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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2.10.12 또 다른 지리산 (4)
  3. 2012.10.11 지리산 (6)

 

아들과 지리산을 다시 찾았다. 부자가 단 둘이서 백두대간을 종주하겠다고 지리산을 오른 것이 1997년이었으니 20년 만에 다시 둘이서 지리산을 찾은 것이다. 이번에는 둘이 아니라 셋이었다. 녀석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으니 말이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이 청춘 남녀가 이번 산행의 주인공이었고 나는 이들이 앞으로 펼칠 백두대간 종주 출정식에 초대받아 온 손님에 지나지 않았다. 참으로 기분 좋은 초대 아닌가. 산행은 중산리에서 시작했다. 칼바위와 망바위를 지날 때까진 그리 힘들지 않았다. 내가 앞으로 나서 산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웠다. 앞으로 이 커플이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열심히 줍자고 서로 합의를 했다는 소리에 나름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취지가 고마워 나도 열심히 쓰레기를 주워 아들이 멘 봉투에 집어 넣었다. 산에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 내심 흐뭇하기도 했다. 이 둘이 무사히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도록 지리산 산신령께 기도를 드리면서 기쁜 마음으로 지리산을 올랐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간식을 하고 법계사를 잠시 둘러 보았다. 법계사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2km 구간은 경사가 꽤나 가팔라 늘 힘이 들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늘이 그리 맑진 않았지만 간간이 뒤돌아볼 수 있는 경치가 있어 그래도 위안이 되었다. 천왕샘에서 목을 축였다. 천왕봉까지 가파른 구간은 계단으로 이어졌다.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걸어 천왕봉에 올랐다. ‘지리산 천왕봉 1915M’라 적힌 표지석은 의연하게 세월을 이겨내고 있었다. 반야봉을 거쳐 노고단, 만복대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릉이 한 눈에 들어왔다. 김밥과 사발면으로 점심을 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장터목 대피소는 하루 묵을 손님들로 붐볐고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산불 방지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내려왔다. 계곡에 물이 많아 소리가 우렁찼고 크지 않은 폭포도 많이 만났다. 무려 10시간 가까이 걸어 중산리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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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5.05 1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격스럽습니다. 어렸을때 뿌린 씨앗이 이렇게 자라나네요 ~ 고맙습니다 아버지.

    • 보리올 2016.05.05 17: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기로 치면야 오히려 내가 고맙단 인사를 해야겠지. 참으로 감격적인 순간이었는데 그런 표현을 제대로 하지를 못 했구나.

 

2009 12 20. 이 무슨 산복(山福)이란 말인가. 지리산을 다녀온지 1주일 만에 다시 지리산을 찾게 되었다. 이번에는 청주에서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중학교 친구와 말이다. 이 친구는 청주 산꾼들과 어울려 한 달에 한두 번씩 산을 찾는다고 했다. 이 바쁜 친구가 산을 좋아한다는 소리에 깜짝 놀랬다. 나이가 들면서 산을 찾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 사실인 모양이다. 꼭두새벽에 청주를 출발한 관광버스는 중산리까지 내리 달린다.

 

 

 

이번에는 중산리에서 바로 천왕봉을 오른다. 천왕봉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다. 나도 이 코스를 이용해 천왕봉을 오른 적이 많아 코스가 눈에 선하다. 법계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떠나는데 눈이 오기 시작한다. 그것도 눈송이가 큰 함박눈이다. 눈도 눈이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어 체감온도가 무척 낮았다. 본격적인 겨울 산행에 나섰다고나 할까. 눈이 온 덕분에 나무에 설화가 활짝 핀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지리산을 다시 찾은 것이 불과 1주일 차이인데도 산의 모습은 완연히 달랐다. 그 사이 눈이 많이 온 탓이다. 주변 산자락 풍경은 모두 구름에 가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치가 있었다. 지리산은 날이 맑으면 맑은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제 몫을 한다. 지난 주에는 맑은 지리산을 만끽했다면 오늘은 눈 내리는 지리산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천왕봉 정상은 바람이 세차 더 추웠다.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빨리 장터목으로 내려가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을 녹여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하산은 장터목을 경유해 다시 중산리로 내려서는 코스를 택했다. 눈 쌓인 내리막 길을 아이젠없이 내려오다가 몇 번 미끄럼을 탔다. 중산리에 도착해 다른 산꾼들처럼 파전에 막걸리 한 잔씩 걸치며 뒤풀이를 치렀다. 추위에 떨다가 막걸리 한 잔 뱃속에 들어가니 금방 얼떨떨 취기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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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인이 2012.10.14 18: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눈보라 속에서도 정상을 정복하시는 멋있는 우리 아빠 ♥

    • 보리올 2012.10.15 06: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산 다니는 사람에게 눈보라가 대수겠냐. 산사람은 정상 정복이란 말을 잘 안 쓴단다. 미약한 인간이 어찌 자연을 정복하겠니. 그나저나 너도 바쁠텐데 아빠 블로그에도 와야 되니 안 됐다.

  2. 이종인 2012.10.24 16: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인이가 저 말을 하니 갑자기 해인이와 눈보라 치던 관악산을 올라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어린 나이에 주위 어른들이 용하다고 했는데 해인이가 기억할까요?
    그때 사진도 아버지께서 간직하고 있으시겠죠?

