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 해'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7.27 [멕시코] 여인의 섬, 이슬라 무헤레스(Isla Mujeres) (3)
  2. 2013.07.24 [멕시코] 칸쿤(Cancun)

 

아침 6시에 일어나 해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동녘 하늘엔 커다란 뭉게구름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늘 일출도 범상치 않을 듯 했다. 해변으로 떠내려온 해초를 걷어내는 인부들 손길이 바쁘다. 오늘 일정은 이슬라 무헤레스를 다녀오는 것이 전부. 이슬라 무헤레스는 칸쿤 앞바다에 떠있는 조그만 섬이다. 후아레스 항(Puerto Juarez)과 호텔 존에 있는 몇 군데 선착장에서 이 섬으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호텔 존에 있는 선착장 플라야 토르투가스(Playa Tortugas)로 갔다. 새로운 하루를 열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해변에 탁자, 의자를 나르고 배에도 생수와 음료를 싣는다. 배를 닦고 물을 뿌리는 사람들도 만났다. 호객꾼이 길거리로 나와 칸쿤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투어를 소개한다. 바삐 사는 것은 좋지만 아침부터 너무 소란스런 분위기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내가 왜 이렇게 시끄러운 곳으로 여행을 왔단 말인가. 산속 텐트 안에서 따끈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조용히 아침을 맞을 걸 하는 후회도 좀 들었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였지만 아침부터 강렬한 직사광이 장난이 아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고 몸이 끈적끈적하니 기분도 좀 눅눅한 것 같았다. 울트라마르(Ultramar) 페리 보트에 올랐다. 9시에 출항한 페리는 20분을 달려 이슬라 무헤레스에 닿았다. 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페리 선상에서 내려다 본 바다 빛깔은 실로 환상적이었다. 머리 속에 각인된 카리브 해의 바다색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를 비취색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에메랄드? 평생에 한 번은 꼭 보자고 마음 먹었던 이 옥빛 바다가 눈에 들어오자, 텐트에서의 커피 한 잔도 점차 잊혀졌다.

 

 

 

 

  

먼저 다운타운과 노스 비치를 걸으며 구경을 했다. 형형색색의 조그만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 마을은 걸어 다녀도 충분했다. 하지만 섬 남쪽에 있다는 푼타 수르(Punta Sur)까지 가려면 뭔가 교통수단이 필요했다. 페리에서는 울트라마르 로고를 단 사람들이 골프 카트 예약을 받았었다. 섬의 길이가 자그마치 10마일이나 된다고 겁을 주며 하루 45불에 골프 카트 렌탈을 권했다. 하지만 섬에 내려 수많은 골프 카트 렌탈 하우스르 지나쳤고 그들 대부분은 하루 30불을 달라 했다.

 

 

 

 

 

 

난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다. 스쿠터를 빌릴까 잠시 고민하다가 내 튼튼한 두 다리를 믿기로 했다. 하루 100페소를 주고 자전거를 건네 받았다. 좀 투박한 자전거긴 했지만 옛날 어릴 적 생각을 하면서 오랜만에 페달을 밟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힘들게 고개를 오르는 나를 보고 골프 카트나 스쿠터를 몰고 가던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나도 살짝 웃으며 소리쳤다. 당신들보다 두 다리가 튼튼하니까 이렇게 자전거를 타는 것이라고. 물론 속으로 말이다. 그들이 부럽진 않았지만 땀은 무척 흘렸다.

 

섬의 남쪽 끝단인 푼타 수르에 도착했다.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매점에서 시원한 음료부터 꺼내 들었다. 이첼(Ixchel) 여신상 앞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 찍는다 난리다. 이 이첼이란 달의 여신 때문에 여인의 섬이란 이름이 얻은 모양이었다. 바닷가 바위에서 바람을 쐬며 한가롭게 쉬고 있는 이구아나도 보았고, 그 옆에 세워진 이구아나 동상도 구경했다. 마야 유적과 조각품을 전시한 공원도 있었지만 따로 입장료를 받아 들어가진 않았다. 식당 정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 바다 건너 칸쿤 호텔 존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겼다. 여기서 바라보는 바다 색깔도 일품이었다

 

 

 

 

     

