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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25 [일본] 홋카이도 – 오타루 ② (4)
  2. 2014.08.11 뮤지컬 범프(Musical Bumps) (2)

 

오타루는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라 걸어서 다닐만 했다. 먼저 오타루 오르골당을 찾아갔다. 오르골(Orgel)은 크고 작은 뮤직박스를 일컫는다. 1912년에 세운 이 2층 목조 건물에서 장사를 시작했다니 100년이 넘게 가업을 이어온 셈이다. 아주 오래된 오르골도 있었다. 모두 1만 여종이 넘는 오르골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니 오르골 집합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보석함 뚜껑을 열거나 벽에 걸린 액자나 올빼미의 줄을 아래로 잡아당기면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니 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우리도 이처럼 100년 역사를 지닌 가게가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이 들었다.

 

오르골당을 나오니 오타루 도심은 완전히 어둠이 내려 앉았다. 오타루는 유리공예품으로도 유명하다고 하여 오르골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기타이치가라스(北一硝子) 3호관도 들렀다. 이곳도 19세기 말에 지어진 창고 건물을 복원해서 전시장으로 꾸며 놓아 벽면이나 기둥, 바닥은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동행들 관심이 온통 공예품에 쏠려 있어 빨리 나가자 재촉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좀 남으면 기타이치 홀에서 맥주 한잔 하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되었다. 호롱병같은 가스등으로 조명을 하는 홀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홀로 생각했는데 말이다.     

 

초밥은 가급적 미스터 초밥왕의 고향, 오타루에서 먹으란 이야기를 미리 들었기에우리의 저녁도 자연스레 초밥으로 정해졌다. 몇 군데 이름난 스시집이 소개되었으나 우리 동선에서 가장 가까운 회전초밥집, 돗삐(とっぴ―) 오타루운하점을 찾아 들었다. 여기도 현지에선 유명한 곳인 모양이었다. 빈 자리가 없어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다. 우리도 20여 분을 기다려서야 테이블 하나를 받을 수 있었다. 자기 입맛에 따라 회전대 위를 도는 접시를 골라 먹으면 되었다. 대개 두 점이 놓인 접시 하나에 2,000원 수준이었다. 역시 비싼 것이 좋다고 특별 메뉴에서 별도로 시킨 전복 스시가 호평을 받았다. 두 점 한 접시에 5,000원이었으니 다른 접시에 비해선 비싼 편이었다.

 

 

 

 

 

 

 

 

각양각색의 뮤직박스가 전시되고 있는 오르골당은 여기저기서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와 마음에 들었다. 볼거리가 많아 2층까지 둘러보는데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타루를 유리공예로 유명하게 만든 곳 중의 하나인 기타이치가라스 3호관. 유리공예품을 전시 판매도 하지만 맥주와 음식, 아이스크림을 팔기도 한다.

 

 

 

 

 

그 유명한 오타루 초밥을 맛보기 위해 찾아간 돗삐 오타루운하점. 오타루에만 100여 개가 넘는 스시집이 영업을 하고 있다니 <미스터 초밥왕>의 유명세가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그리 늦은 저녁 시각이 아니었음에도 오타루의 상가는 모두 철시를 해 썰렁한 분위기를 풍겼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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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승수 2014.11.26 16: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 들어 오셨는지요?
    지난 번 전화를 드렸는데 받지 않으시고 해서 아직도
    밴쿠버에 계신 줄 알았는데...바쁜 척 하느라 자주 들르지는 못하지만
    가끔 찾는 우보천리..오늘은 좋은 그림에 시장기를 느끼게 해줍니다...

    • 보리올 2014.11.26 1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셨어요, 안선생님? 병원은 잘 되죠? 이번에 들어와선 한번 내려간다 하고 있는데 아직 시간을 잡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2. justin 2014.12.02 1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기자기하고 이쁜 것들이 참 많습니다. 100년을 이어온다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대단합니다. 저도 어제 아버지 덕분에 러브레터를 보았습니다. 잔잔히 옛 추억의 감성을 떠올려줬습니다.

