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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12 [유콘 여행] 클루어니 국립공원 ② (6)
  2. 2014.02.07 [유콘 여행] 알래스카 하이웨이 ② (4)

 

첫날 밤은 캐슬린 호수 쉘터에서 아주 따뜻하게 보냈다. 장작을 때는 난로가 있어 실내가 훈훈했다. 침낭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정도였다. 호숫가 모래사장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현지 젊은이들이 자정쯤 잠을 자러 쉘터로 들어왔다. 둘째날 저녁에는 어느 신혼부부가 결혼 파티를 연다고 쉘터를 점거해 버렸다. 졸지에 숙소를 뺏겨 버린 것이다. 부득이 호숫가 모래사장에 텐트를 쳤다. 밤새 빗방울이 돋고 바람이 세게 분다 싶었는데 새벽에는 엄청난 돌풍이 불어왔다. 네 명이 누워있는 텐트가 바람에 날라갈 판이었다. 덩치 큰 내가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등을 대고 팔다리를 벌려 버티길 40여 분. 강력한 펀치를 날리듯 쾅쾅 등을 때리던 바람이 순간적으로 잦아 들었다. 급히 텐트를 걷고는 침낭을 들고 쉘터로 피신을 했다. 쉘터는 비어 있었다. 잠은 모두 달아나 버렸다. 깜깜한 밤에 냄비만 칙칙 소리를 내며 수증기를 내뿜는다. 이른 새벽부터 커피를 마셨다.     

 

이번에는 헤인즈 정션을 지나 클루어니 국립공원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다시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탄 것이다. 유콘에서 가장 큰 호수라는 클루어니 호수(Kluane Lake)와 솔저스 서미트(Soldier’s Summit)가 우리가 가는 목적지다. 거기엔 타찰 달(Tachal Dahl)이란 이름의 방문자 센터가 있지만 이 역시 시즌이 지나 문을 닫았다. 그 앞으로 펼쳐진 초원이 무척 아름다웠다. 솔저스 서미트로 올랐다. 이 솔저스 서미트는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모두 연결한 후, 1942 11 20일 준공식을 가진 곳이다. 주차장에서 1 km 걸어가면 되는데 솔저스 서미트에는 캐나다와 미국의 국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었다. 이곳에 서면 아름다운 클루어니 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클루어니 국립공원에서는 의외로 야생동물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분명 덤불 속 어딘가에는 그리즐리나 흑곰, 무스, 달 양, 늑대 등이 서식하고 있을 것이지만 겨울을 보낼 준비로 바쁜지 우리 앞에는 통 나타나지를 않았다. 길가에 침엽수가 보이긴 했지만 BC 주처럼 크고 울창한 침엽수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도 역시 추운 날씨 탓이리라 여겨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람 키 정도 되는 작은 관목들이었다. 주로 버드나무(Willow)나 난쟁이 자작나무(Dwarf Birch), 오리나무(Alder)가 많은데 이 나뭇잎들은 가을이 되면 노랗게 변색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말은 유콘의 산이나 들판은 다른 곳에 비해 가을 색채가 풍부하다는 의미 아닌가. 우리가 여기에 온 것도 유콘의 가을을 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붉게 타오르는 유콘의 가을은 아직 우리 눈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붉은 가을을 찾아 북으로 더 올라가야겠다.

 

 

 

 

<사진 설명> 이틀밤을 묵은 캐슬린 호수 쉘터. 우리에겐 너무나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다. 특히 텐트를 날릴듯 불어대던 돌풍에서 벗어나 쉘터에 자리를 폈을 때 이 쉘터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 설명> 캐슬린 호수 주변만 거닐어도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것이 번치베리와 파이어위드였다. 번치베리의 빨간 열매와 빨갛게 변한 파이어위드의 이파리는 유콘의 가을색을 풍요롭게 만드는 존재였다.

 

 

<사진 설명> 아침, 저녁으로 그 모습을 달리하는 캐슬린 호수의 아름다움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것 같았다.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에 스트레스가 몽땅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진 설명> 동녁을 붉게 물들인 태양이 구름 사이로 떠오르더니 뜬금없이 반대편에서 무지개가 뜨기도 했다. 이곳의 다양한 날씨를 보여주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사진 설명> 헤인즈 정션에서 다시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해 클루어니 호수를 만났다. 그 길이가 무려 70km에 이른다는 호수를 우리는 극히 일부분만 보아야 했다.

 

 

 

 

<사진 설명> 솔저스 서미트에 오르면 그 아래로 클루어니 호수와 알래스카 하이웨이가 보인다. 1942 11월 알래스카 하이웨이 준공식을 거행했던 곳이다. 공사에 투입되었던 병사들의 우렁찬 함성이 들리는 듯 했다.

 

<사진 설명> 헤인즈 정션으로 되돌아 오면서 클루어니 국립공원과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다음엔 백패킹을 하면서 클루어니 국립공원의 속살로 들어가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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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식전당포 2014.02.16 04: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익하게 보고갑니당^^

  2. 제시카 2014.02.17 14: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사진들이 다 달력에 나올것만 같아요 무지개도 이쁘고, 쉘터가 인상적이네요~ 자다일어나서 창문보면 바로 멋진 산이랑 호수가 보일테니!

