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17.02.03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CT) ⑧ (4)
  2. 2017.02.02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CT) ⑦ (2)
  3. 2017.01.31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CT) ⑥ (4)
  4. 2017.01.30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CT) ⑤ (2)
  5. 2017.01.26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CT) ④ (6)

 

포트 렌프류로 가는 버스는 하루 한 편이라 그 다음 날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식량이 여유가 있었더라면 트레일에서 하루 더 머무르고 아침 일찍 나오는 것인데 하는 후회도 들었다. 기왕 트레일을 빠져 나왔으니 뱀필드(Bamfield)에서 하루 묵을 수밖에 없었다. 인구 150명이 살고 있는 뱀필드는 내륙으로 들어온 바다, 뱀필드 인렛(Bamfield Inlet)에 의해 마을이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다. 두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가 없어 바다를 건너려면 워터 택시를 불러야 한다. 뱀필드는 원래 후아이아트(Huu-Ay-Aht) 부족이 살던 곳이다. 이들의 역사까지 포함하면 10,0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야 한다. 한때는 트랜스 퍼시픽 텔레그래픽 케이블의 서쪽 끝단이었는데, 현재는 그 자리에 뱀필드 해양 과학 센터((Bamfield Marine Sciences Centre)가 들어서 있다.

 

인포 센터에서 뱀필드까지 5km 가까운 거리를 걸어가기로 했다. 한 주민이 콜택시 영업을 한다고 들었지만 부르지 않았다. 우리에겐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걸은 튼튼한 두 다리가 있지 않은가. 아스팔트를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트럭 한 대가 우리 옆에 서더니 원주민 얼굴을 가진 젊은이가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는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걸었냐고 묻는다. 그렇다 했더니 갑자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축하 인사를 건넨다. 이 지역 원주민에게서 전혀 예상치 못한 축하 인사를 받은 것이다. 화물칸에 타라고 손짓을 해서 기꺼운 마음으로 그 친구의 화물이 되어 주었다. 뱀필드 마켓 앞에서 내렸다. 워낙 작은 마을이다 보니 우리 외에는 사람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가끔 눈에 띄는 사람은 주민보다는 하이커나 뱀필드 해양 과학 센터를 찾는 학생들이었다.

 

뱀필드 센테니얼 파크에 먼저 텐트를 치곤 뱀필드 구경에 나섰다. 바다 외에는 사실 볼거리가 없었다. 포트 알버니(Port Alberni) 행 페리가 들어오는 선착장엔 소형 어선 몇 척이 정박하고 있을 뿐, 선착장 전체가 정적에 쌓여 있었다.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다. 발길을 돌려 캠핑장을 지나 포장도로 끝까지 갔더니 역시 바다가 나온다. 여기도 사람을 찾을 수는 없었다. 호수같이 잔잔한 수면에 비치는 풍경을 감상하는 게 전부였다. 뱀필드 해양 과학 센터에도 잠시 들렀다. 여기도 볼거리는 많지 않았다. 해양 과학 센터는 캐나다 서부에 있는 다섯 개 대학과 연계한 일종의 해양 캠퍼스였다. 센터 안에서 학생들이 몇 명 눈에 띄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커피나 한잔 하려고 구내 식당으로 들어갔더니 우리에게도 공짜로 커피와 스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이 작은 친절에 기분이 엄청 좋아졌다.

 

 

원주민 청년의 호의로 트럭 화물칸에 올라 뱀필드 마을로 갈 수 있었다. 성격이 무척 밝고 유쾌한 친구였다.

 

 

하룻밤 야영을 한 센테니얼 파크는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갖춘 유료 캠핑장이다.

 

포트 알버니 가는 페리가 들어오는 뱀필드 선착장은 한 마디로 적막강산이었다.

 

 

센테니얼 파크를 지나 포장도로 끝에 있는 바닷가. 고요한 수면 위에 비친 주택과 숲의 반영이 예뻤다.