    • 보리올 2012.10.25 1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 해인이도 기억하겠지. 춥기도 했고 눈이 내려 미끄럽기도 했고, 그래도 해인이가 그 땐 잘 걸었지. 칭찬도 많이 받고. 필름으로 찍었기 때문에 집 어디엔가 사진이 있을 게다.

 

 

고국에 들어가 있던 어느 날, 고등학교 동기인 한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학 산악부 출신인 이 친구는 대전에서 자기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요일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산에 가겠다고 작심하곤 열심히 산을 찾고 있었다. 몇몇 가까운 친구들과 지리산을 가려고 하는데 나도 참여하란다. 전에 어느 선배가 이야기하길, 함께 가자고 불러주는 친구가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란다. 두 말 않고 따라가겠다 했다. 등산용품을 대충 챙겨 배낭을 꾸렸다.

 

 

 

 

20091213. 친구 3명과 지인 1명이 끼어 모두 다섯이 지리산을 다녀왔다. 백무동에서 산행을 시작해 다시 백무동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12월이라 하지만 날씨도 온화하고 하늘도 맑아 산행에는 더 없이 좋았다. 낙엽이 떨어져 푹신한 산길도 걷기 좋았고 오랜만에 산죽길을 지나는 것도 운치가 있었다. 하동바위를 경유해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해 지리산 주능선에 닿았다.

 

 

 

겹겹이 펼쳐진 산자락들이 우리 눈 아래 펼쳐진다. 이렇게 부드럽게 겹쳐 흐르는 산자락은 우리 나라에서나 접할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 아닐까 싶다. 험봉이 많은 캐나다에서는 보기 힘들다. 대피소 마당에 있는 빨간 우체통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편지를 넣으면 우체부가 수거해가는지, 편지는 정말 전달이 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산 아래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대피소 벤치에서 김밥과 사발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만한 경치를 가진 식당이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누군가 배낭에 숨겨온 막걸리를 꺼내 들어 더더욱 흥을 돋군다.

 

 

장터목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리산을 찾은 것이 수십 번은 되지만 이렇게 맑은 날 멋진 풍경을 보여준 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고산 특유의 날씨답게 늘 비나 눈에 젖어 추웠던 기억이 많은 곳이다. 행복한 마음은 발걸음도 가볍게 한다. 그리 힘든지도 모른 채 드디어 천왕봉 정상에 올랐다. 여기에 서면 늘 가슴이 설렌다. 천군만마를 거느리고 서있는 대장군의 기분이 과연 이런 것일까.

 

 

 

 

 

 

 

이 천왕봉 정상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이 춥고 외진 곳에서 홀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안스러운 마음이 드는 반면, 이곳까지도 시위 현장으로 쓰는 것에 대해 묘한 거부감이 들었다. 가슴에 붙인 대자보에는 지리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한다고 적혀 있었다. 나도 지리산에 케이블카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여기보다는 지리산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기관의 정문에서 시위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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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종인 2012.10.16 15: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오래간만에 지리산을 아버지 사진을 통해 보니 감회가 너무 새로워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말인가? 6학년 초인가? 그때 백두대간 종주의
    첫 출발 구간을 위해 찾아왔던 것이 벌써 가물가물해졌어요. 그때도 첫날에 날씨가 안 좋았었던걸로 기억이 나요. 그래서 그때 당시에는 멋도 모르고 그냥 월드컵 경기보고 산을 오르지 않고 다시 집에 갔었으면 하는 바램도 조금(?)있었던 것 같아요. 백두대간 종주 했었을때 제 구간 일지와 사진을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 보리올 2012.10.16 2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자가 단둘이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한 때는 네가 초등학교 6학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네 친구 생일파티 등 가기 싫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우린 결국 해내지 않았냐. 네가 나에겐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추억을 선물한 셈이지. 나도 그 시절이 무척이나 그립구나.

  2. 설록차 2013.09.06 17: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즐겨찾기에서 처음 뜨는 화면이 이 지리산편입니다...거의 매일 보는 셈인데요~ 겹쳐져 있는 모습은 묵화를 보는듯하구요...우리 산이 아늑하고 포근하게 보입니다...^^

  3. 보리올 2013.09.10 1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리산은 정말 명산 중 명산입니다. 한국인에겐 늘 그리움을 안겨주는 산이라 할까요. 멀리 있어도 지리산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4. 설록차 2014.01.18 05: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리산에 가보지 않았으니 뭐 애절한 사연이 있겠어요...ㅎㅎ
    5번 9번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요...산세가 압도적이고 웅장해서 짓누르는 느낌도 없고 (윗 댓글에 쓴것처럼)아늑하고 포근하잖아요... 보면 볼수록 더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5. 보리올 2014.01.18 05: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접 산에 올라 산자락을 지켜보는 것이나 그 장면을 사진으로 감상하는 것 둘 다 같은 풍경을 보긴 하겠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감동의 크기는 다르다 봅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연습하셔서 다음 고국에 들어갈 때는 지리산 천왕봉 한번 도전해 보시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