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구간도 대부분 숲길을 걷기 때문에 까다롭기는 하지만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았다. 아침에 일부러 늦장을 부리며 텐트를 말린 후에야 트레일로 들어섰다. 쓰나미가 발생하는 경우 대피로를 알리는 화살표와 집결 장소를 알리는 표식이 가끔 눈에 띄었다. 불의 고리란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하는 까닭에 쓰나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들어왔단 의미였다. 나무를 길게 반으로 잘라 길을 만들었다. 미끄러지지 말라고 그 위에 철망을 씌워 놓았다. 물웅덩이가 많은 구간은 사람들이 대개 옆으로 우회하면서 식생을 짓밟는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오늘 구간도 속도가 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길은 대부분 진흙탕이었고 사다리도 계속해 나왔다. 컬라이트 크릭(Cullite Creek)에선 케이블 카로 계곡을 건너고, 로간 크릭(Logan Creek)은 서스펜션 브리지로 건넜다. 바다로 흘러 드는 계곡 하나를 건너기 위해 사다리 몇 개를 내려섰다가 계곡을 지나면 다시 사다리로 한참을 올라야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게 은근히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로간 크릭에서 월브랜 크릭(Walbran Creek)까지도 진흙탕이 많았지만 그리 힘들진 않았다. 어떤 구간은 보드워크를 새로 정비해 놓아 걷기가 편했다. 세월이 오래된 보드워크는 그 위에 살짝 이끼가 끼거나 한쪽이 허물어져 경사가 진 경우가 많다. 행여 이슬이 맺히거나 비가 내리면 여기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서 가장 사고가 많아 악명이 높다. 발목을 다치거나 골절상으로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사람도 나온다. 우리 발걸음도 더욱 신중해졌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서 사고가 나면 일단 무전이 가능한 곳으로 가야 한다. 먹통이 되는 휴대폰은 아무 소용이 없다. 등대나 원주민 부락, 트레일 정비요원을 찾아 가거나 사람을 보내 국립공원 측에 연락을 해야 구조를 기다릴 수 있다. 53km 지점 표식을 지나고 케이블 카로 계곡을 건넌 뒤에야 월브랜 크릭 캠프 사이트에 도착했다. 모두 9km를 걷는데 무려 여섯 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제 까다로운 구간도 끝이 났으니 마음의 여유를 찾아 웨스트 코스트의 비경을 감상할 차례다.

 

캠프 사이트를 둘러싼 나무엔 형형색색의 부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일종의 장식이었다. 부표에 글씨까지 새긴 것을 봐선 여길 다녀간 하이커들이 기념으로 매달아 놓은 것 같았다. 일단 하룻밤 묵을 집을 만들어놓곤 나머지 오후 시간은 빈둥빈둥 망중한을 즐겼다. 일반적으로 여기 사람들은 하루 일정을 우리보다 짧게 잡고 이런 여유 시간을 많이 갖는다. 우리도 그들처럼 빈둥거리며 여유를 부려보려고 해도 실상 쉽지는 않다. 부목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지켜 보았다. 아들은 부목 위에 누워 낮잠을 청한다. 밀물이 들어오는 시각이라 갈매기들이 강 하구에 자리를 잡곤 물고기 사냥으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다에선 고래 한 마리가 나타나 수면 위로 물줄기를 뿜는다. 참으로 한가로운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서 또 하루가 이렇게 흘러갔다.

 

캠퍼 베이를 출발해 다시 숲길로 들어섰다. 연이어 나타나는 사다리가 좀 성가셨다.

 

쓰나미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해 대피로 방향과 집결 장소를 알리는 표식이 가끔 눈에 들어왔다.

 

공처럼 둥근 모양의 나무 혹병은 자주 보았지만 이처럼 생긴 혹병은 처음 접한다.

 

속이 텅빈 나무 등걸에 들어가 간식을 먹고 있는 아들을 찍어 보았다.

 

 

 

긴 나무를 반으로 잘라 길을 만들어 놓았다. 사다리의 길이도 족히 20미터는 되어 보였다.

 

 

컬라이트 크릭에 도착하기 직전에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비치가 있었다.

 

케이블 카를 당겨 컬라이트 크릭을 건넜다. 강폭이 넓은 경우는 줄을 당기는데 꽤나 힘이 들었다.

