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투레레 산장에서 에머랄드 호수(Emerald Lakes)와 레드 크레이터(Red Crater), 망가테포포 산장를 지나 화카파파 빌리지로 나가는 날이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 하늘이 맑아지길 빌었건만, 밤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더니 아침에도 변함이 없다. 레인저가 일기 예보를 업데이트 하기를 기다렸다. 오전 8시 직전에 새로운 일기 예보가 벽에 붙었다. 강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날씨야 하늘이 정하는 일인만큼 어쩔 수 없다 쳐도 내 운이 박한 것은 온전히 내 탓이다.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란 미련을 떨치고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는 것이 상책일 듯 했다. 비옷을 갖춰 입고 빗속으로 들어섰다. 바람도 제법 불었다. 금방 옷이 젖는 것 같아 카메라도 배낭에 집어 넣었다. 기분이 좀 울적했다.

 

처음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빗속에 기기묘묘한 바위가 나타나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레드 크레이터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희한한 모양으로 굳은 것이다. 두 시간 가량 걸린다는 에머랄드 호수를 1시간 20분만에 도착했다. 흐릿하게 호수가 보였지만 몇 개인지는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웠다. 카메라를 꺼내 억지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당일 산행 코스로 꽤나 유명한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트랙(Tongariro Alpine Crossing Track)을 만났다. 블루 호수(Blue Lake)로 가는 것은 이미 포기를 했기 때문에 휴식도 없이 바로 레드 크레이터로 오르기 시작했다. 푹푹 빠지는 모랫길이 나왔고 운무가 짙어 불과 몇 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도 엄청 불어 몸을 휘청거리게 만든다. 행여 크레이터 안으로 떨어지면 비명횡사할 판이라 최대한 바깥쪽으로 걸었다.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거센 비바람만 불어오는 상황이라 아무런 감흥도 없이 해발 1,868m의 레드 크레이터를 넘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 상에선 가장 높은 지점인데 발길을 재촉하기 바빴다. 통가리로 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도 그냥 지나쳤고, 응가우루호에 산으로 가는 갈림길도 시선 한번 주는 것으로 그쳤다. 내리막을 꾸준히 걷자니 제법 많은 인원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중에 평상복 차림의 중국인 젊은이 예닐곱이 올라왔다. 관광을 온 것 같은데 이런 복장으로 비와 바람을 어찌 견디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세 시간 걸려 소다 스프링스(Soda Springs) 갈림길에 닿았다. 운무가 조금씩 걷히더니 햇살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풍경이 뛰어난 구간을 지나고 나서야 햇살이 들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응가우루호에 화산이 폭발하면서 흘러내린 용암이 굳은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젖은 옷과 카메라를 말렸다. 이제서야 통가리로와 응가우루호에 산자락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상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 정도도 고마울 뿐이었다.

 

계류를 따라 망가테포포 산장에 도착했다. 데크 위에 우비와 배낭 커버, 등산화를 널고 한 시간 반을 쉬었다. 레인저가 여기 묵을 거냐고 물어 예약을 하지 못 해 화카파파 빌리지로 나간다 했더니 침상에 여유가 있단다. 온라인으론 없던 자리가 현장에선 이처럼 나온다. 쿠키로 점심을 대신하고 산장을 나섰다. 정상을 잠깐 보여준 응가우루호에 산을 뒤로 하고 걷다 보니 눈 앞에 통가리로 최고봉인 루아페후 산이 빤히 보인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가 곧 끝난다는 의미다. 화카파파 마을을 20여 분 남겨놓고 개울에서 세수도 하고 발도 물에 담갔다. 화카파파 마을에 도착해 샤토 통가리로에 있는 바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무사 일주를 자축했다. 오늘 하루 21.3km를 걸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좀 길게 느껴지는 거리였다. 잘 걷는 사람이라면 전구간을 1 2일에 진행해도 될 것이라 판단이 섰다. 국립공원에서 추천하는 일정은 여유를 누리고 싶은 사람에게나 맞을 것 같았다.


오투레레 밸리는 화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으로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트랙을 만났지만 비바람은 여전히 그치지 않았다.


에머랄드 호수 가운데 하나




짙은 운무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레드 크레이터를 올랐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반대편에서 올라왔다.



소다 스프링스를 지나면서 하늘이 조금씩 개기 시작했다.


응가우루호에 산이 거의 대부분 모습을 드러냈다.



