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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미스타

산티아고 순례길 22일차(트리아카스텔라~페레이로스) 빵에다 피넛버터를 듬뿍 발라 아침으로 먹었다. 에너지를 축적한다 생각하고 와인 남은 것도 마저 비웠다. 이 마을에서 하루를 묵은 한국인이 꽤 많아 보였는데 이 알베르게엔 한 명도 투숙하지 않았다. 부엌과 와이파이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가랑비를 맞으며 알베르게를 나섰다. 비록 양은 많지 않다 해도 벌써 며칠째 비를 맞으며 걷는다. 어려움을 묵묵히 참아내는 것이 순례자의 태도라 하겠지만 며칠 동안 계속해서 비를 맞으니 기분이 그리 유쾌하진 않다. 갈리시아의 속담에 “비를 대비하고 햇살을 원하면 기도하라”란 말이 있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기도를 해야 비가 그칠까 모르겠다. 이러다가 우중충한 날씨가 갈리시아의 첫 인상으로 각인될 것 같았다. 가끔 비가 그치긴 했지만 변덕이 너무 심해 우의를 벗을 수가 .. 더보기
산티아고 순례길 13일차(프로미스타~칼싸디야 데 라 쿠에싸) 알베르게에서 2.50유로를 주고 아침을 먹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테이블에 차려놓은 음식이 형편 없었다. 가게에서 파는 조그만 빵 두 개에 주스팩 하나, 그리고 식은 커피 한잔이 전부였는데 성의가 없는 것은 그렇다 쳐도 이것을 먹자마자 바로 배고프단 생각이 들었다. 미국 자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어둠이 깔린 순례길로 먼저 나섰다. 도랑을 사이에 두고 도로와 평행하게 순례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쭉 뻗은 길엔 커브도 거의 없었다. 30여 분을 걸으니 사위가 밝아왔다. 하늘을 가린 우중충한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올라 시시한 일출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바람은 의외로 강했다.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사정없이 등을 떠밀어 저절로 속도가 붙는 것 같았다. 사람 그림자 하나 .. 더보기
산티아고 순례길 12일차(온타나스~프로미스타) 어제 남은 밥으로 만든 누룽지를 삶아 감자국과 함께 아침으로 먹었다. 누룽지가 많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밤새 내리던 비는 아직도 그치질 않았다. 우의를 걸치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아무리 가랑비라 해도 빗속을 걷기 위해 밖으로 나서는 일에는 늘 용기가 필요했다. 처음엔 밭 사이로 난 길을 걷다가 곧 아스팔트 위로 올라섰다. 개울을 따라 심은 포플러 나무가 도열해 있었고, 아스팔트 도로에도 노랗게 물든 가로수가 길게 줄지어 있었다.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아침 풍경이 고마웠다. 산 안톤(San Anton)엔 무너진 성당이 남아 있었다. 잔재의 규모만 보아도 예전엔 꽤 컸을 것으로 보였다. 성당 아치 문을 지나 순례길은 이어졌다. 미국에서 온 자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장석민씨와 둘이 앞으로 나섰다. 산 .. 더보기