 

 

상태가 좋은 보드워크와 서스펜션 브리지를 만나는 것은 우리에겐 일종의 행운이었다.

 

진흙탕 구간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순간적인 판단과 균형 감각이 필요했다.

 

 

 

나무에 부표가 주렁주렁 매달린 월브란 크릭 캠프 사이트에 도착했다. 텐트를 치곤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먹이를 찾아 나선 갈매기와 고래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또 하루가 저물었다. 초저녁부터 잠을 청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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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2.09 1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하루 일정을 마치고 햇볕을 이불 삼아 시원한 바닷 바람을 솔솔 맞으며 통나무에 기대어 낮잠을 청하는 기분이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습니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은 양방향으로 운행이 가능하다. 이곳 포트 렌프류를 출발해 북상해도 되고, 반대로 북쪽 기점인 뱀필드(Bamfield)에서 남으로 걸어도 된다. 양쪽 기점에서 하루에 30명씩 들여 보낸다. 일종의 쿼터 시스템인 것이다. 포트 렌프류에서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로 드는 날이 하필이면 내 생일이었다. 바깥으로 떠돌며 생일을 맞는 경우가 많아 그리 서글프진 않았다. 남은 밥을 삶아 아침을 해결하고 인스턴트 커피로 건배하며 생일을 자축했다. 보트를 타고 고든(Gordon) 강을 건너 트레일 입구에 섰다. 퍼시픽 림 국립공원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우리 앞에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우리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큰 배낭을 멘 사진작가가 씩씩하게 먼저 출발한다. 2주 동안 트레일에 머물며 사진 작업을 한다고 했다.

 

우리도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배낭 무게가 어깨를 누른다. 얼마 가지 않아 75km 지점을 알리는 거리 표식이 나왔다. 처음부터 꽤 긴 오르막이 시작되었고 사다리 몇 개도 오르내렸다. 반대편에서 오는 하이커 세 명을 만났다. 우리는 이제 시작이지만, 그들은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끝내는 날이다. 40대 아들이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를 모시고 왔다. 나이를 묻다가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것을 말하게 되었고, 갑자기 그들이 생일 축가를 불러주는 것이 아닌가. 순간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72km 지점을 지나자, 길 옆에 놓인 동키 엔진이 보였다. 무슨 용도로 쓰였길래 숲 속에 버려진 것일까. 오래 전에 통신 케이블 포설작업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 잔재가 아닐까 싶었다. 5km 걸으니 스레셔 코브(Thrasher Cove)로 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첫날 야영을 하라고 권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우린 8km를 더 걸어 캠퍼 베이(Camper Bay)로 가기로 했다.

 

오웬 포인트(Owen Point)를 경유하는 해안길은 만조 시간이라 포기하고 그냥 숲길을 걸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나타나 눈은 즐거웠지만, 며칠 간 내린 비 때문에 길은 무척 미끄러웠다. 물웅덩이에 진흙탕, 나무 뿌리, 외나무다리, 보드워크 등이 포진해 있어 방심을 하면 순간적으로 엉덩방아를 찧을 가능성이 높았다. 발걸음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했다. 진행 속도가 무척 더뎠다. 어떤 구간은 1km를 가는데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참고 견디는 수밖에. 이처럼 오르내림이 심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곳은 사실 이 구간을 포함해 남쪽 22km에 집중되어 있다. 그 이야긴 초반 이틀은 힘이 들겠지만 날이 갈수록 짐도 가벼워지고 트레일도 순해진다는 의미다. 여기를 다시 걷지 않는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위로하며 발걸음에 힘을 냈다.

 

66km 지점 표식을 지나서 바다로 내려섰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바위에서 잠시 쉬었다. 반대편에서 바닷가를 따라 내려오는 두 팀이 보였다. 우리도 얼마간 해안을 걸었다. 다시 숲길로 올라와 캠퍼 베이까지 내처 걸었다. 케이블 카를 손으로 당겨 캠퍼 크릭(Camper Creek)을 건너자 바로 캠프 사이트가 나왔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한 팀이 쉬고 있었다. 부목 사이의 모래 위에 텐트를 쳤다. 개울물로 대충 씻고 저녁을 준비하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도착해 우리 옆에다 텐트를 친다. 무척이나 지친 기색이었다. 한국말로 대화를 하기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둘은 부자지간으로 빅토리아(Victoria)에 산다고 했다. 내 말에 그리 반가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많아 뻘쭘하게 뒤로 물러섰다. 어둠이 내려앉는 해변을 걷곤 텐트에 누워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포트 렌프류의 퍼시픽 림 국립공원 인포 센터에서 보트를 타고 고든 강을 건넜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의 남쪽 기점을 알리는 퍼시픽 림 국립공원 표지판이 고든 강가에 세워져 있었다.