 

 

 

뱀필드의 유일한 식당인 타이즈 앤 트레일스 카페(Tides & Trails Cafe)에서 햄버거로 저녁을 먹었다.

 

 

 

 

아침 여유 시간을 이용해 뱀필드 해양 과학 센터를 방문했다. 1972년 문을 연 이 센터는 해양 생물에 대한 연구 조사를 하는

 비영리기관이며, 캐나다 서부 다섯 개 대학의 해양 캠퍼스이기도 하다.

 

과학 센터에서 바다 건너 뱀필드 서쪽 지역을 바라다 보았다. 빨간 칠을 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킹피셔 마리나(Kingfisher Marina)에는 수상 비행기 한 대가 계류 중이었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걷는 사람들에게 교통편을 제공하는 셔틀버스가 4시간을 달려 출발점인 고든 리버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한 사람에 운임으로 90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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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3.07 1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렇게 몸소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해양 과학 센터가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정을 다 마쳐서인지 몸이 노곤했지만 저때는 마음 편하게 아버지와 여기저기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색다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2. 지애 2017.04.14 0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최신글에 올려야겠기에 다시 올립니다.
    6일 일정 잡고 있는데요~
    일정 계획을 어찌 잡으면 될까요?
    베낭을 최소화한다면 무게가 얼마나 될련지...물론 짐을 꾸리기 나름이겠지만.

    • 보리올 2017.04.18 14: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5박 6일 일정이면 무난한 겁니다. 배낭 무게는 전적으로 어떤 장비를 가져가고 음식을 어찌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15kg 이내로 짐을 쌀 방안을 강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배낭이 무거우면 하이킹 자체가 고역일 수도 있거든요.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의 마지막 구간을 걷는 날이 밝았다. 달링 리버를 출발해 뱀필드에 있는 파체나 베이(Pachena Bay)까지 걷는다. 거리는 14km5~6시간 걸린다 들었다. 어제 느꼈던 시원섭섭함이 오늘은 조금씩 섭섭함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굳이 빨리 나갈 필요가 없는데 우리가 너무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식량도 동이 나고 포트 렌프류로 돌아가는 버스편도 이미 예약을 해놓은 상황이라 예정대로 나가기로 했다. 그 대신 출발 시각을 좀 늦췄다. 해가 떠오르는 시각부터 카메라를 들고 해변을 쏘다녔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싱그러웠다. 바다에서 떠밀려온 다시마 줄기에도 부드러운 빛이 내려앉았다. 공처럼 생긴 모양새에 머리카락 같은 뿌리가 달려있어 신기하단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 캠핑한 젊은이들이 아침 일찍부터 바닷가에 간이 의자를 놓고는 거기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긴다. 이 친구들 여유를 부리는 모습은 늘 우리보다 한 수 앞선다. 제대로 자연을 즐길 줄 아는 것 같아 부럽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트레일 상태는 좋았지만 오르내림은 제법 심했다. 달링 리버에서 미시간 크릭(Michigan Creek)까진 해안길을, 미시간 크릭부터 파체나 베이까지는 숲길을 걸었다. 11km 지점에 자리잡은 파체나 포인트 등대에도 잠시 들렀다. 무슨 공사를 하는지 등대에 거푸집을 설치해 놓았다. 부속 건물 옆에는 몇몇 도시 이름과 거리를 표시하는 화살표가 붙어 있었다. 등대에서부터 트레일은 거의 오솔길 수준이었다. 과거에 등대로 물자를 실어 나르던 길이었다. 오르락내리락 숲길을 꾸준히 걸었다. 바다를 굽어보는 조망도 없어 시간을 지체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파체나 포인트를 조금 지나 바다로 나가는 사이드 트레일이 나왔는데, 조금만 걸어 나가면 바다사자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주저 없이 그 트레일로 들어섰다. 꽤 많은 바다사자가 무리를 지어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가끔 덩치 큰 녀석이 무리에서 나온 한두 마리와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다른 녀석들은 싸움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블랙 리버(Black River)를 지나고 8km를 더 걸어 뱀필드 파체나 베이에 있는 국립공원 인포 센터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 출발점에서 받은 퍼밋을 반납했다. 이는 우리가 무사히 트레일을 벗어난다는 일종의 신고였다. 이제 공식적으로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 하이킹을 모두 마친 것이다. 인포 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으로부터 축하 인사도 받았다. 하이킹 첫날의 고단함과 하루 종일 비를 맞았던 날의 축축함도 이제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원래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은 다른 트레일에 비해 어려움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런 난관을 모두 이겨냈다는 성취감으로 가슴이 벅찼다. 거기에 이런 멋진 곳을 아들과 단둘이 걸었다는 점 또한 평생 잊지 못할 귀중한 추억이 되리라 본다.

