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시가온'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3.25 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15>
  2. 2013.03.05 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4>
  3. 2013.03.04 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3>

 

산속으로 이동하는 양과 염소들 울음 소리에 잠을 깼다. 푸릇푸릇 돋아나는 풀을 찾아 본격적으로 산에 드는 시기인 모양이다. 하긴 벌써 5월이니 고산지대인 히말라야도 봄이라 부를 수 있겠다. 고소 적응에 대한 걱정이 없으니 다들 발걸음이 가볍다.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잠시 걸음을 멈추면 내 앞을 걷던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내 시야에서 사라지곤 했다. 그만큼 하산에 스피드가 붙었다. 산을 오를 때는 타시가온에서 콩마까지 하루 종일 걸었지만 그 길을 역으로 내려갈 때는 불과 두세 시간 걸었던 것 같다.

  

타시가온에 들어서기 직전, 산에서 내려오는 계류에 머리를 감았다. 이 얼마만에 때빼고 광내는 것인가. 2주 동안 머리를 감지 않았는데도 별다른 불편이 없었다. 이제 머리까지 감았으니 우리 입장에선 문명으로의 귀환이라 할만했다. 머리 감는 행위 하나에 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니 신기하지 아니한가. 타시가온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먹었다. 우리를 반기는 꼬마들이 있어서 좋았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한 무리의 트레커들을 만났는데, 이들은 루크라로 라운드 트레킹을 한다며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해발 고도를 낮춰 2,000m 아래로 내려왔더니 서늘했던 고지대가 그리울 정도로 햇빛이 강하게 내리쬔다. 무더위에 녹아날 지경이다. 무더운 날씨를 싫어하는 나에겐 또 다시 인고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시원한 맥주 한 잔과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는 곳이었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그런 것은 그림의 떡일터. 카트만두에 가서 배 터지게 먹자고 스스로를 달래 본다. 한 대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후미로 도착했다.

 

오늘 야영지는 세두아. 저녁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 쾌적했다. 저녁으론 닭도리탕이 나왔다. 김인식 회장께서 닭을 7마리 사서 일행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나도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 맥주 10병을 쐈다. 사실은 한 대장이 은근히 눈치를 주긴 했지만서도. 누가 양주를 꺼내와 폭탄주가 한 순배 돌았다. 우리 술 파티를 시샘하듯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축축한 텐트 안에서 또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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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을 깼다. 오늘은 출발부터 비를 맞으며 운행을 해야 할 판. 근데 어째 밖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포터들 일부가 웃돈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것이다. 이 친구들 한 대장을 잘못 봤지. 가만히 앉아서 일방적으로 당할 한 대장이 아니었다. 그 친구들을 정리하고 마을에서 포터를 새로 고용해 짐을 배분했다. 그 때문에 출발이 한 시간이나 늦어졌다. 도마 자매도 우리에게 팔 물건을 한 짐 챙겨들고 우리가 묵을 콩마(Khongma)로 출발을 했다. 콩마에도 매점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타시가온을 출발해 한 시간쯤 걸었을까, 종아리 부근이 간지러워 바지를 들쳤더니 거머리 한 마리가 내 피를 포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들 이야기만 무용담처럼 듣다가 내가 직접 당한 것이다. 몸이 통통해진 녀석을 뜯어내 풀숲으로 버렸다. 이 구간에서 거머리에 물린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양반은 거머리가 허리쪽으로 들어가 텐트 안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야 발견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헌혈했기에 상처도 나보다 깊었다. 헌데 역설적이게도 거머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청정지역이라니 거머리에게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

        

경사가 급하진 않았지만 끊임없는 오르막 일색이라 꽤나 힘이 들었다. 다라 카르카 부근에서 왼쪽 귀가 뻥 뚫리는 경험을 했다. 고도계를 보니 2,484m. 고산병에 주의하란 신호인가? 부쩍 랄리구라스가 많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네팔 국화(國花)로 유명한 꽃이다. 랄리구라스는 빨간색 한 가지인줄 알았는데, 분홍색도 있고 흰색도 있었다. 해발 3,000m를 넘기면서 눈과 운무, 야생화가 어우러진 이국적 풍경도 만났다. 고소 적응을 걱정해야 하는 높이인만큼 50보 걷고 숨고르기를 하며 천천히 걸었다. 일행들은 앞서 잘도 걷는다.

 

오늘도 징한 하루였다. 고도를 1,400m나 올리는 것도 그랬고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걷는 것도 그랬다. 마지막 400~500m를 올리는 구간은 가파른 설사면을 기어 올라야 했다. 눈에 신발이 빠지며 양말은 젖고 있었다. 가끔 비구름이 걷히며 환상적인 장면을 살짝 보여주며 우리의 노고를 위로했다. 드디어 콩마에 도착했다. 콩마의 해발 고도는 3,530m라 보온에 신경을 써야 했다. 우모복도 입고 고소모까지 챙겨 썼다. 위에 텐트를 쳤다. 벌써부터 고소 증세로 고통을 호소하는 대원들이 나타났다. 음식을 먹지 못하고 토하기까지 한다.

