해안선을 따라 나란히 지나는 두 길의 차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관광객의 길인 반면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트레커, 아니 백패커의 길이라 보면 된다.

 

멜버른에서 오전 9 10분에 출발하는 기차에 올랐다. 한 시간을 달려 지롱(Geelong)에 도착했다. 역 앞에 기다리고 있던 버스로 갈아타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달려 아폴로 베이에 닿았다. 방문자 센터에 들러 직원에게 캠핑장 예약을 도와달라고 청했다. 솔직히 캠핑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사전에 온라인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여직원의 친절한 도움을 받아 예약을 마칠 수 있었다. 애초에 계획한 5 6일의 여정 가운데 두 군데 캠핑장은 만원이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조한나 비치(Johanna Beach)는 인근에 있는 드라이브인 캠핑장으로 대체하고, 다른 한 곳인 라이언스 덴(Ryan’s Den)은 건너 뛰어 이틀 구간을 하루에 가기로 했다. 이틀 구간을 하루로 묶은 곳이 세 군데나 되면서 공원 당국에서 권장한 7 8일 일정이 4 5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방문자 센터에서 지도와 조수표를 구하고, 수퍼마켓에 들러 부식과 취사용 가스, 정수용 알약을 샀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는 날이 밝았다. 밤새 비가 내렸는지 땅이 젖어 있었지만 첫 발을 내디딜 당시엔 구름만 가득할 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기온도 섭씨 15도로 아주 쾌적했다. 아폴로 베이 방문자 센터에 세워진 거대한 표지석 앞에 섰다. ‘빅토리아(Victoria)의 아이콘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자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폴로 베이 해변에 잠시 들렀다가 그레이트 오션 로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마렝고 홀리데이 파크 인근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 직진 표식을 보고 앞으로 걸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 그 자리에 멈춰 지도를 보고 있자니 한 아주머니가 테라스로 나와 길을 알려준다. 홀리데이 파크로 돌아와 바닷가를 걸었다. 사람 사는 마을은 눈에서 사라지고 대신 농장지대의 푸른 초원과 엄청난 파도가 눈에 들어왔다.

 

해변을 떠나 내륙으로 들어서 고도를 올린다. 산 속으로 드는 느낌이 들었다. 내 앞에서 걷던 두 그룹을 만났다. 모녀로 보이는 그룹과 멜버른에서 왔다는 14명 그룹이었다. 모두들 등에 작은 배낭을 메고 있어 처음엔 당일 하이커로 알았는데, 이들도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고 있다고 한다.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캠핑장에 미리 텐트를 설치해 놓고 저녁 식사도 준비한다고 했다.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Great Otway National Park)으로 들어섰다. 아폴로 베이를 출발한지 3시간 만에 엘리어트 리지(Elliot Ridge) 캠핑장에 도착해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호주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더니 나무 위에 있는 코알라를 보았냐고 묻는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보니 20m 높이의 나뭇가지에 코알라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엉덩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코알라와의 첫 조우치곤 너무 어설펐다.

 

바다 쪽으로 벼랑이 많은 곳엔 내륙으로 길을 내놨다. 텐트와 식량을 담은 배낭 무게는 계속해 어깨를 짓눌렀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빼곡한 숲을 지나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에 경고판이 하나 붙어 있었다. 만조에는 해변으로 내려서지 말고 우회로로 돌아가라는 안내문이었다. 우회로를 걸어 조그만 계류 하나를 건넜더니 바로 브랭키 베이(Blankey Bay) 캠핑장이 나왔다. 오후 3시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6시간 반 걸려 22km를 걸은 것이다. 공원 당국에서 이틀에 걸으라는 것을 하루에 걸었는데도 여유가 많았다. 텐트를 치고 해변으로 나갔다. 만조 시각이라 바닷물이 해변 끝까지 덮고 있었다. 드라이브인 캠핑장이 바로 옆에 있어 가족 단위로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란스런 분위기에서도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이파리를 뜯는 코알라 한 마리를 발견했다.


아폴로 베이 방문자 센터에 세워진 표지석


아폴로 베이 비치


이런 표지판이 갈림길마다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가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따라 마렝고를 지나고 있다.


마렝고 홀리데이 파크


이런 이정표도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마렝고 홀리데이 파크를 벗어나면 바닷가 초원을 걷는다.


볼드 힐(Bald Hill)에 있는 경고판에는 해안길은 위험하니 내륙으로 우회하라고 적혀 있었다.



바닷가 초원을 가로질러 내륙으로 들어섰다.




바다를 벗어나 내륙을 걷는 길엔 제법 숲이 우거졌다.


유칼립투스 나무의 줄기 표피


길가에 코알라 사체가 버려져 있었다.


브랭키 베이 캠핑장


브랭키 베이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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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14 1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에 WCT 를 떠올리면서 글과 사진을 보는데 GOW 는 사뭇 그 분위기가 WCT 와 틀리네요~? 바로 옆에 마을이 있고 GOR 도 있어서 뭔가 격리되어있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 보리올 2017.10.14 12: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해안선을 따라 걷는 것은 비슷하지만 기후 조건이나 지형, 식생은 너무 차이가 많더구나. 특히, 온대우림으로 가득한 WCT의 자연 조건은 호주에선 찾아보기 어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