 

 

반대편에서 오는 두 팀을 만났다. 생일 축가를 불러준 팀은 뒤에 오던 팀이었다.

 

밴쿠버 섬의 웨스트 코스트, 즉 서해안은 온대우림이 널리 분포된 지역으로 유명하다.

 

 

숲길은 오르막이 길고 까다로운 구간이 많아 시간도 무척 많이 걸렸다.

 

 

 

숲길을 벗어나 해안으로 나오니 시야가 탁 트였다. 바다 건너 미국 워싱턴 주의 올림픽 국립공원이 보였다.

 

 

 

다시 숲길로 들어오니 까다롭고 성가신 구간이 우릴 반긴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우리의 노력에 진행 속도는 자연 느려졌다.

 

 

사다리를 몇 개나 오르내리고 케이블 카를 손으로 끌어 캠퍼 크릭을 건넌 후에야 캠프 사이트에 닿았다.

 

 

고단한 첫날 여정이 끝났다. 캠퍼 베이 캠핑장의 모래 위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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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2.02 14: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첫날부터 엄청난 진흙, 물웅덩이, 사다리, 케이블카, 해변가 돌들 등 너무 생생하고 일상 생활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관문들이었습니다!

 

캠벨 리버에서 28번 하이웨이를 타고 서쪽 끝까지 가면 골드 리버에 닿는다. 골드 리버는 태평양에 속하는 무차라트 인렛(Muchalat Inlet)이 내륙 깊숙이 들어온 지점에 위치해 있어 바닷가 마을에 속한다. 인구는 2,000명도 되지 않는 조그만 마을이다. 1967년에 벌목을 위한 거점도시로 세워져 한때는 경제적인 번영을 누렸지만, 1998년인가 제재소가 문을 닫으면서 많은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야 했다. 지금은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바다에 면한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하여 관광업과 스포츠 낚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시청이 있는 마을 중심지에 들어섰지만 나무를 깎아 만든 신발과 토템 폴 두 개 외에는 달리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토템 폴은 뭔지 알지만 저 목각 신발은 도대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내심 궁금했지만 딱히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골드 리버는 눗카 트레일(Nootka Trail)의 관문도시로 유명하다. 이 트레일은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est Coast Trail; WCT)과 비슷한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 거리는 좀 짧은 편이다. WCT는 예약이 아니면 들어가기가 어렵고 이용자가 많은 반면, 눗카 트레일은 예약이 필요없고 이용자가 적어 호젓함을 누릴 수 있다. 2004년에 한국 청소년 오지탐사대가 이 눗카 트레일을 찾았던 적이 있어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던 곳이기도 했다. 눗카 트레일로 들어가려면 골드 리버에서 수상비행기를 타거나 제2차 세계대전 때 소해정으로 활동했던 퇴역 군함을 개조한 우척 3(M.V. Uchuck III)을 타고 프렌들리 코브(Friendly Cove)로 가면 된다. 이 프렌들리 코브는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들이 1778년 유럽인으로는 이곳에 처음 도착한 쿡 선장(Captain Cook)를 만난 역사적인 현장이기도 하다.

 

차를 타고 몇 킬로미터를 더 달려 바닷가로 나갔다. 바다라고 하지만 이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커다란 호수를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태평양이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와 파도도 크게 일지 않았다. 물가에 정박해 있는 에어 눗카(Air Nootka)의 수상비행기 한 대와 우척 3호를 둘러보고는 골드 리버를 유명하게 만든 동굴 지대를 찾아 나섰다. 골드 리버에서 비포장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16km를 더 가면 우파나 동굴 지대(Upana Caves)가 나온다. 수 백만 년에 걸쳐 석회암이 물에 용해되어 생긴 카르스트 지형의 동굴이라 했다. 이 주변에 무려 50여 개가 넘는 동굴이 포진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숲으로 난 트레일을 따라 네 개의 동굴만 들어가 보았다. 랜턴을 준비했더라면 더 깊이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해 빛이 닿는 곳까지만 구경하고 나왔다.