 

콩마엔 허름한 헛간같은 건물이 있었고 도마 자매가 그 안에서 물건을 진열해 놓고 우리를 맞았다. 무거운 병맥주까지 들고 왔다. 내일도 우리 야영지까지 간단다. 한 마디로 대목을 맞은 것이다. 저녁을 먹고 요리사인 템바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친구는 카트만두에선 주먹으로 유명한데, 한식당 주방에서 요리를 배워 이렇게 원정대를 따라 다니게 되었단다. , 그래서 현지인들이 이 친구에게 꼼짝 못한 모양이다. 템바 왈, 마칼루 코스가 마나슬루보다 세 배는 힘들다고 했다. 언제 마칼루를 다녀왔냐고 물었더니 이번이 초행이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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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개가 짖는 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예정보다 일찍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왔다. 비는 그쳤지만 구름이 가득한 우중충한 날씨를 보인다. 덕분에 날씨가 선선해졌다. 아룬(Arun) 강을 건너기 위해 줄곧 내리막 길을 걸어 850m 고도를 낮추었다. 힘들게 올라온 높이를 이렇게 허무하게 반납하는 일처럼 아쉬운 것이 없다. 눔에서 계곡 건너 빤히 보이던 세두아(Sedua)까진 강을 건넌 후, 800m 고도를 올려야 하고 오늘의 목적지, 타시가온(Tashigaon)까진 거기서 다시 고도 610m를 올려야 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지옥 코스가 계속되었다.

 

세두아에서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고 입산 신고를 했다. 여기서 마칼루-바룬 국립공원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과거엔 반군 세력권 안이라 관리 사무실을 열 수가 없었다. 반군이 제도권으로 들어가면서 사무실을 다시 열게 된 것이다. 그래도 어느 건물엔 낫 모양이 그려진 빨간 깃발이 나부끼고 있어 섬찟한 마음이 들었다. 마오이스트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고 오지 지역은 아직도 마오이스트의 영향력이 강하단 의미 아니겠는가.

  

오후 2시가 넘어 섹시난다에서 늦은 점심을 들었다. 너무 지치고 허기진 일행들에게 비빔냉면이 건네졌다. 눈이 동그레진 대원들, 허겁지겁 그릇에 얼굴을 파묻었다. 동네 꼬마들이 모두 몰려와 우리 식사 장면을 보면서 저희들끼리 재잘대며 웃는다. 우리가 졸지에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이다. 식사가 끝나자 절묘하게 시간을 맞춰 빗방울이 떨어진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후엔 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린다. 다시 빗길 산행 채비를 갖췄다.

  

또 긴 오르막을 걸어야 했다. 길 옆으로 논과 밭이 펼쳐진다. 보리밭이 아름답게 펼쳐진 타시가온에 도착했다. 해발 2,110m. 이 마을 이후로는 사람사는 동네가 없단다. 양이나 염소를 치는 목동들이나 가끔 만날 있을 것이다. 한 대장이 쿡 템바에게 염소를 한 마리 잡으라 지시한다. '먹은 만큼 간다' 한 대장의 평소 지론 외에도 이 마을을 떠나면 양이나 염소 사기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긴 닭이 의외로 비쌌다. 염소 한 마리와 닭 다섯 마리 가격이 엇비슷하다. 닭 다섯 마리는 우리 대원들만 먹을 양이지만 염소 한 마리를 잡으면 포터들까지 모두가 포식할 수가 있다.

 

고기 냄새를 좇아 마오이스트를 자칭하는 앳된 아가씨 두 명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사다인 옹추를 통해 마을 발전 기금을 기부해 달라 한다. 요청인지, 협박인지가 좀 헛갈렸다. 마오이스트가 제도권으로 들어온 이 마당에 무슨 돈 요구냐며 한 대장이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한밤중에 총을 가지고 나타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우린 옆에서 마음을 졸일 수밖에. 하지만 밤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가 텐트를 친 곳 바로 옆에 있던 가게가 졸지에 주막으로 변해 버렸다. 굳게 문이 닫혔던 가게가 우리 출현에 급작스레 문이 열리더니 이제는 주모가 호객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주모는 이 마을에 사는 도마 자매. 언니인 도마는 30살이고 동생은 23살이란다. 베이스 캠프 가는 구간에 매점을 더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위에 있는 매점으로 올라갈 작정인 모양이다. 우리를 봉으로 본 것 같은데, 점점 비싸지는 맥주를 누가 그리 많이 팔아줄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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