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지인 한 분이 얼마 전에 캠퍼밴을 구입하곤 내가 캐나다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첫 시승이란 의미도 있었지만 어찌 보면 나에게 새 차를 자랑하고 운전도 맡길 요량으로 보였다. 새로 구입한 캠퍼밴 체험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시차 적응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밴쿠버 아일랜드(Vancouver Island)로 가는 BC 페리에 올랐다. 코목스(Comox)까지 올라가 차를 인수했다. 차량은 다임러 벤츠에서 만든 차체를 사스캐처원에 있는 플레저웨이(Pleasure-Way)란 업체에서 모터홈(Motorhome)으로 개조한 것이었다. 일반 승용차에 비해 차체가 높고 묵중해서 처음에는 운전에 좀 애를 먹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포트 하디(Port Hardy)까지 올라가자고  마음을 먹고 출발했으나 졸음이 몰려와 캠벨 리버(Campbell River)에서 차를 세우고 하룻밤 묵을 캠핑장을 찾았다. 엘크 폴스(Elk Falls) 주립공원에 있는 캠프사이트는 널찍했고 옆자리와는 상당한 간격을 두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레인저의 친절도 한 몫했다. 저녁을 지어 먹고 퀸삼 네이처 트레일(Quinsam Nature Trail)을 걷고는 캠프파이어 불을 지피다가 비가 쏟아져 차로 철수했다.

 

캠벨 리버에 있는 팀 홀튼스에서 모닝 커피 한 잔 하곤 차를 몰아 포트 하디로 향했다. 인포 센터에 들러 시내 지도부터 받았다. 포트 하디는 밴쿠버 아일랜드의 북동쪽 끝단에 위치한 인구 4,000명의 작은 도시다. 프린스 루퍼트(Prince Rupert)로 가는 페리가 여기서 출발해 교통의 요충지로 불린다. 이곳에선 매년 축제가 열리는데, 오늘날 포트 하디를 있게 한 주요 자원 세 가지, 즉 어업(Fishing)과 목재(Logging), 광물(Mine)에서 첫 마디를 따 피로미 데이즈(Filomi Days)라 부른다. 캐럿 공원(Carrot Park)에 세워진 표지판에도 그 세 가지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공원 이름에 걸맞게 나무를 깎아 만든 당근이 세워져 있었고, 그 옆엔 전몰장병 위령비가 있었다. 바닷가를 거닐며 맑은 공기 맘껏 들이키곤 현지인이 피시앤칩스(Fish & Chips)를 잘 한다고 추천한 식당을 찾아갔다. 캡틴 하디스( Captain Hardy’s)란 식당이었는데, 싱싱한 생선을 튀긴 바삭바삭함을 기대했건만 내 입맛에는 그리 맞지 않았다. 제대로 요리한 피시앤칩스를 찾기가 이리도 힘이 든다.




 캠벨 리버에서 멀지 않은 엘크 폴스 주립공원의 퀸삼 캠핑장에 들었다. 조용하고 공간이 널찍해 쾌적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퀸삼 캠핑장에서 출발해 퀸삼 강을 따라 걷는 퀸삼 네이처 트레일







캐럿 공원 인근을 돌며 포트 하디가 자랑하는 명소를 둘러 보았다.




피시앤칩스를 먹기 위해 찾아간 캡틴 하디스 식당은 사람들로 꽤 붐볐으나 음식은 좀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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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코나 주립공원은 캠벨 리버에서 골드 리버로 가는 28번 하이웨이를 따라 서쪽으로 25km 정도 달리면 만난다. 우리 남한의 1/3 크기에 버금가는 밴쿠버 아일랜드의 중앙부에 위치해 있다. 1911년에 주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에선 첫 주립공원이란 영광을 안았다.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주립공원으로도 통한다. 해발 2,000m가 넘는 험봉과 그 안에 자리잡은 호수들, 울창한 수림이 어우러져 뛰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그 동안 산과 호수, 숲이 어우러진 경치를 많이 보아온 탓에 이 스트라스코나 주립공원의 풍경이 대단한 절경이라고 말하긴 좀 그렇지만, 그래도 이렇게 뛰어난 자연 환경을 자랑하면서도 한적한 곳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도 호젓함을 찾아 여기까지 왔고 공원 안에서 캠핑을 하며 몇 군데 산행을 하기로 했다.