 

모처럼 아침 시간을 여유롭게 보냈다.

일출 시각에 맞춰 밖으로 나가 해변을 거닐었는데 일출 자체는 그리 극적이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간이 의자를 가지고 바닷가에 모여 앉아 여유를 부리는 젊은이들이 내심 부러웠다.

 

 

해변으로 밀려온 다시마 줄기가 눈에 띄었다. 뿌리가 마치 머리처럼 보였다.

 

텐트 정리를 마치고 달링 리버를 출발하며 해변에 비친 두 사람의 그림자를 찍어 보았다.

 

 

처음엔 해변을 따라 걸었다. 등산화를 벗고 물을 건너야 했고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도 지났다.

 

달링 리버의 캠핑장을 피해 따로 호젓하게 텐트를 친 사람들도 있었다.

 

 

파체나 포인트에 있는 등대에 들렀다. 화살표로 몇몇 나라의 거리와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이드 트레일로 들어서 바다사자가 서식하는 곳을 방문했다. 무리를 지어 시끄럽게 울어대는 소리가 제법 우렁찼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의 마지막은 숲길로 이루어져 있었다. 트레일에 오토바이 한 대가 버려져 있는 현장도 지났다.

 

트레일 종료 지점에 도착했다. 뭔가 그럴 듯한 기념비라도 세울 법한데 눈을 씻고 찾아도 그런 건 없었다.

 

 

 

뱀필드 파체나 베이에 있는 퍼시픽 림 국립공원의 인포 센터. 여기에 퍼밋을 반납해야 공식적인 일정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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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3.03 1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이 벅찹니다.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저도 아버지와 WCT 를 함께 해서 정말 좋았고 평생 잊지 못 할 추억이 될겁니다. 고맙습니다.

 

텐트에서 나와 날씨부터 살폈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어제에 비하면 아주 훌륭한 날씨다. 텐트를 걷고 수지아트 폭포(Tsusiat Falls)로 향했다. 등산화를 벗어 들고 무릎까지 빠지는 개울을 건넜다. 바다에서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파도에 바지가 좀 젖기도 했다. 30여 분 지나 수지아트 폭포에 닿았다. 캠핑장에는 텐트가 제법 많았다. 절벽 아래 조그만 동굴에서 비박을 한 커플도 있었다. 배낭을 내려놓고 폭포 구경부터 했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선 꽤 유명한 폭포인데 실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낙차 5~6m에 폭은 10m 정도나 될까. 폭포 뒤로 푸른 하늘이 조금 보이기 시작해 얼마나 기뻤던지 모른다. 폭포 남쪽에서 긴 사다리를 타고 숲길로 들어섰다. 클라나와 강(Klanawa River)까진 계속해서 숲길을 걸었다. 가끔 물웅덩이도 나타났지만 별 어려움은 없었다. 24km 지점을 지나니 벼랑 위에 누가 벤치를 설치해 바다를 바라보게 해놓았다. 국립공원의 배려인지, 아니면 어느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의 작품인지 알 수는 없었다. 클라나와 강은 케이블 카로 건넜다. 강폭이 넓어 줄을 당기는 것이 꽤나 힘이 들었다.