날씨가 개면서 기분도 덩달아 좋아져 망가테포포 산장으로 하산하는 길이 즐거웠다.



산길에서 만난 헤더(Heather)와 커먼 마운틴 데이지(Common Mountain Daisy)


지의류에 해당하는 라이킨이 돌 위에 기묘한 그림을 그려 놓았다.



트레킹 끝자락에 응가우루호에 산과 루아페후 산이 시야에 들어왔다.


멀리 화카파파 빌리지에 있는 샤토 통가리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 시작점이면서 동시에 종착점인 표지판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7.10.12 14: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읽는내내 날씨가 좀만 더 일찍 개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산행 끝나기 전에 날씨가 좋아져서 다행입니다! 저도 저번에 산행하면서 느낀거지만 표지판에 걸리는 시간과 저희가 실질적으로 걷는 시간의 차이가 꽤 있습니다~

    • 보리올 2017.10.14 12: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후에 비가 그쳐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 아니겠냐. 이정표에 표시된 시간은 너무 여유로운 일정이라 좀 줄여도 별 문제 없겠더라.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동에서 서로 한 방향으로만 걸어야 한다. , 아폴로 베이에서 12사도 바위를 향해 걷는다. 대부분이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에 속하지만, 마지막 구간은 포트 캠벨 국립공원(Port Campbell National Park) 경내를 지난다. 캠핑장 이용은 빅토리아 공원 당국(Parks Victoria)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 상에 모두 일곱 개의 GOW 캠핑장이 마련되어 있다. 공원 당국에선 은근히 7 8일에 걷도록 권장을 하지만 캠핑장 사이의 간격이 3~4시간이면 닿는지라 두 구간을 하나도 묶어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했다. 또 어떤 곳은 GOW 캠핑장이 차를 몰고 오는 드라이브인 캠핑장과 나란히 붙어 있어 이를 이용해도 괜찮다. 차량이 닿는 곳이라면 교통편을 지원받아 밖에서 자고 들어와도 좋을 것 같았다.

 

둘째 날이 밝았다. 밖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어제 본 코알라를 찾았더니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지만 해가 떠오를 즈음엔 구름이 걷히며 햇살이 비치는 것이 아닌가.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캠핑장을 출발해 바로 숲으로 들어섰다. 어제완 다르게 너도밤나무라 불리는 비치(Beech)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포인트 루이스로 올라섰지만 볼 것이 없었다. 처음으로 등산화를 소독하는 곳이 나왔다. 여기선 부트 하이진 클리닝 스테이션(Boot Hygiene Cleaning Station)이라 불렀다. 이 지역에 서식하는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뿌리썩음병을 유발하는 병원체를 없애는 설비인데, 이후에도 여러 번 지나쳤고 그 때마다 등산화를 소독해야만 했다.

 

내륙으로 우회하는 길이 없어 만조에는 마냥 물이 빠지길 기다려야 한다는 파커 인레트(Parker Inlet)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 간조라 모래사장이 모두 드러나 있었다. 여기서 커다란 배낭을 지고 가는 8명의 백패커를 만났다. 그들 뒤를 따라 돌계단과 모랫길을 걸어 올랐다. 크레이피시 베이(Clayfish Bay)로 내려가는 바닷길과 벼랑 위를 걷는 내륙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선 내륙길을 택했다. 여기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유독 많았다. 3시간 만에 케이프 오트웨이 등대(Cape Otway Lighthouse)에 닿았다. 1848년에 설치한 이 등대는 빅토리아 주에선 가장 먼저 세워진 등대였다. 현재는 가동을 하지 않는다. 18m 높이의 등대 위로 오를 수 있다고 하지만 입장료가 20불이라 해서 그냥 지나쳤다. 케이프 오트웨이 캠핑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트레일 상에 조그만 공동묘지가 있었다. 등대지기나 그 가족, 난파선 선원이 묻힌 곳이었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길을 꾸준히 걸었다. 레인보우 폭포(Rainbow Falls)가 있는 바닷가로 내려서는 길이 있었지만 만조 시간이라 내려가진 않았다. 벼랑 위에서 멀리 강이 하나 보였다. 그 위에 다리가 놓인 곳이 오늘의 목적지인 에어 리버(Aire River)였다. 캠핑장까지 21km 거리를 6시간에 걸었다. 마을 구경한다고 강으로 내려왔건만 마을은 없고 드라이브인 캠핑장과 목장만 있었다. 여기서도 나무 위에서 미동도 않고 잠을 자는 코알라 세 마리를 만났다. 이만하면 코알라는 풍년이다. 저녁을 먹고 양치를 하러 가다가 14명 그룹에게 붙잡혀 와인 한 잔을 얻어 마셨다. 어디서 왔느냐, 왜 혼자 왔느냐는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해가 떠오르며 부드러운 햇살이 브랭키 베이 해변을 비췄다.