 

스트라스코나 주립공원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면 아무래도 버틀 호수(Buttle Lake)와 포비든 고원(Forbidden Plateau)이라 할 것이다. 이 두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가 놓였고 편의시설이 있어 사람들 발길이 미칠 뿐이지, 다른 지역은 아직도 개발의 손길이 그다지 미치지 않았다. 그 길이가 무려 23km에 이르는 버틀 호수는 낚시나 수상 스포츠를 즐기기에 좋고, 포비든 고원 지역엔 스키장이 들어서 있어 스키 인파가 많이 찾는다. 두 곳 모두 고산을 품고 있어 산을 좋아하는 하이커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다. 공원 안에 자동차로 진입할 수 있는 캠핑장이 두 군데 있는데, 우리는 버틀 호수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우선 공간이 넓어 마음에 들었고 호수가 가까워 좋았다. 최근에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탓에 캠핑장에서 캠프 파이어는 일체 금하고 있었다.

 

버틀 호수 가장 남단에 있는 산행 기점으로 가기 위해 호숫가를 따라 차를 타고 달렸다. 중간 중간에 경치가 좋은 곳이 나오면 차를 세우고 풍경을 감상하는 여유를 부렸다. 하늘 높이 솟은 봉우리와 푸른 호수, 울창한 나무가 어우러져 깊은 산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었다. 호숫가에는 베어 낸 통나무의 아래쪽 굵은 부분만 남아 있는 현장이 몇 군데 눈에 띄었다. 호숫가에 웬 벌목 현장인가 싶었다. 해질녘 어스름한 분위기에 그 밑동부리가 만드는 풍경도 나름 괜찮았다. 조금은 단조로운 호수 풍경에 밑동부리가 일종의 변화를 주었다고나 할까. 캠핑장에서 버틀 호수로 연결되는 짧은 트레일을 10여분 걷는 것도 너무 좋았다. 스트라스코나 주립공원의 또 다른 축인 포비든 고원 지역은 스키장 시설이 가까워 산행지 외에는 별다른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버틀 호수를 따라 난 도로를 달리며 잠시 차를 세우고 길가에서 찍은 버틀 호수의 풍경.

 

 

 

버틀 호수의 남쪽 끝에서 벌목 현장을 만났다.

 

 

캠핑장에서 버틀 호수로 연결되는 비치 트레일(Beach Trail)을 걸어 호수로 나갔다.

 

 

 

 

 

 

 

 

버틀 호수의 북단에서 남쪽을 바라본 풍경. 고즈넉한 분위기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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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리버에서 28번 하이웨이를 타고 서쪽 끝까지 가면 골드 리버에 닿는다. 골드 리버는 태평양에 속하는 무차라트 인렛(Muchalat Inlet)이 내륙 깊숙이 들어온 지점에 위치해 있어 바닷가 마을에 속한다. 인구는 2,000명도 되지 않는 조그만 마을이다. 1967년에 벌목을 위한 거점도시로 세워져 한때는 경제적인 번영을 누렸지만, 1998년인가 제재소가 문을 닫으면서 많은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야 했다. 지금은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바다에 면한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하여 관광업과 스포츠 낚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시청이 있는 마을 중심지에 들어섰지만 나무를 깎아 만든 신발과 토템 폴 두 개 외에는 달리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토템 폴은 뭔지 알지만 저 목각 신발은 도대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내심 궁금했지만 딱히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골드 리버는 눗카 트레일(Nootka Trail)의 관문도시로 유명하다. 이 트레일은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est Coast Trail; WCT)과 비슷한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 거리는 좀 짧은 편이다. WCT는 예약이 아니면 들어가기가 어렵고 이용자가 많은 반면, 눗카 트레일은 예약이 필요없고 이용자가 적어 호젓함을 누릴 수 있다. 2004년에 한국 청소년 오지탐사대가 이 눗카 트레일을 찾았던 적이 있어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던 곳이기도 했다. 눗카 트레일로 들어가려면 골드 리버에서 수상비행기를 타거나 제2차 세계대전 때 소해정으로 활동했던 퇴역 군함을 개조한 우척 3(M.V. Uchuck III)을 타고 프렌들리 코브(Friendly Cove)로 가면 된다. 이 프렌들리 코브는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들이 1778년 유럽인으로는 이곳에 처음 도착한 쿡 선장(Captain Cook)를 만난 역사적인 현장이기도 하다.