    • 보리올 2014.02.17 16: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 쉘터 덕분에 따뜻하고 편하게 밤을 보낼 수 있었단다. 그 때문에 클루어니 국립공원에 대한 인상도 무척 좋았고. 여행이라는 것이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인 총합 아니겠니?

  3. Grace 2017.05.26 11: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여행기 감사합니다~
    쉘터에서 숙박까지 가능한가요~?
    파크 캐나다 홈페이지 에서는 키친쉘터라고 나오던데... 정보 좀 더 얻을 수 있을까요~~

    • 보리올 2017.05.26 1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공식적으론 쉘터에서 숙박을 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캠핑장이 문을 닫고 새벽에 악천후가 몰려와 쉘터로 피신을 했지요.

 

 

리어드 리버 온천 주립공원 캠핑장에서 야영을 했다. 어제 저녁에 식사를 마치고 갔던 온천욕이 너무나 좋았던 모양이다. 일행들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시 온천에 가겠다고 아우성이다. 출발이 좀 늦어지면 어떤가. 보드워크를 걸어 온천으로 갔다. 어제는 별빛 아래서 보았던 온천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온천수도 무척 깨끗하고 바닥에 모래를 깔아 자연적인 환경을 조성해 놓았다. 온천수도 흘러내려가게 되어 있었다. 인공적 요소라면 탈의실과 데크, 가드레일이 전부였다. 물도 제법 뜨거운 편이었다. 캐나다 온천이 대부분 39도나 40도에 맞춰 우리에겐 미지근한 느낌인데, 여기는 온천 상류로 올라가면 엄청 뜨거운 원천수가 흐른다. 무심코 상류로 걸어갔다가 원천수에 닿은 피부가 화끈거려 혼났다. 이 아름다운 온천에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전세낸 셈이었다.  

 

다시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을 했다. 오늘은 왓슨 레이크를 지나 화이트호스까지 가야 한다. 아침부터 야생동물이 출몰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하루의 시작이 좋았다. 리어드 리버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흑곰 세 마리를 연달아 본 것이다. 한 녀석은 도로를 건너다 우리 차와 부딪힐뻔 했고, 두 녀석은 풀뿌리를 찾는지 풀섶을 헤매고 있었다.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하이웨이를 따라 걷는 바이슨 한 마리도 만났다. 커다란 수컷으로 보이는데 무슨 이유로 도로를 따라 정처없이 걷는지 모르겠다. 설마 혼자서 배낭여행에 나선 것은 아니겠지. 우리 차를 따라오던 바이슨이 조그만 점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오늘따라 우리가 유별나게 운이 좋은 것인지, 여기 사람들은 늘 보는 풍경인지 궁금했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았다.  

 

콘택 크릭(Contact Creek)에 차를 세웠다. 여기서 유콘을 처음으로 만나기 때문이다. 밴쿠버를 출발해 이틀이 넘게 운전을 해서 드디어 유콘에 입성한 것이다. 차에서 내려 일행들과 하이 파이브로 유콘 입성을 자축했다. 모두 일곱 차례나 BC 주와 유콘 준주 경계선을 드나들지만 우리에겐 처음 유콘 땅을 밟았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콘택 크릭이란 지명에도 숨은 의미가 있다고 한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양쪽에서 하이웨이를 건설하던 미국 공병대가 1942 9 24일 여기서 만났다 해서 지명에 콘택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이제 왓슨 레이크까진 70km 남았으니 한 시간 이내에 들어갈 것이다.

 

 

 

 

 

 

<사진 설명> 온천이란 존재도 여행을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더구나 마음에 드는 온천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리어드 리버 온천이 우리에겐 그랬다. 자연 속에 조성된 입지 조건도 훌륭했고 물도 너무나 깨끗하고 맑았다. 여행자들의 피로를 한 순간에 싹 가시게 하는 묘한 매력이 풍기는 온천이었다.

 

 

 

 

 

 

 

<사진 설명> 캐나다에선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차를 운전하면서 이렇게 쉽게 야생동물을 지켜볼 수 있는 것도 캐나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동물이 사람을 그리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그들도 사람이 해코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설명> 도상거리 2,100km를 운전해서 콘택 크릭에 닿았고 거기서 처음으로 유콘을 만났다. 오랜 꿈 하나가 실현되는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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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2.08 05: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 속에서는 누구나 개구장이가 되어요...ㅎㅎ
    그 위에도 지도에 표시할 정도의 큰 마을이 있는게 신기합니다...더 북쪽에는 어떤 모습인지~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드시네요...ㅠㅠ

    • 보리올 2014.02.08 0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도에 표시되는 커뮤니티도 상당히 작습니다. 인구 수 천 명이면 엄청 큰 축에 속하지요. 이번에 유콘 여행을 마치고 그런 곳에서 몇 년 살아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2. 아우 2014.02.10 0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접한 보리올님의 멋진 산행일지들...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아니 보겠습니다.

    • 보리올 2014.02.10 02: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산을 좋아하시는 분인 것 같군요. 산행일지처럼 참고자료로 쓸 정도로 자세히 적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그런 곳도 있구나 하고 봐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