등산화를 소독하는 부트 하이진 클리닝 스테이션



만조에는 건널 수 없다는 파커 인레트


나무들이 터널을 만든 숲길도 걸었다.



입장료가 비싸 들어가지 않은 케이프 오트웨이 등대


등대지기나 난파선 선원들이 묻힌 공동 묘지


관목 사이를 뚫고 난 트레일이 정겹다.




트레일 주변에서 서식하는 식생들이 눈에 띄었다.


바위 표면에 꽃처럼 핀 라이킨(Lichen)은 지의류에 속한다.



제법 파도가 거센 스테이션 비치(Station Beach) 위 벼랑을 걸었다.


전망대에 오르자, 에어 리버 위에 놓인 다리가 보였다.


에어 리버 GOW 캠핑장


캠핑장 주변의 나무에서 발견한 코알라 두 마리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7.10.17 1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무로 이루어진 터널이 인상적입니다~! 영화 속 마법의 신비한 길을 걷는 것 같아요! 파커 인레트는 그럼 만조때 못 가게 되면 얼마나 기다려야하는거죠? 무작정 쉬면서 기다려야하겠네요~

    • 보리올 2017.10.22 17: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만조엔 건너기가 어렵지만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모래사장 가장자리를 통해 건널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미리 조수표를 확인해 만조시각을 피하는게 아무래도 상책이지.



아이다호 남쪽에 자리잡은 크레이터스 오브 더 문(Craters of the Moon)은 엄청난 규모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용암이 지상으로 흘러나온 지역을 말한다. 뉴질랜드 북섬에도 똑 같은 지명을 가진 화산 지대가 있다. 화산이 폭발한 곳이란 것은 익히 알고 왔지만, 막상 여기 도착하니 규모도 예상보다 컸고 미국 본토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싶었다. 지형이 어떻기에 이곳 지명을 달의 분화구라 지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공원 안에 있는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방문자 센터부터 들렀다. 방문객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양한 화산 지형을 설명하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화산 지형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 트레일 몇 군데를 걷기로 했다. 대부분 거리도 짧고 길도 평탄해 산책에 나선 사람마냥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었다. 화산 활동의 결과물을 지근거리에서 직접 볼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 용암이 식어 검은 색을 띤 화산석이 널려 있는 분위기가 참으로 묘했다.

 

첫 트레일은 노스 크레이터 플로우 트레일(North Crater Flow trail)였다. 용암이 지표로 솟구쳐 땅 위를 흘러간 자국이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 화산재와 화산탄 등 분출물이 여기저기 쌓여 있고, 그 주변엔 죽은 나무 그루터기도 남아 있었다. 뒤틀린 그 모습이 묘하다 싶었는데 트리플 트위스트 트리(Triple Twist Tree)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 다음에 찾아간 곳은 데블스 오처드 트레일(Devil’s Orchard Trail). 무슨 까닭으로 악마의 과수원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여기도 화산석 외에 죽은 나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노란색, 주황색 지의류가 바위 표면에 자라고 있었고, 검은 땅에는 이름모를 식물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런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삶을 살아가는 식물들의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위 위에 앉아 우리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 다람쥐 한 마리도 만났다.



산악 지형에서 사막 지형으로 이어지는 픽스 투 크레이터스 시닉 바이웨이(Peaks to Craters Scenic Byway)

그레이터스 오브 더 문을 관통한다.






크레이터스 오브 더 문 방문자 센터부터 들러 화산 지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화산석 사이에 캠핑장을 마련해 놓아 가까이에서 화산을 느끼며 하룻밤을 지낼 수 있었다.






노스 크레이터 플로우 트레일은 0.5km의 짧은 산책로로 2,200년 전에 폭발한 용암이 흘러간 흔적을 보여준다.







