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필즈 파크웨이를 달려 밴프 국립공원을 벗어났다. 선왑타 패스(Sunwapta Pass)를 지나 재스퍼 국립공원으로 들어서면 바로 컬럼비아 아이스필드(Columbia Icefield)가 나온다. 북미 대륙의 등뼈에 해당하는 대륙분수령에 8개의 거대한 빙하가 밀집해 생겨난 곳으로 그 빙원의 면적이 무려 325 평방 킬로미터에 이른다. 빙하도 100m에서 365m에 이르는 두께를 가지고 있다. 여름철에 스노코치(Snocoach)라 부르는 설상차를 타고 오를 수 있는 빙하는 애서배스카 빙하(Athabasca Glacier) 뿐이다. 여름 시즌을 제외하곤 설상차 운행을 중지하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 찾은 애서배스카 빙하는 한 마디로 적막강산이었다. 빙하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눈길을 헤쳐 빙하로 접근했다. 눈으로 덮힌 설원이라 빙하의 모습을 따로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우리가 걷는 지역이 빙하인지, 모레인 지역인지도 모른 채 하얀 설원을 돌아다녔다.

 

재스퍼에서 30km 남쪽에 있는 애서배스카 폭포(Athabasca Falls)도 잠시 들렀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에서 녹아내린 물이 애서배스카 강이 되어 북으로 흐르다가 여기서 폭포를 이뤄 아래로 떨어진다. 낙차는 23m로 크지 않지만 수량이 많아 협곡으로 떨어지는 기세가 장쾌한 폭포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의 빙하가 녹은 물은 태평양과 대서양, 북극해로 흘러가는데, 이 애서배스카 강은 북극해로 흘러가는 물줄기다. 여름이면 우렁찬 폭포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지금은 한겨울이라 물줄기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꽁꽁 언 얼음과 수북히 쌓인 눈만 우릴 맞았다. 다양한 모습으로 형성된 얼음덩이는 마치 종유동굴 안에 생성된 종유석을 보는 것 같았다. 겨울이 아니면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라 눈에 새로웠다.






여름철이면 설상차가 사람들을 실어나른다고 분주했을 애서배스카 빙하가 눈에 파묻혀 정적에 잠겨 있다.




빙하인지, 모레인 지역인지도 알 수 없는 설원을 돌아다녔다.




빙하 끝단을 거닐다가 고개를 들면 이런 멋진 산악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강물이 갑자기 협곡으로 떨어지는 애서배스카 폭포도 물줄기가 얼어붙어 고요한 정적만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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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2.19 1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곳곳에 빙하의 흔적이 보이네요! 다들 하얀 코트를 입은 것 같이 본모습을 안 보여주고 하얗게 맵시를 뽐내는 듯 해요~ 겨울 록키 풍경만 본 사람들은 여름때 깜짝 놀라겠어요!

    • 보리올 2018.02.19 1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 눈으로 덮였다 해도 엄청난 빙원인데 다 가릴 수는 없지 않겠냐. 캐나다 로키는 계절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지.

 

캐나다 로키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빼놓아서는 되는 곳이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다. 도로는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재스퍼(Jasper) 연결하는 93 하이웨이를 말한다. 아이스필드란 도로 이름을 얻게 데에는 밴프 국립공원과 재스퍼 국립공원의 경계 지점에 있는 컬럼비아 아이스필드(Columbia Icefield) 덕분이라 있다. 로키 산맥의 주봉들을 따라 달리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1930년대 경제대공황을 이겨내기 위한 시도로 착공이 되어 1940년에 완공되었다. 230km 이르는 구간이 빼어난 풍광을 가지고 있어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도로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차창 밖으로 휙휙 스치며 지나치는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을 보고 있자면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다. 참으로 대단한 풍경이 우릴 맞는다. 이렇게 차를 타고 달리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캐나다 로키의 진면목을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캐나다 로키를 찾는 사람에게 일정에 쫓기지 말고 여유롭게 길을 달려보라고 권한다. 두세 시간에 지나치지 말고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도 좋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달리면서 있는 곳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호수(Bow Lake) 페이토 호수(Peyto Lake), 컬럼비아 아이스필드, 애서배스카 폭포도 모두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선상에 있다. 도로에는 해발 2,000m 넘는 고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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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363m의 에디트 카벨 산은 재스퍼 다운타운 정남쪽에 있는 산으로 시내 어느 곳에서나 그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절로 외경심이 들기도 한다. 피라미드 산(Pyramid Mountain)과 더불어 재스퍼의 진산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3A 하이웨이에서 산길로 들어서 14km를 달리면 주차장에 닿는다. 주차장에서 에디트 카벨 북면 아래에 있는 조그만 호수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서 바위에 걸쳐있는 엔젤 빙하(Angel Glacier)도 볼 수 있다. 마치 천사가 날개를 펼치고 나는 형상을 하고 있어 산 이름과 잘 어울린다.

 

이 산은 사실 영국의 한 여자 간호사 이름을 땄다. 그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벨기에에서 적십자 소속으로 부상병을 돌보면서 200명이나 되는 연합군 병사들의 탈출을 도왔다고 한다. 나중에 독일군에게 붙잡혀 1915년 총살을 당했다. 당시 그녀의 죽음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커다란 사건이었다고 한다. 캐나다는 그녀가 죽은 이듬해인 1916년 재스퍼 국립공원에 있는 이 산에 그녀의 이름을 붙여주고 매년 이곳에서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사진 설명] 에디트 카벨 북면 아래에 형성된 조그만 호수까지 왕복 한 시간 정도를 걸으며 산책을 했다. 산에서 흘러내린 눈이 호수를 덮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호수 위에 얼음이 둥둥 떠다니기도 한다.

 

 

 

 

[사진 설명] 에디트 카벨 산에선 곰을 자주 만난다. 그리즐리 곰 몇 마리가 먹이를 찾아 나왔다가 우리와 마주쳤고, 흑곰 한 마리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구경하는 사람들을 개의치 않고 여유롭게 길을 건너갔다 

 

 

 

 

 

 

 

[사진 설명] 재스퍼 남쪽으로 30km 떨어져 있는 애서배스카 폭포(Athabasca Falls). 애서배스카 강을 흐르던 엄청난 수량의 물줄기가 굉음을 내며 23m 아래로 낙하하는데 그 광경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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