 

클라나와 강에서 뱀필드에 있는 트레일 종료 지점까지는 하루에 주파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제 끝이 보인다는 이야기다.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클라나와 강에서 다시 해변길을 걸었다. 바닷가 부목에 앉아 잠시 쉬면서 텐트를 꺼내 바람에 말렸다. 어느 좌초선에서 떨어져 나온 앵커가 눈에 띄었다. 발렌시아(Valencia)란 배가 1906년 좌초된 곳이 여기 어디라 하던데 그 배의 유물이 아닐까 싶었다. 숲에선 트레일 옆에 버려진 동키 엔진도 보였다. 19km 지점을 지났더니 이번엔 빨간색으로 칠한 안락의자 두 개가 나왔다. 누가 가져다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운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몇 개의 다리를 건넜다. 여긴 개울 위에 다리를 놓아 편히 지날 수 있었다. 소코위스 크릭(Tsocowis Creek)도 다리로 건넜다. 다리 아래에 있는 조그만 폭포에서 한 남자가 중년의 여자를 알몸으로 벗겨놓고 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 나이에 옷을 벗고 카메라 앞에 서다니 그 용기가 대단했다. 우린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소코위스 크릭에서 바닷가로 나왔더니 모래사장에 난파선 흔적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선체를 이뤘던 철판이 반쯤 모래 위에 드러났고 수면 위로는 철골도 보였다. 선박이 대형화하기 전인 20세기 초까진 배들이 거센 조류를 이겨내지 못하고 해안으로 밀려와 난파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이 지역을 태평양의 무덤(Graveyard of the Pacific)이라 불렀을까. 난파한 선박에서 뭍으로 올라온 선원들 역시 무성한 숲을 벗어나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발렌시아 호의 좌초로 100여 명 사망한 것이 기폭제가 되어 캐나다 정부는 전화선이 깔렸던 길을 생명을 구하는 트레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론 선박이 대형화하면서 조난 사고가 줄어 무용지물로 변했다. 그 덕분에 지금은 하이킹 트레일로 빛을 보니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달링 리버(Darling River)에 도착해 텐트를 쳤다. 뱀필드를 출발해 들어온 사람들이 우리를 지나쳐 남으로 내려간다. 바다에서 다시마를 따다가 라면을 끓였다. 다시마를 넣는다고 못마땅해 하던 아들은 라면이 왜 이리 맛있냐며 연신 젓가락질이다. 그렇게 트레일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을 맞았다.

 

 

개울을 건너다가 바닷물에 바지가 젖기도 했다. 밀물이라 그런지 파도가 거세게 밀려왔다.

 

 

수지아트 캠프 사이트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며칠씩 여기에 머무르는 사람도 있었다.

 

 

수지아트 폭포는 명성에 비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일단 비가 내리지 않아 속도를 내기가 쉬웠다. 날씨도, 바다 풍경도 살아나는 것 같아 기운이 났다.

 

클라나와 강을 건넌 뒤 해변으로 나왔더니 어느 좌초선에서 떨어져 나온 닻이 눈에 띄었다.

 

 

숲길도 엄청 편해졌다. 동키 엔진이 트레일 옆에 버려져 있었다.

 

 

소코위스 크릭에서 해변으로 나와 휴식을 취했다. 여기서도 난파선 흔적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뱀필드를 출발해 남으로 향하는 하이커들이 달링 리버의 해변을 걷고 있다.

 

 

달링 리버에 일찌감치 텐트를 치고 모처럼 여유롭게 오후 시간을 즐겼다.

 

 

달링 리버에서 맞은 일몰. 저녁엔 달까지 떠서 내일이면 트레일을 벗어나는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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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2.24 1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에 트레일에 들어설때 끝까지 갈려면 한참 남았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몇일이 지나고나니까 내일이면 끝난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금치 못 했습니다. 참 사람 마음이라는게 신기합니다. 한동안 자연속으로 들어가 익숙해있던 문명과 이별을 하고 여러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쳐야해서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고 시도때도없이 배고프고 비가 오면 온 몸이 젖고 춥고 집에 가고 싶었어요. 그때 당시에는 몰랐지만 여정이 끝나고 시간이 흐르고 나니까 그때 그 순간들이 너무 그립습니다.

