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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03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 5 (2)
  2. 2013.06.26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 1 (2)

 

아침부터 묘한 설전이 일어났다. 아니, 설전이라고 하기 보다는 기싸움이란 표현이 맞겠다. 음식을 앞에 놓고 허 대장이 먹은만큼 간다니 많이 먹어둬라는 격려성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박 대장이 즉석에서 받아쳤다. “난 많이 먹고 힘 못 쓰는 놈이 가장 싫더라며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거 많이 먹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눈치껏 조금 먹어야 하는 건지 좀 헛깔리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난 많이 먹으란 쪽에 내 한 표를 던지고 싶었다.

 

팡보체(Phangboche) 가는 길은 처음엔 계곡을 따라 내리막길을 걷는다. 이 코스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나무 숲이 나타났다. 에베레스트만 다섯 번이나 등정했다는 전설적인 세르파 순다레가 자살했다는 소문이 있는 다리를 건넜다. 그는 왜 갑자기 찾아온 돈과 명예를 버리고 훌쩍 세상을 떴을까? 그의 죽음엔 몇 가지 소문이 떠돈다. 마누라 등쌀에 못이겨 진짜로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다리에서 실족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다리를 건너며 지금은 떠나고 없는 사람의 이름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  

 

팡보체에서 일행들이 모두 발을 멈췄다.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새로 코리안 루트를 내려했던 오희준, 이현조 대원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팡보체 길가에 추모탑을 세운것이다. 미리 준비해 놓은 탑에 박 대장이 동판을 끼워 넣어 탑을 완성한 것이다.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두 친구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오랜 세월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게 형이라 불러줬던 친구들인데젯상을 차려 놓고 모두 고인에게 절을 올리며 명복을 빌었다. 인당 형님과 박 대장은 여기서 헬기를 타고 먼저 카트만두로 돌아가기로 했다.

 

쇼마레(Shomare)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처음 히말라야에 온 봉주 형님과 사카이 다니씨 걱정을 많이 했건만 의외로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줄곧 선두권을 유지하는 두 노익장의 투혼에 내심 감탄하고 있던 터. 어디서 저런 괴력이 나오는 것일까 궁금해 살짝 물어 보았다. 봉주 형님은 뒤에 처지면 아예 포기할까봐 이를 악물고 앞에 나서고 있다 하고, 사카이씨는 꾸준히 운동을 한 덕분에 아직은 큰 어려움이 없다 한다.

 

꾸준히 오르막 길을 걸은 후 계곡을 건너니 바로 페리체(Pheriche)가 보인다. 오늘부터 해발 고도 4,000m 이상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공기 밀도가 약해지고 공기 속에 있는 산소량까지 현격하게 줄어든 만큼 몸에서 슬슬 이상 징후들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속이 메슥거려 토할 같고 머리에 두통이 오기 시작하며 온몸에 힘이 빠지면 일단 고소 증세가 것으로 보면 된다. 웬만 하면 참아내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페리체에선 아마다블람의 모습이 가까이 보였다. 지금까지 멀리서 봤던 모습과는 꽤 다른 형상이었다. 에베레스트와 로체는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계곡 건너편으로 타부체(Tabuche, 6367m)와 촐라체(Cholache, 6335m), 로부체(Lobuche, 6119m) 등 세 봉우리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페리체의 해질녘 풍경이 무척 평화롭고 아름다워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야크가 여유롭게 풀을 뜯고 집집마다 밥을 짓는 연기가 굴뚝에서 솟는다.

 

우리가 투숙한 히말라야 호텔은 식당이 엄청 컸다. 지금까진 성선이와 한 방을 쓰다가 오늘부터는 정모와 쓰게 되었다. 저녁 식사 후엔 사진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모아 두 시간 사진 강좌를 열었다. 4,200m의 고소에서 강의를 한답시고 이렇게 말을 많이 하면 고소가 오는 것은 아닐까 살짝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긴긴 밤을 짧게 보낼 수 있다면 내 무엇을 마다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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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27 09: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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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리올 2013.07.27 0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을 달기가 좀 망설여졌습니다. 제가 남들보다 더 많은 곳을 다닌 것도 아니고 글과 사진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이런 칭찬을 들어야 하는가 싶었거든요. 총량적으로 본다면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역량을 가지고 태어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지 그 사람의 기질이나 성향이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요. 전 이상하게 자연에 매료되고 거기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그런 평범한 사람입니다. 설록차님은 제가 가지지 못한 또 다른 장점을 가지고 계실테니 이 세상이 모두 공평하다 봅니다.

 

카트만두 야크 앤 예티(Yak & Yetti) 호텔이 새벽부터 부산스러워졌다. 우리 일행이 루크라(Lukra)로 가는 오전 6 3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4시부터 설쳤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침낭과 막걸리>라는 모임 아래 뭉친 산꾼들. 만화가 허영만 화백을 대장으로 40여 명의 산사람들이 매달 비박을 하며 우의를 다지다가 이렇게 EBC 트레킹까지 나선 것이다. 2002년에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가 모태가 되었다.