0.8km 길이의 데빌스 오처드 트레일에선 죽은 나무와 꽃을 피우는 풀을 볼수 있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모처럼 집에서 맞은 생일을 기념해 집사람과 둘이서 피트 호수(Pitt Lake)로 가는 크루즈를 타기로 했다. 한 사람에 100불 가까운 금액을 내야 했다. 하긴 8시간 운행에 점심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피트 호수 끝까지 들어가는 크루즈 여행은 오래 전부터 벼르던 일이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성사가 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골든 이어스 산(Golden Ears Mountain) 아래에 있는 피트 호수를 수없이 찾아가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호수 끝까지 가보지는 못 했다. 보트를 타지 않으면 갈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안에 어떤 풍경이 숨어 있을지 궁금증만 가지고 있었다. 네이티브(Native)란 이름을 가진 패들 보트(Paddle Boat)에 올랐다. 원래 피트 호수는 작은 유람선이 다녔는데 기관 고장으로 패들 보트가 대신 운행을 한다고 했다. 프레이저 강(Fraser River)을 오르내리는 패들 보트가 운치가 있어 언제 타나 했는데 운이 좋았다. 뉴 웨스트민스터(New Westminster) 선착장에서 오전 9시에 정확히 배가 출발했다.

 

프레이저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강변을 자주 산책하곤 했음에도 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좀 낯이 설었다. 패툴로 브리지(Pattullo Bridge)를 통과하고 벌목한 목재를 보관하는 곳도 지났다. 의외로 지저분한 곳이 많았다. 프레이저 강의 지류인 피트 강(Pitt River)으로 들어섰다. 피트 브리지를 지나면서야 풍경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하늘에 구름이 많긴 했지만 우리 눈 앞에 시원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강을 따라 둑방길을 걸었던 적이 너무나 많아 풍경 대부분이 눈에 익었다. 강이 끝나고 호수가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그랜트 내로우즈(Grant Narrows)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산악 지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골든 이어스 산은 검은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배가 호수로 진입해 속도를 올리자, 그 동안 둑방길에서 보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모습을 드러내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배에서 간단하게 부페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빵과 햄, 그리고 야채 샐러드가 전부였다. 음식 종류도 많지 않았고 양도 적어 성에 차지 않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점심이 너무 부실해 배에서 내릴 때는 허기가 져서 혼났다. 배는 계속 달려 호수 끝자락에 닿았다. 라이킨(Lichen)이라 부르는 녹색 지의류가 바위에서 자라고 있었고, 그 옆에는 원주민들이 그렸다는 상형 문자(Pictograph)가 있었다. 누가, 언제 그렸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폭포를 둘러보고는 배가 방향을 돌렸다. 이제 선착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미 오후 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오전에 올라온 코스를 되짚어 내려오는데 4시간이 걸렸으니 꼬박 8시간이 지나서야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좀 지루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오랫동안 꿈꾸었던 소망 하나를 이룬 셈이라 마음은 개운했지만, 그 돈을 내고 다시 배를 타라면 아무래도 손사래를 치지 않을까 싶다.

 

 

 

프레이저 강을 무대로 활동하는 패들 보트, 네이티브 호에 올랐다. 배가 움직이는 내내 해설사의 설명이 뒤따랐다.

 

 

몇 개의 다리를 통과했다. 배는 프레이저 강 상류에 있는 그랜트 내로우즈를 향해 쉬지 않고 달렸다.

 

 

 

 

피트 호수로 들어서면서 풍경이 한 순간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구름이 많긴 했지만 산악 지형을 배경으로 한 피트 호수의 진면목을 가릴 순 없었다.

 

 

부페식으로 나온 음식이 너무 형편없었다. 양도 적어 배가 고파 혼이 났다.

 

 

호수 끝자락에서 만난 바위엔 라이킨이란 지의류가 그린 그림과 원주민들이 그렸다는 상형 문자가 있었다.

 

조그만 폭포를 마지막으로 보고는 배는 방향을 돌려 하류로 향했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날씨가 점점 맑아졌다.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골든 이어스 정상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8시간 운행을 한 끝에 뉴 웨스트민스터 선착장으로 돌아와 배에서 내렸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문moon 2017.01.12 2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박해보이는 크루즈여행인데 가격이 비싸네요.
    그래도 생신기념으로 다녀오셨으니
    추억 한자락은 쌓았네요. ^^

  2. justin 2017.04.06 14: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뜻 보기에 밀포드 트랙 끝나고 보트를 타고 봤던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피트 호수는 정말 알려지지 않은 보석같습니다! 그래도 예상한 것보다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다시 또 타게끔 만들어야 장사가 될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