서쪽 해안을 따라 삭 바호(Sac Bajo)에도 들어가 보았다. 먼지 폴폴 날리며 도로 끝까지 가보았지만 호텔과 리조트만 있었고 도로 공사중이라 여기저기 파헤쳐 놓은 곳이 많았다. 자전거를 돌려 바로 나왔다. 거북이 박물관도 잠시 들렀다. 바다 사진을 먼저 찍고 뒤로 돌아왔더니 입장료 받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입장을 했다. 멕시코에 서식하는 거북 여섯 종을 수족관에서 키우고 있었다. 스쿠터나 골프 카트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중엔 수영복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운타운으로 돌아와 이번엔 자전거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화려한 색깔을 칠한 집들, 호객꾼이 사람을 끄는 상가도 지났다. 조그만 마을이었지만 그래도 활력이 넘쳐 흐른다. 아담한 크기의 공동묘지도 들어가 보았다. 마치 사람이 사는 것처럼 사자를 위해 조그만 집도 지어 놓았다. 공동묘지란 스산한 느낌은 별로 없었다. 이제 섬을 떠날 시간이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페리 터미널로 갔다. 칸쿤으로 돌아오는 페리 위에서 일몰을 맞았다. 뱃전에 기대 저녁 노을을 감상하느라 자리에 앉지도 않았다. 저녁을 먹으러 칸쿤 센트로로 향했다. 마침 성탄절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어 엄청난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 가스에 코를 막아야 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보리올 2013.07.28 15: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이나 사진의 어떤 내용이 Antiques Roadshow와 관련이 있었을까 꽤나 궁금하네요. 혹시 거북이 박물관의 거북이 등껍질이었나요?

  2. 설록차 2013.07.28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Antiques Road-show' 에 18~9세기에 쓰던 Tea Caddy가 자주 나오는데요... 윗 장식은 거북이 등껍질로, 테두리는 은으로 마무리된 근사한 상자인데 거북이 무늬가 그렇게 다양한지 처음 알았어요...영국 식민지인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금,은이 얼마나 영국으로 많이 갔으면 생활용품 곳곳에 은을 사용했는지~ 이 프로그램 매주 보는데 역사공부도 됩니다...미국 프로그램도 방송해 주는데 역사가 짧다보니 100년 넘은게 별로 없더군요...우리는 전쟁과 소중함을 몰라서 보존하지 않았기에 남은게 더 없을것 같습니다... 귀신이야기를 안믿으면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더 무섭습니다ㅠㅠㅠ

  3. 설록차 2013.07.28 17: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족관 사진에 있는 두 마리 거북이요...각각 무늬와 색깔이 다르잖아요...시커먼 거북이만 있는줄 알았거든요... 노란 등껍질 거북이보고 생각이 났는데 쓰고보니 보리올님 글과 좀 동떨어진 댓글이네요...앞으로는 본문에 집중하겠습니다...****

 

어쩌다 멕시코(Mexico)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리 젊지 않은 나이에 배낭 여행을 떠나는 용감한 젊은이들을 흉내내면서 말이다. 휴가를 내년으로 이월하지 말고 가능하면 올해 모두 쓰라는 회사 방침에 나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일. 집사람과 아이들이 있는 밴쿠버를 다녀올까도 생각했지만 연말 성수기 항공료가 장난이 아니었다. 모처럼 찾아온 나홀로 여행 기회를 버리기도 좀 아까웠고. 이번엔 따뜻한 중미 지역을 가고 싶었다. 과테말라 화산 트레킹을 갈까 고민하다가 멕시코로 급선회를 했다. 항공료가 싼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근데 일단 멕시코를 염두에 두니 칸쿤의 그 환상적인 바다 색깔과 치첸이샤 마야 유적,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자화상이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거기에 과나후아토(Guanajuato)의 풍경 사진 한 장도 나를 끈질기게 유혹했다.

 

멕시코를 간다고 맘 먹기 전에는 멕시코가 이렇게 큰 줄을 몰랐다. 북미 대륙 남쪽에 붙어있는 조그만 땅덩이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남한의 20배가 넘고 인구도 1억 명이 훨씬 넘는다니 멕시코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현지에선 멕시코를 메히꼬로 발음한다는 것도 이 때 알았다. 일단 캐나다에서 칸쿤으로 들어가서 멕시코 시티까진 장거리 버스를 이용하고 멕시코 시티에서 캐나다로 돌아올 작정이었다. 한데 칸쿤에서 멕시코 시티까지 가는 버스가 26시간이나 걸리고, 버스비도 항공료보다 비싸다는 이야기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26시간 버스 여행이란 초유의 도전에 잠시 마음이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1주일짜리 여행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결론을 내렸다.