 

이번 트레킹에는 우리 나라 산악계를 대표하는 박영석 대장이 참가해서 의미를 더했다. 솔직히 꽤나 신경 쓰이는 거물이긴 하지만 우리의 백두대간 종주에도 자주 얼굴을 내밀어 서로 흉허물이 없는 사이였다. 박 대장은 이번 트레킹에 좀 무거운 마음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지난 5월에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겠다고 도전했다가 산화한 두 명의 후배, 오희준과 이현조를 기리는 추모탑을 세우기 위해 동판을 만들어 우리 EBC 트레킹에 동참한 것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는 네팔에 있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중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랑탕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코스에 속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에베레스트를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는 여정이니 얼마나 가슴이 설렐까. 트레킹은 경비행기를 이용해 루크라에 내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조그만 비행기로 단번에 해발 2,840m 되는 지점에 내리기 때문에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루크라에 도착하니 카트만두완 달리 날씨가 쌀쌀해 옷깃을 여미게 된다.  

 

루크라 공항 옆에 있는 로지에서 밀크티 한 잔씩 하면서 울렁이는 속을 다스렸다. 기념 사진 한 장 찍자고 30명이 넘는 대식구가 줄을 서니 엄청 길다. 현지인들이 몰려 들어 우리 모습을 구경한다. 졸지에 동물원 원숭이가 되었다. 히말라야를 경험했던 선험자들이 고산병에 대해 얼마나 겁을 주었던지 일행들 걷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것이 무슨 대수랴. 여기까지 와서 빨리 서두를 일이 대체 뭐란 말인가.  

 

고산병 걱정 때문에 속도를 늦추었다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일행들이 몇 발짝 걷고는 그 자리에 멈춰서는 끊임없이 수다를 떠느라 속도가 나질 않는다. 20여 분 걷고 20여 분을 떠드니 걷는 시간보다 수다떠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았다. 히말라야를 트레킹한다는 흥분에다 모처럼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게 되니 풀어놓을 이야기 보따리가 얼마나 많았을까. 난 멀리 캐나다에서 이 모임에 참가를 했으니 근황을 묻는 사람도 많았다.

 

길은 대체로 내리막길이라 부담이 없어 좋았다. 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우리 행사를 맡은 네팔 현지 대행사 장정모 사장의 부인이 밤새도록 준비했다고 한다. 30명이 먹을 김밥을 홀로 쌌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 정성이 대단하다. 2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는 팍딩(Phakding, 2610m)을 우리는 5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팍딩 스타 로지에 들었다. 방 배정을 받고 오후 대부분 시간은 휴식을 취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다와 해바라기로 시간을 보냈다. 해가 서산으로 저물자, 이젠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수다를 이어간다. 다들 대단한 정력이다.

 

트레킹 첫날의 저녁 메뉴는 닭도리탕. 잘 먹고 열심히 걸으라는 의미에서 영양식을 준비했으리라. <클린 마칼루 캠페인>에 요리사로 참여했던 펨바를 다시 만났다. 이 친구는 카트만두의 소문난 주먹이라 하는데, 네팔에 있는 한식당 주방에서 한식을 배워 이제는 요리사로 원정대를 따라 다닌다. 식사를 마치곤 각자 방으로 흩어질 줄 알았는데, 젊은 친구들은 달밤에 맥주 한 잔 더 하겠다고 밖으로 나선다. 과감하게 젊은 피를 따라 나서질 못했다. 젊은 축에 속하기엔 내가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난로 주변에서 수다를 떨며 두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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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7.18 08: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살아있을 때 벌써 5$ 지폐에 새겨진 Sir Edmund Hillary...에베레스트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름입니다...뉴질랜드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인물이고 엄청난 사랑을 받았기에 2008년 국장을 치를 때 정말 온 나라가 들썩했지요...20여년 동안 이만큼 화제가 되었던건 *The Lord of the Rings*시사회와 Sir Ed장례식 두번 뿐이었던것 같아요...다큐 채널에서 '세계에서 위험한 공항 10곳'을 보여줬는데 히말라야에 가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어느 비행장이 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내리는 곳이 있었어요...보기에도 아찔하던데 혹시 가보신적이 있나요? EBC는 읽기시작하는 느낌이 다른 편과 좀 다릅니다...^*^

  2. 보리올 2013.07.18 0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힐러리 경이야 뉴질랜드가 배출한 세계적인 산악인이죠. 생전에 지폐에 새겨졌다니 그에 대한 뉴질랜드 사람들의 사랑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라인홀트 메스너와 힐러리 경 모두 제가 존경하는 산악인입니다. 힐러리 경은 1953년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올랐고, 메스너 또한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올랐으며,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14개를 최초로 등정한 사람입니다. 참, 위험한 공항 이야기를 하셨는데 에베레스트 가는 길목에 있는 루크라 공항이 바로 그 중 하나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공항 이름이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오른 텐징과 힐러리의 이름을 따서 텐징-힐러리 공항이라 부릅니다. 2008년에 이어 2010년에도 비행기 추락 사고가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