    • 보리올 2017.02.26 05: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장문의 댓글을 달았네. 그때는 현실이고 지금은 추억이니 그럴 거야. 당연히 현실은 힘들 수도 있고. 그래서 추억이 더 아름다운 것 아닐까?

  2. 지애 2017.04.14 08: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멋진 곳에 다녀오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베낭 무게를 최소화 한다면 몇키로쯤 될까요?
    물론 짐꾸리기 나름이겠지만....

    • 보리올 2017.04.18 14: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쎄요. 어떤 장비를 가져가고 음식을 어떻게 드시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겠죠. 대개 남자는 20~25kg, 여자는 15kg 내외는 될 겁니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하는 오늘 구간은 이 트레일의 백미에 해당한다. 나름 기대를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어제부터 시작된 비가 오늘 그 피크를 이뤘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비를 맞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았다. 처음엔 해안을 걷다가 41km 지점 표식이 있는 곳에서 숲으로 들어서 데어 포인트(Dare Point)까지 걸었다. 가끔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나왔으나 비 내리는 바다는 좀 칙칙했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37km 지점에서 다시 해변으로 나와 치와트 강(Cheewhat River)까지 걸었다. 바위 위에 한 무리의 가마우지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대책 없이 비를 맞는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그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니 어쩌랴. 치와트 강은 서스펜션 브리지로 건넜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다. 클로오즈(Clo-oose)까지는 숲길이 계속되었다. 여긴 과거 백인 정착민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지만 현재는 인디언 보호구로 지정된 곳이라 그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오리엔테이션 때 경고를 받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굵은 빗방울을 피해 잠시 쉴 곳을 찾다가 폐허가 된 집을 발견했다. 집기가 엉망으로 흩어져 있었다. 문도 떨어져 나가 흉가 같았지만 이 안에서 하루 묵고 갈까 했는데 아들은 썩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왕 젖은 김에 좀 더 가기로 했다. 클로오즈를 지나면 높지 않은 절벽 위로 오른다. 바다를 바라보는 경치가 좋다고 하는 곳인데 빗줄기에 그냥 지나쳐야 했다. 곧 트레일을 정비하는 현장이 나왔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너댓 명이 팀을 이뤄 보드워크를 새로 깔고 있었다. 30km 지점엔 디티다트(Ditidaht) 원주민 부족이 운영하는 숙소가 있었는데, 천막으로 임시 캐빈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루 90불인가를 달라고 해서 그냥 나와 버렸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니티나트 내로우즈(Nitinat Narrows)에 있는 휴게소에 도착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음식과 맥주도 팔고 보트로 강을 건네주기도 한다. 연어 스테이크를 시키고 맥주 한 캔씩 했다. 난롯가에 앉아 옷도 말렸다. 보트를 타고 강을 건넜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었고 숲길을 걸었다. 간간이 조망이 트이는 곳이 나왔지만 역시 빗줄기에 경치가 가렸다. 29km 지점 표식이 있는 곳에서 해변으로 나와 수지아트 폭포(Tsusiat Falls)로 향했다. 수지아트 포인트의 바위 아래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그 속을 통과했다. 하루 종일 비를 맞아 컨디션도 많이 떨어지고 기분도 울적해 수지아트 폭포까진 가지 않았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서 가장 붐빈다는 수지아트 폭포에서 캠핑하는 것을 포기하고 30분 거리에 있는 개울 옆에 호젓하게 텐트를 쳤다. 우리 텐트만 달랑 하나였다. 텐트에서 취사를 하고 환기를 위해 텐트 문을 열었더니 그 사이 비도 그치고 하늘엔 노을이 좀 보였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질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좀 풀렸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다. 트레일은 전에 비해 많이 편해졌다.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형태로 침식된 바위를 만날 수 있었다.

