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스코샤가 속한 대서양 연안은 바닷가재, 즉 랍스터(Lobster)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하다. 어촌마을을 지나며 마당에 쌓아 놓은 통발을 볼 때면 언제 랍스터 잡이 현장을 따라가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함께 근무하던 우리 직원 친구인 샘(Sam)이 랍스터 잡이에 우리를 초대한다는 연락을 보낸 것이다. 새벽 430분에 출항한다고 해서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야 했다. 챈스 하버(Chance Harbour)에서 배에 올랐다. 선원이라야 샘과 그의 아들 콜(Cole) 두 명이 전부인 조그만 배에 나와 직원 포함해 네 명이 승선한 것이다. 샘은 봄에는 랍스터, 가을엔 참치를 잡는 전형적인 노바스코샤 어부였다. 인심 좋은 시골 아저씨 스타일로 적당히 뚱뚱하고 배도 좀 나왔다. 콜은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살 청년인데, 배관공이 되기 위해 기술을 익히고 있다고 했다. 밤새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한숨도 자지 못 하고 끌려 나왔다고 종일 입이 나와 있었다.

 

샘은 랍스터 통발을 300개 가지고 있었다. 통발 5개가 한 조를 이루니까 모두 60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통발 5개를 로프로 연결하고 양 끝에 부표를 달아 위치를 표시한다. 전날 통발을 바다에 넣어두고 하룻밤이 지난 다음 날 건져 올린다. 샘은 주로 배를 운전하고 통발에서 꺼낸 랍스터 크기를 재고 크기에 따라 분류를 했다. 힘이 좋은 콜은 부표에 고리를 걸어 배 난간으로 통발을 끌어올린 후 랍스터를 꺼내고 미끼를 갈아 넣었다. 미끼를 갈아 끼운 통발은 한 조씩 바다로 던져지고, 다시 배를 움직여 다른 통발을 꺼내러 간다. 두 명이 협력하지 않으면 작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조력자가 필요해 보였다. 우리도 옆에서 나름 돕는다곤 했지만 어리버리한 초보라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한 조를 작업하는데 보통 10분 정도 걸렸다. 통발이 300, 60조니까 총 10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배가 이동할 때 잠시 쉬는 것을 제외하곤 여유를 부릴 수 없는 고된 작업이었다. 내 계산으론 한 조를 끌어올리면 대략 10마리 내외를 잡는 것 같았다. 외부인을 태워 행여 수확이 좋지 않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샘 이야기로는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해서 내심 안도를 했다. 통발에서 꺼낸 랍스터는 자를 가지고 전량 그 크기를 잰다. 크기에 따른 분류 목적도 있지만 규격에 미달되는 작은 놈들은 모두 바다로 돌려보낸다. 배에 검은 알을 잔뜩 달고 있는 암놈도 잡지 않았다. 큰 놈들은 시장으로 나가고 작은 놈들은 캔 가공용으로 보내진다 했다. 크기를 확인한 랍스터는 상품 보호를 위해 양쪽 집게발을 고무로 묶는다. 그냥 두면 서로 싸워서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 오후 2시가 넘어 모든 작업을 끝내고 항구로 돌아왔다. 옆에서 구경하는 것도 고된 랍스터 잡이였다.

 

 해가 뜨기도 전에 출항을 해야 해서 꼭두새벽에 챈스 하버에 도착했다.

 

 

출항에 앞서 통발에 갈아 끼울 미끼를 싣고 손질해야 한다.

 

항구를 출발해 전날 통발을 투하한 곳으로 배를 몰고 있다.

 

 

 

 

통발을 끌어 올려 랍스터를 꺼내고 미끼를 갈아 끼우곤 다시 통발을 바다에 투하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랍스터는 예외없이 그 크기를 재곤 상품 가치에 따라 분류를 한다.

 

수평선 위로 해가 떠오르며 날이 밝았다.

 

 

 

 

랍스터 잡이는 각 조별로 똑 같은 작업이 반복되는 꽤나 지루한 과정을 거쳤다.

 

 

자를 가지고 랍스터 크기를 재고 상품을 분류하는 과정도 배에서 이루어진다.