    • 보리올 2014.12.03 09: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본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러브레터는 오래 기억에 남더구나. 일본 영화를 새로 본 계기도 이 영화 때문이고. 하얀 눈이 내린 산에다 대고 '오겐끼데스까?'하고 소리치던 여주인공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휘슬러(Whistler)란 이름 자체도 가슴을 뛰게 하지만 우리가 찾아가는 뮤지컬 범프도 매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그 이름에서 감미로운 음악이 절로 흘러 나올 것 같았다. 흔히 산에서 듣는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산 자체가 음악인 곳을 걷는다니 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인가. 통상 뮤지컬 범프라 하면 싱잉패스(Singing Pass)에서 휘슬러 산 정상까지 9.5km 구간에 있는 봉우리들을 말한다. 피치먼스 연봉(Fitzsimmons Ranges)의 서쪽 구간에 있는 봉우리와 계곡에 음악과 관련된 이름을 붙인 것이다. ‘노래하는 고개라 이름 붙여진 싱잉패스도 그렇고, 트레일 안에 있는 오보에 봉(Oboe Summit)과 플루트 봉(Flute Summit), 피콜로 봉(Piccolo Summit) 등도 악기 이름을 땄다. 뮤지컬 범프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도 마찬가지다. 하모니 계곡과 플루트 계곡, 오보에 계곡을 지나야 하고 마지막에는 멜로디 계곡을 따라 올라야 한다.

 

산행 기점부터 싱잉패스까지 11.5km, 싱잉패스에서 휘슬러 정상까지가 9.5km니 도합 21km나 되는 쉽지 않은 코스다. 등반고도가 1,300m나 되고 소요시간도 7~8시간이 걸린다. 여름철 낮 길이를 감안하면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오후 4시까지 휘슬러 정상에 도착해 리프트를 타야만 하산길 8km 거리를 단축할 수가 있다. 만약 그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그 기나긴 슬로프를 걸어 내려가야 한다. 산행 기점은 휘슬러 빌리지 안에 있는 버스 정류장. 산악자전거가 휙휙 내리 꽂히는 슬로프 옆을 따라 500m쯤 걸어 오르면 좁은 벌목도로를 만난다. 피치먼스 계곡을 따라 4km 정도 걸어 들어가면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선다. 가리발디 주립공원 경내에 있는 몇 개의 계곡을 건넌 후, 멜로디 계곡을 따라 꾸준히 고도를 올리면 싱잉패스에 닿는다. 여기까지는 나무 그늘을 지나기 때문에 햇빛을 가릴 수 있지만 시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뮤지컬 범프는 싱잉패스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시야가 트이며 굉장한 풍광이 우리 발길을 잡는다. 싱잉패스는 여름철에 온갖 야생화가 만발하는 산상화원으로 유명하다. 아직은 잔설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시기인지라 야생화가 그리 많진 않았지만, 8월이면 각종 야생화가 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능선을 덮을 것이다. 오보에, 플루트, 피콜로 봉을 지나 휘슬러 정상으로 가는 여정은 그리 힘든 줄 몰랐다. 급하지 않은 오르내림 탓도 있지만 사방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도 절로 입이 벌어지는 멋진 풍경이 줄지어 나타났기 때문이다. 플루트 봉에서 내려다보는 치카무스(Cheakamus) 호수의 모습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검은 엄니라 불리는 블랙터스크(Black Tusk, 2,315m)의 독특한 위용에 또 다시 넋을 잃는다. 사방을 둘러싼 설산들이 누군가의 지휘에 따라 합창곡을 부르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리틀 휘슬러에서 휘슬러 정상으로 연결되는 도로에는 양쪽으로 엄청 높은 눈 제방이 남아 있었다. 사람 키 두세 배는 되어 보였으니 최소 5m는 쌓여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지금이 한여름인데 겨울이 오기 전에 다 녹을 지 모르겠다. 리틀 휘슬러에서 여유를 부리곤 어느 방향으로 갈까 잠시 고민을 했다. 휘슬러 정상까지는 대충 30분이면 닿을 거리니 리프트 타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여기서 바로 걸어 라운드하우스 로지(Roundhouse Lodge)로 내려가면 리프트를 생략하고 바로 곤돌라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린 라운드하우스 로지로 걸어가는 편을 택했다. 휘슬러 정상으로 가서 리프트를 타느니 여기서 걸어가는 것이 더 빠르다 판단한 것이다. 눈 제방을 따라 내려오면서 휘슬러 스키장과 그 주변 풍광을 마음껏 즐겼다. 실제 가능하지야 않겠지만 이런 곳에서 여생을 보내며 살아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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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8.28 04: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이름 정말 좋아요...구간에 알맞은 노래를 생각하며 걸으면 힘든지 모를 것 같아요...
    아무리 멋진 경치라도 매일 보면 감흥이 덜할텐데요..아닌가요...

    • 보리올 2014.08.28 14: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산행로 이름치고는 꽤 운치가 있어 저도 기억에 많이 남는 코스입니다. 감흥이야 늘 처음보다는 못하죠. 그래도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아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