 

차를 타고 몇 킬로미터를 더 달려 바닷가로 나갔다. 바다라고 하지만 이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커다란 호수를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태평양이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와 파도도 크게 일지 않았다. 물가에 정박해 있는 에어 눗카(Air Nootka)의 수상비행기 한 대와 우척 3호를 둘러보고는 골드 리버를 유명하게 만든 동굴 지대를 찾아 나섰다. 골드 리버에서 비포장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16km를 더 가면 우파나 동굴 지대(Upana Caves)가 나온다. 수 백만 년에 걸쳐 석회암이 물에 용해되어 생긴 카르스트 지형의 동굴이라 했다. 이 주변에 무려 50여 개가 넘는 동굴이 포진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숲으로 난 트레일을 따라 네 개의 동굴만 들어가 보았다. 랜턴을 준비했더라면 더 깊이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해 빛이 닿는 곳까지만 구경하고 나왔다.

 

 

 

한때는 벌목으로 유명하다 했지만 골드 리버는 조그만 마을에 불과했다.

 

 

 

 

 

 

골드 리버 바닷가에는 눗카 아일랜드로 들어가는 수상비행기와 배가 정박해 있었다.

 

 

 

 

 

 

 

 

 

 

우파나 동굴 지대에 있는 카르스트 지형의 동굴 몇 군데를 둘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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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목스에서 19A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을 했다. 밴쿠버 아일랜드의 북동쪽 해안에 위치한 캠벨 리버를 지나게 되었다. 인구가 3만명이나 된다고 하더니 도시의 규모가 상당히 컸다. 이 도시는 연어 낚시로 유명한 곳이다. 스스로를 세계 연어 수도(Salmon Capital of the World)’라 부를 정도다. 자이언트 치눅(Giant Chinook)을 비롯해 다섯 종의 연어가 산란을 위해 고향으로 회귀를 하면서 캠벨 리버에 면해 있는 바다, 즉 디스커버리 패시지(Discovery Passage)를 지나기 때문이다. 이 목이 좁은 바다만 잘 지키면 연어를 낚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였다. 연어 낚시를 위해 디스커버리 피어(Discovery Pier)200m 길이의 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그 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그 날의 운수를 시험하기만 하면 되었다.

 

바다를 따라 올라가면서 가장 먼저 우리 눈에 띈 것은 바다 건너 선샤인 코스트(Sunshine Coast)의 산악 지형이었다. 바다에서 곧바로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멋진 스카이라인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선샤인 코스트에서 바로 올려다보는 것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여기서 보는 것이 더 장관이었다. 캠벨 리버 초입의 바닷가에선 나무 조각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의 전시회인가 보다 하고 차를 세웠더니 지난 6월에 열렸던 체인톱 조각전에 참여했던 작품들이라고 한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우거진 덕분에 일찍부터 벌목이 발달했던 나라인지라 이런 시합도 열리는 모양이었다. 어미곰과 새끼곰 세 마리를 조각한 작품은 체인톱으로 이렇게 정교하게 나무를 깎아낼 수 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였다.

 

디스커버리 피어에 들러 바다 위에 놓은 다리를 걸었다. 낚시꾼들이 몇 명 눈에 띄었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낚시를 하고 있기에 고기를 좀 낚았냐고 물었더니 아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샌드위치와 피시 앤 칩스(Fish & Chips)를 파는 가게가 있어 가격표를 훝어 보았다. 꽤나 비싸단 느낌이었다. 그래서 한 주민에게 피시 앤 칩스를 잘 하는 식당이 있냐고 물었더니 바로 딕스(Dick’s)로 가라는 것이 아닌가. 페리 터미널 옆에 있는 수상가옥에 식당이 있었다. 유명세를 반영하듯 사람들이 꽤 많았다. 대구(Cod)로 만든 피시 앤 칩스를 시켰더니 세 조각에 15불을 받는다. 테이블에 둥그런 구멍이 네 개나 뚫려 있어 그 용처가 궁금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온 후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종이를 고깔 모양으로 만들어 그 안에다 생선 튀김과 감자 튀김을 담아주었는데, 그 종이 고깔을 구멍에 넣으니 딱 맞았다. 재미있는 착상에 웃음이 절로 나왔지만 음식 맛은 좀 그랬다.

 

 

 

캠벨 리버의 바닷가 풍경. 바다 건너 선샤인 코스트가 펼쳐졌다.

 

 

 

캠벨 리버의 쇼어라인 예술협회(Shoreline Arts Society)에서 주관한 체인톱 조각 전시회.

지난 6월에 치뤄진 시합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모아 놓았다.

 

 

 

 

 

 

 

디스커버리 피어엔 연어 낚시를 위해 약 200m 길이의 다리를 바다 위에 설치해 놓았다.

 

 

 

 

 

 

 피시 앤 칩스로 유명한 딕스 식당을 현지인 추천으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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