 

배 부위에 알을 가득 품은 암놈은 사진 한 장 찍고는 바로 바다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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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따뜻한일상 & 독서 , 여행과 사진찍는 삶 :) 2020.05.05 10: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랍스터를 이렇게 눈으로 직접 보면서 잡다보면
    많은 생각이 들것 같습니다 ㅎㅎㅎㅎ

    저도 이런 갑각류에 대한 묘한 호기심이 있답니다^^

    마지막 암놈은 미래를위해 풀어주신건가봅니다~

    • 보리올 2020.05.11 16: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랍스터 잡이에 나서면 일이 바빠서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생과 사가 갈리는 랍스터에 대해선 안타까움은 좀 있죠. 하지만 어부도 먹고 살아야 하니 어쩌겠습니까. 알을 밴 암놈을 잡으면 벌금이 엄청 셉니다.

  2. MingSugar 2020.05.06 14: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랍스터 잡이는 처음봐요 ㅎㅎㅎ
    오늘도 포스팅 잘보고 갑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앤티고니쉬 카운티(Antigonish County)의 케이프 조지(Cape George)를 찾았다. 케이프 조지 트레일을 타기 위해서다. 케이프 조지는 케이프 투 케이프(Cape to Cape) 트레일의 동쪽 기점이다. 이 트레일은 여기에서 시작해 서쪽에 있는 케이프 치그넥토(Cape Chignecto)까지 400km를 달리는 장거리 트레일로 아직 전구간이 완공되지는 않았다. 케이프 조지 트레일도 33km나 되기 때문에 하루에 전체를 걷기는 좀 어렵고 두세 번의 일주 코스로 나누면 좋다.

 

겨울을 벗어나 봄으로 접어드는 시기라 산길은 꽤나 황량하게 보였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겨우내 쌓였던 눈이 왕성하게 녹고 있었다. 겨울의 잔재라고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계류에 맺힌 고드름이 전부였다. 이것도 며칠 있으면 모두 녹아 없어질 것이다. 조만간 산천이 푸른 색으로 뒤덮이면 다시 오리라 마음 먹었다. 높은 지점에 다다르자, 산 아래로 일망무제의 대서양과 조그만 어촌마을인 발렌타인 코브(Ballantynes Cove)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직 랍스터나 참치를 잡기엔 너무 이른 시기라 포구가 무척이나 한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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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할한 평야 지대를 가로지르며 버스는 오마(大間)로 향했다. 일본에도 이런 시골이 다 있구나 싶었다. 참마 재배지를 지나며 아오모리가 일본에서 참마 최대 생산지라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참마가 뭐 그리 대단한 작물이라고 이렇게 침 튀기며 자랑인가 싶었는데, 자랑이 거기서 그치질 않았다. 우엉과 마늘, 사과, 살구, 넙치, 오징어도 그렇다고 한다. 아오모리가 일본의 식재료 생산에 그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단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 인식도 좀 달라진 느낌이었다. , 또 하나가 있다고 했는데 잊을 뻔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풍력 발전기가 설치된 곳도 바로 여기라 했다.

 

 

오마는 일본 혼슈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홋카이도가 바다 건너 빤히 보일 정도로 가깝다. 일본에선 참치 하면 오마고 오마 하면 참치를 떠올린다. 오마 참치는 이곳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엄청 유명한 브랜드 그 자체다. 오죽하면 참치를 여기선 다이아몬드 마구로라 부를까. 비싼 참치는 한 마리에 우리 나라 돈으로 2억원에 달했다 한다. 참치 1kg100만 원에 이른다니 입이 떡 벌어진다. 그 비싼 참치를 누가 사고 누가 먹는단 말인가.

 

오마곶(大間崎)부터 둘러 보았다. 지금까지 오마에서 잡힌 참치 중에서 가장 컸다는 440kg짜리 참치를 석상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이 석상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일본 각지에서, 심지어는 외국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여길 찾는다고 한다. 뉴욕 타임즈가 오마를 소개된 이후부터 세계적인 명소로 변해 버린 것이다. 우리가 오마를 찾은 때가 마침 1년에 한 번 마구로 축제가 열리는 시기였다. 오마 참치에 대해 뭔가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겠단 기대에 부풀었다.

