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집에서 맞은 생일을 기념해 집사람과 둘이서 피트 호수(Pitt Lake)로 가는 크루즈를 타기로 했다. 한 사람에 100불 가까운 금액을 내야 했다. 하긴 8시간 운행에 점심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피트 호수 끝까지 들어가는 크루즈 여행은 오래 전부터 벼르던 일이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성사가 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골든 이어스 산(Golden Ears Mountain) 아래에 있는 피트 호수를 수없이 찾아가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호수 끝까지 가보지는 못 했다. 보트를 타지 않으면 갈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안에 어떤 풍경이 숨어 있을지 궁금증만 가지고 있었다. 네이티브(Native)란 이름을 가진 패들 보트(Paddle Boat)에 올랐다. 원래 피트 호수는 작은 유람선이 다녔는데 기관 고장으로 패들 보트가 대신 운행을 한다고 했다. 프레이저 강(Fraser River)을 오르내리는 패들 보트가 운치가 있어 언제 타나 했는데 운이 좋았다. 뉴 웨스트민스터(New Westminster) 선착장에서 오전 9시에 정확히 배가 출발했다.
프레이저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강변을 자주 산책하곤 했음에도 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좀 낯이 설었다. 패툴로 브리지(Pattullo Bridge)를 통과하고 벌목한 목재를 보관하는 곳도 지났다. 의외로 지저분한 곳이 많았다. 프레이저 강의 지류인 피트 강(Pitt River)으로 들어섰다. 피트 브리지를 지나면서야 풍경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하늘에 구름이 많긴 했지만 우리 눈 앞에 시원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강을 따라 둑방길을 걸었던 적이 너무나 많아 풍경 대부분이 눈에 익었다. 강이 끝나고 호수가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그랜트 내로우즈(Grant Narrows)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산악 지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골든 이어스 산은 검은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배가 호수로 진입해 속도를 올리자, 그 동안 둑방길에서 보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모습을 드러내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배에서 간단하게 부페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빵과 햄, 그리고 야채 샐러드가 전부였다. 음식 종류도 많지 않았고 양도 적어 성에 차지 않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점심이 너무 부실해 배에서 내릴 때는 허기가 져서 혼났다. 배는 계속 달려 호수 끝자락에 닿았다. 라이킨(Lichen)이라 부르는 녹색 지의류가 바위에서 자라고 있었고, 그 옆에는 원주민들이 그렸다는 상형 문자(Pictograph)가 있었다. 누가, 언제 그렸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폭포를 둘러보고는 배가 방향을 돌렸다. 이제 선착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미 오후 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오전에 올라온 코스를 되짚어 내려오는데 4시간이 걸렸으니 꼬박 8시간이 지나서야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좀 지루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오랫동안 꿈꾸었던 소망 하나를 이룬 셈이라 마음은 개운했지만, 그 돈을 내고 다시 배를 타라면 아무래도 손사래를 치지 않을까 싶다.
프레이저 강을 무대로 활동하는 패들 보트, 네이티브 호에 올랐다. 배가 움직이는 내내 해설사의 설명이 뒤따랐다.
몇 개의 다리를 통과했다. 배는 프레이저 강 상류에 있는 그랜트 내로우즈를 향해 쉬지 않고 달렸다.
피트 호수로 들어서면서 풍경이 한 순간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구름이 많긴 했지만 산악 지형을 배경으로 한 피트 호수의 진면목을 가릴 순 없었다.
부페식으로 나온 음식이 너무 형편없었다. 양도 적어 배가 고파 혼이 났다.
호수 끝자락에서 만난 바위엔 라이킨이란 지의류가 그린 그림과 원주민들이 그렸다는 상형 문자가 있었다.
조그만 폭포를 마지막으로 보고는 배는 방향을 돌려 하류로 향했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날씨가 점점 맑아졌다.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골든 이어스 정상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8시간 운행을 한 끝에 뉴 웨스트민스터 선착장으로 돌아와 배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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