 

해안에서 숲으로 드는 지점엔 어김없이 나무에 부표가 매달려 있어 그 위치를 알려줬다.

 

 

 

꽤나 운치가 있어 보이는 숲길도 빗줄기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 하고 지나쳐야 했다.

 

 

트레일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귀신이 나올 법한 폐가가 한 채 있었다.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원주민들도 포함된 트레일 정비팀이 오래된 보드워크를 들어내고 새로 보드워크를 깔고 있었다.

 

 

 

니티나트 내로우즈에 있는 휴게소에서 난로를 쬐며 옷을 말리곤 다시 빗속으로들어가 강을 건넜다.

 

수지아트 포인트에는 바위 아래 뚫린 공간이 있어 사진 배경으로 아주 좋았다.

 

 

칙칙한 바다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거센 파도도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존재였다.

 

오랜 기간 파도에 의해 침식된 절벽에 자연이 묘한 그림을 그려 놓았다.

 

 

하루 묵으려 했던 캠프 사이트까진 가지 못 하고 개울 옆에 홀로 텐트를 쳤다.

서쪽 하늘에 나타난 한 줌의 노을로 날씨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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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2.17 1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를 아주 시원하게 맞은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해안가를 걷다가 밀물이 차올라 파도로부터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하는 스릴도 즐길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해가 지기전에 날씨가 개는 것을 보고 아주 기쁜 마음으로 잠을 청했던 것도 떠오르네요!

 

케이블 카로 월브랜 크릭을 건넜더니 거기서부턴 길이 많이 순해졌다. 남쪽 끝단에 있는 어려운 구간은 이제 끝이 난 모양이다. 숲보다는 해안을 따라 걷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눈으로 들어오는 풍경 또한 훨씬 많아졌다. 월브랜 크릭을 지나 해변으로 내려섰더니 그리 깊지 않은 해식 동굴이 하나 나왔다. 한 시간 정도 쭉 해안을 걸었을까. 갑자기 하늘에서 빗방울이 돋기 시작한다.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배낭이나 텐트가 젖을까 싶어 우비를 꺼내 입었다. 밴쿠버 포인트(Vancouver Point)를 지났다.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지나쳤다. 보니야 크릭(Bonilla Creek)엔 조그만 폭포가 있었다. 여기서 캠핑을 하면 오랜 만에 샤워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다. 배낭을 내리고 이른 점심을 먹었다. 점심이라고 해야 피넛 버터를 잔뜩 바른 토르티야 두 개가 전부인데, 이걸 먹고 한두 시간 지나면 금방 허기를 느낀다.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먹을 것도 덩달아 줄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거센 조류와 해풍을 맞으며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몇 그루가 눈에 띄었다. 하필이면 이런 곳에 뿌리를 내리는 선택을 했을까 싶었지만, 이 나무도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따라 여기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반대편에서 큰 규모의 그룹이 내려왔다. 일행 중에 꽤 많은 청소년들이 섞여 있는 것을 봐선 어느 단체에서 극기 훈련을 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등대가 있는 카마나 포인트(Carmanah Point)가 눈에 들어왔다. 카마나 크릭(Carmanah Creek)은 케이블 카로 건넜다. 곧 이어 인디언 보호구 안에 있다는 쉐이 모니크(Chez Monique) 레스토랑이 나타났다. 이 트레일을 걸은 사람에게서 귀에 따갑게 들었던 이 레스토랑은 천막과 비닐로 지은 가건물이었다. 허접한 외관을 지녔지만 이 식당에선 원주민 노부부가 햄버거와 맥주를 판다. 며칠간 문명 세계의 음식과 단절되었던 하이커들에겐 얼마나 반가운 곳인지 모른다. 어떤 사람은 이곳을 버거 천국이라 부르기도 했다. 헌데 지난 며칠간 폭풍이 몰아쳐 식재료를 구하러 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 이야긴 햄버거도 없고 맥주도 떨어졌다는 의미였다. 콜라로 대신 목을 축여야 했다.