           

여행 방식은 일단 젊은 사람들 배낭 여행을 흉내내 보기로 했다. 항공료와 장거리 버스비를 제외하곤 하루 50불 정도로 예산을 잡아 숙박비와 식비를 해결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처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허름한 호텔 지분 일부를 가지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칸쿤 쉼터에 예약을 했더니 조식 포함해서 하루 50불을 받는다. 명색이 호텔 존에 있는 숙소인데 그렇게 비싸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내가 잡은 예산에는 초과 지출이다. 거기에 치첸이샤 투어 신청비로 55, 무헤레스 섬 페리비로 17불을 내는 등 돈 달라는 곳이 많았다. 

 

2012 12 8, 필라델피아에서 칸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꽤 큰 비행기가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꽉 차 연말 휴가철을 실감할 수 있었다. 칸쿤이 가까워지자 짙푸른 하늘과 청록색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색깔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칸쿤 공항은 엄청 혼잡했다. 여행사, 호텔 직원들이 손님맞이에 바쁘다. 후덥지근한 날씨와 강렬한 햇빛이 사람을 움츠러들게 했다. 공항에서 칸쿤 센트로까진 아데오(ADO) 버스를 탔다. 편도에 52페소. 센트로와 호텔 존은 시내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한 번 승차에 8.50페소를 낸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해가 내려앉을 때까지 좀 쉬었다. 테라스로 나가는 문을 여니 파란 바다가 코앞에 펼쳐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휴양지 칸쿤이구나!

 

 

 

 

 

 

 

 

칸쿤은 카리브 해에 접해 있는 유카탄 반도 끝단에 자리잡고 있다. 1970년대 이전에는 조그만 어촌 마을이었다. 정부에서 앞장 서 휴양지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오늘날에는 환상적인 바다색과 하얀 모래사장, 강렬한 햇볕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휴양지로 변모했다. 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나도 익히 이름을 알고 있던 곳이다. 내가 살아 생전에 이런 휴양지를 찾을 것이라 생각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하루 종일 해변에 뒹굴며 시간을 죽이는 것이 체질상 그리 맞지 않고 올 인크루시브(All Inclusive)’라 해서 하루 종일 호텔에서 음식으로 배 불리고 술만 홀짝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3일을 칸쿤에서 묵기로 했다. 하루는 치첸이샤 투어로, 또 하루는 무헤레스 섬에 들어가 눈요기를 할 생각이다. 남는 시간에는 해변을 걷기도 하고, 호텔 존이나 센트로에 나가 시간을 소일해야지. 호텔에서 제공하는 부페식 아침 식사를 마치면 점심과 저녁은 길거리 음식으로 해결을 했다. 타코(Taco)나 케사디야(Quesadilla)로 간단히 배를 채우는 것이 진짜 여행다워 내심 즐거웠다. 더구나 멕시코 음식은 맛도 좋아 꺼릴 것이 없었다. 한 가지 복병은 땀과 햇볕이었는데 참을 수밖에 없었다. 영하의 추위에서 벗어나 졸지에 영상 30도 가까운 칸쿤에 왔더니 후덥지근하고 끈적끈적한 날씨에 녹아나긴 했다.

  

칸쿤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23km에 이르는 L자형 모래톱을 따라 일열로 고급호텔을 지어놓은 곳이 우리가 아는 호텔 존(Hotel Zone). 하루 종일 호텔과 해변을 드나들며 먹고 마시고 해도 좋은 곳이다. 저녁에 심심하면 전설적인 나이트 클럽, 코코봉고(Coco Bongo)를 가는 것도 좋다. 바닷가에서 좀 벗어난 곳에 칸쿤 센트로가 있다. 여기에도 숙소가 있지만 호텔 존에 비하면 시설도 떨어지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현지인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사람사는 마을 같았다. 내 개인적으론 호텔 존을 거니는 것보다 센트로 지역에서 사람사는 모습을 훔쳐보는 것이 더 좋았다.

 

 

 

  

해가 저물자, 해변을 따라 코코봉고까지 걸었다. 전 구간이 해변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대략 6km는 걸은 것 같았다. 캡틴 훅(Captain Hook)이란 해적선에서 해적들이 내려와 칼싸움을 하고 난쟁이 해적이 우스운 몸짓으로 배에 오르길 기다리는 손님들의 지루함을 풀어준다. 코코봉고 주변은 화려한 네온사인을 자랑하는 레스토랑과 술집이 많았다. 특히 코코봉고와 하드락이 단연 돋보였다. 코코봉고의 입장료는 87. 10시에 시작한다는 쇼는 꽤나 유명하다고 하는데, 혼자 들어가기 뭐해서 들어가진 않았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