 

 

 

한때는 벌목으로 유명하다 했지만 골드 리버는 조그만 마을에 불과했다.

 

 

 

 

 

 

골드 리버 바닷가에는 눗카 아일랜드로 들어가는 수상비행기와 배가 정박해 있었다.

 

 

 

 

 

 

 

 

 

 

우파나 동굴 지대에 있는 카르스트 지형의 동굴 몇 군데를 둘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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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해안 트레킹에 나섰다. 밴쿠버 섬의 남서 해안에 걸쳐있는 후안 데 푸카 마린 트레일을 걷기로 한 것이다. 후안 데 푸카 트레일은 남동쪽 기점인 차이나 비치(China Beach)에서 북서쪽의 보태니컬 비치(Botanical Beach)까지 47km 길이를 가진 트레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est Coast Trail)과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실제 두 트레일은 포트 렌프류(Port Renfrew)를 기점으로 남북으로 갈리고 있으니 가히 이웃사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면 중간에 탈출로가 없는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 비해 후안 데 푸카 트레일은 중간에 두 개의 트레일 기점이 있어 진퇴가 다소 쉽다는 것이다. 중간에 위치한 파킨슨 크릭(Parkinson Creek)과 솜브리오 비치(Sombrio Beach)에 자동차 진입로가 있어 이곳을 통해 진입과 탈출이 가능하다.

 

이 트레일을 걷기로 한 것은 우리 일행 중에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 훈련을 하고 있는 노익장 한 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쉬운 코스를 택한다는 의미에서 이 트레일의 전체 구간 중 반을 이틀에 걷기로 했다. 북서쪽 기점인 보태니컬 비치를 출발해 파킨슨 크릭까지 하루에 걷고 다음 날에는 파킨슨 크릭에서 솜브리오 비치까지 걷는다는 계획이었다. 보태니컬 비치 안내판에서 지도를 보며 우리가 걸을 구간을 눈으로 먼저 확인했다. 보태니컬 비치는 바닷물이 담긴 웅덩이가 많아 다양한 해양동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1900년 미네소타 대학에서 여기에 해양연구소를 세웠는데, 접근로가 생기지 않아 결국 1907년에 폐쇄했다고 한다. 암석투성이의 바닷가는 짙은 안개로 시야가 거의 트이지 않았지만, 해무에 가린 바위와 숲이 오히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보태니컬 루프 트레일을 걸어 나오며 후안 데 푸카 트레일과 처음으로 조우했다.  

 

보태니컬 비치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해안 트레킹을 시작했다. 트레일은 좁고 울퉁불퉁해 발걸음에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숲길을 걷다가 해안으로 나갈 수 있는 사이드 트레일이 몇 군데 나타났다. 여전히 해무가 자욱해 신기루같은 해안 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숲은 우람한 삼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쭉쭉 뻗은 아름드리 나무들의 늘씬한 몸매에 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쓰러진 나무를 깍아 계단을 만들어 트레일을 낸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하지만 나무나 판잣길은 비가 오거나 습한 날씨에는 무척 조심해야 한다. 아차하다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 때문이다. 또 밀물에 대한 경각심도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해안을 걷다가 바닷물이 들어오면 급히 숲길로 올라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바닷물에 갇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울창한 숲길을 걸어 파킨슨 크릭에 도착했다. 10km 거리를 5시간에 걸어 하루 트레킹을 마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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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4.04.01 0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들 하나하나가 멋집니다. 저렇게 해무에 빛이 들어오니까 느낌이 신비롭습니다.

    • 보리올 2014.04.01 0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온대우림, 비치, 해무 등이 독특한 태평양 연안 풍경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나중에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가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될 것이야. 기대해도 좋지.

  2. 설록차 2014.04.02 0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치도 일품이지만 직접 눈으로 즐기려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 놓은 길도 인상적이에요...
    아마 쓰러진 나무를 깎아서 계단처럼 만든거지요?