 

등대가 있는 카마나 포인트엔 해안으로 길이 없어 해변 끝에서 사다리를 찾아 숲으로 올라왔다. 44km 지점 표식이 있는 곳에서 잠시 등대로 들어섰다. 빨간 지붕을 한 하얀 등대는 1891년에 세워진 것이라니 그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 계단을 타고 다시 해변으로 내려섰다. 몽돌이 많던 바닷가는 금세 커다란 암반으로 변했다. 오랜 세월 조수에 파여 바위가 다양한 형태로 침식되어 있었다. 울퉁불퉁 조각된 바위를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조수가 높지 않은 시각이라 크립스 크릭(Cribs Creek)까지 계속 해안을 걸었다. 거기 있는 캠프 사이트에서 배낭을 내렸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라 먼저 온 사람들의 텐트는 대부분 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다. 우린 모래 위에 텐트를 치고 비를 피해 텐트 안에서 취사를 해야 했다. 먼저 온 젊은이들이 땔감을 구해와 해변에 불을 피웠다. 날씨만 좋았다면 낭만이 넘치는 밤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칙칙한 하늘 때문에 감흥이 반으로 줄었을 것이다.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어슴푸레 날이 밝아왔다.

 

월브랜 크릭엔 트레일 정비요원들이 임시 숙소를 마련해 놓았다.

 

 

숲 속을 걷는 대신 해안을 따라 걸었다. 바닷길이라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숲에 비해 훨씬 편했다.

 

 

 

 

보니야 크릭엔 크지 않은 폭포가 하나 있었다. 푸른 초목과 하얀 포말이 묘한 대조를 이뤘다.

 

 

 

 

바닷가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와 해변으로 밀려온 다시마 줄기, 물고기를 기다리는 그레이트 블루

헤론(Great Blue Heron), 바위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는 바다사자 등이 차례로 눈에 띄었다.

 

 

줄곧 해변을 따라 걸었다. 멀리 카마나 포인트와 등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케이블 카를 타고 카마나 크릭을 건넜다. 케이블 카 타는 횟수도 많이 줄었다.

 

버거도, 맥주도 다 떨어졌다는 쉐이 모니크 레스토랑은 우리 기대를 무참히 무너뜨렸다.

대신 초코렛 바와 콜라를 사서 먹었다. 주인 할아버지와 수다를 떨며 젖은 옷도 말렸다.

 

카마나 포인트에 세워진 등대는 누구나 둘러볼 수 있었지만 등대 안으론 들어갈 수 없었다.

 

카마나 포인트와 크립스 크릭 사이는 주로 돌과 바위로 이루어졌다. 조수에 침식된 다양한 모습의 암석을 볼 수 있었다.

 

 

크립스 캠프 사이트에 도착해 하루 일정을 마감했다. 비를 뿌리는 날씨라 캠프 파이어도 별 흥취가 없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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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돌이 2017.01.27 05: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부 전합니다
    즐감하고 공감 꾸욱 누르고 갑니다

  2. justin 2017.02.15 1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때 마셨던 콜라는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저도 산길의 진흙탕보다는 해안가의 모래길이 더 편하고 파도 소리와 확 트인 시야를 즐기면서 갈 수 있었습니다~ 햄버거를 못 먹은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3. 나무와숲 2017.06.09 1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려놓으신 글과 사진을 열심히 읽고 또 읽고 있습니다.
    유용한 정보가 많아 메모도 하면서요ㅎ
    다시한번 머리숙여 감사 드립니다^^ 꾸벅~^^

    • 보리올 2017.06.09 12: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블로그가 어느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니 솔직히 기쁩니다. 제가 7, 8월은 유럽에 갈 예정이라 님이 WCT를 걸을 때는 여기에 없습니다. 나중에 후일담을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