 

 

 

 

 

 

 

 

오마 마구로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참치 해체쇼가 아닐까 싶다. 행사장은 구경꾼들로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평소에는 주말에만 한 차례씩 선보이던 구경거리였는데, 축제 기간에는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참치 한 마리씩을 구경꾼 앞에서 직접 해체한다. 몇 명이 붙어 용을 쓰는 모습도 재미있었고, 다양한 종류의 칼의 용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볼만했다. 머리와 같은 특정 부위는 바로 현장에서 구경꾼들을 상대로 경매에 붙이기도 하고, 해체된 참치는 즉석에서 작은 크기로 잘라 포장 판매를 했다. 내 손바닥 크기면 10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점심은 바닷가 선창에 쳐놓은 천막 식당에서 해결했다. 마을 부녀회에서 축제 기간 동안 임시로 운영하는 것 같았다. 한 사람에게 접시 하나씩을 건네주는데 그 안에는 참치와 문어, 조개 등이 담겨 있었다. 그것을 가져다 자기 앞에 피워놓은 불판 위 석쇠에 구워 먹으면 된다. 직접 참치를 구워 먹는 재미도 있었지만, 참치와 해산물을 불판에 구워 먹으니 실제로 맛도 좋았다. 석쇠에서 풍기는 참치 굽는 냄새도 입맛을 돋구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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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부장 2015.02.09 1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참지를
    검색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허영만 선생님의 블로그를 검색하게 되었습니다 ㅎ
    식객26권에 있는 사진이랑 똑같에서
    깜작 놀랐습니다

    • 보리올 2015.02.09 17: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거 죄송해서 어쩌지요? 이 블로그는 허영만 화백님의 블로그가 아닙니다. 저는 허 화백님을 형님으로 모시고 있는데 그분과 함께 아오모리를 둘러보고 쓴 여행기록이지요.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동경 츠키지 어시장을 방문했다. 새벽 5시부터 경매가 시작된다고 해서 아침 식사도 시장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이 시장은 주말을 이용한 도깨비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다고 한다. 일본 만화 <어시장 삼대째>로 우리나라에도 이미 소개된 바 있다. 츠키지 시장은 하루 2,300톤의 생선을 취급하며 20억엔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시장 가운데에 도매를 주로 하는 장내시장이 있고, 그 외곽으론 장외시장이라 하여 소매를 맡는 시장으로 구분된다. 장내 시장에선 아무래도 참치 가게가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냉동 참치뿐만 아니라 낚시로 잡아 냉장 보관한 참치도 경매에 붙여진다. 이런 참치를 경매에서 사와 통째로 해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스시집이나 생선 가게에서 이것을 사간다고 한다. 참치는 냉장이냐, 냉동이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엄청 난다.

 

 

 

 

 

시장의 볼거리가 생선으로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화물을 나르는 차량들도 우리 혼을 빼놓긴 마찬가지였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차량에서부터 둥근 드럼통을 앞에 달고 다니는 삼발 차량까지 시장 안을 헤집고 다닌다. 그 좁고 붐비는 공간에서 요리조리 운전하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었다. 장내 시장과 장외 시장을 둘러보고 츠키지 인근에 있는 재래 시장도 잠시 둘러 보았다. 왁자지껄 사람사는 냄새를 풍기는 것이 우리 재래 시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장외 시장 근처에 식당들이 모여 있는 먹자골목이 있는데, 이른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다이와(大和)란 스시집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인파들이었다. 주위가 온통 스시집인데 이 집만 유별난 명성을 얻고 있는 모양이었다. 점심 식사 시간에는 한두 시간 기다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란다. 한 집은 길게 늘어선 인파들로 즐거운 비명이고, 다른 집들은 그 줄만 쳐다보며 속을 태워야 하니 이웃사촌끼리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공항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바로 긴자(金座). 동경을 대표하는 번화가다. 만화를 그리는데 필요한 도구를 구하러 다닌다고 다들 분주했다. 나는 그런 물품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어느 백화점에서 열린 범선 모형 전시회를 둘러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배 만드는 회사에 오래 근무했던 적이 있기에 이런 범선을 보면 절로 가슴이 뛴다. 뱃사람도 아니고 우리가 만들던 배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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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니카 2013.02.04 1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싱싱한 참치회가 머릿속을 빙빙 도네요. 냉장한 것과 냉동한 것의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클 줄이야..

  2. 보리올 2013.02.04 22: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은 엄청난 참치 소비국입니다. 아오모리 북쪽 끝단에 오마라는 어촌 마을이 있는데 여기가 일본 참치잡이의 본산쯤 되는 곳이지요. 여기서 참치를 잡으면 바로 해체 작업을 해서 얼음에 담궈 이곳 동경 츠키지 어시장으로 보내지요. 여기 노바 스코샤에서 잡은 블루핀 참치도 냉장 상태로 공수되어 동경으로 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냉장 참치 엄청 비싸 함부로 먹기 부담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