    • 보리올 2014.04.02 11: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트레일을 관리는 하지만 사람 손을 많이 대지는 않는 편입니다. 쓰러진 나무를 깍아서 만든 계단도 그런 철학의 한 단면이라 보면 좋을 듯 합니다.

 

아침 일찍 저절로 눈을 떴다. 부드러운 햇살이 해변에 살포시 내려앉는 기분좋은 아침이었다. 해수면 위엔 안개가 끼긴 했지만 우리 머리 위로는 푸른 하늘이 나타나 무척 쾌청했다. 포트 렌프류로 나섰다. 도로 표지판에 퍼시픽 마린 서클 루트(Pacific Marine Circle Route)라 적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길이 밴쿠버 섬의 코스트 투 코스트라 불리는 도로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 BC 페리에서 내려 여기까지 달려온 길도, 포트 렌프류를 출발해 레이크 코위찬(Lake Cowichan)과 던컨(Duncan)을 경유해 빅토리아로 돌아가는 길도 모두 이 루트에 속한다. 이 길은 밴쿠버 섬의 서쪽 후안 데 푸카 해협과 그 반대편에 있는 조지아 해협(Georgia Straits)을 연결해 한 바퀴 도는데, 그 길이가 289km에 이른다. 쉬지 않고 차를 달리면 4~5시간이면 되겠지만 구경하면서 쉬엄쉬엄 달린다면 보통 2 3일을 추천하는 곳이다.

 

 

 

 

 

포트 렌프류는 후안 데 푸카 트레일의 북쪽 기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est Coast Trail; WCT)의 남쪽 기점이기도 하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 때문에 더 유명해진 도시다. 그 때문에 여름철이면 이곳을 찾는 사람이 꽤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방문한 비수기에는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번듯한 도심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심심한 마을 풍경에 다소 무료하다 느낄 무렵에 토미스(Tomi’s)라는 카페가 우리 눈에 들어왔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랴. 차를 세우고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도 사람이 없어 아주 조용했다. 난 이런 시골 냄새를 풍기는 허름한 카페가 좋다. 커피 한 잔에 시나몬 번스를 앞에 놓고 일행들도 모두 만족해 하는 눈치였다. 모닝 커피 한 잔으로 아침부터 가슴을 행복으로 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딱히 무엇을 구경할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차를 몰아 포트 렌프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포트 렌프류를 특정하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우리 눈에 띈 것은 겨우 이정표나 표지판이 전부였다. 후안 데 푸카 트레일의 북쪽 기점이 있는 후안 데 푸카 주립공원의 보태니컬 비치(Botanical Beach)까지 다녀왔다. 원래 포트 렌프류는 포트 산 후안(Port San Juan)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으로 와야할 우편물이 산 후안 아일랜드(San Juan Islands)로 잘못 배달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자 주민들이 지명을 바꾸기로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소작농들을 정착시키려 했던 렌프류 공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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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남아 아침에 갔던 토미스 카페에서 커피나 한 잔 더 하려고 갔으나 일찍 문을 닫았다. 그래서 바닷가에 위치한 포트 렌프류 호텔 커피숍을 찾았다. 일부러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여긴 그래도 호텔이라고 사람들이 몇 명 보였다.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혹시 다른 캠핑장으로 자리를 옮길지 몰라 아침에 텐트를 걷었는데 다시 본래 자리로 온 것이다. 우리가 텐트를 쳤던 자리는 다른 사람이 차지해 버려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특별식을 준비했다. 송이버섯을 듬뿍 넣은 떡라면을 끓인 것이다. 밴쿠버 인근에는 9월부터 송이버섯이 많이 나는지라 라면에 송이를 넣고 끓이는 만용(?)을 부릴 수 있었다. 송이버섯 특유의 향에 모처럼 호사를 누렸다.

 

 

 

 

 

 

 

 

C 여행 요약 : 201310 16일부터 10 18일까지 2 3일간 네 명이 다녀온 여행 기록이다. 자가 차량을 이용하였고 숙식은 포트 렌프류 캠핑장에서 야영하면서 자체적으로 취사를 해서 해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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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3.28 0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 사진은 마치 먹으로 그린 산수화처럼 멋진 풍경이에요...
    호떡 크기 만한 송이버섯...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